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주방에 있는 여자가 하나 들어섰는데 제법 덩치가 크고 힘을 쓸 것 같은 아주머니였다.
신의는 이불위에 면포를 두껍게 깔게 하였다. 그리고는 그 여자에게 누워있는 나찰녀의 옷을 전부 벗기고 편하게 눕히라 일렀고 여자는 바쁘게 움직여 옷을 벗기다가 놀란다.
“아!” 차마 옷 벗기는 걸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다가 놀라는 소리에 돌아보니
“어 헉!~” 신의와 효연이 동시에 놀라게 되었다. 나찰녀들의 전신에는 마치 구렁이가 감았던 것인지 피멍과 피딱지가 감겨있었고 그 상처가 미처 아물지 못하고 덧난 것인지 그 몰골이 너무나 참혹하여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으......으...... 이 지독한 놈들....... 연약한 아녀자에게 이런 독수를 쓰다니.....”
“음...... 우선 외상을 먼저 치료하고 나서야 시술을 할 수 있겠구나. 얼른 이리와 좀 도와야겠다.”
다행이 이들의 의식이 없으니 눈을 들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움직일 수 있겠는가?
신의는 약제 상자를 열어 각종약과 시술에 필요한 도구를 늘어놓고 치료하기 시작하였는데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다. 심한 곳은 칼로 도려내기도하고 봉합하기도하니 금방 면포가 피로 적셔졌고 효연과 아주머니는 흐르는 피를 닦고 지혈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게 움직여야 했다. 이렇게 둘의 외상을 치료하고 약을 바른 후 보니 전신에 온전한 곳이 없었다.
“으...... 이놈들..... 어디..... 두고 보자.......네놈들에게도 인간이하의 고통을 줄 것이다.” 자기도 몰래 새어나오는 신음 같은 비통한 소리에 아주머니까지 모골이 송연해 졌는지 안색이 다 변하였다.
사람의 몸을 이 정도까지 망가트리면 특히나 약한 여자에게 이정도의 혹형을 가하면 정신이상이 안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놓고 섭혼대법을 걸어 놓았으니 죽은 사람보다 못한 삶을 이어온 것밖에 안되는 비참한 생활이었을 것인데 어찌 유혼교의 전 교주 수양딸이 이렇게까지 전락되었는가?
외상을 치료하는데도 보름 이상은 걸려야 한다는 말에 혼란스러워졌다. 일이 바쁜 신의를 이곳에 계속 붙잡아둘 수도 없는 일이어서 그렇다고 이들을 천무장까지 옮기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고........
“연아야, 이렇게 해서는 양쪽일이 다 어려울 것 같구나.....”
“지금 저도 그렇게 생각되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 우선은 내가 외상치료를 끝내었으니 돌아갔다가 외상을 완전히 치료하고 나서 다시 와야 양쪽이 다 편할 것 같구나.”
“그런데 제가 잘 치료를 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의원들을 보아왔지만 너 만한 의원도 그리 흔치 않으니 그건 걱정 안한다.”
“하지만 여자들이니 그게 힘들지 않습니까?”
“이런 판국에 여자 남자 가리느냐? 정신도 온전치 못하여 거의 백치 상태인데 뭐가 그리 두려운 게야?”
“음...... 알겠습니다. 해 봐야지요.”
“당연하지, 모든 것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당분간 옷을 입히거나 하지 말고 그대로 치료를 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바람도 약간씩 통하게 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아직은 날씨가 덥지 않으니 화농하거나 염증이 심해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해충이나 독충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도록 신경을 쓰면 될 것이다.”
“예.”
“그럼 나 혼자서 먼저 갈 것이니 금비를 불러서 날 태우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대담을 하고 금비를 부르려하는데 금비가 이미 넓은 날개를 펼치고 내려앉았다. 금비는 효연과 이미 영성이 통하고 있는지 생각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벌써 몇 번인가 부르기도 전에 곁에 와있으니...... 효연이 다가서자 고개를 끄떡거리는 게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부탁한다. 신의님을 천무장까지 잘 모셔다 드리고 와라.”
금비는 신의 앞이 고개를 숙여 올라앉기 쉽게 몸을 낮추었다.
“잘 부탁한다. 금비야.” 신의가 말을 하며 올라타자
“끄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하여 순식간에 까맣게 멀어져갔다.
“흠....... 이젠 꼼짝없이 하루 동안 이곳에서 치료나 하며 보내야겠네.......”
본전으로 돌아와 보니 주방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깨끗하게 닦아놓아 얼굴색이 좀 나아보였다.
‘세상에 침을 놓을 수없을 정도로 사람을 상하게 하다니.......’ 속으로 생각하면서 두 여자를 바라보다가 자신도 유혼교도들에게 고문을 할 때 이보다 더 독하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깨끗이 닦아놓자 눈 주위는 약간 검은 기운이 돌고 얼굴에는 황달 기 마저 보였다.
“음......” 자신이 이들에게 시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는 신의가 오기전이라도 이들의 신체적인 균형을 맞추어 놓으려 약재창고를 뒤져 이들의 약을 처방하여 달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이들의 전신 혈맥을 짚어가며 침이 아니지만 자신의 진기로 보와 사를 계속 시술하였다. 이는 사실 침보다 더욱 뛰어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아주 고도의 의술이라 할 수 있다.
내가진력에 의한 침은 금속으로 만든 침보다 더 직접적인 효력이 있으며 특히 혈맥에 뜨거운 진력이 들어감에 따라 전신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 장부에 보와 사를 시전하며 약한 곳을 승 하게 하고 강한 곳을 사하여 신체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침술의 원리이므로 금속 침과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을 번갈아가며 시술하다보니 자기도 몰래 약간씩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고 잘못하다가 너무 강한 진력이 들어가면 오히려 주화입마에 들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잠시 멈추고 자신을 운기하며 다스리기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거의 쉬지 않고 하루 종일을 외상의 치료와 내가진력 시술을 하며 보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고 이들의 영양을 생각하여 벽곡단을 갈아 물을 섞어 입에 흘려 넣어주니 본능적으로 받아먹어 한 가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는 환자이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놀릴 수도 없어 조심조심 치료를 하다보니 한번 치료를 할 때마다 진이 다 빠지는 것 같았고....... 이럴 때 유선이나 청청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만 하루를 치료하다보니 눈가의 흑기는 걷힌 것처럼 깨끗해 보였으나 황달기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었다.
신의가 건네준 금창약의 효력이 뛰어난 것인지 벌써 딱지가 앉기 시작하여 진물이 흐르는 곳은 보이질 않았다.
이만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금비가 돌아와 본전의 마당에서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효연이 나가보니 눈을 맞추어보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쉬러 가는 모양이었다. 효연은 금비가 어디에서 쉬고 무엇을 먹는지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자신이 금비에 대하여 얼마나 무심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비는 아무런 내색 없이 자신의 주인인 효연만을 생각하는 너무도 충성스러운 존재였으니..........
‘금비야, 정말 고맙고........네가 없었다면 아마도 난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였을 것 같구나........’
이 마음이 금비에게 전달될까? 모를 일이지만 효연은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잠시 쉬는 사이에 아이들의 이름을 생각해본 결과 엄마의 이름자를 넣어서 유빈이 처럼 부르기 쉽게 청빈과 후빈이라고 결정을 하고는 이름을 써 넣고 원주님에게 드리라고 써 전서구를 천무장으로 보내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기발한 결정인데 이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실 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이니 자신이 이름을 지어주어야 했고.......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눈앞에 선하여 아른거리니........
‘음...... 영충이 왜 밖으로 안도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군.......그런데 나는 유빈이만 있을 때는 몰랐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 그런 것일까?’
아이가 하나가 아니고 이젠 셋이나 되어서 그런 것일까? 유빈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었는데.......
이제는 자기도 모르게 부담스러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는데........
한번 아이들이 생각나자 다른 것은 전혀 안중에도 안 들고 오직 아이들의 얼굴만 눈앞에 아른거렸으니......
그러다가 눈앞의 환자를 보고나서야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다시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벌써 주방의 아주머니가 이불과 요를 두 번씩이나 갈아내었다. 그때마다 자신이 안아들어 주어야 했기 때문에 곤혹스러웠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시키자니 청청에게 미안하고........결국 청청을 불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다음날에는 금비를 불러 목에다 편지를 써 매어 달아주고 천무장으로 보냈다.
이제 두 여자의 상처에서는 진물이 흐르거나 염증이 보이지 않고 거의 제색을 찾기 시작했으며 다만 상처가 아문자리에 징그러운 상흔만이 남아있었다.
환자를 치료하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리고 다음날 청청이 아이까지 안고 도착하였다.
청청은 누워있는 두 여자를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효연을 잡고 오열하였다.
“어떻게.....이럴 수가......”
“그러게 말이요. 연약한 여자를 이렇게 모질게 학대하였으니.......”
“빨리 고칠 수 없나요?”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외상정도만 겨우 치료한 셈이고 중요한 것은 장부의 원상회복과 정신을 돌리는 일이오.”
“아직 옷을 입히지도 못하겠네요.......”
“그러니 내 구원 요청을 했지요.”
“지금 정신도 없고 또 생사가 경각인데 내외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도 청청이 동생처럼 아끼던 여자들 아니오? 내 어찌 함부로 대할 수 있었겠소?”
“하여튼 연랑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빨리 낮게 해 주세요.”
“알았소. 내 지금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소. 삼일동안이나 거의 잠도 못자며 치료를 했소.”
“음...... 고생 많이 하셨군요?”
“고생이라고 하기까지야 하겠소만....... 어쨌든 좀 힘이 들긴 했지요. 어디 우리 청빈이 좀 볼까?”
“진짜 아이 이름을 청빈 후빈이라고 지으셨다고요?”
“그래요, 어때요?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소?”
“이모님도 좋다고 하셨어요.”
“흠... 다행이군........”
“경원공주도 기뻐했고요. 형님도 유빈이랑 같이 부르기 쉽다고 좋아하시던데요.”
“음...... 한걱정 덜은 것 같네요.”
“지금부터는 내가 돌볼 테니까 연랑은 좀 쉬세요.”
“음..... 그래도 되겠소? 아무래도 계속 시술을 해야 하니 청청이 옆에서 도와주기만 해도 되요.”
“좀 쉬셔야 되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그냥 여자들이기에 힘들다고 한 것 뿐 인데....”
“알았어요. 말씀만 하세요. 무엇이던지.....”
“내가진력으로 지금 장부를 다스리고 있는데 눈이 어지럽지 않게 좀 가려 주었으면 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인데 뭐가 그리 눈을 어지럽혀요?”
“아무리 환자라도 여자들 아니오? 그러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지 않겠소?”
오늘부터 다시 바빠질것 같은 예감.......먹고살아야하니 바빠야 하지만 컴앞에 앉아있을 시간이 왕창 줄어들것을 생각하면 왠지모를 불안이.......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