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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로맨스 >> - 13

마녀본색 |2006.02.11 08:08
조회 1,109 |추천 0

 

#3장. < 너는 나의 적! > - 2


둘다 껄끄러운 감정에서 시작해서 였을까? 하루종일, 업무를 가르쳐주는 쪽이나, 배우는 쪽이나, 까칠한건 감출수가 없었다. 겨우 점심시간이 돼서 미우는 오전내내 열이 나는 듯한 머리에 손을 얹고 하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하다야.. 지금 구내식당? 알았어.. 지금 갈게..”


미우는 빠른 걸음을 재촉해서 하다가 있는 곳을 향했다.


“내참, 재수가 없어서,,, 어쩜,,, 분명 이건 악연일거야.”


하다는 미우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식판을 비우는 중이였다.

미우는 맞장구를 쳐주며, 뭐 그런 남자가 있냐고 같이 험담해줄 줄 알았던 하다의 냉랭한 모습이 야속하게만 보였다.



“야, 넌 내가 말하는데...”


“그만 열내고 밥이나 먹어, 들어보니까, 꼭, 그 남자가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구만. 미안해서 그런걸. 변태 취급을 하니? 보나 안보나, 니 그 성격에 말 참 이쁘게도 했겠다.”


“야, 넌 도대체, 누구 편이니?”


“편은 누구편? 니가 아무리 내 친구라도, 잘못한걸, 잘했다고 해줄 생각 없으니까, 얼른 밥이나 드셔!”


“치사한 기집애.”


하지만 하다는 그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보나안보나, 어지간했을까 싶었으니까, 그것보다는 우선, 독립생활에 대한 계획으로 하다의 머릿속은 꽉찼다. 독립생활을 하는 동안, 미우의 신부수업역시 그녀의 몫 이였기 때문이였다.

권여사가 아무런 이유없이 그렇게 쉽게, 단짝 친구와 함께 내려 보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미우는 왜 모른단 말인가. 권여사는 2년의 시간동안 미우가 집안일과 회사일에 모두 능숙한 슈퍼우먼이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여기 내려와 있는 동안, 미우가 요리등의 모든 일을 혼자 잘 알아서 할수있게.. 그리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하는일... 그게 하다가 할 일이였다.

그런 하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우는 단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동료직원 때문에 저렇게 열을 내고 있다니... 세상 물정 모르는 막내 공주님다웠다.


점심시간 한시간 내내 하다를 잡고 태봉의 욕을 해대던 미우는 제발 진정하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하다의 충고를 새기며,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태봉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거기다가.. 사무실의 다른 여직원들의 흘끔거리는 눈초리..

미우는 그 눈빛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제법 생긴 녀석을 향한 여우들의 군침 흘리는 눈빛...


‘어이구, 철없는 것들.. 이런 남자는 십중팔구 바람둥이다. 기생오래비처럼 생겨가지고는 쯧쯧.’


“자, 여기까지가 미우씨가 할 일이에요, 미우씩 제때 해서 넘겨야 다른 사람이 다음일을 할수 있으니까 그때그때 처리하세여, 알겠어요?”


“네,, ”


“그리구요, 이런 말하기 좀 뭐한데... 앞으로 매일 봐야 될 얼굴 같은데.. 그 얼굴 좀 피죠? 내 얼굴이 바퀴벌레쯤으로 보인다는 그 시선 참, 불편한데요?”


“어머,, 전 그런 눈으로 본적 없는데... 미안해요... 칫, 도둑이 제발저린다더니..”


미우는 끝에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지만, 태봉의 귀에는 다 들렸다.

하지만, 그 말꼬리를 물고늘어지면, 아무래도, 대판 싸움이 날 것같아.. 태봉은 묵묵히 화를 삭히며, 못들은 척 했다. 그의 진한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참내,, 이 여자 정말 까칠하게.. 앞으로 피곤하겠다... 아~ 차태봉.. 오늘 일진이 사납구나..’


그날의 오후시간도 미우와 태봉 둘에겐 그다지 유쾌한 시간이 되지 못했다.

물론, 태봉이 일방적으로 많이 참는 편이긴 했지만...



소박한 돼지 갈비집. 미우는 낯선 사람들과 마주앉아 있었다.

새로운 식구가 된 것으로, 미우의 환영회겸 회식 자리였다.


“자자,, 아침에 다들 인사는 나눴지만, 그래도, 사무실보다는 좀더 편한 분위기에서, 자, 미우씨, 인사한마디..”


미우는 어색하게 일어나서 짦은 인사를 했다.


“음... 앞으로 많이 배워야할 것 같은데,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뻔하고 짦은 인사에,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에이~ 뭐야.. 자기PR시대 몰라? 좀더 없어?”


“저에 대한 PR은 굳이 하지 않아도, 앞으로 조금씩 아시게 될텐데요..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우는 자리에 앉을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게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너무 싱겁네.. 노래라도 한곡 불러야지~”


태봉이였다. 미우는 방금 짖궂은 표정으로 말하는 태봉을 주시하며, 멈칫거렸다.


‘저 자식은 왜? 또, 딴지야?’


노래라면.... 미우가 자신없는 것 중 하나였다.

워낙에 음치였던터라, 친구들과 노래방엘 가도, 탬버린만 열심히 흔들어대는 그녀에게 노래를 하라니..

그렇지 않아도 얄미운 태봉이. 천하의 원수같아 보였다.


“아... 제가.. 사운드가 안받쳐주면, 목소리가 안터져서.. 다음에...”


“에이~~ 뭐가 그래요? 신입인데, 신고식은 해야지~”


“하하..”


미우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면서, 눈 꼬리에 힘을주고, 태봉을 노려보았다.


‘저걸 그냥..“


하지만, 그런 말을 이런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뱉을 수는 없었다.


“자... 정말.. 다음번에 부를게요... 오늘은 목도 좀 칼칼해서.. 하하..”


“그래~~ 그럼, 2차로, 노래방 가지뭐... 자 앉어.. 모두 시장한테, 배부터 채우자고..”


부장의 말로, 일단 미우는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2차로 노래방을 가자니.. 그건 절대로, 절대로 안될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깜찍하게 연기에 돌입을 해야한다는 판단을 내린 미우는, 주는 소주잔을 다 받아 들이켰다. 원래, 주량에 꽤 쎈 미우는 알콜농도 40%를 웃도는 양주도 너끈했기에.. 소주잔 몇잔에 취한척하면 그만이였다. 일차로 식사를 하는 자리가 거의 정리될 무렵, 미우는 적당히 취한 척, 일부러 비틀거리며, 벽을 잡고 서 있었다.

어찌어찌해서라도, 이 사람들과 헤어지고 택시에 오르는 순간. 위기는 모면하는거니까..

하지만.. 분위기는 미우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기분좋게 취해서 2차를 외치는 부장과 거기에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들로, 결국은 노래방이란곳에 끌려가다 싶이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재수없음이 도를 넘어가는 태봉이 옆에서. ‘신입.’‘신입’이라고 노래를 부르며, 끝까지 미우를 챙겨가는것이 아닌가. 미우는 울며 겨자먹기로 한자리 차지하고 앉았지만. 죽어도! 노래를 부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러니, 미우는 계속 취한척 속이 괴로운척 꾸벅꾸벅조는척, 모든 취한 행동으로 요리조리 마이크를 피하고 있었다.


“자자자.. 다음은 오늘의 주인공! 전미우씨께서, 한곡 뽑으시겠습니다. 미우씨,,, 미우씨...”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들이대는 태봉을 보며, 미우는 더 이상 피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최후의 방법으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자는 척을 했다.


“어라? 많이 취했나보네? 술 잘마시게 생겼더니... 자,, 그럼, 이번엔, 혜진씨 한곡~”


미우는 너무나도 쌩쌩한 정신으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을려니, 목 뒷줄기부터, 어깨까지가 아주 끓어지는 느낌이였다. 간간히 눈을 떠서, 남은 시간을 체크하면서 미우는 밀려오는 통증을 참아내야 헸다.


‘아~씨,, 대체, 이 사람들은 내일 출근 안하나.. 대충 부르고 쫌 그만 찢어지지?’


하지만, 미우의 그 바램은 한시간이 가까스로 흐른 다음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모두가 오늘의 회식자리를 파하면서, 태봉이, 미우를 흔들어 깨웠다.


“이봐요, 전미우씨, 그만 일어나요..”


“네?... 네....”


미우는 금방 잠에서 깬듯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이제 파하는거에요?‘


“네... 한시간내내. 머리박고 자더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나보네...가요,,”


“네...”


미우는 이제야 살았다 싶었다.

그리고 부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는 택시를 잡으려고 팔을 뻗자, 한대의 택시가 금새 미우의 앞에 멈춰섰다. 미우는 이제야 해방이라고 생각하며, 얼른 택시에 올라탔다.. 그리고, 다음순간..


“어머? 어딜타요?”


“옆집사는데 가는길에 같이가면 좋지 뭘그래요?”


“이것보세요,, 전 그쪽하고 사이좋게 택시타고 갈 마음 없거든요...”


“가는 길에 같이가요.. 누가 잡아먹어요?”


“뭐라구여?”


둘만 남게되자 술취한 연기고 뭐고, 미우의 입에서는 다시금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적지는 바로 말하지 않고 티격태격하고 있자.

택시기사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가실거에요? 마실거에요?”


“**아파트로 가주세요..”


미우는 어쩔 수없이 목적지를 말하고는 태봉과 옷깃이라도 닿을까 멀찍이 떨어져 창가에 딱 달라붙어 앉았다. 태봉은 그런 미우를 모른채, 의자에 몸을 기대서, 아직 조금 나아있는 취기를 진정시키는 중이였다. 그런 뻔뻔한 태봉의옆모습을 흘깃거리며, 미우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불평을 해대고 있었다.


‘정말 내가 기가 막혀서,, 저사람 도대체 뭐야? 아침부터? 저런 사람하고 매일 부딪혀야 된단 말이야? 내가 꿈에 그리던 독립생활에, 도대체, 왠 태클이냐고~~짜증나...’


미우가 마음속으로 씹어대는 욕이 들렸는지. 태봉은 갑자기 눈을 뜨로 미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미우는 괜히 찔려서는 딴청을 피웠지만. 이내 도도하게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지금.. 제 욕하고 있었죠?”


미우는 흠칫했지만, 마음속으로 한말을 어떻게 알까 싶어 시치미를 뚝! 떼고는 차갑게 내뱉었다.


“왜요?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요? 나한테 욕 먹을만큼?”


“거참~ 이상하네?”


“.....”


태봉의 은근히 넋살좋은 말투가 몹시 거슬리던 미우는 대답대신. 뭔 소리냔 눈빛으로 태봉을 흘겨보았다.


“그냥 인상으로 봐서는 성격 참~ 좋을것 같은데.. 거, 되게. 까칠하네.. 원래 그렇게 오해도 잘하고, 사람 대할 때, 독하게 굴어요?”


미우는 한쪽 눈썹이 까딱거리며 올라갔다.

‘성격 좋을것 같다‘ 그건. 아주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미우가 싫어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 이유가, 그녀의 가슴에 세 번이나 상처를 내어준 가장 큰 이유라고 믿고있었기 때문이였다.

가뜩이나 아침부터 뒤틀려 있는 심사에, 태봉의 말은 한번 더 꽈베기를 만들어 준 셈이였다.


“원래.. 그렇지 않은데요, 당황한 척하면서, 변태 짓하는 남자들한텐 그래요..”


태봉을 가리켜 한 말이였지만. 태봉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래요? 혹시.. 남자한테 무슨 피해의식 있어요?”


미우는 태봉이 무심히 내뱉은 그 말에. 마치 정곡을 찔린 듯이. 굳게 다문 입안의 이빨이 뽀드득 갈렸다. 없는 사실도 아니였으니,


“그냥... 조용히하고 가시죠..”


“그런데, 아까 왜 그랬어요?”


“아! 또, 뭐가요?”


“왜? 노래방에서 자는 척 했어요?”


이번엔 정말 뜨끔했다.

미우는 지래 자신의 발이 저려 방금정과는 다르게 조금은 높은 톤으로 그 말에 즉각 반응을 했다.


“누..누가 자는 척을 해요... 정말 술 취했었어요,”


“그래요? 이상하다.. 간간히 눈떠가지고 시간 재는 것 같던데? 미우씨,, 혹시.. 음치에요? 그래서 노래 부르기 싫어서, 취한척했죠.. 맞죠?”


미우는 정말 할 말을 잃었다.


‘아니. 도대체, 이 남자 뭐하는 남자야? 늙은 너구리처럼, 물어보는 것 처럼 하면서, 다 꿰고 있잖아..

뭐, 이따위 재수없는!!!‘


마음속으로 한마디 내뱉고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태도로 창문을 열었다.

택시안의 차가운 에어콘 공기보다. 상쾌한 자연바람이 미우의 얼굴에 닿아왔다.

그리고 옆에 앉은 태봉은 자신이 말한게 정곡을 찔렀는지, 차갑게 반응하는 미우를 보고 웃으며 자신이 앉은쪽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도도하게 굴더니, 은근히, 순진하네?’


잠시뒤, 택시는 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 멈춰섰다.

태봉은 얼른 메달을 보고, 지갑을 꺼내서 계산을 하고 미우의 팔을 잡아 끌어내렸다.

택시는 이내 출발을 했고, 미우는 방금 전의 태봉의 태도에 또, 한번 열을 받은 듯 했다.


“이봐요, 내가 다리가 없어서 못 걷는 사람도 아니고, 사람을 그런 식으로 끌어내리면 어떡해요?”


“빨리 내리라고 그랬죠! 우리가 빨리 내려줘야, 저 아저씨는 또, 다른 영업 뛰러가죠,”


“그래봐야, 몇 초거든요!”


“그 몇 초에 손님이 다른 택시를 탈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만 갑시다.”


미우는 어이없게 돌아서는 태봉의 뒷통수를 한번 야려주고는 지갑을 열고 빠르게 태봉의 옆으로 다가가서 돈을 꺼내들었다.


“자요! 택시비 반값!”


“됬어요...”


“아니! 되긴 뭐가되요? 난 이유없이. 남한테 신세지는 것도, 남한테 묻어가는 것도 싫어하니까, 그냥 받으세요.”


태봉은 잠시 물끄러미 미우를 보더니, 순순히 미우가 내민 택시비를 받아서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미우는 신경질 적으로, 지갑을 가방에 넣고, 구두소리를 내며, 태봉의 뒤를 따랐다.

솔직히, 태봉의 뒤에 걸어야 하는 것이 아주 거슬리긴 했지만...

각자 집앞에 이르르자 태봉은 가볍게 목례만 하고 집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미우는 그런 태봉의 태도에. 이제야, 마음을 놓으며, 기분 좋게 자신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태봉은 집안으로 들어서서 피곤한 듯, 옷을 벗어두고는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와 차가운 물을 한잔 들이켰다. 그리고.......


‘앞으로 아주, 피곤하겠다... 삐뚤어져도, 한참을 삐뚤어진 여자야... 피곤하겠어....’


태봉은 앞으로 미우와 부딪힐 사무실이 그다지 순탄할것 같지 않아서, 왠지 찜찜했다.

언젠가.. 태봉이 그랬던 것만 같은 심사가 꼬여, 세상이 곧이 곧대로 보여지지 않을때의 자신의 모습 같았다. 오늘 본 미우의 모습은. 그러면서, 미우가 왜그런지 가슴속 깊이에서는 궁금했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으며, 잊어버리고는 늦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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