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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 길들이기 (36부)

베리소다 |2005.08.02 19:17
조회 595 |추천 0

" 나와줬구나...."

하면서 나를 반겨주는 세강이다. 그럼 안나올 줄 알았나...? 핸드폰을 보니.. 내가 10분을 늦긴 했다.

" 오래.. 기다렸어...?"

예의상 물어봤다.. 그런데 이 아이...

" 음.. 1시간 전부터 기다렸어..."

뭐...? 약속 시간은 3신데.. 왠 1시간 전부터...?

" 왜...? 우리 3시 약속 아니었어...?"

" 그냥.. 내가 그러고 싶었어.. 먼저 나와서 기다리면.. 뭐랄까..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설레임..

기대.. 그런게 난 좋아.. "

이 아이.. 말하는 거.. 왠지 좀 느끼하다.. 어쨌든..1시간 먼저 와 기다렸든.. 난 약속시간에서 10분밖에

늦지 않았으니..

그런데... 세강이가 자기 볼을 가리키며.. 나를 쳐다본다..  뭐.. 내 얼굴에 뭐 묻었나...?

나는 몸을 홱~ 돌려서 얼른 손거울을 꺼내 보았다. 집에 나서기 전에 잠깐.. 현관에 있는 거울을

보고 나오긴 했지만.. 뭐..묻진 않았는데....

" 그거 뭐야....?"

하면서 자꾸 볼을 가리킨다...

" 뭐.. 말하는건데...?"

" 그.. 분홍빛깔.... 그거..."

아.. 볼터치~ 오늘 좀 진하게 됐나...? 음.. 좀 그렇네.. -_ -;;;

" 이거...? 볼 화장한거야.. "

" 이뻐..."

하면서 배시시 웃는 세강이다. 나는 민망하기도 하고.. 이 아이의 말투며..사고방식..너무나도 생소해

같이 있기가 좀 뻘쭘했다..

" 난 어때...?"

하면서 난데없이 물어보는 그 아이다.

" 뭐가...?"

" 나 오늘 너 만난다고.. 안입던 빨간 니트 입었는데.. 서영이한테 물어보니까.. 니가 빨강색을 좋아한다

길래...."

벌써 사전조사까지 마친것인가....? 나 때문에 빨강색 니트를 입고 왔다고는 했지만.. 왠지 그 아이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순간 예전 생각이 났다. 고 3 때 야간자율학습을 끝나고 정류장에 내려갔더니...

현욱이가 빨간모자.. 빨간색 티 , 빨간색 반바지.. 빨간색 운동화..를 입고와 나는 물론이고 내 친구들

까지 깜짝 놀래켰는데.. 그때.. 서영이는 현욱이더러 고추장에 찍은 멸치라고 했다.. 너무 마른 체격에..

온통 빨강색으로 치장을 해왔다고.. 어쨌거나.. 날 위해 그렇게 찾아온 현욱이가 너무 이뻐.. 다른 사람

이야 보든말든.. 볼에 뽀뽀를 해줬었는데..  

" 하...은아....?"

오마나.. 내가 잠시 헛생각을 하고 있었다....

" 무슨..생각을 그렇게 해...? 나 오늘 별로야....?"

아.. 맞다.. 빨강색 이야기 하다가.. 내가 잠시 헛생각을 한거구나....

" 아니야.. 잘 어울려 보여...."

" 고마워.. 근데 오늘 날씨 너무 덥다.. 우리 시원한 거 마시러 갈래...?"

우린 커피숍에 들어가기로 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나는 체리콕을

시키고.. 그 아이는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 이렇게 같이 있다니.. 꿈만 같아...."

또 그 아이.. 느끼한 말투가 시작된다.. 마치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연극이나.. 영화에서 꼭 대본에

짜여진 그런 말투다. 곧 주문한 체리콕과 레모네이드가 나왔다..

세강이는 레모네이드를 한모금 마시더니...

" 이야~ 시원하니 정말 맛있다.. 하은이 너도 레모네이드 마셔볼래...?"

난 사실 레몬이나.. 신 음식 종류는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 아니.. 난 레모네이드 별로 안좋아해...."

" 아.. 그렇구나.. 아.. 너 혹시 사진 있어...?"

사진.. 맞아.. 지난번에 내가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현욱이 사진 2장을 몽땅 잃어버렸었지... 그 후로..

친척분이 지갑을 선물로 해 주셔서 조그만 빨강색 반지갑을 가지고 있다.. 몇개 없다던 현욱이의,,,

사진을 내 실수로 잃어버려.. 나는 그 뒤로 차마 또 달란 소리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학교 오면서

학과사무실에 내라고 해서.. 새로 사진을 찍었던 모양이다. 그리곤.. 선주랑 윤정이에게도 그 사진을

하나씩 주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난 슬그머니 윤정이에게.. 그 사진을 달라고 했었다.. 윤정이도 별 말

없이.. 주었었는데..

" 지갑 좀 구경해도 되...?"

뜬금없이 지갑을 구경하잰다. 아.. 현욱이 사진 있는데.. 뭐.. 깊숙히 넣어두긴 했지만.. 세강이가...

거기까지 손이 미친다면....

" 그다지 볼 거 없어.. 돈 밖에 안들었거든.. 니 지갑은 뭐.. 두둑히 든것 같다..? 두꺼운데...?"

그러자 자기 지갑을 열더니.. 친구들 사진이며.. 자기 사진을 보여준다.. 매우 어렸을 적 사진도...

갖고 다니고 있었다.. 그 사진들 속에는 영기 사진이며.. 서영이가 맘에 들어하던 그 남자애의 사진도

들어있었다...

" 아.. 얘 이름 뭐야...?"

나는 서영이가 맘에 들어하던 그 아이 사진을 빼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세강이는 왠지.. 좀

경계시하는 눈빛으로

" 이정우... 그건 왜...?"

" 아.. 서영이가 얘 맘에 들어한다해서.. 연결 시켜달라하대...?"

"  서영이가....?"

그제야.. 씩.. 웃으면서.. 정우라는 애한테 말해보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도 그 아이는 쉴 새 없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진실대로.. 아는 것만큼.. 대답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 아이..

나에 대해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것이 많은지.. 정말.. 이 아이가 더 궁금해진다..

" 술을 잘 마시나봐....?"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물어본다...

" 술...? 아니.. 갑자기 왜 그런걸 물어봐...?"

" 지난주에도 일주일에 2번이나 우리 가게에 왔었자나.. 첨엔 니가 술꾼인가 싶었는데..."

하면서.. 슬쩍 웃는다. 술꾼은 서영이지...내가 아니라구.. 난 이제 겨우 술에 입을 대기 시작했는데뭐..

" 아.. 그런데 어떡하지...?"

" 왜...?"

" 너 그때 친구 2명이랑 우리 가게 온적 있지...?"

" 응.. "

" 정우가.. 그때.. 얼굴 하얀 애.. 볼 통통하고.. 걔 맘에 들어했었는데..."

" 아.. 미영이~"

" 이름이 미영이야...? 내가 사실은.. 그때 손님이 몇 없어서.. 너네 쪽 테이블 자꾸 쳐다봤었거든..."

" 알고 있었어...."

" 그래..? 티가 많이 났나부네...? 내가 정우랑 영기한테 너 맘에 든다고 하니까.. 영기가 펄쩍 뛰더라?

정우는 옆에 있는 그 미영이란 애가 훨씬 낫다고 하고..."

" 미영이가 이쁘긴 하지.. 피부도 좋고.. 착해...."

" 아니.. 내 눈엔 너만 보였어...."

아.. 이 또 뻘쭘한 분위기.. 이 아이는 도통 뻘쭘함을 모르는 것 같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어쩜..

이런 낯 뜨거운 말을.. 술술..쉽게도 잘 하는지...

" 너도 나한테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봐...."

궁금한것..? 그다지.. 궁금한 건 없는데...... 아...

" 넌 그럼 무슨 색깔 좋아하는데...?"

" 난.. 연두색이랑 녹색을 좋아해..."

특이한 색을 좋아하는구나....

" 왜...?"

왜라고 물어보는 나도 특이하다....

" 맘이 따뜻해져.. 봄이면.. 들에서나.. 나무에서나.. 다들 초록빛깔 새순이 돋자나.. 새 생명이 움트는..

그 작고 고귀한 생명이.. 얼마나 위대해...."

아무래도 이 아이는 나랑 코드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그치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세강이가

더욱 궁금해져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커피숍을 나왔다..

"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내 의견을 먼저 물어보는 세강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 그럼.. 우리 노래 부르러 갈래...?"

난 또 예전에 현욱이랑 오락실 노래방을 갔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절대 다른 남자들 앞에서.. 노래 ..

부르지 말라고 장난섞인 경고를 했었었는데...

" 가기..싫어...?"

또..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재차 물어보는 세강이다...

" 아니.. 가자.... 가...."

그런데 이번 오락실 노래방에 있는 기계는 좀 달랐다. 두 사람정도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인데...

둘이서 해드폰을 끼고 노래를 부르는 그런 곳이었다. 왠지.. 같이 있는 공간이 더 좁아지다 보니...

몸이 절로 움찟..해졌다. 손수 내 머리위로 해드폰을 끼워주었다.. 그러더니.. 동전을 넣고는...

번호를 누른다.. 유리상자의 " 사랑해도 될까요..."다....

난 그다지 유리상자 노래는 좋아하지 않는다. 발라드.. 랩.. 댄스.. 다 좋아하지만.. 발라드 중에서도

그냥 조용한 발라드보단.. 락발라드 종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아이는.. 내 앞에서...

그 노래를 정성껏.. 불러주었다... 그래도 현욱이만 하지 못한 노래실력이다. 노래가 끝나고..나는..

박수를 쳐 주었다...

" 하은이 너는 어떤 노래 좋아해...?"

" 나...? 그냥 다 좋아해..."

" 니가 좋아하는 노래로 불러줄께... 말해봐...."

흠.. 내가 좋아하는 노래...? 싸이의 " 끝" , MC 스나이퍼 "BK LOVE", DJ DOC의 "비애.." 정도...?

이런 노래들을 나열하자.. 이 아이..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이 아인.. 랩엔 약한가 보다..

" 음.. 그럼 조성모 노래 불러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몇가지 "

" 아.. 그 노래..? 2번인가 들어봤는데.. ....."

내 표정을 살짝 살피더니.. 버튼을 누른다..

" 오늘은 그냥 못 불러도 이해해줘.. 나중에 열심히 연습해서 더 잘 불러줄께..."

하면서.. 그 아이는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부분은 좀 떨리고 어색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 불렀다..

그런데 클라이막스를 치닫을 때는.. 정말.. 음정..박자 완전 무시하는 자기 맘대로 노래를 불러댔다..

그래도 열심히 부르는 그 모습이 가상했다..

 

어느덧.. 저녁까지 먹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자..집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내가 집에 가겠다고 하자..

정류장으로 바래다 준다.

" 오늘.. 어떻게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 재미있었어.. 즐거웠구..."

" 정말..? 다행이다.. 난 내심 조마조마 했는데.. 괜히 만났다.. 생각 들어할까봐..니가..."

이 아이..조금은 소심하기도 하다...

" 아니야.. 그런 걱정 하지마.. 나 재밌었어..."

그때 쩌만치 집으로 가는 버스가 왔다..

" 나 이제 집에 가 볼께.. 안녕~"

하면서 버스에 올라탔다.. 그 아이.. 뒤에서 손을 흔들어 준다.. 나는 맨 뒷좌석으로 올라앉고는...

창밖을 내다봤다.. 그런데 그 아이 세강이가 보이질 않았다.. 뭐야.. 인사하기도 전에 먼저 가버린건가?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를 했다.. 깜짝이야.. 버스에서 구를 뻔했네.. 코 다치면 안되는데...

이게 얼마 짜리고.. 얼마나 모진 고통속에서 참아낸 결과물인데.. 그런데.. 버스 앞문이 열리면서...

세강이가 버스에 올라탔다.. 뭐야...? 이 버스를 왜 타....? 자기집 방향이랑 반대방향인데....

요금을 내고는.. 내 쪽으로 천천히 웃으면서 다가오는 그 아이.. 내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나는 놀래서는.. 그 아이를 계속 쳐다봤고.. 그 아이는.. 계속 앞만. 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뭐야.. 진짜...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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