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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가난함을 느껴

은하철도 |2004.10.07 17:41
조회 690 |추천 0
내 사랑이 가난함을 느껴 문득 내 사랑이 가난함을 느껴 거리에 서면 뚫린 가슴에 서리 내려앉아 승천하던 용이 얼어붙은 자세로 꼬리를 바위에 묻어 짐승 같은 바람만 넘나든다. 백설의 대지에 청솔가지 뻗어 기웃기웃 애달픈 몸짓으로 돌아보지 않으려는 추억도 있으련만 문득 내 사랑이 가난함을 느껴 거리에 서면 도시 한복판에 파도가 일렁인다. 콘크리트 빌딩에 거꾸로 매달린 간판처럼 뿌리를 하늘에 묻고 가지를 땅으로 뻗어 지나던 사람이 한마디씩 던지는 기괴함으로 고독의 갑옷을 입고 망각의 칼을 꼭 쥐어 틈새를 파고드는 추억을 용납하지 않았음이랴, 오직 한 가지 영화의 꿈에 매달려 도륙당한 성터의 폐허위에 걸터앉아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 버텨 비감의 달빛이 파란 독기로 사방에 뿌려지는 섬뜩함에 겁먹어 물러서지 않았음이랴, 석양의 붉은 술잔에 비틀거리다가 행려병자의 나자빠짐으로 골목을 돌아 나오는 넋이라도 좋건만 문득 내 사랑이 가난함을 느껴 거리에 서면 그 나마 안타까워 눈물이 앞을 가렸음이라. 글 / 은하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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