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던 1999년 6월 첫째주의 금요일 밤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른 번개만 치더니 밤이 이슥해서야 소나기도 아닌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밤 12시가 가까워 올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지하철 4호선 사당행 막차를 탄 한 남자가 사람들 틈에 끼여 집으로 오고 있었다. 정거장이 지날 때마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번 역은 총신대, 총신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다음 역은 사당역입니다."
총신대역에 열차가 서고 문이 다시 닫혔을 때 열차 안에는 그 남자 한 사람밖에 없었다. 열차는 다시 사당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밖에서는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사당역에 거의 다 왔을때 쯤... 이윽고 스피커에서 '찌직 찌지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냘픈 여자 목소리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남자는 내리려고 문 앞으로 다가섰다. "이번 역은 사당, 이 열차의 종착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