오늘은 어렷을 적 얘기를 하나 해야게따. 다름아니라 오늘 참 엄청난 일이 벌어질뻔 했다. 어떤 빌라 옆을 지나는 데 '개조심'이라는 푯말을 못보고 그냥 지나쳤다. 근데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집채만한 검둥이 개 한마리가 나를 덮치듯 뛰쳐나오는 게 아닌가??? ㅡㅡ;;; 순간 몸이 얼어붙어 취한 행동은?? 스모자세에서 옆에 가방을 앞으로 내미는 우스꽝스러운 광경!!! ㅋㅋ 순간은 너무 놀랬지만 다음에는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내가 취한 행동이 너무 웃겼다. 완죤 스모자세~
헌데 이 검둥이 놈이 그달리 사나운 놈이 아니었다. 처음엔 마냥 짖기만 하더니 난중에는 우리를 보고 그다지 길지도 않은 꼬리를 흔들어 댄다. 지 앞에 똥을 싸놓고서는,.. ㅡ,.ㅡ;;
어렷을 적 난 개에게 물린 아픔이 있다.
이놈과 나는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듯 매일 서로를 못살게 굴었다. 내나이 14이었을 거다 아마.
이놈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집을 갈려면 이놈의 집앞을 건너가야 했다. 당시 이곳은 내게 '마의 삼각지' 였다. 이곳이 삼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놈의 백구는 내가 지나갈 때면 항상 으르렁거리며 뒤쫓아 나왔고 난 이놈을 피해 잽싸게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날 내가 너무 방심했는지 이놈의 집을 지날때 놈의 동태를 살피지 못했다. 순간 뒤에서 엄습하는 살기...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고통!
물렸다. ㅡ.ㅜ)
난 혼비백산했지만 놈이 순간 내 울음소리에 동정을 느꼈는지 이윽고 자기 집으로 줄행랑을 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패배자의 몸부림처럼 엄마에게 달려가 울며불며 백구놈을 욕해댔다.
엄마는 내게 된장으로 응수하셨고 그날 된장을 엉덩이에 바르고 잤다.
난 하루하루를 복수의 칼날을 세웠다. 이놈의 백구를 어떻게 복수할까 고민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헌데 이놈의 백구가 숫놈인줄 알았는데 암놈이다. 더군다나 새끼를 배어 곧 출산한다는 소식에 가뭄에 단비처럼 때가 됐음을 느꼈다.
난 놈의 공격에 대비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생각해 냈다. 그당시 가장 유행했던 불꽃놀이가 생각났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 난 그날 바로 문방구로 달려가 불꽃놀이 막대와 땅콩폭탄, 그리고 비장의 카드 분수불꽃을 샀다.
그리곤 결전의 날을 대비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철저한 준비를 했다.
몇일 후 놈의 집앞에 달려가 동태를 살폈다. 놈이 새끼를 낳은지 2주가 된때라 새끼 돌보는 데 정신이 없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다. 우선 불꽃막대에 불을 붙였다. 활활타오르는 불꽃을 들고서는 맹렬한 기세로 놈의 앞으로 뛰어갔다. 녀석이 아무리 새끼를 돌보는데 방심했다 하더라도 짐승이라 반격도 재빨랐다. 내가 뛰어들어가자 놈이 곧바로 반격태세를 취했다. 순간 나와 놈은 서로를 응시하며 기싸움에 들어갔다. 다행히 어린나는 놈의 공격에 대비해 불꽃막대를 들고 있어 놈이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놈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ㅡㅡ;;;
순간 난 장기전이 내게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불꽃이 다 타버리면 놈의 반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어떻게든 속전속결이 내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땅콩폭탄을 꺼내들어 놈의 발밑에 마구 뿌렸다. 놈이 이리저리 허둥댄다. 역시 땅콩폭탄을 준비한 것은 잘한듯 싶다. ^.^)v
놈이 허둥지둥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듯 했다. 여기서 비장의 카드로 결전을 마무리해야 할 듯 싶어 분수불꽃을 꺼내들었다. 놈이 비장의 카드를 어떻게 알아채었는지 한참을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자기 집으로 줄행랑을 친다. 난 뒤쫓아가 분수불꽃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놈의 집에 인정사정없이 던졌다. (그래도 난 양심있는 놈이다. 백구놈의 새끼가 있는 쪽은 피했다.) 놈의 엉덩이 부분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난 뒤도 안돌아 보고 집으로 뛰쳐들어갔다.
순간 승리에 도취되어 입가에 머무는 미소와 함께 만세를 불렀다. 그날 난 백구놈에게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 터졌다. 백구놈 주인아줌마가 어떻게 아셨는지 우리집에 오시더니 백구 엉덩이가 홀라당 타버렸고 하마터면 백구랑 새끼가 다 타죽을 뻔 했다며 내게 호통을 치셨다. 우리 엄마는 중간에서 내가 백구에게 물린사건을 적절히 섞어가시며 중립적인 자세로 아줌마를 설득해 나갔다. 결국 아줌마는 나도 당한게 있으니 여기서 끝내고 다시는 그런짓 하지 말라며 경고하고 집으로 돌아가셨다.
난 그날 흉칙하게 타버린 놈의 엉덩이를 생각하며 승리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_____^)
오늘 사건이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벌써 14년 전일이다. 모두 어릴적 정말 행복한 때를 한번 떠올려 보는 것이 어떠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