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지 않더라도 나에 대한 내면의 울림으로 충분한 보답이 된다.
어느 이에게 답답하고 어느 이에겐 그렇지 않건 이기적이게도 내 수준은
여러이들이 아닌 필자 하나에만 맞춰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우리'에 대한 글을 쓸 참이다.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이런 소재의 글이 껍질을 벗어나 나비가 되었을때
가장 뿌듯하다. 적어도 내 것만은 아닐 것이기에. 복수형의 그 기분.
4년여동안 줄기차게 머물러 오갔던 전남행 무궁화호를 타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머물렀고 또다른 나를 만났으며 우리가 이뤄진 곳. 별다른 이별의
쓰디씀이 아니라 시절의 지남에 따른 사정때문이다. 다음달 부터 편입하게된
학교에 다니게 되고 경기도로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활동범위가 좁아진 셈이다.
'우리'가 흔들려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거리의 한계정도야 무시한지 오래
되었다. 숱하게 힘들어 왔고 남모를 가슴앓이로 보이지 않는 피를 토했었다.
상처가 터지고 딱지가 쌓이고 덧나고 굳고 덥혀지고 또 피나고 또 아프고 또 아물고
그렇게 시간에 따라 만신창이가 된 서로 떨어진 거리만큼의 상처는 이젠 상처라기엔
보이지 않을 정도의 굳은 살로 덥히고 말았다. 눌러도 감각이 없고 칼로 오려도 아프지
않은. 내성이 생겼기에 더 이상 따위는 신경쓸 거리가 아니다. 우린 반드시 만난다.
세시간동안 한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많은 말들과 가깝고 먼날들에 대한 계획과
걱정들이 오갔고 해결책과 다짐들이 여백을 메웠다. 기분이 좋았다. 뜨거운 눈빛이
오고 가지 않아도 기분 좋은 웃음만으로 시간은 충분히 즐겁다. 감탄사. 바라보고
가까이하고 서로의 의견을 맞춰보고 깨뜨릴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우리를 믿고
하나님께 바라며 좋은 방향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한다. '사랑'이란 단어가
오고 가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의 존재감을 인식한다.
어깨를 붙여서 걷고 손을 꼭 잡아주는 것만이 많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적
이 있었다. 시간은 알아서 성장시켜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자람을 느끼고 공유하고
나누는 것 역시 가치있는 관계의 과정이라고 인정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낯설지 않은 입가의 변화와 친근한 단어들. 마주보고 마주 잡으며
우리임을 확인한다. 한달에 얼굴을 마주하는 횟수가 손가락 다섯개를 채우지 못하지만
아쉬움을 드러내기 보다는 지금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고 충분히 감사하며 지내기를
바라는 정도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동안의 얽혀지고 뜯어짐을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꼭 윗도리를 걷어올려 난도질을 치룬듯한 봉합자국을 보여줘야 상처입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상처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고 안정의
유지를 이루는게 관계에 있어서 훨씬 효과적인 소모임을 알았다.
단어와 문장으로 나타내지 않아도 이런 것들은 말투와 눈꼬리의 미세한 움직임만 봐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20대 초반을 '같이 있었음'이라는 단어로 장식하며
지났고 이제 어른의 자리로 옮겨가며 '결혼'의 진실과 현실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도 될 시기가 왔다.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고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일.
우리가 원하고 모두가 축복할 것이며 하늘이 앞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확고부동한 개요만 짜놓고 철저하고 밀도 높게 채워진 준비를 가꾸어야 할 즈음이다.
어려울 것이고 더 많은 한숨과 눈물을 흘려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함을 세상이
반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벽이 있을거런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부딪혀도 이를 악물고
있다면 덜 찡그릴 수 있겠지. 아직 반도 오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며 끝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5년전 하루와 이틀을 세가며 서로의 만난 첫날의 지남을 세던 중 쪽지하나에 적혀
있던 짧은 당부의 글귀를 기억한다. '처음 그 느낌처럼'
스스로도 의아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라면 지금 울리는 가슴중앙의 심장박동의 세기가
첫날 같이 걸었을 때의 두근거림과 다르지 않다는 것. 볼 때마다 생각할 때마다 몸은
속이지 못한다. 다르지 않고 변하는 것들 없이 여전히 이렇게 뛰고 있음을. 원하고 있음을
너무 고맙고 정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줘서
나에게 속해 있고 너 하나라서. 이렇고 악보와 계이름 없이도 노래할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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