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제국의 내전
아치형의 남색 철문이 묵직한 무게 때문에 서서히 열렸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라디폰 공작가의 문이 완전히 열렸고,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에 브러버드의 본거지에서 가져왔던 서류의 해독이 끝난 게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공작이 직접 찾아와도 되겟찌만 워낙 중요한 일이라 내가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라디폰 공작이 끌어 모았다던 흑마법사들을 만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과연 응접실로 가보니 모르는 얼굴의 마법사들이 있었다.내 눈은 라디폰 공작이나 로튼보다는 그 모르는 자들에게 쏠렸다.
"처음 뵙겠습니다.디노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루시아 입니다. 어떤분인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디노라면 늙은 마법사와 루시아라는 여자마법사는 깍듯히 예를 갖춰인사했다
"전에 마리엔 공주님께서 가져오셨던 종이를 모두 해독했습니다. 여기 계신 마법사 분들이 도와주셔서 수월하게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기대하고 있떤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오펠리우스 왕비와 괴집단 사이의 관계에 대한 뭔가가 있찌 않을까 했찌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나도 예상하고 있엇다. 하지만 너무도 아쉬워 나도 모르게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저도 처음에는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내용들을 완전히 알게 되고는 생각이 바뀌었씁니다. 정말로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더군요"
여기까지 말한 라디폰 공작은 뜸을 들이는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마리엔 공주님 요즘 하이덴 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시겠죠?"
"물론 알기는 알죠. 지금은 냉전 상태에 들어갔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황실 측이 불리했잖아요.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죠?"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하이덴 제국의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는 아십니까?"
"그거야 스타인베 백작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잖아요. 다 아는 사실을 왜 물어보고 그래요?"
"그럼 스타인베 백작이 내전을 일으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권력욕 때문이었나보죠. 뭐.."
나는 계속 이어지는 라디폰 공작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ㄷ답했다.
"단순한 권력욕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사실 저도 그가 무슨 생각으로 내전을 일으켰는지는 모릅니다.가정을 해본다면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상황에 불만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을 일거에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그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설마..?"
나는 라디폰 공작의 말에 소파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며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이번 전쟁의 뒤에 브러버드가 있습니다"
나는 단순히 브러버드가 오펠리우스 왕비와 손을잡고 나를 죽이려는 줄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들의 손은 하이덴 제국에도 뻗쳐있엇다.
로튼과 마법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엇는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인베 백작은 왜 그런 집단과 손을 잡은거죠? 아무리 그래도 귀족 체면에 대륙의 공적으로 낙인찍힌 집단과 손을 잡으려고 하지는 않을 텐데"
"확실히 좀 뭔가 이상하긴햇지. 오십 명이면 꽤 많지만 전부라고 하기엔 너무 적었어. 사실 수비도 상당히 허술했고"
"이 문서에도 본거지가 어디라고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스타인베 백작의 영지에 상당수의 브러버드들이 있따는 것만 나와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정보가 있었다면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군요"
아무튼 이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만약 이대로 스타인베 진영 측이 승리를 한다면 브러버드가 노리는 다음 상대는 내가 되기 쉬었다.
"하이덴 제국의 대한 군대 파견은 어떻게 되었죠?"
"지금 귀족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이덴 제국과는 우방이지만 다른 나라의 내전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여러가지로 걸리는 문제가 많으니까요"
하이덴 제국의 황실 측은 여러모로 난처한 지경에 처해있다. 늘어난 마물과 스타인베 백작을 상대햐애 햇고 , 이 기회에 황실에 품었던 불만을 풀려는 귀족들도 제어해야햇따.
"우리 쪽은 어느 입장인가요?"
"어느 쪽의 편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뜻을 달리해야 할 때가 온것 같군요"
"그래요. 브러버드와 손을 잡고 있는 스타인베 백작이 승리를 하면 우리가 곤란해지지요.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레이만 왕자와 아주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번에는 왕비를 몰아붙일수잇는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해도 듣지 않으시겠군요"
"서로 잘아는 사이에 불필요한 말은 삼가죠. 사실은 공작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 아닌가요?"
우리가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자 페리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브러버드라면 만만한 상대가 아닐 텐데 해보겠다는건가?"
"물론이지요. 내 앞을 가로막는건 그 어떤 것이라도 용서할 수 없어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라디폰 공작의 말에 페리오는 알았다는듯 고개를 한번 까닥이고 입을 다물었다
장내에는 한창 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이덴 제국에서 거의 동시에 날아온 두개의 요청 때문에 이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내전에 끼어들면 결코 뒤끝이 좋지 않습니다. 기껏 도와주고도 나중에는 내정 간섭을 한다는 의심을 받아 욕만 먹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저희들은 중립을 지키고 이 싸움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라냔 백작이 나서서 말하자 원조를 지지하던 귀족들이 한순간 주춤했다.
"저는 그라냔 백작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내말에 귀족들의 시선이 모조리 내게 쏠렸다.
"하지만 하이덴 젝국의 황실 측에 원조를 하는 것은 우리 왕국에 아무런 이득이 없습니다. 괜히 힘만 쏟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단 말입니다"그라냔 백작의 말에 나는 비웃음 조의 웃음을 피식 흘렸다
"그라냔 백작께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군요. 만약 이대로 하이덴 제국의 황실이 패한다면 많은 귀족들이 자신들도 저렇게 할 수 있는다는 헛된 망상을 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롭던 우리 왕국에도 한차례 소란이 일어나겠죠"
"말도 안됩니다. 감히 누가 그런 무엄한 생각을 한단 말입니까! 저희들의 충섬심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르미엘 왕자파 중 한 명이 거세게 항의했다.
"그럼 이중에서 스타인베 백작이 반란을 일으킬 것을 상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사람 있습니까?"
내말에 자신은 그랬노라고 나서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할 말은 없으면서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엇다
"물론 여러분이 그렇따는 것은 아닙니다. 일종의 가정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과연 스타인베 백작을 믿을 수 있을가요? 충성을 맹세하던 자가 그 주군에게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그런자가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킬 거라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수만은 없습니다. 만약 왕이 폭군이라면 정의를 위해서도 들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것이 선량한 백성들을 위하는 길입니다"
갈렉트 백작은 그 후로도 스타인베 백작에 대한 좋은 소문들을 늘어놓았따.
갈렉트 백작의 장황한 말이 끝나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엇다.
"소문이란 과장되기 마련입니다. 설마 갈렉트 백작께서는 그런 풍문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믿을 만큼 어리석은 분은 아니시겠죠? 물론 아니시리라 믿습니다." 내말에 라디폰 공작을 포함한 상당수의 귀족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에 이어 라디폰 공작이 나섰다
"저도 마리엔 공주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만약 스타인베 백작이 정권을 엎는다면 필연적으로 몇 년간은 어수선해질 겁니다.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사들이 각지에서 들고 일어날 것이고, 새로운 법률과 귀족들이 등장할것입니다.당연히 외교 관계도 변하겠지요.이렇게 되면 그 적응 과정에서 우리 왕국은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겁니다."
라디폰 공작은 그답게 현실적이면서 논리정연한 주장을 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계속 흘러가자 귀족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라냔 백작도 이쯤 되자 오만상을 쓰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하이덴 제국으로 가는 동맹군의 총잭임자는 나와 라이언 왕자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사령관으로는 리스트 백작이 임명되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루드와 더불어 유명한 노장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솔직히 하이덴 제국이 페드인 왕국과 우방이라고는 하나 우방이 그곳 하나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소피린 대륙의 많은 나라 중 적대 관계가 아닌 나라는 무조건 우방이었다.
총력을 기울여 지원군 합류를 허락받은 나지만 실권은 없었다. 라이언 왕자가 진짜 우두머리고 나는 어디까지나 얼굴만 비치는 역할이었다.
"정말로 하이덴 제국으로 갈 건가요, 마리엔?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아리란드 전하는 염려로 물든 눈을 내게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그렇지도 않아요. 저는 따라가기만 하고 전쟁터 근처에는 가지도 못한답니다.아바마마께서도 그 조건으로 제 동행을 허락하신겁니다"
"지금에야 하는말이지만 그 문제로 폐하께서 많은 고민을 하셨답니다. 마리엔은 그때 일 때문에 험한 꼴을 많이 당했는데 다시 밖으로 내보내기가 얼마나 걱정되시겠어요"
"이래봬도 제가 또 한 싸움 한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별루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알고보면 아주 잘싸워요. 마법이란 써먹으라고 있는것이지요"
그 후로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봄이군요. 하지만 그때가 되면 다시 전쟁이 터지겠죠"
나는 혼잣말 처럼 중얼거렸다.
"걱정이 되나보군요. 하긴 그럴 만하긴해요. 얼마나 걱정이 되겠어요. 마리엔의 심정을 다이해합니다"
안타깝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이상 추상적으로 와 닿는 불행이었다. 그런데 소녀와 같은 그 미소에는 묘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어머, 그렇게 모른 척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살아하는 사람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건 당연한거예요. 게다가 그 사람이 전쟁터 한복판에 있다면 정말 애간장이 녹을 거예요"
아리란드 전하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되묻지 않을 수가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니요? 이해가 잘 안가는데요"
"후후후후."
"하이덴 제국의 레이만 왕자님이 아니면 또 누가 있겠어요? 두 사람 연인 이라면서요"
"........"
처늠 내가 보인 반응은 무반응이었다.그 후에 내가 본인 반응은 뻔했다
"뭐라고요? 누가그래요?"
나는 너무도 놀라 자리에서 벌썩 일어나 소리쳤다.
"지금 온 궁궐에 쫙 퍼진 소문이랍니다. 전에 마리엔이 내쫓겼을 때 레이만 왕자님이 보호해주셨다면서요. 아마 다른 곳에도 소문이 났을걸요?"
나는 아리란드 전하의 말에 다리에 힘이 쫘악 빠져 주저않다시피 도로 의자에 앉았다.
"말도 안돼요! 연인이라니. 내가 레이만 왕자와 같이 있엇던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한 달도 안된다구요. 그런데 무슨 연인이예요?:
이것도 전에 있었던 건국 기념 기난을 통째로 더한 값이다.
"사랑이란 같이 있는 시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예요.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당히 친했잖아요. 더군다나 마리엔이 어려울때 레이만 왕자가 적극 도아줬고요.무엇보다"
여기까지 말한 아리란드 전하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연신 생글거렸다.
"이번에 하이덴 제국 원조에 마리엔이 앞장섰다면서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주 열성적이었다고군요. 게다가 꼬옥! 반드시! 제국에 가야한다고 했잖아요. 이유가 곤경에 처한 은인을 돕기 위해서였죠?"
이제야 이런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돈 이유가 분명해졌다.분명히 그런 말을 하긴했다. 나는 은혜를 진 레이만 왕자에게 뭔가를 해줘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따라가겠다고 우겼다. 사실 내가 할일은 없지만 공주가 직적 방문한다는 것은 제국의 황실에 은근한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다. 나중에 라이언 왕자가 이에 질세라 파렴치한 역적 스타인베들을 그냥 보아 넘길 수없다고 나선건 의외였지만.
아마 그때 내가 한말과 적극적으로 황실의 편을 들어준 것이 어찌저찌 와전이 돼 핑크빛 헛소문이 나돈 모양이다.
"그랬군요. 몰랐어요"
내가 말을 마치자 아리란드 전하는 내 말에 수긍했다. 단지 문제라면 그녀의 눈은 내말을 믿지 않는다는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 레이만 왕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소설 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후 나는 아리란드 전하의 방을 나왔다.
다음날 나는 늦잠을 잤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밤하늘을 구경한 탓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뜻밖의 방문자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라버니? 무슨 일이시죠?"
"무슨일이긴. 우리 마리엔을 보러왔지"
우리 마리엔? 나는 이말에 상당한 불만이 생겼지만 르미엘 왕자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르미엘 왕자. 언젠가 한번 찾아가 보려고 햇는데. 과연 그속에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지?"
르미엘 왕자의 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으세요?"
"멋진 나를 생각하지 않았을가?"
"..'멋진'은 아니지만 르미엘 오라버니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정말? 마리엔. 나도 네가 좋지만 우리는 남매야. 그러니 다른남자를 찾아보는것이 어떨가? 나도 네가 사랑스럽지만 어쩌겠니. 이것이 우리의 운명인것을"
이인간이 남은 진지하게 나가는데 뭔 헛소리를 지껄이고있어? 나는 시덥지 않은 르미엘 왕자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미안, 장난이었어. 장난"
"앞으로 그런 장난은 삼가주시겠어요?"
심히 기분이 나쁘니까. 내말에 르미엘 왕자는 '그러마' 라고 했다
"그럼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물어봐도 됄까?"
"오라버니"
나는 조용히 르미엘 왕자를 불렀다
"국왕이 되고 싶습니까?"
내질문에 르미엘 왕자는 일순 당황한 듯 보였다.
"되고싶다. 솔직히 왕이 되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는 마리엔은 어떻지?"
"전 국왕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지요"
하긴 국왕에 뜻도 없는 사람을 앞에수는 귀족들은 아마없을것이다
"다시 나를 외면 할 거니?"
르미엘 왕자의 말에 나는 의문을 느꼈다. 그의말은 한번만 들어서는 이해하기 힘든 물음이었다. 다시 외면할 거라니? 내가 언제 외면했던 가? 내가아니면 마리엔인가? 하지만 이것도 이상했다. 외면했따는 것은 그전에는 외면하지 않았떤 시기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곳 오랜만이지?"
다시 이어진 르미엘 왕자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낮선 정원의 모습뿐이었다.
"내가 다섯 살때 너를 처음봤지.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어. 처음에 오빠라는 말을 내게 해줬을 때 나는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 데미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이 많아 나를 피했기 때문에 졸졸 따라다녔던 네가 더 내동생 같았거든. 너는 나를 따라서 이곳에도 많이 왔잖아"
마리엔이 르미엘 왕자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걔 성격으로 봐서 처음 르미엘 왕자를 봤을 때 손을 물어뜯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런데 왜 사이가 틀어진 거지?
"하지만 너는 나를 외면하기 시작했지. 아마 네가 크면서 왕실 사정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터였을꺼야. 그래서 네가 다시 나를 오라버니라고 불러줬을 때 정말로 기뻤다. 나는 국왕이 되고시팓. 이건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꿔보면 꿈이지. 하지만 너를 해치면서까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살짝 르미엘 왕자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눈에서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이세요? 알다시피 나는 어마마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요"
"알고 있다. 어머니는 야망이 크신분이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어머니와 너모두 소중한 사람이야"
순간 내가 오펠리우스왕비를 죽이려 해도 그가 그런 말을 할 수있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따
"그렇게 되면 나나 어마마마 모두에게 미움을 살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계실텐데요"
"알고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왕이 되고싶다. 내가 국왕이 되면 어마마마도 기뻐하실 테고, 널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물론 내 자신의야망이 아주 없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말이다"
르미엘 왕자는 크지는 않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르미엘 왕자는 적이다. 왜냐면 나처럼 다음 대 국왕을 노린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적은 아니다. 왜나면 나를 해치면서까지 국왕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으니까.
"내가 르미엘 오라버니를 어떻게 믿죠?"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얻어지는 이득이 뭐가 있겠어? 널 안심시켜 뒷공작을 벌이려 햇따면 다른 방법도 많았지. 그렇지 않아?"
르미엘 왕자는 나를 어느정도 파악하고있다. 속마음을 고백한 르미엘 왕자는 다시 한번 내게 물었다.
"나를 외면할 거니?"
"그럴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외면해도 어차피 오라버니가 끈덕지게 붙을 거잖아요"
"맞아. 그 덕분에 마리엔이 다시 나를 오라버니라고 불러줫으니까. 만약 이번에 결과가 안좋으면 그렇게 하려고 햇찌. 이번에는 좀 더 열심히 말이야"
르미엘 왕자는 내말이 기쁜지 빙그레 웃엇다. 순간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지금보다 더 열심히 붙는다면 도대체 얼마나 붙겠단 말인가. 상상만 해도 진저리가 쳐졌다. 그렇다고 내가 르미엘 왕자와 급작스럽게 사이가 가까워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르미엘 왕자를 완벽하게 믿기에는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