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 - (4) 특별한 그가 사는 법
신 도시를 가르는 멋들어진 회색의 아우디.
석중이 운전하던 틈을 타 재빠르게 조용한 차안에 그완 사뭇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틀어 놓았다. 애잔한 아리아가 차안 깊숙히 파고들 것 처럼 그 옆에 눈으 감고 있는 정선생의 눈매를 그늘져 보이게했다.
"..... 너 애인은 있는 게냐?"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없는 게로구나. 내 그럴줄 알았다. "
"..... 선생님이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제법 무뚝뚝하게 말하는 석중을 보며, 녀석의 볼기짝이라도 한대 더 떄려주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시영이 20여년동안 보아오기에 그는 썩 괜찮은 녀석이었다. 하지만, 한번도 여자문제로 골머리를 썩히는 일이 없었기에 같은 남자로써 조금 안스럽거나 불쌍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내가 상관할 일이 안이지..... 하지만, 석중아 내 놈이 얼마나 안스러운줄 아냐?"
".........?"
석중은 정선생의 말에 아연실색하며, 꼿꼿이 앉아 앞만보며 운전하던 머릴 그를 향해 돌려야 했다. 정선생은 석중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앞만 보며, 석중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쏟아 놓았다.
"그렇게 볼 거 없다. 난 그래도 사랑이란 것도 해 봤고, 남들 못 가 본 곳 도 맘대로 가봤고, 해 볼 거 다해본 퇴물에 지나지 않지만, 넌 그 나이 먹도록 그게 뭐냐? 네 밑에 있는 쫄다구들 뒷치닥 거리나 하는..... 그래 그래 너는 나름대로 보람을 가지며, 행복하게 사는 것 같겠지. 하지만 내가 볼 때 넌 무척 바보같이 살고 있잔느냐? 남자란 모름지기 자기 둥지를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모든 것이 든든한 법이지."
석중은 운전대를 꼭 쥔 손으로 정선생의 말에 차갑게 대꾸해 주었다. 요즘들어 퇴물소리를 자주 하는 정선생의 말투와 걸핏 하면 숨바꼭질 하는 그의 행동이 그를 더 스트레스 받게했다.
"그러시는 선생님은 왜..... 그 둥지를 틀지 않으시는 겁니까?"
모든 사람들이 쉬쉬 거리는 불문률 같은 말을 석중은 해버렸다. 그러나 정선생의 태도는 여전히 사람 염장지르는 표정으로 베시시 웃으며, 석중의 머릴 어린아이 쥐어박듯 꿀밤을 때려버렸다.
"아우.... 선생님!!"
"왜! 이놈아! 맞은게 억울하냐? 하하하 고얀놈. "
"운전하는 사람 때리는 건 같이 죽자는 신호라는 거 모르십니까?'
석중은 생전 정선생에게 고함한번 지르지 않고, 네네 소리만 하던 입으로 드디어 참았던 스트레스를 풀작정을 해버렸나 보다. 하지만, 정선생은 석중의 말에 크게 웃기만 했다.
"하하하하 하하하 같이 죽으며, 네놈만 억울하겠지. 하하하하"
"선생님!!!!!!!!!"
고급스런 아우디 안이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것 처럼 정선생의 웃음으로 가득찼다. 석중은 오랜만에 들어 보는 아니 먼 기억속의 추억처럼 정선생의 웃음소리를 떠올렸다.
"보기 좋으싶니다."
뚝!
석중의 뜬금없는 말에 시영은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가 석중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기 위해 잔기침으로 분위기를 바꾸었다.
"어험... 석중아 너 한국으로 가고 싶지 않으냐?"
"..........??"
갑자기 한국이야기를 꺼내는 정선생.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 했다. 정선생도 그렇듯이 석중도 어릴적 대만의 갑부집으로 입양을 왔었다. 하지만 입양된지 일년도 되지 않아 7살 석중은 양부모의 임신으로 다시 고아가 되기 일보직전 이었다. 그때 정선생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정선생의 그녀 박하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기억도 없고, 그 한국이란 나라 잊은지 오랜데..... "
정선생은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처럼 눈을 꿈뻑 거리더리 한참 만에야말을 이을 수 이었다.
"그런데..... 내 여기가 그곳이 꼭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구나..... 내가 아까 말했지. 다른 사람 못가볼곳까지 난 다 가봤다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블루나이라는 지상천국의 섬부터 미국 대통령궁. 엘리자베스여왕의 침소. 아 물론 그분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보지 못했겠지만, 쿠쿠큭.... 그런데 사실 못가본 곳이 한곳 있다. 아니 오래도 안가고 고집스럽게 버티고 말았지. 그런데 제기랄.... 이젠 참지 못하고, 자꾸만 그곳으로 가고 싶어 내 이곳이 아우성이구나......"
정선생은 자신의 가슴을 마구, 마구 때리며, 한을 토하듯 석중에게 말을 했다. 석중은 정선생의 말에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흥건히 맺히는 걸 느끼며, 자신은 잊고 있던 한국에 대한 정선생의 애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망설이지 마십시오...."
".........."
"가시라 구요. 뭐가 문제이십니까?"
정선생에게는 돈, 권력, 그리고 수많은 이세상의 실세들이 함께 해 주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래.... 문제는 없지 그런데 네놈을 데려가고 싶은건 문제가 될까?"
".......네?"
"놀라기는 너 나 없이 여기서 살수 있냐?"
정선생의 말에 석중은 운전대를 잡은 손을 하마터면 놓칠뻔 했다. 조금전 석중이 내뱉은 장난 같은 말처럼 둘다 석중이 움찔거리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뻔 했다. 정선생이 꿈에도 그리는 한국이란 땅을 밟지도 못하고......
"제 제가 왜 선생님을 따라 가야 합니까?"
잠시 숨을 고를겸 생각을 가다듬을 겸 석중은 한개피 남은 담배를 정선생에게 빼앗기기전 자신의 입에 날렵하게 물고는 담배불을 멋스럽게 붙혀서 연기한모금을 잡념처럼 날려버렸다.
"그거야. 넌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고, 훌쩍 떠나면 귀찮게 네놈의 그많은 식솔들을 데리고 비좁은 한국땅으로 올게 뻔하니까....."
멋대로 석중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정선생. 그야 말로 여태껏 자신의 부모요 형제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데려가고 싶다고 하니 , 딱히 거절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정선생이 사라지는 동시에 그를 찾아 어디든 갈게 뻔한 사실이니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주마 그대신 오래는 안됀다. 난 위회장이 숨을 멈추는 순간 그가 한 말때문이라도 이제는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사람이다. "
위회장이 한말? 오리무중? 그 의미가 무슨 뜻이길래 정선생이 저리도 눈동자를 흔들거리며, 자신의 의지를 밝히는 건지. 석중은 정선생의 말에 고개만 끄덕인체 마음속으로 궁금증을 뭍었다.
"정말 너 사귀는 여자도 없는 거냐? 그럼 쎅스는 어떻게 해결하는 게냐?"
"엑?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제 사생활입니다. 선생님!"
정선생이 생전 참견하지도 않던 여자문제를 가지고 시시비비를 따지자 석중은 무안한 마음에 차를 거칠게 출발시켰다. 그의 차가 빠르게 상해의 일부인 용양루로 향했다. 석중의 운전솜씨는 과히 나무랄수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늘 정선생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더할 나위 없이 정시영을 즐겁게 했다.
'네 놈이 안따라 오면, 내가 정시영이 아니다!!'
끼이익~~~~~~~~
따악!
"선생님 자꾸만 왜 때리시는 겁니까?"
차가 급정거를 하자 시영이 석중의 머릴 쥐어 박았다. 그래서 석중은 화가나고 어이가 없어 정선생에게 신경질 적으로 짜증을 냈다.
"왜 때리는 냐고? 고얀놈. 하나는 멋대로 이곳으로 온거. 두번째 운전을 철없는 애들처럼 신경질적으로 한거. 어떠냐 아직 한대 더 맞아야 하겠지!"
정선생이 석중의 머릴 향해 손을 들어 올리자 석중이 제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엄살을 부리며, 정선생의 손을 살짝 잡았다.
"선생님 여긴 오늘 꼭 오시기로 하셨잖아요. 뤼양루가 기다린다구요. 그리고, 운전거칠게 한건 선생님 때문이니 저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럼 편히 쉬십시요."
석중이 편히 쉬라며, 냅다 차를 돌려 달아나 버리자. 시영은 괜스레 씁쓸한 웃음이 머뭇머뭇 걸렸다. 뤼양루.... 그 아이의 방 창문이 꽤 늦은 시간인데도 그대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가여운것.
똑똑....
"뤼양루. 나다."
콩콩콩..... 철커덕...
".......... 아 아버지!"
뤼양루는 어느새 몰라볼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아비노릇도 제대로 못한 시영이 생각속의 그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난 너한테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단다. 내 사랑아....."
시영은 늘 뤼양루를 그녀의 어머니에게 부르지 못했던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내 사랑아.... 뤼양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끔찍히도 사랑했던 아버지의 품에 안겨 오랜만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선생이 모조리 피워 버린 빈 담배갑이 괜스레 원망을 담아 던졌다. 그가 뤼양루를 만나러 오는 일은 아주 특별한 일 빼고는 없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에게 위로의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석중은 그녀의 친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정선생의 의도완 상관도 없이 그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창문넘어 두사람의 포옹하는 모습이 보기좋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석중에게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오래전 뤼양루의 모습.... 앙증맞은 양갈래 머리에 유난히 빨간색을 좋아 하던 그녀가. 그의 앞에 빨간색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나풀거리며 나타났다. 석중의 나이 10살 그녀의 나이 이제 3살이될 무렵. 이세상에 그녀 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한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아직도 그녀의 모습이 눈부시게 되살아 나곤 했다. 그렇게 사랑은 석중의 가슴에 어느새 자리매김을 하고말았다. 그 사랑이 진짜 사랑이란걸 모른체....
"왜 여자가 없냐고 하셨죠?"
석중은 정선생이 무심코 던져논 질문에 혼자 스스로 답을 하고 있다. 정선생이 들으면 무척 싫어 한다는 걸 알기에 그의 앞에서 절대로 말할 수 없었던. 금기와 같던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말하고 있다.
"뤼양루를 가슴에 두고, 절대로 어느 누구도 들어 올 자리가 제겐 없는 걸요. 전 정선생님의 딸! 뤼양루를 사랑합니다."
고요한 상해의 바닷가에 술한모금 마시지 않은 자세로 담배가 그립듯 아름다운 뤼양루가 그리워 한숨처럼 그녀의 이름만 되뇌였다.
"형님."
갑작스런 원경의 목소리에 놀라 석중은 고개를 들어 어둠속을 뚫고 나온 원경의 모습을 눈에 잡았다.
"어쩐 일이냐?"
"형님이오시지 않으셔서"
"장례식장은 문제 없고.?"
"네..... 별인은 없습니다."
"그럼 너도 쉬지 뭣하러 나왔어."
"형님이 걱정되서요."
핏,
제깟놈이 날 걱정하다니..... 원경이 어느새 많이도 컷다는 생각에 기분좋은 미소가 걸렸다.
"너..... 여자 있냐?"
정선생이 그에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하고 말았다. 당연히 잘난 인물 원경이 애인이 없을리 없다. 자신처럼 숙맥도 아니고......
"네. 있습니다. 소휘 아시죠?"
"커다란 중식당을 하는 아들만 셋인 집의 막내 고명딸 말이냐?. 그애와 사귀는 줄 몰랐구나."
"네...."
숙스러운 듯 원경이 뒷덜미를 매만졌다.
"그래. 좋으냐?"
"네?"
"좋냐고, 그녀와 잘 지내는 거냐?"
"네... 서로가 좋으니까요."
다행이란 마음으로 원경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나 보다 낳은 놈이군.'
"저 그런데 정선생님은 뤼양루양에게 가신 겁니까?"
"... 너도 알고 있었냐? 눈치한번 빠르군."
"전 다만, 형님도 이제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셨으면 해서요."
원경의 말에 석중이 뜨악하는 얼굴로 당황해 하는 모습을 비쳤다.
"눈치 빠른건 좋은 거다. 하지만 때론 모른척좀 해다오. 아직은....."
"제가 볼때 형님 정도면 정선생님도 마다하시지 않을 겁니다."
"그래 어쩌면..... 그는 특별해서 남들보다 사는 방식이 남다르지.... 너 그거 아냐?"
"네? 무얼 말입니까?"
석중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모시고 있던 정선생의 일화를 이야기 해주고 싶은 작은 충동으로 원경을 바라보았다. 제법 입이 무거운 놈이니 믿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분은 소매치기 전과자였다. 하지만, 그분에게 아주 특별한 그녀가 계셔서 그길을 벗어나 지금의 영웅과도 같은 분이 되셨다. 머리가 좋은 그에게 공부도 물질적으로도 부귀영화 모든것을 한손에 쥐게 해준 그분.. 눈부시도록 아름답던 그분이 바로 뤼양루의 어머니시다. 아주 특별한 그분의 특별한 그녀 였지."
어스름한 불빛 처럼 예전 그들의 모습이 석중의 눈에 가득차 올랐다. 한아름의 달무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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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여전히 엉뚱한 저의 상상력이 석중과 시영 그리고 박하를 탄생시켰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월요일 현중일이라서 하루 더 쉬는 군요 ^ㅡㅡㅡ^***
앗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