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인형
indian doll - 나는 죽었다. 그리고 부활했다.
Indian doll
다시 어둠이 내리면 혼자라는 게 나는 싫어 ♬
불빛 거리를 헤매다 지쳐 버리면 잠이 드네.
그댄 그렇게 내게 남겨 둔 인형처럼 쉽게 웃으며 떠나갔지만
나의 마음은 인디언 인형처럼 워~
까만 외로움에 타 버렸나 봐. OH MY BABY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픈 추억이 너무 많아 ♬
지난 일들을 잊으려 비를 맞으며 걸어가네.
그댄 그렇게 내게 남겨 둔 인형처럼 쉽게 웃으며 떠나갔지만
나의 마음은 인디언 인형처럼 워~
까만 외로움에 타 버렸나 봐. OH MY BABY
인디언 인형 - 01. 까만 폭풍우의 밤
산 하나도 무너뜨릴 것 같은 기세의 빗줄기를 뚫고 검은 차가 인적이 드문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3000cc 중형차였다. 타고 흐르는 빗줄기마저 검은 색으로 보일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최신 세단 창문은 뜨거운 여름의 햇빛마저 몰아낼 정도로 검게 썬팅이 되어 있어 누가 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음악 좀 줄여 봐.”
뒷좌석에 앉은 덩치가 크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말했다. 라디오에선 15년이나 지난 옛날 댄스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손가락만한 비가 내리는 야밤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라 선곡 담당자가 누군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따뜻한 방송국에 앉아서 잠이라도 깨고 싶은 거겠지. 사람은 자기 형편 외에 생각하기 힘든 동물이라니까. 재면은 갑작스레 짜증이 났다.
“네가 입 다물고 고집을 피워도 소용이 없어. 세상은 네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우리도 마찬가지고.”
재면의 옆에 앉은 여인은 20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화장기가 없는 청순한 얼굴은 가냘파 보였고 소매가 없는 원피스를 입어 드러난 어깨의 선은 고왔다. 그러나 입은 고집스럽게 다물고 있었다.
“내려 줘! 내려 달란 말이야!”
마치 인형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운전자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운전자는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녀의 양옆에 있던 남자들은 양팔을 잡아 저지했다. 팔을 움직일 수 없자 이번엔 발로 운전석을 계속 내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한 밤의 차안은 여자의 울부짖음과 남자들의 고함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차 세워!”
재면의 고함에 운전자는 어리둥절해 했다.
“차 세우란 말이야! 지가 원하는 데로 여기다 내려 줘. 이 비 쫄딱 맞다 보면 지도 생각 드는 게 있겠지. 어디 원하는 데로 고생 해보라고 해.”
재면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안 운전자는 차를 세웠고 재면은 문을 열어 재꼈다. 그리고 순간 멈칫한 여자를 도로에 내동댕이치고 문을 닫아 버렸다. 차는 망설임 없이 출발했고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곁에 남은 건 어두움과 그녀의 울음소리조차 묻어 버리고 있는 빗소리뿐이었다.
리진은 걷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 하지 않을 거야. 내 인생을 찾을 거라고. 내가 웃고 싶을 땐 웃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 곁에 있고 싶을 땐 있을 수 있는 자유를 되찾을 거야. 어깨에 내린 비는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조금씩 체온이 떨어지는지 손으로 팔을 감싸 보았지만 이가 부딪힐 정도의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있는 곳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기 위해서였다.
한적한 도로에 또 다른 차량이 들어서고 있었다.
“이 야밤에 가야겠어? 내일 가도 되잖아. 꼭 우리 부모님들이랑은 같이 있기 싫어하는 사람 같아!”
“내일 간다고 부모님들이랑 더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내일 아침 먹고 나온다고 하면 더 불편만 드릴 것 같고. 그리고 내일은 오전부터 차가 막힐 거야. 그럼 제대로 쉴 수도 없다고.”
“그래도 비도 이렇게 많이 오는데.”
인영은 남편이 못내 서운했다. 세 달 만에 찾은 부모님들이 전보다도 훨씬 연로해 보여서 마음이 좋지 않은 판에 그렇게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험한 길을 운전하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기 싫었기에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머, 뭐야! 저거 사람이야?”
“태워달라고 하는데.”
“뭐야? 태울 거야? 이런 곳에 있는 사람이 있다니 이상하잖아. 태우려 세우면 갑자기 남자들이 달려들지도 몰라. 강도일지도 모른다고.”
남편은 이번에도 인영의 말을 듣지 않았다. 차는 원피스만 입고 빗길에 서 있는 여인 앞에 멈춰 섰다.
여자가 들어서자 차 안은 순식간에 물 냄새로 가득 찼다. 비 냄새, 물과 살 냄새가 섞인 향, 젖은 옷에서 나는 냄새. 그리고 옅지만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인영은 남편에 대한 반항심으로 차에 타는 여자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야심한 밤에 혼자 비를 맞고 서 있던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누를 수는 없었다. 인영은 살며시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뒤를 살폈다.
“어머, 혹시 강리진 아니에요?”
남편도 놀라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강리진. 탤런트인 그녀의 이름은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거론할 필요없이 온 국민이 다 알 정도였다. 인영은 그런 여배우를 그것도 이런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친 것에 놀라 몸을 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는 화면에서 본 그대로였고 얼굴은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방금 전까지 폭우 속에서 서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화사했다.
“수건 있나요?”
리진의 목소리를 듣자 꿈같은 상황이 실제로 느껴졌다.
“있긴 한데 지저분해요.”
리진은 수건을 받아 들었다. 쾨쾨한 냄새가 나는 수건을 들자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기획사로부터 협박을 받고 길 가에 버려진 신세. 리진은 냄새가 싫었지만 차가운 물기를 털어냈다. 다행히 몸에서 냉기가 가시는 것 같았다.
“가까운 호텔까지 부탁드립니다. 아무 호텔이라도 좋아요. 나중에 사례는 꼭 하겠어요.”
리진은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 호들갑스러운 여자의 부탁으로 여러 장 사인을 해야 했다.
호텔방은 생각보다는 실망스럽지 않았다. 리진은 들어서자마자 서둘러 옷부터 벗었다. 알몸이 된 그녀는 가운을 걸치고 전화기부터 찾았다.
“오빠!”
[거기 어디야? 처음 보는 번혼데.]
“기획사 사람들이 도로 한가운데 버리고 갔어. 그래도 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몸은 괜찮은 거야?]
“춥지만 괜찮아. 내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 세 달만 기다려. 그럼 우리 사람들 눈치 안 보고 만날 수 있을 거야. 나 다 그만 두고 싶어. 오빠랑 결혼해서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 미안해. 편안한 사랑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아도 돼.]
“여기로 올 수 있지? 호텔비도 못냈어. 다행히 얼굴 알아보고 방 내주더라. 갈 곳이 없어서 들어오긴 했는데 빨리 나가고 싶어. 나 씻고 있을 게 빨리 와.”
[리진아, 나·····, 못가.]
“응?”
[나 더 이상 널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힘들다. 나도 편한 사랑이 하고 싶어. 아니, 평범한 사랑. 아마 부모님들도 널 만나는 걸 알면 반대할 거야.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까지 유명인 행세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오빠! 무슨 말 하는 거야! 지금 헤어지자는 말이야?”
[끊을 게. 앞으론 전화해도 못 받을 거야. 그리고 마주쳐도······ 우리·······, 아는 척 하지 말자.]
전화는 끊겼다. 리진은 믿을 수 없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는 이미 꺼 놓은 상태였다.
“이제 됐습니까!”
소리치는 준기의 옆에는 검은 양복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잘 들었습니다. 그 말로만 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빨리 나가 주시죠!”
“이별을 했으니 슬플 시간이 필요하다 이겁니까? 제게 그런 눈 뜰 필요 없어요. 나도 좋아서 하는 일 아니니까. 약속 믿겠습니다. 앞으로 연락하는 걸 보게 된다면 알죠?”
그는 준기의 손에 쥐어진 사진을 가리켰다.
“어서 나가요! 나가!”
남자가 나간 후에 준기는 자리에 앉아 오열했다.
‘우린 왜 이래야만 하니! 왜!’
그의 손에 쥐어진 건 리진의 나체 사진이었다.
아, 저질러 버리고 말았습니다.
두어번이나 연재를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한 글입니다.
연재 분량 두둑히 안고 인사드리려 했는데
그러다간 7월 중에 인사드릴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구요.
그래서 확!
오늘, 지금 방금 1편만 쓰고는 연재 시작에 돌입한 용감한 나비랍니다.
응원 많이 주실 거죠?
짧아도 매일 연재
지금의 목표랍니다.
나비는 여러분의 응원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