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서로에게 소홀한 것 없이 잘 사귀고 있는 커플입니다.
그런데 저희 커플에겐 아주 요상한 문제점이 있는데요...
뭐랄까..
좀 위태위태하다고나 할까요?
제 여자친구는 공대를 다니거든요.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곳 아시죠?
이제 4학년이라 졸업작품을 한답시고 또 남자들이랑 조짜서 같이 공부해야 할 판이에요.
문제는 말이죠.
저는 곧 군대를 간답니다.
약간 늦장부려서 주위에는 남자친구들보다는 여자친구들이 많지요.
벌써부터 위태위태하죠? 휴...
제 여자친구는,, 절 많이 사랑해줘요.
그건 알아요. 눈에 선히 보이는 걸요. 그건 압니다만,
머리로는 이해되나 가슴으로 납득 안되는 일이 왕왕 발생하곤 하잖아요?
아무래도 공대, 남자만 우글거리는 곳에만 다니다보니
치마금지령을 내렸어요;;
그러다 된통 혼나서 (찔끔) 술자리에서만 치마를 삼가 입지 않도록 서로
기분 좋게 약속했지요.
여자친구, 학교가 조금 멀고 아직은 방학기간이니 학교사람들 잘 안 만나요.
저만 만나면서 지내곤 하는데, 그 가끔, 간혹 학교사람들하고 술자리 있을 때,
그런 때 반드시 그 약속을 어기더군요...;
그럴 때에는 반드시 논리적인 핑계가 자리하고요;;
시작은 날 만나기 위해 치마를 입었다는데, 끝에 가서는 꼭 술자리에 가더군요.
물론, 이해는 해요.
많이 만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학교 친구들인데 몇번씩 만나는 모임에서
간절하게 부르면 가는 것정도야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 여자친구분께서는 그 약속을 한번도 지킨 적이 없어요.
때문에, 괜히 신경이 쓰이는 거죠. 이해는 되다만, 이번에도 결국엔 치맛바람으로
휘휘 가버리셨죠.
절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장담할 수 있어요.
물론, 대개 뼈 저린 실수란 완결무결한 준비를 갖추어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찾아오기 일쑤이지만, 위태위태함에도 서로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누는 그녀와 저, 둘이거든요. 그럴만한 시간들이 절절히 흐르고 있고요.
그런데 저러는 이유는 뭘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불가능이네요;;
전 약속을 꽤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이에요.
시간약속은 제외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맹약으로까지 미화될 수 있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소한의 예의고, 안전장치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약속을 어기다보니 제가 좀 옹졸맞아 지는 것 같은데...
아주 주관적인 입장에서의 현명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사건의 요지는, 그 날, 오후 이르게 그녀가 제 집으로 찾아왔어요.
전부터 오늘 학교사람들이랑 술자리 약속 있다는 건 들어 알고 있지만,
제 시선을 사로 잡은 건 꽤 짧다란 그 치마였죠. (캭!)
거기서 약간의 소모전을 벌였죠. 이게-_- 약속 또 어긴다고-_-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그녀는 돈없어서 안 간다고,
귀찮아서 안 간다고, 그냥 너 만나러 왔다고,
나 만나니까 치마 입으러 왔다고...
하면서 결국 휑하니 집으로 가버렸죠.
그런데 제 눈치상으로 아무래도 사실 그녀...
아마 차비가 없어서 절 찾은 걸지도 몰라요-_-
넌지시 돈없어서 못 간다는 소리를 꺼낸 걸 보니까;;
돈개념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복잡미묘해요.)
그렇게 말없이 가버린 게, 내가 너무 나무랐나, 미안하기도 해서
그녀를 데리러 갔어요. 도서관에서 책읽고 있더군요;;
그 날은 하필이면 둘 다 궁색한 날이어서, 딱히 할 일도 없었지요.
원래 전 제 친구(여자랍니다. 꼴에 우리 애인님께 꽤 견제받고 계시는;;)와
약속이 있었는데, 저와 상의해서 잡은 약속도 아니고 돈도 없고 해서 갈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수중에 돈이 얄랑 거려서, 그 친구에게 돈을 빌려
둘이 게임방이나 갈까 생각해서 그 친구가 있는 게임방으로 향했답니다.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기 전에 몰래 비디오도 하나 빌려놓았고요(궁색하다...),
어머니가 저 사는 곳 1층 횟집에서 일을 하시고 계셨거든요. 회도 한접시
아주 궁색하게 가져다 달라고 갖은 아양 떨어놓은 데다 스파게티라도 해먹이려고
사놨는데...
게임방에서 그 친구에게 만원을 빌리자마자 말하더군요;;
"자기야.. 정말 미안한데 가봐야겠다.."
표정 싹 굳어졌죠. 뭐랄까. 괘씸하다고나 할까?
전부터 계속 오라고 얼마나 성화를 부리던지, 아니 한번 안 간다고 했으면 될 일을
계속 오라고 전화질을 해대더군요. 그녀도 그냥 나와 있다고 하면 될 일을 또 갖은
변명을 해가며 됐다하고... (저와 있다고도 했는데 오라 했으면 저 다 죽여버릴라 했어요..)
물론, 방학 중에 잘 보지도 못하다가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에 너무 신경 곤두세우는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조소를 보내기도 해봤는데요, 그게 사람 마음이 참 같더라구요;;
옆에 뻔히 앉아 있는데 거짓말을 하시는 여친님과, 나와 있는 게 죄라도 되는 듯이
성화중인 전화기님과, 나이스 타이밍을 가봐야겠다고 차비를 요구하는 괘씸죄까지
적용해서 얼굴이 바로 팍 굳어가더군요.
거기서 뭐라 또 하기에는 웃기잖아요..
그런데 또 성히 보내주기에는 더 우스운 게,
전화로는 가보도록 할게요, 아니에요, 가요, 라며 저 들으라는 듯이 그 난리를 떨어놓고
"자기야 나 가도 돼?" 하고 물어봅니다. 욕지거리가 나오는 걸, 욕은 최후의 최후까지
남겨놓기로 작정을 해놨던 터라 내버려 뒀습니다. 그 학교사람들은 여자까지 찾는
모양이더군요. 애인님, 친구한테 전화해서 가자고 막 조릅니다. 허허허;;; 어이상실이랄까요;;
가도 돼? 가도 돼? 아주 앙증스러워 보입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죄다 씹고
게임에 여념하다가, 짜증나서 네 멋대로 하라는 식으로 얘기해버렸죠. 그랬더니
"니가 안 가래면 안가." 이러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럼, 결국 나중에 그 학교사람들에겐
남자친구가 가지 말라서 안 갔어요, 라는 게 될까요? 이런 무시무시한 센스를 가진 여우님이
내 애인이라는 사실에 심히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날 그렇게 옹졸한 놈으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고서라면 저 상황에서 저런 어처구니 없는 말이 나올까 의문입니다;;
가. 안 가냐? 빨리 가. 좀 짜증 섞어 말했더니, 왜 화를 내고 그러냐면서 옆에서
풀죽은 얼굴로 게임을 하는데... 그거 아시죠? 게임방에 데리고 갔는데 무진장
재미없어 보이는 얼굴로 게임을 하는 누군가의 모습... 참 안쓰럽습디다;;
짜증내면서 빨리 좀 가라고 했더니, 그제야 차비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커허험......
술 마시러 갈 때 치마 안 입고 간다는 약속도 어기고,
돈 없어서 안 간다는데 사줄테니까 오라는 성화에 결국 남자친구를 내팽겨쳐두고,
차비까지 빼앗아서 유유하게 사라져가셨습니다.
참을 인이 세번이면 사람도 살린다 한들, 세번이고 자시고 하여간 기분이 좀 더럽더군요.
나갈 때 '술 절대 안 마실게.' '한시간만 있다 올게. 그냥 얼굴들만 보고 올게.' 그렇게
말하고 가셨지만,
밤 10시 50분 되어서 제 집으로 쳐들어오는 꼴을 보아하니,
술 좀 마셨고, 4시간 반 지나 있었습니다.
전 하도 열받아서 집에나 가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지요. 통금있거든요. (딸만 셋이니;;)
그런데 갑자기 절 때리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그렇게 절 때린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뭔가 아주 분한 투로 절 때립디다?
말인 즉, 너도 친구들이랑 술 자주 마시고, 여자애들이랑 자주 마시면서
왜 나한테만 뭐라 그러냐. 넌 너만 생각한다. 밉다. 왜 날 이렇게 핍박하느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틀린 말 없습니다만...
일단 반박을 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웃겨서...;;;
전 킥킥거리느라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참, 애도 아니고... 아니, 그건 둘째치고
이리 앙큼하게 때릴 생각을 다 하나, 싶어서 화도 못 내고 그냥 킥킥대다 차분하게
설명해줬습니다.
예. 술 취한 사람, 논리로써 상대 못합니다. 넌 너만 생각해! 라면서 있는 대로 화를
내가며 문 벌컥벌컥 닫더니, 결국 거울 깨먹고 휘리릭 날아가셨습니다;;;;
휴우......
치사량 한계를 넘어서는 분노가 넘실넘실 피어올랐지만,,,
전화로 가볍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너 내일부터 오지 마. 끊어.' 뚝.
오늘 만나서 화해를 했긴 했다만, 아직도 이분께서는 도대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시는 눈치십니다. 물론, 저도 친구들과 술자리를 많이 갖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가 갖는 성적차별의 갭 같군요. 여성부에서 뭐라 해도 흘려 들을랍니다.
그게 말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남자이다보니, 늦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합니다.
게다가 혼자 사니까 그건 더욱 심하지요. 술자리? 아주 편안합니다. 이제 남자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여자친구들이랑 갖곤 하지만, 그네들? 저 이 동네에서 적어도 22년동안 살았습니다.
초, 중학교 친구들, 다시 말하자면 거의 7~10년 지기 친구들입니다-_- 그녀석들이
아무리 짧고 현기증 나는 치마를 입어도 통나무 두개에 천 한바퀴 휘두른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술이 들어가면 참으로 위험해보입니다. 그게 구체적인 생각이나 욕구로까지
발전되지 않는 게 굉장한 다행이지만, 그런 통나무도 술만 들어갔다 하면 참으로 무서운
흉기처럼 보인단 말입니다. 7~10년 지기 친구가 이럼에야 하물며 대학교에서 만난 그 오빠란
작자들은 어떻겠습니까? 늦은 시간? 예, 전 늦은 시각에도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때문에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늦은 시각에 아무런 걱정없는 남자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여자친구는 어째서 그걸 이해해주지 못하는 걸까요?
그저 내가 자기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하는 것으로만 치부해버리지 안타깝습니다.
그녀는 너는 왜 친구들이랑 술자리도 많이 갖고, 늦게 마시고, 그러면서 나한테만 이러냐!
라곤 하지만, 물론 그녀의 말도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참 안쓰럽습니다.
너도 아무렇지 않으니, 나도 마찬가지다! 라는 참 간편한 논리대로 생각하는 걸 보면,
도저히 가만 내버려둘 수 없으나, 한번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하면 감당 안됩니다;;
에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그녀는 대체... 휴...
좋게 대화로 풀어보려 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니다만,
저보다 연상이라는 사랑에 있어 조금의 도움도 주지 않는 자존심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걸 꺼려하는 성향도 있습니다. (1살 연상주제...!)
누가 제 답답한 속 한방에 날려버려 줄 악담 한 마디 소지하신 분 없으십니까?
악답, 조언, 한담 모두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현명함을 조금 닮아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