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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53

내글[影舞] |2005.08.29 12:39
조회 391 |추천 0

한님(桓雄)의 구슬 - 53   - 내글[影舞]

 

 

“…!” 

순간 기루 안에는 작은 탄성과 침묵이 흘렀다. 그 누구도 정민의 움직임을 정확히 본 사람은 없었다. 단지 손에 들고 있던 부채에서 뿌려지는 한기로 인해 하얀 연무만이 정민이 움직였던 궤적을 따라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문자 그대로 찰나 지간에 여섯 명의 사내가 두드려 맞고 여기저기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장정들을 쓰러뜨리기 전까지 유생으로만 보였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고 그 자리에는 주위를 질식시킬 것 같은 강한 기를 온몸에서 발산하고 있는 당당한 사내가 서 있었다.

“흥, 너희들이 뭘 노리는지 몰라도 오늘 나를 잘못 건드렸다.”

정민의 부채가 다시 한 번 휘둘러지고 정민은 거침없이 기루를 걸어 나갔다. 정민의 거침없는 행보를 막고서는 자는 없었다. 아니 그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정민의 걸음을 막고선 탁자와 의자들이 정민의 몸에서 내뿜는 호신강기로 인해 밀려나거나 부서졌고, 가까이 서있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밀려나며 비틀거리거나 쓰러졌다.

- 끼기기!

“뭐, 뭐야!”

- 끼이익!

_ 와장창!

정민이 기루를 벗어나자마자 기루 안에서 기분 나뿐 소음이 여기저기서 나기 시작했고, 이층에 있는 기물들이 심하게 흔들리며 여기저기에서 그릇과 집기들이 떨어져 깨지는 등 마치 지진이라도 난듯했다.

“무, 무너진다!”

“피해라!” 

“까악!” 

- 와르르, 꽝!

‘제기랄, 기분 더럽군! 누군데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야?’

정민은 지금 보는 사람에게도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로 위태로운 모습이었지만, 본인은 커다란 잣나무 꼭대기에 있다는 걸 무색하게 만들고 마치 평상에 앉아 있는 듯 태평하니 술병을 끼고 앉아 있었다. 정민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은 기루를 나오면서 탁자위에 있던 것을 챙긴 것인데 술 이름이 뭔지 몰라도 국화향이 도는 게 마실만했다. 비록 이층짜리 기루 하나를 폭삭 주저앉게 해놓고도 전혀 풀리지 않는 더러운 기분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변변한 안주도 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민이 지금 취하고 있는 자세는 흔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무공이 높다하더라도 술을 마시면서 나무 가지 끝에 앉아 있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정민은 그렇게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치 난 이런 놈이니까 건드리면 죽어라고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민이 백두산을 향해 가지 않고 이렇게 미적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는 건 기루에서부터 이유모를 끈적끈적함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루에서 있었던 이필구하고의 시비는 거의 매일 일어나는 별일 아닌 조그만 시빗거리였는데 필요이상으로 과격하게 반응했던 주인의 태도도 그렇고 그 후에 기루 안에 있던 사람들의 행동도 이상했다는 거였다. 들어 갈 때와는 달리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많은 사람이 불어나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무언가 꼭 봐야겠다는 호기심 어린표정도 그랬다. 게다가 그들이 지니고 있는 내공도 무시 못 할 수준의 소유자들도 많은 수가 있었다. 그런 소동을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정민의 뒤를 특별히 쫓는 자들도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우아, 열 받네!”

기루를 박살내 버렸지만 성을 떠나지 않고 계속 성안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눈을 찾기 위해서였다. 계속해서 따르는 무언가에 대한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면 백두산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 귀찮아 질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거푸 술을 넘기면서도 운기를 하며 술기운을 몰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맹물을 마시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청력을 돋워 주위를 계속해서 살폈지만 특별히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다.

‘흥, 누가 이기나 보자고! 어, 가만…!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거 같은데…, 그, 그래 마, 맞다. 거지들…! 제기랄, 이거 진짜로 거지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있는 거야!’

정민은 들고 있던 술병을 하늘을 향해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갑자기 잣나무에서 사라졌다.

‘어라, 어디로 갔지?’

잣나무 꼭대기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정민을 곡예를 보듯 경이적인 눈으로 지켜보던 송동평은 당황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갑자기 사라진 정민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개봉의 소주분타 소속인 송동평은 개방에 들어온 지 오년밖에(?) 되지 않은 스물을 갓 넘긴 자였다. 무공에는 영 소질이 없어 같이 들어온 동료들의 대부분이 이결제자가 되었지만 그 혼자만 개방에 처음 들어올 때랑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분타에서도 하는 일이라는 게 비럭질도 제대로 못해 밥이나 축내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이리저리 차이는 게 전부였다.

이렇게 한심하기 이를 때 없는 송동평에게 보름 전에 개방에 들어온 뒤로 한 번도 없었던 일, 그러니까 처음으로 일이라는 것이 주어졌다. 물론 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 들어온 신참들과 무공을 익히지 못했거나 자신처럼 무공을 익혀도 소질이 없어 익히지 않은 것만 못한 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임무였는데, 아주 간단했다. 인물파기에 그려진 한 사람을 찾으라는 임무였다. 호남형의 깨끗한 얼굴을 가진 자였는데 이름은 없었다. 비슷하기만 해도 무조건 상부에 보고하고 뒤를 쫓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공을 익혀 조금의 내공이라도 있는 자는 무조건 이일에서 제외되었고, 문자 그대로 진짜 거지들에게만 이 임무가 주어졌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무공을 익힌 자들은 이 사내를 보는 즉시 몸을 피하라는 명령도 따로내려졌다. 그 후로 보름동안 송동평은 소주 일대를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 최초로 발견한자에게는 무조건 이결 제자로 인정을 해주겠다는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자는 하나도 없었다. 아니 한두 명 있긴 있었지만 나이대가 맞지 않았고, 소주에서만 20년 이상 산자들이었기 때문에 괜히 분타 주에게 말했다가 얻어맞기만 했다. 그중 한명은 분타 주의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더 맞았다.

송동평은 거의 자포자기가 되어 아침부터 동문에 앉아 비럭질을 하고 있는데 인물파기에 있는 그대로를 판에 밖은 인물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즉시 지시받은 대로 비표를 남기고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자가 홍화루에 들어가자 다시 한 번 분타에 연락하였다.

그러자 소주 이곳저곳에 있던 무림맹의 고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자의 뒤를 놓치지 말고 추적하라는 명령도 다시 받았다. 물론 곧바로 이결 제자에 준하는 대우도 보장받은 건 물론이었다. 이 각도 못되어 그자가 화가 난 표정으로 홍화루를 나왔고, 잠시 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기루 건물 전체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홍화루에 있던 자들의 태반아 빠져나오지 못하고 매몰되었고, 그들을 구출하기위해 개봉 소주분타 전원의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송동평을 포함하여 무공을 익히지 않은 몇몇에게는 계속해서 그를 쫓으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송동평은 그자의 뒤를 쫓다가 잠시 동안 흔적을 잃어버려 난감해 하며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다가 나무꼭대기에 곡예사처럼 앉아 술을 마시는 걸 발견하고 다시 감시하고 있었다.

‘헤헤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는데, 나도 이제 이결제자가 되는 거다! 이젠 소걸이 그놈도 날 무시 못 할 거야! 외호를 뭐라고 지을까? 옥취개, 공취개, 만…개,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분타주에게 멋진 걸로 하나 지어달라고 해야지.’

기쁨도 잠시, 다시 그의 자취를 잃어버리고 이곳저곳을 살피던 송동평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 졌다. 송동평이 서있던 자리에 유령처럼 정민의 모습이 드러났다.

‘에구, 냄새가 장난이 아니군! 이로서 이 주위에 있는 거지들은 다 잠재운 셈이군. 그런데 이상하네 하나같이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없으니…. 혹시,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건 아닐까? 괜히 죄 없는 거지들에게 화풀이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정민은 악취를 참으며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거지의 몸을 뒤져보았다.

‘어라, 거지가 웬 깨끗한 비단 천을…? 어디서 본… 엥, 이건 내 얼굴인데! 그럼 그 남궁청이란 놈한테 건 최면이 이미 풀려 제정신을 차렸단 말인가? 아니지, 깨어났다면 빨라야 어제일 것이고, 게다가 그곳과 이곳은 아무리 빠른 전서구를 써서 연락을 취한다고 해도 꼬박 하루길이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정도의 그림까지 그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나오는 건 돌가루가 아니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황당함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헷갈림뿐이었다. 일단 더 이상 거지들이 자신의 뒤를 쫓지 못하도록 막는 게 우선이었다.

‘뭐야, 내가 사람 죽인 현상수배범도 아닌데 이렇게 얼굴 그림까지 그려가지고 쫓는…, 맞다, 얼굴! 이 얼굴만 슬쩍 바꾸면…, 그렇게 하면 이 그림도 소용이 없어지겠지, 후후후!’

정민은 얼굴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머릿속 장서에 있는 내용들은 상상할 수 없는, 아니 대체로 무림인들에게는 일반적이었지만 정민에게 만큼은 먹을 걸 토하고 싶은 엽기적인거였다. 사람의 가죽을 벗겨 만드는 인피(人皮)면구(面具)라는 것을 만드는 법과 사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사람가죽으로 변장할 수 있는 가면을 만드는 것인데 도저히 정민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구역질나는 일이었다.

‘그, 그럼 그, 그때 짝퉁선녀가 얼굴에 쓰고 있던 거…, 그것도 사, 사람가죽으로 만든 거란 말이야! 어쩜…! 아니야 모르고 썼을 거야. 그냥 아랫사람들이 구해다 준걸 멋모르고 쓴 게 틀림없을 거야. 그게 맞을 거야!’

굳이 그 인피면구라는 것을 구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도 아니지만 도저히 사람 가죽을 벗겨 만든 걸 쓰고 다닐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성 밖에 있는 공동묘지에 가면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쯤 구하는 건 일도 아니고 인피면구를 제작하는 법이 자세히 적혀있는 책도 머릿속에 있었다. 게다가 그 내용에는 속성으로 제작하는 방법에다, 살아있는 사람의 낯가죽을 벗기는 법부터 방부처리해서 만드는 법까지도 아주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꼭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엽기적인 방법밖에 없는 건가? 다른 방법을 찾아 다시는 짝퉁선녀도 사람 가죽을 쓰고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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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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