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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야기 (17)

김명수 |2004.12.16 10:04
조회 212 |추천 0

 

 겨울 이야기

 

  (17)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옆집이 읍내에 하나뿐인 서점이었는데 그 서점은 서울서 살다 시골로 이사 온 사람이 하고 있었다.

‘동아서점’이라는 간판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각인되어있다.

나보다 대여섯 살 위인 태복이형이 있었는데 그 형과 나는 잘 어울렸다.


태복이형도 책을 좋아하였고, 나 역시 책만 보면 침식을 잊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기에 동아서점은 내 보물창고였다.

장르는 가리지 않았다.

활자화된 것이면 무엇이나 탐독했다. 그 무렵 읽은 책 중에 정비석의 “성황당”을 읽었는데 어렸지만 나는 그 내용을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성황당의 줄거리를 잠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깊은 산중에서 숯을 구워 생계를 꾸려가는 현보와 순이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현보를 도와 숯가마에 불을 때던 순이가 더위를 참지 못해 옷을 벗고 개울에서 목욕을 할 때, 전부터 순이를 노리고 있던 산림간수 김주사가 그녀의 옷을 감추고 협박하지만 그녀는 그에 단호히 대항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김주사는 현보를 산림법위반으로 고발하여 잡혀가게 한다.


그날 밤 김주사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현보를 풀어주겠다고 순이를 유혹한다. 이때 전부터 순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칠성이 찾아와 구 두 사람은 순이를 사이에 두고 격투를 벌인다. 며칠 뒤 김주사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도망쳤던 칠성이 나타나 현보가 3년은 감옥에서 지내야 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와 도망칠 것을 종용한다.


그가 가져온 분홍 항라 적삼과 수박색 목메린스 치마에 마음이 끌린 순이는 칠성을 따라나선다. 그러나 30리쯤 갔을 때 산을 떠나 살아야 한다는 사실과 현보에 대한 그리움, 무엇보다도 성황님의 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도망쳐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에는 현보가 와 있었다.


성황당을 읽고나서 나는 어린 마음에도 성황당 앞을 지나면 소설 속의 순이처럼 꼭 돌멩이 몇 개를 돌무지위로 던졌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리고 어떤 알지 못하는 외경심에 조심을 하게 되었고 나 자신도 모를 어떤 엄숙함을 가지게 되었다.


동짓달 설 전후로 마을 아낙네들은 떡국을 비롯한 많은 제물을 차려 가지고 정결한 마음으로 성황당에서 가족들의 성명과 생년월일을 쓴 명지(命紙)를 놓고 산신에게 축원을 하며 가족들의 명과 복을 빌었다.


본산 신령님 칠석님 서낭님

부부이별살 자식에 액운살

삼재살 악담살 부담살

재물에 손재살 죽은 부정

관재구설없이 친구교제살없이

삼부정없이 해 주이소.



발복을 기원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도하는 성황당, 도깨비가 밤이면 나타난다는 성황당이었지만 아이들이 모이면 성황당 앞 잔디밭은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해지기 마련이었고, 겨울날 우리들의 더 없는 즐거운 마당이었다.

낮도깨비 같은 생각이지만 오늘밤은 착한도깨비나 기다려 봐야겠다.

혹시 인연이 닿아 초라한 내 살림을 벼락부자로 만들어줄지도 모를 일이리라.

 









Je t’aime moi non plus (Serge Gainsbourg 와 Jane Birkin)

*난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해요*

 

김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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