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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17-

여시녀 |2005.02.14 11:06
조회 569 |추천 0

 

17.

상큼한 봄이 왔다..

이제 어디를 둘러봐도...회색, 검정색과 같은 칙칙한 색상보다는..노란색..

핑크처럼 화사한 색상의 의상이며 소품들이 온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아직 꽃샘 추위가 남아있는데도..왜...다들...이렇게 빨리...계절을 앞서가려고 하는지

모르겟다.


나는 아직도 너무 추웠다.. 이놈의 추위는 나만 느끼는 것인지..

올 가을에는 꼬옥..인삼 한뿌리라도 삶아 달래야 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뱅뱅 돈다..

그래서 한겨울에 입었던 패딩 잠바는 아니지만...두툼한 겨울잠바를 꼭 입고 다녔다.


어느날..서윤 선배가 나를 불렀다..


“진서야..오늘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딜요?”

벌써부터 내 맘은 들뜨기 시작한다..

 

선배와 함께 길을 갈 때...지나가는 여자들의 시선이 과히 기분나쁘지만은 않다..

선배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씩씩하게 걸었고...항상 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한번은 손에 쥐가 날 정도로 쥐고 있었다.


“그냥 따라만 오세요...귀염둥이~~”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내 콧등을 살짝 치고는 내 손을 꼭 부여잡고...

차로 데리고 갔다.


선배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쇼핑 몰이었다.

왁자 왁자..정말 시끄러운 곳인데..이런곳에 선배가 왜 나를~~


선배는 성큼성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숙녀복 코너로 가더니...한번에

상큼한 연두빛의 원피스와 거기에 어울리는 깔끔한 흰색 가디건을 하나 고르더니

입어보라고 햇다.


“왜?”


“그냥...지난번에 잠깐 들렀다가..이 옷을 봤는데..니 생각밖에 안나더라...

꼭 너 사주고 싶었는데...싸이즈가 어떤지..너에게 어울리는지...도무지 알수가 없어서..

오늘 입혀보고 사려고...넌 이 색상 어때?”


“이뿌긴 해요..근데..비쌀텐데..”


“괜찮아..나 이 옷 입은 니 모습 보고 싶어..”


바쁘디 바쁜 매장에서 멍청히 서있기도 머하고..옆에서 직원이 계속 입어 보는건

아무 말 안한다며 계속 부축여서 할수없이 탈의실로 들어가서 입어보았다.


내 몸에 딱 맞았다.


그런데 그렇게 화사한 옷은 입어 본적이 없어서...밖으로 나가기가 쑥스러웠다.


“다 입어보셨어요?”


“.....”


“음~ 싸이즈가 안 맞으시나? 오호호호호..원래 아가씨들이 싸이즈가 안 맞으면

밖에 잘 못나오시거든요...오호호호..아가씨가 의외로 좀~~글래머스 하신가봐여..

하긴 44싸이즈가 잘 맞는 사람들이 거의 없죠..오호호호호”


“아니..저 아줌씨가 짐 무슨 말씀을~~”


안에서 어이 없어하던 나는...확 문을 열어 제치고 밖으로 나갔다.


순간...서윤오빠의 눈이 나를 향하더니..한동안 말을 맺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는게 아닌가?


머시여..그렇게 이상한 것이여?


순간 얼굴이 빨개져 버린 나는..다시 돌아서 들어가려고 햇다.

“어머나...아가씨...이렇게 날씬한지 몰랐네요..

아니 이렇게 날씬하면서..왜 그렇게 옷을 촌스럽게 입고 다닌거에요? 저 두툼한 오리털 잠바하며..

목도리에..아가씨 몸매 다 죽이면서 여태 다녔네...어휴..옷이..너무 이쁘다..”


옷이?? 옷이??


그때 서윤선배가 옆에 다가와서 섰다.

그리고 탈의실에 붙어있는 거울앞에 나를 세우더니..뒤에서 살포시 껴안아 주면서


“정말 너무 이쁘다..진서야..”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내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얼굴도 기쁨으로 빛나 보였다...


“어휴..이런 옷 입고 학교에 어떻게 가냐고요...”

집으로 돌아와 선배가 사준 옷을 들춰보며...여전히 고민에 빠진 나~~


여름에는 면티 2장에 청바지..겨울에는 오리털 파카와 목도리로 살아온 내게...

이런 야한 옷을 입으라고 하니..학교에 입고가면 온통 놀림감이 될 것이 뻔했다...

집에서는 항상 그런 스타일의 옷만 입는 나에게...섬머슴애 같다고..치마도 사입고...화려한 색상의

옷도 입어보라고 늘~잔소리 잔소리...몇번 그냥 사다 놓으면서 권유하기도 했지만..

나는 왠지..그런 옷들이 너무 불편한것만 같아서...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아..결국 몇 년씩

옷장에 자리만 차지했을 뿐이었다.

결국 채임이 눈에 띄어...모두 다 가져가고..한번씩..채임은 옷장 정리를 해주듯...

거의 새옷이나 다름없는 그런 옷들은 가져갔다...하지만..전혀 아깝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정리가 되는 듯 하여...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그런데..이번 축제때..꼭 이옷을 입고 오라는 것이다...

선배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축제날 아침...

날씨는 봄답게 정말 따뜻하고 푸르렀다.

기상청에서는 올 봄들어 가장 따뜻한 날이 될거라 햇고...초여름 날씨 정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가..

낼 모레쯤 예년기온으로 다시 조금 추워진다고 햇다...

3월은...나에게 그리 따뜻하다라고 하는 기억이 없는데...

가디건을 걸치고 나서자...마당에서 따뜻한 바람이 내 다리를 스쳐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큼해졌다..


“어머..아가씨...그렇게 예쁘게 입고..어디 가세요?”


둘째 새언니다...

이제 두달도 채 남지 않은 결혼 준비를 해야할 언니였지만..마땅한 친척도 없고 해서...

우리집에서 모든 준비를 다 하고 있엇다.

새언니는 아기를 낳은 사람 같지 않게..벌써..붓기도 빠지고...아기에게 젖을 줄때만 엄마같지..

지금도 밖에 나가면 처녀라고 할 정도로 예뻤다...


“네..학교 축제가 있어서 지금 나가요..조금 늦을거에요..”


“어머...축제 기간이에요? 새학기라 바쁠텐데...지금하나봐요..”


“그러게요..올해는 이상하게..신입생들이 자꾸 줄어서 그러나...”


곧이어...증조할머니..할머니..엄마를 끝으로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는

마당을 나섰다.


언니는 귀여운 조카 진주를 가슴에 꼬옥 껴안고 대문밖까지 나와주었다..

그녀의 화장기 없는 순수한 얼굴이..아기를 안은 그 아름다운 자태가..

왜 둘째오빠를 그렇게 사로잡았는지 알수 있을만큼...성스러워 보였다.


“빵~”

“아이구 깜짝이야..”


“우아앙~~”


서윤선배의 무분별한 경보음 사용에...우리 겅주 진주가 놀래서는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모습을 바라보던 선배도 놀랐는지..허둥지둥 차에서 뛰어내렸다..


“아이구..이거 죄송합니다...애기가 많이 놀랬으면 어쩌죠?”


“아니에요..괜찮아요...오늘 아가씨랑 같이 가시나봐요..”


둘째 언니가 조금 얼르고 달래자...진주는 눈에서 물을 한방울 떨궈버리더니...이내 그 해맑은

눈으로 낯선 사람을 바라보고 웃기 시작했다...


서윤선배..좋아서 쓰러진다..


“와아~아기가 정말 이뿌네요..진주 조카?”


말투는 나에게 묻고 있었지만...눈과 손은 진주에게서 떨어질줄 몰랐다..

결국 둘째 언니도..한번 안아 보시라며...선배에게 진주를 건네주었고..황송한 듯 감사한 듯 아주

조심스럽게 진주를 안아보는 선배의 손길에 어색함이 잔뜩 묻어났다..


“너무 작아서...혹시 세게 잡으면 부셔질까봐..겁이 나네요..”


정말 선배는 긴장한 듯..살짝 땀이 비치는 듯 했다..


“어휴..이리 주세요..우리 겅주..놀라겠어요...크크”

내가 아기를 받아들고 능숙하게 달래다가 둘째 언니에게 넘겨주자...선배는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는 인사를 하고 차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벨트를 매며 묻자...

“응...너무너무 보고싶어서...참을수가 없었어..”

라는 닭살 멘트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며...

둘째언니에게 다시 한번더 차창밖으로 인사를 하고는 출발했다..


둘째언니는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진주와 함께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오늘 학교 가지 말까 부다..”


“왜요?”


“울 진서 너무 이뻐서...남자애들 다 너한테 프로포즈하면 어떻게?”


“어휴..정말 말도 안되는....”


“음~걱정이란 말야...”


하여간에 쓸데없는 걱정은 사서 하면서...선배는...학교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서 그냥 내리려고 하는

나를 잡아 앉혀주고는 내 쪽 문을 정중히 열어 주었다..

“자~내리시죠 공주님..”


“어휴 정말..왜그래요? 그런거 싫다니까...”


나역시 웃음으로 대신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학교 캠퍼스를 누볐다..


사실 축제때마다 집에서 푹 쉬는 내가 학교에 온 이유는.. 영화 동아리에서 이번에 다큐멘터리 식의

짧은 단문 영화를 소개하는데 거기에 채임이가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계속되는 그녀의 부재에 나역시 목말랐었고..어떤 식으로든 만나고 싶었지만...

그녀의 집이 작년에 이사를 간 후...집도 잘 모르고..전화는 받지 않고..학교에서는 코빼끼도 볼수 없어

할수 없이...축제때까지 기다린 것이었다..


그 일이 없었다면..나는 지금 진주와 함께..집에서 곤한 낮잠을 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누구야...송진서? 정말? 맞어? 이야~~”

“어머..선배님...너무 이뻐요...이게 웬일이랴?”

“진서 선배? 머야..왜 이러는 거야? 원래 이랬어? 그동안 왜 그렇게 다닌거야?”


강당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평상시 알고 지냈던 선배들의 놀림...

후배동생들의 감탄...과 여러 가지 칭찬 비스무리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서윤선배는 칭찬들이 기분 나쁘지는 않은 듯...했지만 남자 선배들이 가까이 오면 바짝

자기 곁으로 땡겨서 어깨를 감싸고는 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강당에 도착해 보니..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었다.

얼굴에 기름 많은 동아리 회장이 발이 넓은가 보다...


겨우겨우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잠깐 선배가 음료수를 사오겠다고 자리를 비운사이..

나는 맨 앞쪽..등장인물들이 앉아있는 곳에 화려하게 차려입고 더욱 예뻐진 채임이를 발견할수 있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채임아...”

라고 불렀지만..그녀는 소란스러워서인지 듣지 못한 듯 했다...


곧 영화가 시작되었고...

선배와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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