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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8막 : 용(龍)의 비상 #04 & #05)

J.B.G |2005.01.13 00:29
조회 166 |추천 0

#04

 

 

발산의 비보를 들은 봉의 황제 유달은 몸을 떨며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는 결국 용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천산을 버리고 북으로 영림강을 따라 도주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용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라제국 시절부터의 천년 황도인 천산을 얻게 되었다.

 

“이리 쉽게 천산에 입성을 하게 될 줄은 몰랐구나.”

“아직이에요. 우선 달아난 황제를 잡아 후한을 없애야 해요. 그리고 곧 봉의 영토에서 우리 용군과 수추, 천위와의 결전이 벌어질 거에요. 군사를 몰아 최대한 북진해야 해요.”

“그래야 겠지…”

 

황도를 버리고 영림강을 따라 북상하던 봉의 황제 유달은 곧 큰 낭패를 맞았다. 혹한기여서 강 폭이 좁은 영림강이 상류의 호접산 기슭에서 얼어붙어 버린 것이었다.

 

미란은 자현룡에게 영림강을 따라 황제를 추격하게 하고 대군을 둘로 나누어 용마와 천변으로 행했다.

 

부장 무비가 미란에게 물었다.

 

“어찌 이리 서두르는 거죠?”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입니다.”

“하늘?”

“네… 수추는 용마에 천위는 천변에 막혀 있습니다. 그것은 이 나라의 최후의 맹장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철기주가 무비에게 말했다.

 

“미란은 이 참에 봉국의 전 영토를 얻을 생각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생각도 못한 것이지만, 어쩌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미란은 대군을 둘로 나누었다. 용마는 장수 요적란 및 무비, 선경에게 맡기고 자신은 철기주 무연과 함께 군사를 천변으로 몰았다. 한편, 호접산으로 몸을 피한 봉의 황제 유달은 계속 장수 자현룡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곧 용마와 천변에서 전투를 벌이는 봉군에게도 전해졌다.

 

3일 밤, 낮을 쉬지 않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투가 벌어졌다. 이 전투는 온 대지를 피로 물들이는 것이어서 병사들은 피가 싸늘하게 얼어붙어 빙판을 이룬 대지에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며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곧 용마와 천변의 봉국은 모두 수추와 천위군에게 참살되었으며, 대장군 허조위와 백의종군한 양자연도 전사하고 말았다. 그렇게 수추가 용마에서 승전할 즈음 곧 용의 대군이 그곳에서 다시 수추과 결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천변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그런데 천변에서는 용군과 천위군이 전투로 혼란한 사이에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은 철기주를 따라 적진 깊이 들어간 무연이 그만 철기주와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적병을 유린하고 있는 대장군 철기주는 무연이 뒤를 쫓기만 하기에도 벅찬 너무 멀리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장군님!”

 

무연은 그만 적진에서 길을 잃었고, 곧 전장 속에 무치고 말았다. 그러나 계속 전진만 하는 철기주와 달리 진 전체를 지휘하던 미란은 철기주 옆에 있어야 할 무연이 없음을 곧 깨달았다.

 

“이런, 큰 낭패로군.”

 

미란은 곧 비전조를 철기주에게 띄웠다.

 

‘전투중에 비전조를?’

 

전투의 혼란 속에서 북이나 나팔로 군령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비전조가 날아다니는 것은 사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화살이 날아드는 혼란 속에서 비전조가 살아남아 군령을 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곧 비전조는 화살을 맞고 땅이 처박혔다.

 

“사형! 어서 주변을 살펴요!”

 

미란은 이렇게 애타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진 깊숙히 비전조를 보내는 미란 답지 않은 행동에 철기주는 그것만으로 무엇인가 화급한 메시지는 전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비전조는 아무런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전장에서 죽어버린 비전조를 통해 철기주는 곧 미란의 전갈을 깨달았다.

 

“무연장군!”

 

앞만 보고 전진하던 철기주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적병과 사투를 벌이는 무연을 발견하고 급히 기수를 돌려 말을 달렸다. 사태가 이리 되자 적진을 가르던 흑룡대는 그만 대열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철기주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무연에게로 행했다. 그리고 무연은 적병에 둘러싸여 살같이 여기 저기 찢겨 곧 죽을 위험한 상황에서 다시 한번 철기주에게 구제 되었다.

 

“장군님…”

 

철기주는 자신의 말에 무연을 태운 채, 다시 말을 달려 흑룡대의 선두에 섰다. 피해는 있었지만, 흑룡대는 대부분 무사히 진으로 복귀했다.

 

“다친데는 없소”

“…네”

 

무연은 철기주의 말에서 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부족한 자신에 대해 심히 침통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기주는 곧바로 군세를 정비하고 무연을 진에 놓아둔 채 앞으로 나나갔다.

 

‘장군님…’

 

철기주를 따르는 용군은 천위와의 천변전투에서 이미 봉과의 전투로 많은 힘을 소진한 천위군을 하루 만에 무력화 시켰다. 그리하여 이 전투마저 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용마의 수추군도 곧 용군에게 패주하게 되었다.

 

“사형! 용마에서도 승전했다 합니다. 어서 빨리 이 사실을 천산에 있는 자형룡 장군에게 알려야 합니다.”

“알았다.”

 

북방전선에서의 승전소식을 들은 자현룡에 곧 호접산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봉의 황제 유달에게 서신을 보냈고, 그 서신을 통해서 유달은 이미 봉의 해가 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게 모두 사실이란 말인가?”

 

봉의 황제 유달은 적국의 장수인 자현룡의 항복을 권고하는 서신을 받고 통곡하고 말았다.

 

“내가 호령과 조위를 죽여 죽게 되는구나…”

 

황제 유달은 옷을 찢으며 하루 동안 통곡하더니. 새벽에 의관을 정제하고 천산을 향해 삼배를 했다. 또한 패림의 호령과 조위의 영이 떠도는 곳을 향해 삼배를 한 뒤 칼을 입에 물고 자결했다.

 

제국력 1331년 용의 비상과 함께 봉국이 멸망했다. 그리고 장수 자현룡은 패림을 떠나 천변일대의 동부군의 사령관이 되었으며, 장수 요적란은 용마 일대의 북부군의 사령관이 되었다.

 

 

 

 

 

#05

 

황도로 회군하는 길에 미란은 전투 중에 무모한 행동을 한 연을 책했다.

 

“어찌 그리 무모한 거야? 죽으려고 한 거니?”

“너무 멀리 있었어요.”

“…?”

“장군님을 뒤쫓는 것 조차 할 수 없었어요.”

 

무연이 이 말에 미란은 그만 더 이상 그녀를 책하지 못했고, 두 여인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사형을 쫓아 나아가는 것을 불가능 하니까… 흑룡대의 대열을 벗어나지 않는 것에만 만족해…”

“장군님을 지켜드리는 것이 제 사명이에요.”

“하지만…”

 

그 순간, 미란은 자신이 놓치고 었던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너…”

 

그 깨달음 이후로 황도로 오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렇게 황도로 돌아온 미란은 잔뜩 홍조가 된 얼굴로 가장 먼저 제상 위를 찾았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죠?”

“우선, 승전을 축하 드립니다.”

“지금 그것을 묻고 있는게 아니에요.”

“어허~ 이리 분을 삭히지 못하고 나를 찾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러한 그에게 미란이 쏘아 봍였다.

 

“권력을 얻기 위해 딸까지 팔아 넘기는 건가요?”

“말을 삼가시오. 군사!”

“그럼 무엇입니까? 연이를 사형의 부장으로 보내다니…”

“그 아이가 원한 것입니다.”

“섞어빠진 정치 놀음은 내게 안 통해요.”

 

미란이 탁자를 내리 치며 노하자 제상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두렵습니다.”

“…”

“대장군 철기주! 아니, 적청이… 그래서 내 편으로 만들려고 고민한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그가 그런 정치 놀음에 놀아날 인물이 아님은 군사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연이가 날 찾아왔습니다. 장군을 사모하니… 그의 부장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이런… 교활한…”

 

미란은 그 말을 직접 듣게 되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무린은 담담했다.

 

“비난해도 좋습니다. 난 기뻐했으니까… 허나, 그 아이가 원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말을 믿으라는 것입니까?”

“미란 군사… 당신의 마음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철기주 대장군은 당신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도 그것을 알기에 허락한 것입니다.”

“전하가… 허락했다고?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전하가? 믿을 수 없어… 절대로…”

 

그리고 이러한 두 사람이 다툼을 무연이 차상을 들고 밖에서 듣고 있었다.

 

‘언니…’

 

분을 삭히지 못한 채 무린의 집을 나온 미란은 늦은 밤인데도 그 길로 황제 적룡을 찾았다. 미란은 적룡과 독대를 한 자리에서 크게 숨을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사매가 이런 야심한 밤에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날 찾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연이의 일인 게로구나…”

 

그러나 미란은 여전히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길게 침묵했다. 그리고 적룡도 아무 말 없이 미란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사형이 첫째 사형과 연이의 일을 허락했다는 것이 사실… 이에요?”

“너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적룡의 이 말과 함께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제… 마음을 잘 알면서 어찌 사형이 이럴 수가 있죠? 어떻게…”

 

또 다시 긴 침묵… 적룡은 미란에게 말했다.

 

“포기해라… 미란…”

 

적룡의 이 말에 미란은 그만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찌 그리 잔인한 말을…”

“미안하다…”

“지금까지… 지금까지 제가 한 행동과 결정에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데… 그랬는데…어찌 이 일은 이리도 저를 괴롭게 하는 것인지… 정말 한이 됩니다.”

“미란…”

 

그렇게 밤은 미란의 눈물과 적룡의 미안함과 함께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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