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랑을 말하다 #145

김미선 |2007.12.21 17:09
조회 25 |추천 0


나는 요즘 별일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거야 뭐 습관 같은거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뭐 밀린 일이 전혀없는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그것때문에 초초해 하거나 괴로워 하지는 않아

 

니가 이런 이야기 들으면 놀라겠다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고 내 눈을 보면서 말하겠지?

담담해졌어 좋게 말하면..

나쁘게 말하면 많이 식었지

널 만날 때만 해도 참 뜨겁고 급하고 그랬는데

여전히 바쁘긴 해

어떤 날엔 점심을 거르기도 해

 

예의없이 점심시간에 걸려온 전화를 받을때면

점심 먹을 시간이 모자라고 그럴땐 커피 한 잔 마시고 말기도 해

퇴근후엔 영어학원도 다니려고 시도도 했는데 실패했어

저녁마다 약속이 그렇게나 생기더라

물론 다 쓸모있는 약속은 아니야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갑자기 100억이 생기면 뭘 할까?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바빠

사람들에게 치이고 처리해야 할 일은 항상 조금씩 밀려있고

내 방은 항상 청소가 간절한 상태고 난 늘 피곤하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사는게 참 지루하다 너무 지루해

이해할 수 있니?

 

내가 열에 들떠 지냈던 때가 언제였나?

너에게 달려가느라 불을 뿜는 공룡처럼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니 덕분에 하마처럼 웃고 너때문에 벼락같이 화를 내던 그때

이젠 손가락 꼽아봐야 할만큼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난 바빠죽겠는데 피곤해 죽겠는데

내내 너무 지루했었어

 

난 설마 아직도 니가 필요한걸까?

필요한게 너인지 아니면

그 시절에 나에게 있던 뜨거움 같은 것인지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정말 나에겐 그것밖에 없는걸까?

니가 이런 이야기 들으면 막 웃겠다

 

맑았다 흐렸다 눈이 내리기도 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내 요즘은 하루종일 불을 켜놓아야 하는

흐리고 눅눅한 날만 계속인것 같아

계속 이렇게 바쁘고 피곤하고 지루하게 사람없이 살 수 있을까?

으슬으슬한 아침 이부자리에서 더 머물고 싶은

그 5분만큼 그 만큼 니가 간절한 거 같은데

그 시절이 그리운것 같은데

 

 

#사랑을 말하다_시경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