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 .
"바다가 보고싶다."
내 어렸던 날, 빛깔고운 비단처럼 곱디고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뛰어놀던 바다가 보고싶었다. 인자고 넉넉한 미소로 언제나 든든하게 내 뒤를 지켜주시던 고마운 당신이 잠들어 있는곳, 그 바다가 가슴에 사무치게 보고싶었다. 내 어머니, 당신의 따스한 품처럼 내 발등을 부드럽게 간지르는 철썩이는 파도에 두 발을 담그고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투정부리고 싶었다. 어머니가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고….
그 누구에게도 풀어놓지 못했던 서러운 눈물 토해내며 당신이 편히 쉬고있는 바다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갑자기 왠 바다 타령이야?"
하나의 생각에 빠져 아득한 눈빛을 하고있던 태진은 자신의 친구이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한그룹의 총수인 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언제 왔는지 선우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바텐더에게 위스키 한잔을 주문하며 태진에게 물었다.
"말 그대로!"
태진은 별일 아니라는듯 가볍게 웃으며 그리운 바다의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자신의 잔을 들어 선우의 잔에 살짝 부딪히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아버지 당신에게 저주 있으라'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진토닉의 맛이 유난히도 독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아직도 아버지가 용서가 않되는 거냐?"
언제나 견뎌낼수 없을만큼 힘든일이 생기면 바다를 찾던 녀석이었다. 그런 태진이 아버지를 만나고 온 오늘,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얼굴로 바다 그립다 하고있었다.
"아직은 아마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태진의 눈동자가 시퍼렇게 날이선 비수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지금 이런말 네 귀에 않들리겠지만…. 너 실력있는 의사였어. 아버지와 상관없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정말 없는거야?"
선우는 조심스레 태진을 마음을 떠보았다. 태진이 마케팅부를 떠난다면 회사 입장에선 실력있는 인재를 잃는 것이지만 그렇다 하여 혈육(血肉)이나 마찬가지인 친구의 앞길을 막을수는 없었다.
"아니, 난 아버지의 든든한 후광을 방패막이로한 철부지 의사에 불과했어. 그리고 지금의 내 일을 사랑하고 또 만족해. 난 여기서 내 미래를 키울거다."
태진은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가득담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를 향해 언제나 그랬듯 사람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 괜한 얘기 꺼내서 미안하다."
아직은 아물지 않은 상처겠지…. 많이도 아파하고 미워했으니 아직은 이르다는걸 알면서도 선우는 태진을 자신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본인이 싫다면 그또한 어떻게 해줄수 있는것이 아니기에 조금더 지켜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태진의 아버지로 인해 다시금 생겨났을 서러운 마음 다독여줄 시간도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이면 되겠냐? 더이상은 않돼. 그리고 어머니께 내 안부도 전해주고."
"……."
그래, 너라면 눈치 채고도 남았겠지.
허공에 대고 미친놈 처럼 뜻없이 지껄이듯 내뱉은 내 말이 무엇을 뜻하고 있었는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무슨일로 힘들어 하는지…. 그래, 너라면 내 마음을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깊은 밤처럼 고요한 태진의 눈동자가 선우에게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태진의 마음은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투명한 옥빛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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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가야겠니?"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찬미의 작은손을 잡으며 어린아이 처럼 칭얼대는 미경에게 찬미는 조용히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 조용한 표정만큼 고요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곳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있어."
그래, 난 당신을 만나야해. 그리고 말할꺼야.
당신을 만나 사랑했던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신만을 향해있는 내 끝없는 외사랑을 냉정하게 외면해 버린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나를 절대로 받아들이수 없다며 눈앞에서 죽어 없어지라 말하던 당신의 잔인함을 원망하지 않는다고….끝임없이 내게 상처주던 얼음처럼 차가운 당신을 답답하도록 미련한 나는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고… 당신에게 말할꺼야.
그리고…. 당신을 닮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난 당신과 했던 마지막 약속을 지킬꺼야.
당신을 처음 받아들였던 그곳, 슬픔의 바다에서….
"도대체 누굴 만난다는 건데? 찬미야, 너 왜이러니!"
한번 목숨을 버리겠다 마음먹은 사람은 두번은 더 쉽다 하였다. 아는이 하나 없는 낮선곳, 외로운 사람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바다에서 행여 찬미가 정말로 잘못되진 않을까 싶어 홀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를 바라보는 미경의 마음이 그럴수 없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런 미경의 귓속으로 흐르지 않는 물처럼 고요하기만 한 찬미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미경아, 내가 이런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그사람 정말 사랑했어."
흔들리는 찬미의 눈동자가 꿈을꾸기 시작했다.
"아내가 있는 남자를, 절대로 사랑해선 않되는 남자를, 아무리 소원해도 내것이 될수 없는 남자를… 나 죽도록 사랑했어. 염치없고 가증스럽게 아내가 있는 그 남자의 여자로 살게 해달라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신께 매일같이 기도하며 내가 하고 있는 사랑만이 중요하고 귀하다고 그렇게 소리쳤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미경아. 그건 아니었던 거야. 내 사랑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사랑도 소중한 거야. 난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거야. 내 이기심 때문에…."
퇴원을하고 아파트로 돌아온 찬미는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성민과 함께했던 삼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이곳을 찬미는 여행을 떠나기전에 정리해야 겠다 생각했다. 그와 함께 행복했던 추억들까지 차곡차곡 상자안에 담으며 문득 찬미는 그가 너무도 그리워졌다. 마지막 한번만, 그의 뒷모습이라도 보고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가 그리워 찾아갔던 그곳에서 그녀는 너무도 보고싶던 성민을 만났다...
또각또각 조금은 무거운 찬미의 하이힐 소리가 티포투의 실내를 울리고 있었다. 문을열고 들어서는 찬미를 알아본 웨이터가 흠칫 놀라는듯 해 보였던건 그녀의 착각 이었을까? 자신을 알아본 웨이터에게 살짝 고개숙여 목례를 한 그녀가 홀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성민과 이별했던 마지막 장소, 그 숨쉴수 조차 없었던 떨림을 간직하고 있는곳…. 그 자리에 앉아 찬미는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찬미의 눈속으로 너무도 다정한 부부가 담겨져 들어왔고 그녀는 그들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조각처럼 아름다운 남자와 같은 여자가 봐도 질투날 정도로 어여쁜 여자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놓여져 있는 눈처럼 하얀 생일케잌, 아름다운 빛깔의 붉은 와인… 그 속에서 수줍은듯행복한 웃음 곱게 물고 있는 여자, 그런 여자를 사랑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남편… 나의 단 하나의 사랑 성민… 내 마지막 사랑 나의 연인….
그순간 찬미도 모르는 사이 한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행복한가요? 내가 당신곁에 있을때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당신의 웃음 때문에 난 당신에게 다가갈 수도 없네요. 내 가슴에 아프게 상처내는 당신에게 너무하다 야속하다 말할수도 없네요. 그 웃음이 너무도 행복해 보여서… 눈이 시리게 아름다워서… 가슴 저미게 따뜻해 보여서….
내가 떠나면 당신 더 행복해 질건가요? 지금 그 웃음 계속 간직하며 살아 줄건가요? 그렇다면 나 당신 미워하지 않을래요. 하지만 당신 정말 잔인하네요….'
찬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며 문을향해 걸어나갔다.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걱정스러 웠는지 웨이터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아주려 했지만 찬미는 정중히 거절하고 밖으로 나왔다.
제법 차가운 3월의 바람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그리고 바람이 지나간 곳을 바라보며 찬미는 웃음지었다.
'안녕… 바람같은 내 사랑… 안녕….'
신의 성역안에서 고행성사를 하듯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 말하고 있는 찬미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미경의 귓속으로 내리꽂혔다.
"우습게도 난 그때 알았어. 그사람을 너무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난 참 몹쓸짓을 하고 있었구나. 난 정말 지독히도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었구나."
두근두근 찬미의 여린 심장이 힘겹게 파닥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손을 잡고 있는 미경에게 다시한번 얘기했다.
"미경아, 난 그사람의 아내도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왜 몰랐을까? 왜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까?"
눈물이…. 너무도 아파보이는 눈물이 찬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줍잖은 위로로 아픈 그녀의 마음에 또다른 상처를 낼까 조심스러워 미경은 자신의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수도 없었다.
"이제 알았잖아. 그럼 된거야."
그리고 미경은 마음속으로 찬미에게 속삭였다.
'그러니 너 자신을 버리지마…. 제발 소중한 목숨을 버리진 말아줘!'
"그래…."
'하지만 미경아, 난 그사람이 그리워…. 미치도록 그리워…. 그래서 나 너무 힘들다.' 그녀의 마음속의 또다른 그녀가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에서 빵- 소리를 내며 기차가 들어오고 있음을 알리는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멈춰선 기차, 주위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몸을 놀려 기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찬미는 미경의 손을 살짝 잡았다 놓으며 얘기했다.
"다녀올께."
그렇게 찬미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미경의 들리지 않는 조용한 외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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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제법 따뜻해 졌지요?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 봅니다.
아주오랫동안 "설화"를 버려뒀어요.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이를 가졌거든요~ ㅎㅎ
이젠 어엿한 애기엄마가 되어 다시 돌아왔네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생명과 만나 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정말 어느곳에도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어요.
변명인가요? ㅋㅋㅋ
그러다 어느순간 찬미와,태진 그리고 성민이가 생각났어요.
생각이 미치고 나니 이젠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졌네요...
제가 행복해서 이들도 이젠 행복해 지길 바라게 됐나 봅니다.
다시한번 읽어보고 어색한 부분을 쓰다듬고 어루만져 다시 가져왔습니다.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를 설화 잘부탁드려요.
항상 글을 읽어 주시고 감상글 남겨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댓글 한줄 남겨 주지 못하는 저를 이해해 주셔요~
바쁜 초보엄마자나요~ ^-^;;;
항상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 무겁게 간직하고 꼭 완결 볼께요
깊은밤 좋은꿈 행복한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