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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16) 사랑하면 유치해 진다.

瓚禧 |2005.05.11 09:18
조회 2,534 |추천 0

 

(16) 사랑하면 유치해 진다.



어둑어둑 저물어 가는 하늘을 보며, 신애와 윤정이 근처 생과일 전문점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초저녁 날씨는 약간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신애가 서늘해진 날씨에 팔에 돋은 닭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벌써, 가을이 온 것 같아. 날씨가 서늘하다.”

“그래도 낮에는 더워 죽어!”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윤정이 그런 말 말라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요즘 용우씨 때문에 짜증나 죽겠어.”




윤정이 잔뜩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신애에게 하소연 하듯 말했다. 용우는 윤정과 결혼할 남자였다. 요즘 결혼식이 다가와서 그런지 윤정이 부쩍 신애에게 투정을 부리는 일이 늘어났다.




“왜?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

“아주 애가 돼가고 있어. 투정은 또 얼마나 심한지. 요즘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니깐. 하늘에 별도 달도 따줄 것 같던 그이가 이제는 나보고 별을 따달라는 트로트가 생각난다.”

“쿡, 너도 요즘 히스테리 장난 아니게 부리는 거 알아?”



윤정의 말에 별일 아니라는 듯 신애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윤정이 펄쩍 뛰며 말했다.




“아니야, 어디다 비교해! 내 히스테리는 애교야 애교! 어디다 비교해!”



윤정의 말에 신애가 피식 웃으며 주스를 마시자, 윤정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얼음물에 얼음을 아작 아작 소리 내 씹으며 말했다.



“그 인간이 그렇게 애 같았다는 걸 진작 알았어야 했어!”



그 사실을 모르고 결혼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분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윤정이 얼음을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말했다. 윤정의 태도에도 신애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일주일째 매일 윤정은 신애를 붙잡고 똑같은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결혼식을 무를 것도 아니잖아!”

“못 무를 것도 없지!”



윤정은 단단히 화가 난 듯 신애의 말에 대꾸했다. 신애는 말은 그렇게 해도 윤정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결혼식을 무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애가 가만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자, 윤정이 답답한 듯 테이블을 작은 주먹으로 통통 쳐댔다.



“이봐, 친구! 제발 내 말에 집중 좀 해줘!”

“듣고 있어!”

“나 지금 죽을 것 같다고, 어떻게 하지? 결혼식을 미룰까?”



윤정은 연신 얼음물에 있던 얼음만 쏙쏙 골라 씹어 먹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신애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디밀며 물었다. 윤정의 태도에 신애가 아프지 않게 코앞까지 다가온 윤정의 얼굴을 살며시 밀어내며 말했다.



“도대체 애같아 진다는 말만 되풀이 하지 말고, 어떤 면이 그런지 말해봐!”

“음, 그게 말이야......... 나랑 연락이 잠시라도 안 되면 불안해하고, 투정도 부리고 그래.”

“그거야 사랑하면 그 사람의 행선지 정도는 궁금할 수 있는 일이잖아. 무슨 일이 혹시 일어난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건 당연한거고. 그런 것도 안하면 그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신애의 말에 윤정이 다시 답답한 듯 얼음을 씹어 먹으며 다른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다.




“게다가, 사람이 얼마나 웃긴지 매일 자기하고만 놀아달라고 해. 오늘도 내가 너 만난다니깐 안 만났음 하더라니 깐!”

“그거야, 네가 지금 일주일 내내 나랑만 만나고 있잖아!”




신애의 말에 윤정이 당해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파 뒤편에 몸을 한껏 기대었다. 그런 윤정의 태도에 신애가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




“너 지금 불안한거지? 결혼하기 말이야…….그래서 무슨  핑계라도 대고 싶은 거 아니야?”

“..........그런 것 같아. 자꾸만 그 남자의 단점만 보이고 답답하고 왜 이런지 모르겠어.”



윤정의 대답에 신애가 웃으며, 비워진 얼음물을 더 달라고 부탁했다. 얼음물이 오자 윤정이 또다시 냉큼 얼음 하나를 입안에 쏙 집어넣고 아그작 소리를 내며 씹어 먹었다.



“죽겠어. 분명히 용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이 사람이랑 꼭 결혼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게 바로 결혼 전 권태기인가? 결혼 하기 전에는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




신애의 말에 윤정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작은 생과일 전문점 출입문에 달려있던 종이 딸랑거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

“안녕하세요!”

“아, 예.”



놀라는 윤정이 옆에 한 남자가 자리를 잡고 앉으며 신애에게 인사를 건넸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눈 신애가 누구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윤정을 쳐다보자 윤정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인사해. 용우씨! 알지? 내 친구 신애.”

“처음 뵙겠습니다. 황용우라고 합니다.”



신애는 용우의 인사에 고개만 끄덕였다. 의외였다. 170이 겨우 넘을까 말까 한 키는 힐을 신은 윤정과 비슷해 보였고, 앉은키 역시 둘이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게다가 활발하고 웃음이 많은 윤정과는 달리 용우의 얼굴은 잔뜩 냉철함이 묻어나 있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마른 몸매는 볼품없었고, 진한 청바지와 하얀색 티로 인해 왜소한 그의 몸이 더욱더 작아만 보였다. 윤정도 그의 옷차림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용우의 하얀색티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며 투덜댔다.



“뭘 입혀놔도 뽀대가 안나, 뽀대가!”

“내가 뭐 그렇지…….”




날카롭게 보였던 용우는 의외로 털털해 보였다. 윤정의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용우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주문을 받으러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기분 좋게 생글거리며 ‘같은 걸로 부탁드립니다.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예의범절이 몸에 베어보였다. 무표정할 때는 냉정해 보이던 사람이 웃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네가 아까 여기서 친구 만난다고 했잖아!”



용우의 말에 윤정이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용우의 등을 쳤다. 무안하면 나타나는 윤정의 습관을 용우도 알고 있는지, 아픈 등을 슬슬 문지르며 윤정의 머리를 아프지 않게 툭 쳤다.



“아무튼 기억력 안좋은건 알아줘야해!”

“아무튼 쓸데없는 것 기억하는 데는 알아줘야해!”



용우의 핀잔에 윤정이 맞받아치며 말했다. 아까 결혼식을 무를까? 하며 심각하게 고민하던 윤정은 없어보였다.



“근데 왜 온 거야?”
“지나가던 길에 보이길래 들렀지. 실례가 되는 건 아니죠?”



용우가 신애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신애가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당연히 아니죠. 윤정아 그만 일어나자!”




신애의 말에 윤정이 미안한 표정으로 계산서를 집어 들었다.




“계산 내가 할께!”



윤정이 계산을 하러 가면서 익숙하게 용우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었다. 그들의 모습은 신혼부부 같이 다감하고, 다정하고 때로는 소꿉장난하는 것 같은 애교가 묻어있었다. 신애는 부러운 눈빛으로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신애의 뒤에서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라며 신애가 그 손을 더듬거렸다. 익숙한 손이었다. 부드럽고, 커다란 그 손의 주인이 누군 인지 알 수 있었다. 신애는 피식 웃으며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쳐 올려놓았다.




“장난치지 말아요!”

“내가 누구게?”



변조를 위해 잔뜩 억누른 목소리라도 누군지 못 알아들을 신애가 아니었다. 신애가 대답하기 전에는 절대 놓아주지 않을 심산인 것 같아 신애가 포기했다는 말투로 웃으며 답했다.



“강이씨잖아요.”

“어? 모를 줄 알았는데 아네?”

“대로 한 복판에서 그렇게 애정 행각 버리면 못써요!”



한 강이 신애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있자, 나오던 윤정이 핀잔 섞인 말투로 말했다.



“윤정 씨랑 노느라 나는 내팽개쳐 버린 거야?”



한 강이 투정이 베어난 말투로 말하자, 윤정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신애의 곁으로 다가가 쑥덕였다. 귓속말로 말하는 그들의 대화가 못내 궁금했는지 한 강이 연신 신애를 향해 말하라는 눈빛을 보내자 신애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다 애가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어요.”

“뭐?”

“아니라고 부정하지 말아요. 방금 한 강씨 엄마한테 놀아달라고 떼쓰는 초등학생 같았다고요!”



윤정이 한 강을 놀리듯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윤정이 그러다 깜박 잊었었었다는 듯 황급히 황용우의 팔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용우씨, 인사해. 여기는 신애 남자친구 한 강씨!”

“안녕하세요!”

“네!”



시원스레 한 강이 먼저 건넨 손을 용우가 기분 좋게 받아주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네 사람은 주변에 있는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강과 신애가 나란히 앉아 윤정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윤정은 연신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그 둘을 노려 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뭐 둘이 딱히 안 어울리는 건 아니네!”



장난기 다분한 윤정의 말에 신애가 피식 웃으며 옆에 앉은 한 강을 쳐다보았다. 친구에게, 자신이 아는 사람에게 ‘제 남자친구에요.’ 라고 당당히 소개한 것이 얼마만인지. 우현을 사귀면서도 그런 특권이 신애에게는 없었다. 괜한 뿌듯함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결혼은 언제해?”

“이번 달 중순으로 날 잡았습니다.”




신애의 물음에 윤정 대신 황용우가 대신 대답하였다.


“얼마 안 남았네요?”



신애가 윤정의 빈 술잔을 채워주며 묻자, 또다시 용우가 대답을 했다.



“나이도 있고해서 일찍 해 버리려고요.”

“우리가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 여자로써 30살이면 결혼에 조금 늦은 나이지. 내 생각에는 28살이 가장 적당하다고 봐.”



용우의 말에 윤정이 맞장구치며 말했다.




“그쪽 두 분도 결혼 하실꺼죠?”

“저희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신애가 용우의 물음에 대답했다. 신애의 말에 황용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도 결혼생각하고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적은 나이도 아니잖아요.”



용우의 말에 신애는 빙긋 웃기만 했다.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결혼이 아닌 연애 상대로 한 강을 만나는 것이었다. 한 강에게 괜한 부담감 따위는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결혼보다 연애를 하고 싶어요.”

“변변히 연애 못해본 티내는 거야. 용우씨!”



신애의 말에 윤정이 고해 바치듯 용우의 얼굴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그런 윤정의 태도에 용우가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둘은 사랑으로 충만해 보였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전혀 쓰지 않는 모양새들이었다. 순간 신애는 저 정도 사랑하면 결혼을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전히 틱틱대는 용우와 윤정 커플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강이 입을 열었다.



“결혼 생각 없어?”

“왜 없어요. 하고 싶죠. 결혼 하고 싶은 생각은 많은데 지금은 결혼보다 연애가 먼저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차창을 내리며 피식 웃었다.



“우리 나이면 대부분 연애와 결혼 상대를 동시에 고르는 법이잖아.”



한 강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애는 지금까지 한 강을 결혼 상대자로 생각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난 강이씨를 결혼 상대자로 본적이 없는걸요?”

“왜?”

“뭐, 그럴 여력이 없었잖아요......”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봐. 이 나이 먹도록 남자가 미뤄서 결혼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으니깐!”




한 강이 신애를 보며 핀잔을 주듯 웃으며 말했다.



“결혼 상대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라고. 그냥 결혼할 나이되서 그 곁에 있는 사람이 결혼 상대자라고 난 생각해.”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



한 강이 신애의 집 앞에 차를 주차시키며 되물었다. 그의 말에 신애는 딱히 생각해본 적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딱히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 나이에 여자 하나 책임지지 못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깐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한 강이 기분 좋게 웃으며 신애의 머리칼을 잔뜩 헤집어 놓았다. 한 강이 신애 먼저 내려 그녀의 문을 열어주자, 신애가 조심히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나왔다.




“이차는 이래서 문제야. 내리고 타는 게 여자한테는 좀 버거워. 그치?”




한 강이 애꿎은 차 타이어를 뻥 차며 말했다. 먼저 내린 신애가 현관 앞에서 한 강을 쳐다보자 한 강이 머쓱한 표정으로 그녀의 앞에 와 섰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한 강이 그녀의 손을 쳐다보다 그녀의 손을 힘껏 잡아 당겨 자신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



“좋은 꿈꾸세요. 공주님!”




한 강의 말에 신애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중독성 있는 남자였다. 이렇게 자신의 얼굴 안에 웃음이 많았었는지, 그의 말 하나에, 그의 행동 하나에 순식간에 얼굴 가득 미소를 터트리는 자신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제 베란다에서 한 강의 뒷모습을 보는 일 조차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신애는 한 강이 걸음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의 모습이 건물 뒤로 사라져 버릴 때 까지 그대로 서서 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결혼이라......”



한 강의 말에 신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결혼이라는 것은 신애에게는 특별한 의미였다. 아버지와 엄마와의 관계가 악화될수록, 자신의 집이 더 이상 행복한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던 그 순간부터 신애는 행복한 가정을 염원해 왔었다. 신애의 꿈이 현모양처일 정도로 그녀는 그런 가정을, 그런 행복을 누구보다 염원하고 갈망해 왔었다. 하지만, 그 꿈에 한 걸음 씩 다가갈수록 신애는 불안했다.



[딸래미 팔자는 엄마 닮는 거야!]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할머니의 말이 귓가에 선명히 맴돌았다. 그때 신애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액정을 보니 ‘한 강’이라고 적혀있었다. 신애는 급하게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왔다.



[벌써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요.”

[생각해 봤어?]

“생각하라고 말 한지 이제 10분이 조금 지났을 뿐인걸요?”



신애의 말에 수화기 너머 한 강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것에 앙탈을 부리는 초등학생 같은 한 강의 태도에 신애의 입가에도 미소가 머물렀다.



[시간은 그리 중요치 않아!]

“모르겠어요. 지금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을 전제로 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

[좋아! 내가 또 기다리는 데는 도가 텄어. 기다려 줄께! ]




한 강은 신애의 말에 전혀 기분나빠하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신애는 한 강에게 자꾸만 미안한 감정이 일어났다. 한 강옆에만 있으면 자신이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것 같았다. 한 강과 전화를 끊고 신애가 침대에 앉아 끊어진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 이렇게 당신에게 이기적 이여도 되는 건가요?”



웃으며 그래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한 강의 얼굴이 신애를 지나갔다. 신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한 강에게 물들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과히 좋은 것이었다. 자신의 나쁜 점이 그가 흘려버린 마음의 물에 물드는 것처럼 느껴져 마치 자신이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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