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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22) 사랑해서 구속하고 싶은 것이다.

瓚禧 |2005.05.13 10:31
조회 2,746 |추천 0

 

(22) 사랑해서 구속하고 싶은 것이다.


한 강과 신애는 나란히 손을 마주 잡고 한 강 고수부지를 거닐었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한 강이 입고 있던 잠바를 신애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이렇게 손잡고 걸으니깐, 예전 처음 손 잡았을 때가 생각나네요.”



신애의 말에 한 강이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부여잡았다. 서로 한 곳을 보고 나란히 걷는다는 것, 새로운 연애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임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한 줄이 따스한 온풍이 그들이 스쳐 지나갔다. 유람선이 지나가면서 만든 인위적인 바람이었다. 그 바람 끝에 신애의 머리칼이 나부꼈다.



“우리도 저거 타자.”



한 강이 그녀의 손을 잡고 선착장을 향해 뛰어갔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한 강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반짝 반짝 시선을 끄는 네온들과 덜거덩거리는 소음을 만들며 지나가는 긴 전철. 신애는 바다 바람을 맞으며 새삼스레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한 강을 만나면서 자꾸만 이렇게 행복해도 될지 의심이 드는 그녀였다. 바람이 조금 쌀쌀한 것을 느낀 한 강이 신애의 뒤편으로 돌아가 그녀를 따스하게 감싸 앉았다. 훈훈한 한 강의 체온에 맞받아쳐 오는 차가운 강바람이 무섭지 않았다. 신애의 귓가에 쌔근쌔근한 한 강의 숨소리가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채민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그의 목소리에 한 강과 신애가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채민석과 소연이 나란히 서 있었다. 예전 우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채민석의 팔이 소연의 허리에 감겨져 있었다.



“여긴 웬일이야?”

“웬일이긴. 데이트 하러 왔지.”



채민석이 쑥스러운 듯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연이 신애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오랜만이에요.”

“네.”



신애의 입장에서 소연은 그리 달갑지 않은 여자였다. 게다가 한 강의 후배와 다시 사귀고 있다니. 만남과 헤어짐에 지극히 소극적인 신애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여자였다. 그런 신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강이 신애를 데리고 채민석 커플과 함께 실내로 들어갔다.



“인사해! 여긴 내 후배. 채민석. 그리고 이쪽은 형수님이시다.”

“구면이죠?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채민석입니다.”

“그리고 소연씨는 알지? 이번에 이 녀석이랑 사귀게 되었어.”



한 강의 소개에 신애가 고개만 잠깐 숙이고 말았다. 우현과 더는 관계가 없는 사이지만 웬일이진 채민석의 곁에서 다른 여자처럼 조신하게 구는 소연이 얄미워 금방이라도 한 마디 쏘아붙여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신애의 시선을 느꼈는지 채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불편하시지요? 형수님.”



날카롭게만 보이던 채민석의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형수님’이라는 단어가 술술 나오자 신애가 신기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 여기서 묵은 감정들은 씻어 버리자고! 자리 옮기는 게 어때?”



한 강이 채민석의 말에 대꾸하지 않은 신애를 대신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선착장에서 내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 신애는 연신 소연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막 대했던 여자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소연은 변해 있었다. 허벅지를 금방이라도 훤히 내놓을 것 같던 옷차림에서 조신한 차림으로 말투도 예전의 그녀와 사뭇 달라 혹시 쌍둥이 동생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조금 거리를 두던 신애에게 먼저 다가선 것은 소연이었다. 신애의 술잔에 양주를 가득 채우며 소연이 말했다.



“예전일은 잊어요. 언니. 이제 저도 변했어요. 이 사람 때문에 많이 반성도 하고……. 언젠가 언니 찾아뵙고 사과 하고 싶었어요.”



소연이 면목 없다는 표정으로 신애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신애는 ‘괜찮아요.’라고 작게 중얼거렸을 뿐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는 않았다. 그런 성격을 알고 있는 한 강이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차차 잊혀질 일이고, 어때? 사이좋게 지내고들 있는 거지? 참, 예전일로 날 원망하면 안 됩니다?”




한 강이 예전 채민석을 시켜 소연을 꼬드긴 일을 두고 말했다. 한 강의 말에 신애가 무슨 말이냐고 눈짓을 주었지만 한 강은 모르는 척 했다. 한 강의 말에 소연이 발그스름해져서는 말했다.



“오히려 고마워요. 그 덕분에 진정한 사랑이 무언지 알게 되었으니깐 요. 예전에 왜 그렇게 살았나. 후회스러울 지경이에요.”



소연의 말에 채민석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그때 소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소연이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 하려 하자, 채민석이 낚아채듯 가지고 가 문자를 확인했다.




“뭐야? 이 과대 놈이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질투하는 거예요?”

“그렇잖아. 다른 사람에게 너를 나누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채민석이 단호하게 말하자, 소연이 채민석의 손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저장되어 있던 과대의 전화번호를 지웠다. 그리고 채민석에게 확인을 시켜주며 말했다.



“구속하나는 대단하다니깐. 그래도 불안하면 새 핸드폰으로 하나 사 주시던 지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연은 전혀 싫지 않은 내색이었다. 과장되게 화를 내던 채민석이 그제야 목소리를 낮추고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한 강이 잔뜩 부러운 시선으로 채민석에게 말했다.



“부럽다. 부러워.”

“뭐가 부럽다는 거예요?”



모르겠다는 신애의 말투에 소연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를 구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랑에서 우러나온 거니깐 그게 부럽다고 하는걸꺼예요.”

“하지만 구속이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적당한 구속은 서로 사랑을 확인 시켜주는 거니깐,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지요.”



채민석의 구속 역시도 즐겁다는 표정으로 소연이 말했다. 취기가 적당히 오른 채민석이 소연의 손을 붙잡고 먼저 일어났다.




“술도 취했고, 우리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형, 나 먼저 갈께!”

“뭐야? 그렇게 노골적으로 데리고 나가도 되는 거야?”

“그럼 이만.”



채민석이 한 강의 말을 뒤로 하고 바를 나섰다. 그 둘의 뒷모습이 상당히 잘 어울려 보여 신애는 더 이상 소연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충분히 변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이니깐. 한 강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연신 채민석과 소연이 나간 문 쪽을 힐끔 거렸다.



“뭘 그렇게 봐요?”

“채민석 저 자식이 갑자기 부러워지는군.”



한 강의 말에 신애가 빤히 쳐다보자, 얼굴이 빨개진 한 강이 손부채를 부쳤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난감하니깐.”



한 강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의 행동에 신애가 진지한 얼굴로 한 강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자고 싶은 거예요?”

“풉…….”




한 강의 입속에 있던 얼음물이 그대로 신애의 얼굴에 튀었다. 당황한 한 강이 신애의 얼굴을 살며시 닦아 주며 말했다.



“그, 그런 말을 잘도......”

“맞구나?”



신애가 입술을 잔뜩 내민 채로 한 강을 속물 바라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 한 강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봐요. 아가씨. 나도 남자라고요.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기 달래 듯한 한 강의 말투에 신애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나이가 있다고요. 그런 것 하나 모를 정도로 숙맥이지는 않아요.”

“제길. 놀림을 당한 기분이군.”

“날 가지고 싶어요?”

“사랑하니깐, 구속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그런 건 당연지사잖아!”



한 강이 신애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치며 말했다. 한 강이 친 이마를 신애가 살며시 매만지며 한 강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켰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한 강이 잔뜩 굳어서는 뒤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왜,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당신이 날 구속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심이야?”



한 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자, 신애가 앞에 놓인 독한 양주를 단숨에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강이 그런 그녀를 보다 빈 술잔을 채워 마셨다. 그리곤 신애의 손을 잡고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게 했다.



“이봐요. 아가씨! 난 지금 당신을 건드릴 마음이 추호도 없답니다.”

“내가 매력이 없나요?”



한 강의 말에 신애가 자뭇 진지한 말투로 되물었다. 그런 신애의 표정을 보고 있던 한 강이 한 숨을 푹 내 쉬었다.



“아니, 너무 매력이 많아서 탈이지. 다만 난 기다릴 작정이야. 당신이 내 소유가 될 때 까지 말이야.”

“그게 무슨...........”

“당신이 10년간 지킨 순결을 이렇게 허무하게 가질 수 없다는 말이야. 조금 더 기다렸다가 당신이 내 소유가 되는 날, 그때 당신을 가지겠어.”



한 강이 제법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아마도 미리 결심을 단단히 한 모양이었다. 사실 신애는 그렇게 독실한 순결지상주의는 아니었다. 다만 눈에 보이게 노골적으로 신애와의 잠자리를 밝히는 우현이 싫어 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었다. 우현의 사랑을 의심하면서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할 수는 없었다. 신애는 우현이 자신을 이해해 주길 믿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을 원해주길 바랬었다. 자신의 몸이 아닌, 그녀 순수한 그녀 그 자체를 원해 주길 바랐었다. 하지만 우현은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그녀 몸에 대한 그의 집착은 커져만 갔었다. 그런 그의 태도가 싫어 우현을 계속 피했던 신애였다. 그런 신애를 한 강은 순결 지상주의로 받아들이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한 강의 태도조차 싫지 않았다. 그의 말투 구석구석 그녀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애는 진심으로 그에게 자신을 주고 싶었다. 언젠간 그런 날이 오면 몸과 마음을 바쳐 그를 사랑하리라 다짐하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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