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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고치고...(1)만남

아이러니 |2006.04.20 06:50
조회 1,689 |추천 0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오늘 하루는 서희에겐 우울한 하루다. 항상 비가오는 날이 서희에게는 우울하다.

특별히 안좋은 기억이 있는것도 아닌데 기분이 이상하다.

빗소리를 들으며 서희는 알람을 끄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다. 오늘도 마지막 알람을 겨우 듣고 일어났다.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다. 아마도 비가와서 그런가보다. 비오는날 서희는 항상 택시를 잡아탄다.

오늘 역시 그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노란 택시가 한대가 앞으로 온다. 어김없이 서희는 손을 내밀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가 팔을 잡아다닌다.

 

"어머~ 무슨 일이예요?"

 

뒤를 돌아보니 훤칠한 키에 인상이 강한 한 남자가 서있다. 눈썹이 숯검댕이다.

 

"아줌마! 왜 내 택시를 가로채요"

 

황당한 눈을 하고  그 남자를 바라봤다.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건 나의 직업병이다.

짗은 눈썹이 꽤나 강렬해 보이는 무척이나 잘생긴 한번보면 잊을수 없는 인상이였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씩씩거리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마디 확 쏘아붙이고 싶은 나지만 내 소심한 성격때문에 속에서 나오는 말들을 꾸욱 누르며 참았다.

 

"못봤어요..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앞으로 조심해주세요. 이 아파트 사시는거 같은데.."

 

다시한번 죄송하다는 말과함께 돌아섰다. 아침부터 정말 재수가 없는 하루인가 보다.

 

'오늘도 지각이네.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깐'

 

갑자기 아까 그 택시가 서희앞에 멈춰선다. 그리곤 아까 서희를 황당하게 했든 그 재수없는 남자가 고개를 빼꼼이 내민다.

 

"아줌마 어디가요? 같은 방향이면 비도 오는데 같이 타고가지 그래요. 택시비도 아끼고"

 

'저 인간 팔푼이 아냐.. 왜 저래'

"됐네요. 전 괜찮으니깐 가던길이나 가세요"

 

사실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택시를 타고간다는 자체가 괴로운 일이다.

 

"그래요 그럼 조심해서 출근하슈"

 

역시 저 황당한 사람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근대 왜 말끝마다 아줌마래 이제 29살 먹은 처녀한테..ㅜㅜ 암튼 저인간 때문에 택시비는 벌었네'

 

역시 비오는날은 나에겐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는 날인가 보다. 평소엔 기분만 우울했는데 오늘은 별

이상한게 와서 날 황당하게 하고 .. 정말 저 빗방울이 밉다.

사무실에 도착해 서희가 항상 하는일은 들어가기 전에 커피를 한잔 뽑아먹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은 시간상 커피를 생략해야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서희는 자리에 앉았다. 어김없이 메모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김PD님 오늘 im 엔터테이먼트에 모델 계약건 있어요 잊지마세요 ^ㅡ^

 

서희의 직업은 프로듀서이다. 자체는 그냥 유명하지도 않고 평범한 프로듀서지만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방송국에 지나다니면서 보는 사람들이 굉장한 사람이라 그런지 왠간한 사람들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그게 서희를 노처녀로 만들고 있는 결정적인 역활을 하는 거 같긴 하다. 여지껏 29살 먹도록 서희는 연예한번 못해봤다. 사랑한번 못해본 서희가 어떻게 PD가 될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사람도 많지만 그간 노력과 성실로 간접경험을 많이 해본 서희라 여지껏 버틸 수 있었다. 감정몰입도 어지간한 연기자보다 서희가 한 수 위였다.

서희의 성격과 조금 반대되는 직업이지만 서희도 이 직업이 싫지많은 않았다. 어려서부터 서희의 꿈이자 희망이였기 때문에 서희는 그 누구보다더 열심히 노력했고 이제 그 결과를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녀에겐 놓칠수 없는 기회였다.

 

아직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지만 작가의 안목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왜 이 작가가 나를 선택했는지 나는 알수가 없다. 내가 여지껏 해본 작품이라곤 미니시리즈 몇 작 뿐이였는데...

여지껏 하진원 작가의 얼굴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얼굴없는 작가로 힛트작을 몇편이나 낸 그런 사람이다. 여간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소문이 무수히 떠돌고 있었다. 솔직히 선배들중엔 이 작가의 작품을 하고싶어서 안달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부담이 되는 작품이였다.

하진원 작가가  이제 병아리 PD인 나를 선택한 이유와 그가 쓰려는 배우조차 여지껏 하작가 작품에 출연한 유명인이 아닌 신인 모델이라니 ... 아마 하진원 작가가 나를 두고 모험을 하려는 생각인 듯 하다.

한편으로는 하작가가 선택한 그 모델이 엄청 대단한 사람일꺼라는 생각도 든다. 배우 캐스팅에서 만큼은 하작가를 따라올 작가가 없다는 것도 알고있다. 그래서 나에겐 오늘이 더없이 긴장되는 날이다.

 

때르르르릉~ 사무실 전화벨이 울렸다.

 

"김PD님 안녕하세요. 하진원입니다."

 

하작가였다.

 

"하작가님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시죠?"

 

"내 별일은요 ~ 항상 그렇지요. 오늘 미팅 있는 날이죠?"

 

"내 이제 준비하고 나가보려구요. 왠지 긴장되네요."

 

"하~ 긴장은요. 편하게 보시면 될꺼예요. 저도 사진으로만 봤는데 무척 인상이 강한놈이예요. 아마 김PD님 보시면 맘에 들어하실 꺼예요 분명 이제 약속시간이 다 되가네요" 

 

"네 이제 저도 나가보려구요 준비하고 있어요. 로비에서 보기로 했거든요"

 

"네 잘 봐주시구요. 다시 연락주세요 그럼 ~" 뚜뚜뚜~

 

항상 하진원 작가는 그런식으로 전화를 끊는다. 머 기분나쁠 정도는 아니지만.. 여하튼 대단한 사람이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로 벌써 5~6편의 힛트작을 냈으니..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아마 엄청난 독종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 5분 전이였다.

 

'헛 어쩜좋아'

옷 매무새부터 살펴보니 오늘 비가온탓에 많이 흐트러져 보였다. 우선 화장실에서 간단히 화장을 고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갔다.

오늘따라 한적한 로비에서 어떤 몸 좋고 훤칠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왠지 저 사람일꺼라는 확신이 든다.

 

"저 혹시 오늘 계약하기로 하셨던 서윤호씨?"

 

화들짝 놀란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네? 네 맞는데요? 헉 아줌마..."

 

말이 안나온다. 바로 오늘 아침에 본 바로 그 재수없는... 팔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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