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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8막 : 복수자 #31~#32

J.B.G |2006.01.11 12:14
조회 76 |추천 0

#31

혼인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올수록 수랑은 더욱 더 초조해 지고 있었다.

 

‘더 이상 망설일 수는 없다. 더 이상은…’

 

초조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수랑을 가장 두렵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비였다. 그리고 수랑의 이러한 심경의 변화를 한참 들떠있던 무영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수랑은 검을 품에 숨긴 채, 홀로 무린의 방을 찾았다.

 

“나리. 수랑입니다.”

“들거라.”

 

수랑이 들자 무린은 그 지위에 걸 맞는 인자한 미소를 보내며 반갑게 그녀를 맞아 주었다.

 

“그래, 어쩐 일로 이 야심한 밤에 나를 찾은 것이냐?”

“실은… 묻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묻고자 하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 시각 유일하게 수랑의 정체를 아는 비는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답을 얻고자 그녀의 처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자신의 처소에 없었다.

 

‘어디를 가신 거지? 이번에는 누구를 노리시려고…’

 

순간, 불안감이 밀려온 비는 곧바로 무영의 처소를 찾았다.

 

‘안돼! 더 이상은… 또 누군가를 노리고 사라졌다면, 삼촌에게 알려서라도 말려야 한다.’

 

여전히 무린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지금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며느리가 될 여인과 대면하고 있었다.

 

“왜 이리 뜸을 들이는 것이냐? 어서 말을 해 보아라.”

“그것은…”

 

비가 황급히 무영의 방에 들었을 때, 그곳에는 무연도 함께였다.

 

“어머니?”

“비야? 네가 여기에는 무슨 일이니?”

“실은…”

“안색이 어찌 이리 창백한 거니? 어디 아픈 게 아니니?”

“그것이 아니라…”

 

그때 아들의 얼굴을 살피던 무연이 말했다.

 

“누구를 찾는 것이냐?”

“네… 사실은 숙모님을…”

“수랑이라면 아까 보니 아버님 방에 드는 것 같던데…”

“네?”

 

순간, 비는 큰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수가… 그렇다면 다음은…’

 

무린은 지금도 여전히 며느리의 물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 답답하구나. 도대체, 무슨 물음이기에 그러느냐?”

“지난날…”

“…”

“적청의… 아내와 아들…”

“…!”

 

자신의 귀로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무린은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그들을 죽이라는… 어명이 있었는지…”

‘헉!’

“묻고자… 왔습니다.”

“너…너는…”

 

무린은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진정시키려 애쓰고 이었다.

 

“너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내… 정체…”

“그렇다.”

“…나는… 운향이라 한다.”

“운…향!”

“자… 이제 내 물음에 답해라.”

“…”

 

그녀의 이 물음과 함께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무린은 그러는 사이에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악귀는 분명 어명으로 왔다 했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한결같이 그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냐?”

“그분은… 모른다.”

“닥쳐라!”

 

수랑은 갑자기 억눌렀던 노기를 드러내며 품에 있던 귀절도를 빼어 들었다.

 

“이제는 어찌할 수가 없구나. 내 너를 죽이고 황제에게 직접 묻겠다.”

“나를 죽이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냐?”

“그럴 것이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무린은 가슴 속 깊이 탄식했다.

 

‘아…’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 벌써 적령의 귀절도가 그의 목을 취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었다.

 

“죽어라!”

 

바로 그때 무린의 방문이 안쪽으로 깨지면서 무영과 무연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 뒤를 비가 따랐다.

 

“수랑!”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적령은 칼을 멈추었고, 무영은 무린을 죽이려는 그녀의 앞을 막아 섰다.

 

“…다… 당신…?”

 

그때 이미 무연은 칼을 뽑아 들고 수랑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영은 칼을 뽑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물러서라!”

 

적령은 이렇게 말하면서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침도 없이 다시 무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녀를 무연이 칼로 막아 섰다.

 

“물러서라 했느니라!”

 

그러나 무연이 물러설 리 없었다.

 

“닥쳐라!”

 

그 순간 적령은 흥분해 있었고, 무연은 냉정했다. 그리고 단 한번도 검을 들던 어머니를 상상해 보지 못한 비는 무연을 보며 간담이 서늘했다.

 

‘어머니…’

 

그로 인해 적령과 무연의 갑작스러운 칼부림이 벌어졌다.

 

‘검을 든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저건, 평소의 인자하시던 모습이 아니다.’

 

적령의 검이 무연의 살을 베었다. 그러나 무연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하게 수랑과 크게 격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연은 검으로 적령을 맞서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이리하여 그녀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그 혼란 속에서 무린은 곧 적령의 칼에 한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아버님!”

 

그게 놀란 무연은 다급해진 나머지 아직도 멍하게 정신을 놓고 있는 무영에게 소리쳤다.

 

“오라버니! 정신차려요!”

 

무영은 누이의 비명 섞인 부름을 듣고서야 자신이 지금 어떠한 상황에 놓인 지를 깨달았다. 그러자 그는 적령의 날아드는 칼을 맨몸으로 막아 섰다.

 

“수랑!”

 

이러한 사태에 무린을 막아선 무영의 심장 앞에서 적령의 칼이 멈추어 섰고, 그러한 수랑에게 무영이 말했다.

 

“어째서… 당신이…”

 

그러나 적령은 그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명했다.

 

“물러서라!”

“안돼… 절대로 그럴 수 없어. 수랑… 날 죽이지 전에는 절대로 아버님을 해할 수 없어. 절대로…”

“그렇다면 칼을 뽑아라!”

“…거절한다.”

“…”

“난… 난 널 벨 수가 없다.”

“뭣이?”

“오라버니?”

 

무영의 이 말에 적령과 무연이 크게 놀라 반문하는 그 사이 비가 갑자기 적령의 앞으로 나섰다.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 주시죠.”

“너…”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을 모두 베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시면, 아버님께서 슬퍼 하십니다.”

“이…”

 

적령이 끓어오르는 노기와 함께 심한 갈등에 사로잡히면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어떠한 결정을 내린 듯 칼을 거두더니 말했다.

 

“전해라! 보름 후에 황제의 목을 거두러 황궁으로 가겠다.”

 

그렇게 선언하고 적령은 무영의 앞에서 멀어졌다. 그리고는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수랑…”

 

무영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무연은 무린의 상처를 싸매고 있었다.

 

“비야! 어서 사람들을 깨우거라!”

“네!”

 

그렇게 그날의 혼란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무린은 그러한 일을 당했음에도 그날의 사건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었다.

 

“네 오라비는 좀 어떠냐?”

“식음을 전폐한 채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아요.”

“손님들은…?”

“모두 파발을 띄워 혼인이 연기 되었다고 전했어요.”

“그래… 잘 했다.”

“저… 아버님.”

“왜 그러느냐?”

“혹 그자가 누구인지 아세요?”

“수랑 말이냐?”

“그런 가짜 신분 말고… 그의 진짜 정체 말일에요. 그자가 누구이며 왜 이런 참담한 일을 벌였는지…”

“나도 그것이 의문이다.”

“…”

“그나저나 네가 폐하를 뵈어야겠다.”

“네?”

“내가 이 꼴로 갈 수도 없고, 그자가 예고한 날이 곧 다가오고 있질 않느냐?”

“…알겠어요.”

 

그날 무연은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황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상이 이름으로 무위, 선경에게도 사람을 보냈다.

 

황궁.

지금 황제의 집무실에는 제상의 청으로 무위와 선경이 이미 입궁해 있었으며, 그들은 황제 적룡과 함께 제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온 것은 뜻밖에 무연이었다.

 

“폐하! 제상의 여식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들었음을 듣고 적룡은 적지 않게 놀랐다.

 

“무연이? 들라 해라!”

 

이리하여, 무연이 들어 예를 갖추자 적룡이 다시 물었다.

 

“제상의 청으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아는데 제상은 어찌 너를 보낸 것이냐?”

 

황제가 이리 묻자 무연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고하기 위해 온 사건 때문에 심히 마음이 불안한 상태였다.

 

“그래? 제상이 어디 편치 않은 것이냐?”

“그렇습니다.”

“어허, 나라가 어려운데 제상마저 앓아 눕다니…”

“송구합니다. 폐하.”

“그래, 나를 비롯한 무비, 선경장군에게 제상이 전하고자 한 말은 무엇이냐?”

“우선은 혼인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던 연유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면, 제상이 병환을 얻은 것 때문에 혼인도 연기한 것이냐?”

“실상은 연기한 것이 아니라 파혼한 것입니다.”

“뭐라?”

 

이 사실에 황제는 물론 무비와 선경도 놀랐다.

 

“내 경황이 없어 수랑이라는 여인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틀림없이 비범하다 들었는데 어찌 된 영문이냐?”

 

황제의 이 물음에 무연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자 황제가 다시 답을 재촉했다.

 

“연아?”

“폐하! 그리고 두분 장군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듣고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

“수랑은… 자객이었습니다.”

“자객?”

 

그녀의 이 말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사건 조사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날의 그 참담한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놀라움은 더욱 큰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황도에서 일어난 모든 변괴의 주범이었으며, 또 오라버니에게는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이었습니다.”

“그… 그런…”

“그리고 지난날 밤에는 마침내 아버님을 주살하려 했습니다.”

“이럴수가…”

 

그녀의 이 말에 황제와 무비, 선경을 크게 놀라며 분개했다.

 

“허나, 그녀는 실패하고 도주했습니다.”

“이런 변괴가 있나…”

“그리고 아버님은 한쪽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당하셨지만 무사하십니다.”

 

무연의 이 고변과 함께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 무엇이 남은 것이냐?”

 

무연은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정확히 보름 후에 이곳 황궁에 직접 폐하의 목을 가지러 오겠다 선언했습니다.”

“뭐라?”

“그게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황제는 다시 한번 크게 놀랐고, 무비와 선경은 대노 했다. 그렇게 황도가 발칵 뒤집히는 보고가 있자 곧 금위군이 바빠졌다. 그리고 이 사건의 책임자인 무비는 곧바로 적포청의 군대를 동원해서 예원을 찾았다.

 

 

#32

수랑이 황도에서 처음 몸담았던 예원을 적포청의 군대가 덮쳤으며, 그 우두머리인 서운량은 포박되어 곧바로 국문을 받게 되었다. 그녀는 모진 고문을 당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수랑을 자신에게 소개한 처연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처연의 이름을 발설한다면, 그녀는 물론이고 목경부도 무사하지 못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수랑이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었다.

 

‘내가 무슨 득이 있다고 이 고집을 피우고 있는 건지…’

 

그녀는 지금 처연이 아닌 수랑을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히 무엇인가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나 보군… 수랑이라는 그분은…’

 

그녀는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들어온 의원에게 말했다.

 

“이제 곧 참수를 당할 것인데 치료는 무슨…”

“사안이 사안인지라 이러 봉변을 당했지만, 그래도 폐하께서 죄가 없는 자를 참할 분은 아니네.”

“…이런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지. 내일도 이런 일을 당하고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군…”

“어쩌려고…?”

“혀를 물고 자결이라도 해야지… 그래야 편할 것 같아…”

“쯧쯧…”

 

어전.

무비가 황제에게 그간의 조사에 관해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서운량은 끝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가?”

“검무를 보고 발탁한 것 밖에는 더 이상의 죄를 물을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도대체, 수랑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음원.

최무귀는 비영을 통해 이러한 사태를 모두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이제 열흘 후면 곧 그자의 정체가 만 천하에 드러나겠구나.”

“그리고 북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의 그러한 사정을 황도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대처할 경황이 없을 것입니다.”

“음…”

“더군다나 황도의 변괴로 인해서 국경의 부대까지 모두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던 지휘관이 살해되었다는 소문에 아마 모두 큰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병사들과 달리 장수들은 이미 그것이 단순히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을 테고…”

“허면, 나리는 어찌하실 요량입니까?”

“지금의 용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지난날에 우리에게 한 약속을 미루면서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질 않느냐?”

“허나, 그렇다고 우리가 북방의 백성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가 오는 듯 하구나.”

“나리…”

 

최무귀를 비롯한 음원의 맹주들은 이미 이 사태를 관망하기로 협약을 한 듯 보였다.

 

중림의 운산.

대륙 전체가 변괴로 들끓고 있었지만 오직 운산 만은 평화로웠다. 그 누구도 산중의 계곡에 자리잡은 운산의 무의 집을 찾는 자는 없었다.

 

“오늘은 무엇으로 점심을 해결하나…”

 

너무나 평화롭기 때문일까…? 지금 무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한끼 식사를 무엇으로 해결할까 하는 것이었다.

 

“어?”

 

그는 크게 놀라는 듯 하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보니… 오늘 아침에 마지막 남은 음식을 먹어 치웠는데…”

 

어쩔 수 없이 무는 점심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낚시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낚싯대를 들고 집을 나와 냇가로 향했다.

 

“흠…”

 

그렇게 낚시를 시작한지도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나고 이었다. 그러나 점심때가 훨씬 지났음에도 웬일인지 오늘은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질 않고 있었다.

 

“아함~”

 

하품으로 지루함을 달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결국 끼니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그는 할 수 없이 낚싯대를 걷었다.

 

‘도대체, 왜 안 돌아오는 거야?’

 

무는 할 수 없이 빈 속으로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틀림없이 장을 더 많이 보고 떠났을 텐데…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황도.

무린은 자신을 간병하고 있는 무연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돌아가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아버님이 이리 되고, 오라버니마저 저리 폐인처럼 꼼짝 않고 있는데 어찌 돌아가란 말이에요.”

“여기는 집사와 식솔들이 있질 않느냐? 나는 네 남편을 걱정하는 것이다.”

“…”

“네가 예정보다 늦으면 그가 이상히 여길 것이 아니냐?”

“내 장을 많이 보아주고 왔어요. 그리고 음식이 떨어지면 냇가에서 낚시를 해서 해결하면 했지 절대로 운산을 내려올 사람이 아니에요. 잘 아시잖아요.”

“그러기는 하다만…”

“저는 수랑이라는 그 자객을 다시 만나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어요.”

“연아!”

“말리지 마세요.”

“…”

“오라버니는… 진심이었어요. 그것은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아요. 그런데… 그런 오라버니의 마음을 이리 배신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절대로…”

“…”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 예고한 날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중림의 운산.

무가 마침내 겉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운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사흘을 꼬박 굶게 되다니… 정말 알 수가 없군. 어째서 냇가에 고기가 씨가 말랐는지… 사냥을 하려 해도 주변에 동물들이 모두 종적을 감추고…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정말로…’

 

무엇 때문에 그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운산의 상황은 그를 다시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이리하여 결국, 무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운산을 하산하고 있었다.

 

‘식료품만 구하면 되니, 별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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