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너는 나의 적! > - 4
한 여름을 치닫고 있는 무더운 날씨 덕에, 사람들의 불쾌지수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s'그룹 창원지사의 기획부는 다른 부서보다 더 높은 불쾌지수를 견뎌야만 했다.
미우가 전근 온지 벌써 한달째. 오늘도 여과없이, 태봉과 미우가 으르렁대는 꼴을 눈뜨고 지켜봐야하는 부서 사람들로서는 아주 짜증이 났다. 그 짜증의 원인이. 미우를 향한 것이 대부분이였지만...
“이봐요, 차태봉씨! 업무 적인 것도 아니고, 남의 사적인 일에 왜 자꾸 참견이에요?”
“아니, 미우씨 정말 왜 그래요? 내가 뭘 어쨌다고?”
“몰라서 물어요? 내 치마 길이가 짧던 길던 그게 무슨 상관이냐구요!”
한참 무더워지는 날씨에 조금이라도 시원한 옷을 입고 싶었던 미우는 하늘거리는 스커트를 입었었다.
무릎에서 살짝 올라오는 정도의 길이.. 그런데, 하늘거리는 탓에 더 야해보이기라도 했는지, 태봉이 치마가 좀 짧지 않냐는 참견에, 또, 발끈한 것이였다.
뭐,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도, 또, 별것도 아닌 것가지고, 다투고 있을 두 사람의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어대고 있었다. 태봉역시, 대체 이 ‘전미우’라는 여자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사사건건, 무슨 말끝마다, 저렇게 꼬아서 받아들이는지 환장할 노릇이였다.
“나, 원 이래가지고 앞으로 인사만해도 뭐라고 하겠네..”
“그러니까, 쓸데없이 이것저것 참견하지 말라구요...”
미우는 ‘팩’거리며 돌아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같은 사무실의 여직원들은 수근거렸다.
“어머, 쟤 도대체 왜 저런대니? 태봉씨 처럼 잘생긴 사람이 한마디씩 해주니까 자길 좋아하는 줄 착각이라도 하는가보지?”
“어머머, 그러게? 꼴에 공주병도 있으셔? 웃겨서... 대체, 서울 본사 놔두고 왜? 내려온거야?”
“야, 본사에서 이리로 내려온거면 좌천이나 다름없는데, 별볼일이야 있겠니? 어쩜 성질도 생긴것 처럼 논다야.”
“누가 아니래니? 어머,, 온다온다...”
미우는 방금 전에 태봉에게서 받은 열을 차가운 수돗물에 손을 적셔 식히고 들어오는 길이였다.
자신이 들어서자, 여자들이 수근대다가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며, 미우는 낯설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
‘허... 나 지금... 왕따 당하는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수있었다.
첫날 회식이후로 여기 사무실 여직원들과 밥 한끼 같이 먹은 적 없고, 아침인사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한 적이 없었다. 그
러고 보니, 롬메이트인 하다, 그리고, 늘 으르렁 거리는 태봉과의 대화가 생활의 전부였다.
갑자기 미우는 지난 한달동안, 자신이 여기와서 대체 뭘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서, 평범하고.. 조용히 살고 싶었는데...
결국은... 또, 왕따의 길을 걷고 있었다...
미우의 기분은 갑자기 바닥을 치다못해 저 아래 지하로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우는 조용히 자리에 앉으면서, 책상위에 펼쳐놓은 서류위로 얼굴을 묻었다.
태봉은 갑자기 우울모드로 접속한 미우의 행동을 보고 의아했다.
‘뭐야? 우울증인가? 저 여자... 혹시...“
그랬다. 지금 태봉의 눈에 미우는 미저리 처럼 보였다. 거의 싸이코에 가까운 태클에. 갑자기 우울해하다니....태봉은 은근히 미우쪽에서 조금 더 떨어지려고 의자를 옮겼다.. 아무래도, 더 이상 말을 걸면 안될 것 같았다.
회사안의 적당한 그늘아래, 하다는 미우의 하소연을 들으며, 연식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렸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태봉씨한테 까칠하게 구니? 처음에 있던 사건도, 니가 오해한건데... 이제 그만해라.. 기록이다 전미우. 한달만에 왕따냐?”
“아니야.. 기록은 중학교때 세웠다. 2주만에 왕따 됐었으니까...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잘못된건가?”
“그걸 이제 알았어? 그 사람 내가 보기엔 성격 서글서글하니. 누구한테 악의를 가지고 대할 사람같지도 않구만... 내가 널 모르니?. 괜히. 편하게 대하는 사람한테, 그러지 말구.. 잘 지내... 이웃사촌에다가. 매일 얼굴 맞대고 일하는 사이에.. 그게 뭐냐?”
“그런가...?”
“니가 먼저 깔끔하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좀 잘해봐..”
“그래야 겠지? 여기서 왕따되면.. 내가 갈 곳이라곤.. 집밖에 없잖아..”
“인제 알았니? 언제까지 부잣집 막내 아가씨처럼 굴지말고.. 사람 대할 때, 제발 좀 꼬지마!”
미우는 하다의 말을 세겨 들으며, 조금은.. 아니, 많이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하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짙어진 오후의 햇살은 미우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트리고 있었다.
미우는 굳어진 얼굴 근육에 힘을 잔뜩 주고 방긋방긋 웃으며, 태봉에게 시원한 오렌지쥬스를 건네었다.
“그동안, 미안해요... 앞으로 잘지내요..”
그런 미우의 모습에.. 사무실 사람들을 비롯해서 태봉까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해도, 우울의 극을 달리는 얼굴로 책상위에 얼굴을 쳐박고 있더니, 갑자기 얼굴에 경련이 날 정도로 웃으며, 쥬스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 보였다..
‘이 여자,,정말 이상하다...’
태봉을 선듯 쥬스를 받아들지 못하고, 멀뚱히 미우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혹시 저기에 독약이라도 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간 미우와 자신의 사이를 생각하고, 또, 미우의 성격과 오늘 느낀 미우성격의 실제에 대한 의심으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것 같았다.
미우는 그런 태봉의 생각은 알 리가 없지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은 잠시 굽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방긋 웃으며 쥬스를 내밀었다.
“뭐해요? 얼른 받지 않고...”
“네....뭐... 그런데.. 갑자기 왜..”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매일 볼 사인데.. 제가 너무 꼬였나 싶기도 하구요... 그간 적응하느라, 예민해서 그랬다고 이해해 주세요. 그동안 미안했어요..”
“아니,,뭐... 저두.. 미안했어요... 괜히 딴지 걸어서...”
“네.. 앞으로 잘해봐요...”
미우는 계속 방긋거리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방긋거리는 미우의 얼굴 근육안은 욹그락 붉그락이였다.
‘남에게 아부하는 것도 엄청난 체력 소모네... 아부! 아무나 하는거 아니구나’
그런 미우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봉은 갑자기 미우가 섬듯해졌다.
한달내내, 꼬기만 하더니.. 갑자기 우울모드 접속,, 화해를 청하다....
‘나한테 복수 할려고 그러나? 근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태봉은 갑자기 변한 미우의 모습에. 섬듯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태봉이 섬듯함을 느끼는데, 미우는 의자를 스륵 밀고 다가와 다시 한마디를 더 얹어주었다.
“아, 차태봉씨. 저녁에 시간있어요?”
“네..뭐...”
“그럼.. 같이 식사나 하세요.. 제가 쏠게요”
“네...뭐....그..그러시던가요...”
말을 마친 미우는 싱긋 한번 더 웃고는 다시 의자를 빙그르 돌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런 미우를 보는 태봉은 정체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정말... 미우가 ‘미저리’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뒷통수가 왠지 살벌~~~ 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