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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편

sodaya |2005.02.19 00:20
조회 219 |추천 0

원래..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다..

물론 누군가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은 많이 하지만(-_-).. 그들이 보여주는 것만을 볼 뿐, 보여주지 않는 것은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았던 나였다.. 이전까지는..

그런데.. 요즘 나의 조그만 변화라고나 할까??

거리를 지나면서 내가 마주하는 그 풍경을 그저 눈으로 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나의 일상의 단조로움으로 인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삶으로 호기심이 이동했던 것일지도..

 

얼마 전의 일이었다..

저녁으로 미뤄진 과외를 가려고, 집에서 대강 저녁을 챙겨먹고, 과외 자료를 들고 집을 나섰다..

퇴근 시간에 딱 걸려서 넓지 않은 2차선은 차들이 일렬로 행진(?!)을 하고 있었고..

평소에도 10분을 기다리게 하던 그.놈.의. 버.스.는 이날따라 더디었다.. 다른 버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던 듯, 좁은 정류장은 장을 보러 나오셨던 아주머니(혹은 퇴근 중이셨던), 그리고 젊은 학생들, 나이드신 분들 등등으로 답답하리만큼 빽빽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기다림의 지루함을 채우고자 이리저리 눈길을 주던 나는 바로 옆에 서 있던 꼬마를 발견했다..

노란 유치원 가방을 매고, 오리털 점퍼에 알록달록 털모자와 목도리를 친친 감은 작은 꼬마..

'어려보이는데.. 혼자 나왔나?? 엄마랑 같이 안다니고.. 요즘 유치원생은 기특하군..-_-'

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내가 탈 버스는 아니었지만, 순간 정류장의 몇몇 사람들이 버스 쪽으로 이동을 했고, 그 꼬마도 밀리듯 버스로 향하더라..

그저 시선이 따라갔을 뿐이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버스를 떠나는 사람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르고.. 아마 마지막 손님이겠지.. 여겨진 한 아주머니(30대정도의??)가 기사아저씨께 말하고 있었다..

"아저씨. 이거 타면 xx구 xx동 가요??"

".................(아마 기사아저씨께서 대답을..)"

"가구 가게 주욱 있는 덴데.. 가요??"

"..................(기사아저씨께서 대답을..)"

그리고 버스는 출발했다.. 뒤돌아서며 아주머니께선 투정을 부리듯


"에이~ 안 가 안가~ "

 

그리곤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아까의 그 꼬마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주머니 아이인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의심 의심..-_-^

보통의 엄마들은 그.런. 곳에선 아이의 손을 잡고 다니지 않은가??

엄마는 엄마대로 걷고, 아이는 아이대로 걸어오다니...엄마 아닌가부다..


"엄마 잘 따라와야지!! 얼렁 일루 와~!"


'엄마였군..-_-;;;;;;;;;;;;;;;;;;;;;;;;;;;;;;'

 

약간은 투정을 부리듯 그 아주머니가 꼬마에게 말했다.. 쪼르르 달려와 엄마의 점퍼를 붙잡는 꼬마..

 

"아줌마 아들이야??"

"유치원 끝나고 데려 왔어요~ 같이 가려구요~ 저기~"

 

그들에 대한 관심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나부다.. 주변의 몇몇 중년의 아주머니들께서 그 엄마에게 말을 붙이셨다.

 

"어디가는데??"

"그냥~ 저기 가려구요~"

"글쎄.. 그러니까 저기가 어디냐구??"

"xx구 xx동이요~"

"아니 xx동이 얼마나 큰데.. 거기서 어디로 가는데?? 거기도 구청 근처가 있고, 우체국이 있고,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알아??"

"xx구 xx동에서 가구 가게 많은데 가면 되요.. "

"내가 xx동 사는데.. 가구 가게 많은데가 없는데.. ss동으로 가야하는 거 아냐?? 공단쪽말야.."

"아녜요~ xx구 xx동이예요.. 여기 명함 있잖아요.. 여~기.."

 

아이 엄마는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어 주변 아주머니들께 보였다..

"맞죠?? xx구 xx동!! 거기만 가면 제가 찾아 간다니까요~!"

자랑스럽게, 씩씩하게 말을 하는 아이 엄마..
 
하지만 약간은 불안하셨던 듯, 주변의 아주머니들은 한 마디씩 서로 말씀을 나누셨다..

 

"아유~ 내가 xx동에 10년 넘게 살았는데 가구 가게가 많은 곳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있대잖아요~ 알아서 찾아간다는데.. 어떻게는 가겠지~"

"날도 추운데 애 데리고 가는 거야??"

꼬마의 목도리 매무새를 잡아주시면서 한 아주머니께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엄마에게 말했다..

"예~ 유치원 끝나고 데려왔어요~ 내가~"

"어디살어?? 아줌마 집 어디야??"

"저기~ 저 뒤로 가면 우리 집이에요~"

"저기~? 저기는 시장이잖아~"

"에이~ 저기는 시장이고~ 시장 뒤에 우리집 있어요"

자랑스럽게, 씩씩하게 대답을 하는 아이의 엄마..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면 안되겠지만.. 물론 내가 직접 그 엄마를 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약간 떨어져서 이들을 살폈던 나의 생각으로는..

그 아이의 엄마는 약간은 어쩌면 일반의 엄마들과는 달를지도 모르겠다는 것..

어린아이같은 엄마라..

 

"추운데 애 데리고 가구 보러 가는 거야?? 날도 깜깜해졌는데??"

"우리 애인 만나러 가요~"

"남편??"

"아니요~ 남편은 없구요~ 우리 애인이요~ 애인!!"

"애인이 아기 아빠야??"

"아니요~ 아기 아빠는 없어요~ 그냥 애인이예요~ 애인요~"

"남편말고 애인도 있는거야?? 재주 좋네~ 아기 엄마~"

"남편은 없어요~ "

"왜 없어??"

"남편은 저기 갔어요.. 저기.. 하늘나라에요.."

여전히 씩씩한 목소리였지만 좀 전과 같이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아주머니들도 순간, 약간은 어색했겠지만.. 다시 호기심은 이어지셨나보다.

 

"그럼 애인이 가구가게에서 일해??"

"아니요~ 가구 가게 있는 곳에서요, 근처에 또 가게 많아요~"

"애인이랑은 얼마나 사겼는데??"

"4일~!"

"4일??"

"예~ 4일~ 우리 애인이랑 하나, 둘, 셋,.. 4번 만나요~ 이제~"

"4일 사귄 애인 만나러 가는거야??"

"애인이 애도 데려오래??"

"아뇨~ 데려가도 돼요~ 우리 애인이랑 밥도 먹고 놀거예요~"

"에구.. 날도 추운데 어린 앨 데리고.. 애도 고생이네.. 쯧쯧.."

 

버스가 왔고, 이들의 대화는 끊겼고, 아주머니들은 서둘러 버스를 타기 시작했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무리에 나도 끼었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도 함께 있었는데, 아까와 같이 버스 기사분께 목적지를 묻고, 대답을 듣고 버스에 올랐다..

같은 버스 안..

버스가 늦게 온 탓인지, 사람들이 꽤 있었고 당연히 빈자리는 없었다.. 엄마의 점퍼를 잡고 비틀거리는 아이의 옆에 서자, 괜히 내가 안쓰럽더라.. 누가 자리 좀 양보하지~-_-

나처럼 안쓰러운 맘이 들었던 것일까??아니면 자신의 목적지에 다다른 것일까??

잠시 후 내 앞의 젊은 여자분이 자리를 양보했다.. 난 아이의 엄마에게 살짝 눈짓과 몸짓을 하고, 엄마는 아이를 앉고 자리에 앉았다..

 

"엄마~ 여기 노.약.자. 써 있어"

 

"어~ 그렇네~ 노.약.자."

 

"엄마 저기는 제.일.마.대.지?"

 

"응?? 아~ 저거?? 음..제.일.마.대. 맞네^^ 인제 한글 잘 읽네~ 엄마가 기뻐^^"

 

아이와 엄마는 버스 안에 붙여진 광고 등을 또박또박 읽으며 즐거워했다..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은 편견이었다. 어딘가 어려보이는 엄마, 그리고 어린 아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운 날씨에 아이를 데리고 애인을 만나러 간다는 엄마의 행동은 걱정스러울만큼 불안하게 여겼었지만.. 이들은 엄마와 아들인 것이다.

 

춥지만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것이 이 엄마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것..

 

나의 일상에 들어오는 누군가의 단편은, 말그대로 단편일 뿐이지만 그래서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또다른 누군가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고, 그렇기때문에 내가 편견어린 시선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짧은 시간 함께 같은 방향의 길동무가 되었던 엄마와 아들은 또다른 그들의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행복한 꿈을 꾸며 잠이 들었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일상에 잠시 머무른, 저녁에 싸돌아다니는(-_-) 긴머리의 학생으로 보였듯이 그들도 내게는 저녁식사를 위해 외출한 엄마와 아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내 것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단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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