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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막 : 복수자 #15~#16

J.B.G |2005.12.28 13:28
조회 48 |추천 0

#15

어의는 어명으로 일주일에 두 차례 씩 미란의 저택을 방문했다. 그리고 저택 내의 사람들도 매일 그녀에게 음식을 날랐다. 다만, 적포청의 선별된 병사들이 지키는 그녀의 방에 직접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집사 뿐이었다.

 

창원군의 집.

그는 집사를 불러 무엇인가를 명하고 있었다.

 

“오늘 어의가 군사의 집을 나서거든 그를 나에게 데려오도록 하게.”

“어인 일로…”

“내 몸이 심히 불편해서 그렇다네.”

“몸이 불편하시다니요?”

“자네는 그리 알면 되네. 어의에게는 내가 병환을 얻어 도성의 모든 의원에 보여 보았으나 차도가 없다 하게. 황제도 그러한 일로 어의가 내 집에 들렀다면 크게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네. 그러니 자네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게.”

“알겠습니다. 나리.”

 

날이 저물어서야 미란의 집을 나와 황도로 향하던 어의는 창원군이 보낸 집사의 청을 받게 되었다. 그는 황제의 숙부인 그의 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그의 저택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부르셨습니까? 나리.”

“오랜만이군. 그래…”

“송구합니다. 나리.”

“내 어린 시절에는 자네의 부친께서 내 병을 보아 주셨다네.”

“소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창원군은 그에게 미리 준비 된 술을 한잔 따라 주었다.

 

“내 술 한잔 받게나.”

“…”

 

어의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으나 거절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창원군의 술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받아 든 술에 혀를 대는 순간 강한 두려움과 함께 멈추어 섰다.

 

“왜 그러는가? 어의…”

“…어째서 황제의 어의를 죽이려 하는 것입니까?”

 

어의가 이리 말하자 창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 하! 하! 역시 어의로군. 혀 끝의 감각만으로 그 술에 독이 든 것을 알다니 말일세.”

“나리?”

“너무 노여워 말게나. 내 자네가 어의기에 맹독을 마시고 죽어도 스스로 살 수 있을까 해서 한번 시험해 본 것이네. 하! 하! 하!”

“…”

 

이리 말하고는 창원군은 다시 어의에게 물었다.

 

“자네가 명의이기 때문인가?”

“…”

“그래서 황제는 자네에게 죽은 자를 살리라 명한 것인가?”

 

창원군의 이 말에 어의는 그만 들고 있든 잔을 떨어뜨렸다.

 

“이런… 도포자락이 다 젖지 않았는가?”

“…!”

 

창원군은 얼굴빛이 창백해진 어의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소인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미란을 비롯해서 유란, 함덕 장군이 병환으로 칩거 중이네. 이것은 나라의 큰 우환이 아닐 수 없네. 그렇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간구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황제는 이러한 국가의 중대사를 덮어두려고만 할뿐, 전혀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네. 지금 황제가 판단을 그르쳐서 일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은 범인을 잡기 위한 미란 군사의 책략 입니다.”

“닥치게! 나를 기망하려는 것인가?”

“나리?”

“어허! 그래도!”

 

어의는 마침내 물러날 없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는 처음부터 이 길로 들어서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말하게! 그들은 모두 죽었다! 그렇지 않은가?”

“…”

“어서 사실을 고하게! 그래야 나만이라도 대책을 간구할 것이 아닌가?”

“저…”

 

어의는 어명으로 이 일에 함구해야 했으나,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모… 모든 것이 나리께서 말한 대로 입니다. 그들은 모두… 암살 되었습니다.”

“뭣이?”

 

어의의 이 말에 창원군은 크게 놀랐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모두 암살되었다는 대목에서였다.

 

‘암살… 이라고? 틀림없이 싸운 흔적이 있었다고는 해도… 정말로 암살되다니…?’

 

창원군은 잠시 말이 없이 침묵하더니 어의를 곧 황궁으로 돌려보냈다.

 

“이 일은 자네와 나만 아는 것이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만 환궁하게.”

“네. 나리…”

 

그렇게 어의가 돌아가자 그는 곧 집사를 불렀다.

 

“집사 있는가?”

“네! 나리.”

“그를 부르게.”

“알겠습니다.”

 

어의를 물린 그는 자신이 부리는 첩자를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밀지를 전국 각지의 자신을 따르는 동지에게 보내려 하고 있었다.

 

“명심해라! 발각되면 삼족이 멸절 당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창원군을 중심으로 용을 삼키려는 새로운 불씨가 일고 있었다.

 

 

#16

깊은 밤.

적포청에 또 다시 편지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확인한 무영을 비롯한 맹장들은 모두 놀라움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런 발칙한…”

“내일 밤에 직접 이서기 장군의 목을 취하러 오겠다?”

“이 자가! 정말 제 정신이란 말인가?”

 

그 내용의 진의를 놓고 한참 동안 공방이 벌어졌지만, 어차피 대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장군 이서기의 저택에는 적포청의 무예가 뛰어난 장수들이 배치 되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무린은 없었다. 그것은 무예를 모르는 그가 자칫 표적이 되는 것을 모두 경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집안에서 무예를 모르는 모든 사람들을 내어 보냈다. 이리하여, 외부에 크게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집 안을 병사들로 채워 암살자를 맞을 준비가 마쳐졌다.

 

“주변 상황은 어떠한가?”

 

무비가 무영에게 물었다.

 

“이 집의 모든 식솔들을 내보낸 후 그 자리를 무예가 출중한 저희 적포청의 장수와 병사들로 채웠습니다. 족히 50은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장군님들도 계시니 그자가 정말로 나타난다면 이번에야말로 포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다만?”

“이서기 장군님께서 계속 뜻을 굽히지 않으십니다.”

“나라도 그러했을 것이네.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미란 군사와 장수들을 잃은 지금. 스스로 나와 자신을 만나겠다는 암살자를 피하다니? 이장군에게 암살자를 피해 숨어 있으라는 것은 크나큰 모욕일세.”

“그렇기는 합니다만…”

 

장수 무비, 선경, 그리고 무영을 비롯한 표적이 된 이서기 장군과 정찬우, 요적란, 자현룡 장군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집을 50여명의 정예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나타날까요?”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은 자가 용국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리겠습니까?”

“흠…”

“그런데, 그자를 사로잡아야 할까요?”

“그래야죠. 나는 그자를 잡아서 반드시 물어야겠습니다. 그가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을 벌어야 하는지를…”

“사로잡으려 한다면, 역시 쉽지는 않겠죠?”

“지난날의 맹장들이 무예로 당해내지 못했으니…”

“허나, 이대로 주살하는 것은 너무 간단합니다. 그자는 절대로 쉽게 죽일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자신이 한 일만큼 고통을 맞보다 죽어야 합니다. 반드시…”

 

장수들은 마치 범인을 잡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에 더 연연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보며, 무영은 자꾸 마음이 불편하고 또 불안해 졌다.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

 

저택은 조용했으며, 적포청의 관병들은 둘씩 짝을 이루어서 저택을 순시하면서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자정이 다가오고 이었다.

 

“이제 곧 자정입니다.”

“아직 해가 뜨려면 멀었습니다.”

 

사실 그들은 지금 모두 매우 초조했다.

 

‘겨우 오합지졸 오십으로 날 막으려고? 어리석군… 아직 적의 기량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다니… 쯧…’

 

이리 생각한 적령은 신분을 숨긴 채 검은 옷으로 자신을 어둠에 숨기면서 하나, 둘 자신의 앞 길을 막는 자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암살은 실로 귀신과 같은 것이어서 적포청의 장수들이 둘씩 짝을 이루건 셋이나 넷으로 짝을 이루건 그 모습을 본 병사는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미처 칼을 뽑기도 전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이 달아났다.

 

‘한심하군… 이리 유약한 자들이 어찌 제국을 굳건히 지킨단 말인가?’

 

그녀는 이서기의 저택에 침입한지 채 10여분도 되지 않아서 50여명의 적포청 정예병들을 모두 주살했다. 그리고 곧 이서기를 비롯한 맹장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녀는 수장들이 있는 바로 그 문 밖에서 크게 소리 내어 장수 이서기를 불렀다.

 

“이서기는 안에 있느냐?”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부름에 집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장수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설마?”

 

그들은 모두 놀라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 보았다. 그러나 곧 사태는 파악되고, 장수들은 앞다투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놈!”

 

무비, 선경과 무영… 그리고 이서기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죽어라!”

 

적령의 귀신 같은 돌진이 이어졌다. 그리고 부름에 놀라 밖으로 나오던 그들은 아무런 대처 없이 그녀의 칼을 받고 있었다.

 

‘이럴수가…’

 

무비, 선경이 놀라 검을 뽑으려 할 때 그녀는 이미 무영의 옆을 지나고 있었다.

 

“이놈~”

 

적령이 무비, 선경과 무영을 지나 자신의 앞에 검날을 드러냈을 때, 이서기는 귀절도의 날카로운 이빨을 자신의 검으로 막아 섰다.

 

‘쨍!’

 

그러나…

 

“큭!”

 

어이없게도 그녀의 검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녀의 전광석화 같은 양손 발도에 의해 이서기는 심장에서 분수같이 피를 쏟기 시작했다.

 

“이럴…”

 

그 순간 이서기의 뒤를 따르던 정찬우, 요적란, 자현룡의 날카로운 검날이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난! 아직 죽을 수 없다.”

 

그녀는 그들의 검을 이서기를 끌어안으면서 직접 몸을 부딪쳐 막아냈다.

 

‘이런?’

 

밀착된 다섯 사람은 서로 너무나 가까운 거리 때문에 순간 뽑은 검을 피차 꺾어서 찌르거나 휘두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무비와 선경의 검이 적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

 

그러나 그들의 검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헉!’

 

그녀는 빈 껍데기인 옷자락만 남긴 채…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돼!’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놈을 쫓아라!”

“무영장군은 이장군을…”

“네!”

 

무영은 피를 쏟는 이서기 장군을 부축했다. 그리고 그렇게 장수들이 적령을 쫓던 그 순간 무영은 어처구니없게도 미처 칼도 뽑지도 못하고 있었다.

 

“장군님! 장군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추격전이 전개되고 있었다. 지금 적령은 무비, 선경을 비롯한 정찬우, 요적란, 자현룡에게 쫓기고 있었다.

 

‘젠장, 쉽게 따돌릴 수 없는 것인가?’

 

경황이 없는 사이에 이서기를 죽이는 것은 사실 위험천만 일이었지만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제 전혀, 방심의 틈을 보이지 않은 맹장들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빌어먹을…’

 

이리 판단한 그녀는 미리 계획한 대로 황급히 강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물속에 몸을 던졌다.

 

“이런?”

“불을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놓치지만 않으면 됩니다. 최대한 헤엄쳐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만큼 상류와 하류로 나누어 이동합니다. 놈이 곧 물위로 떠올라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곧 흩어지기 시작했다. 상류와 하류로… 그들은 모두 전란의 맹장이었기에, 적령과의 싸움에서 비록 패하더라도 수십여 합을 경합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리 되면, 곧 경합하는 사이 다른 장수들이 합세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고, 적령도 그것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단판 승부가 아닌 일대 다수의 승부에서는 절대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자… 어서 물 밖으로 나오거라. 어서…’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적령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젠장, 어찌 된 거지?”

 

적령은 이미 물 속에서 30여분을 헤엄쳐 나가서 그 자리에 없었다. 그녀는 지난날 묘기에서 배운 공기를 물 속에 가두는 법을 알고 있었기에 물 속에서 숨을 쉬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진 후였다.

 

“빌어먹을… 정말 귀신이란 말인가?”

 

그날의 추격전은 그리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암살자에게 예고장을 받은 마당에 당한 이서기 장군의 죽음은 용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젠장…’

 

한 자리에 다시 모인 무영과 맹장들은 침통함과 분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전국시대를 헤쳐온 그들에게는 최악의 치욕인 것이었다.

 

“내 살아서 오늘 같은 치욕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데, 양손을 이용한 발도라니…”

“그러한 기술을 쓰는 자가 딱 하나 있었습니다.”

“지난날 목진의 장수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양손발도라는 것은… 지난날 봉의 장수인 이성강(李星江)이라는 자가 창안한 무예라 들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기술을 쓰는 자가 또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질 않습니까?”

“허나,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전광석화 같은 것이었습니다.”

“지난날 적령이 목진의 장수였으니… 적장 중에 그러한 기술을 이어받은 자가 아닐까요?”

“글쎄요.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정도의 실전능력이 있는 자라면 틀림없이 전국시대를 살아온 자임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성강이나, 적령이나 모두 그 시대에 살다 죽은 자들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이런 치욕을 겪게 하다니…”

“우리가 모두 모여서 자객 하나를 막지 못한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침통해 하며 침묵했다. 그리고 그러한 침묵 속에서 무비가 말했다.

 

“이제… 그자를 사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겠습니다.”

“…”

“최선을 다해 죽여야겠습니다. 이유를 듣지 못한다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치욕스러운 것은 다름아닌 무영이었다. 그는 이서기와 자신 사이에 있던 암살자가 첫 번째 발도로 이서기의 칼을 막고 두 번째 발도로 그의 심장을 베는 그 찰나의 긴 시간 동안… 그리고 다른 장수들이 칼을 뽑아 암살자를 향하는 동안 미처 칼집에서 칼을 뽑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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