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로트렉과 커피에 대한 단상(斷想) 1

방랑객 |2011.01.04 07:12
조회 13,473 |추천 13

예전 추억입니다...

 

 

 

 

 

이제 막 30대 접어든 어느 날.

 

당시 위치는 종로였고, 인사동쪽으로 점심식사 후 간단한 산책을 하던 중 발견한,

 

제목과 같은 take out 커피숍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담배를 끊느라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하루에 자판기 커피 8~9잔은 마시던 헤비 커피어(?) -_-였습니다.

 

새로 생겨서 그런지, 일반 브랜드 커피보단 훨씬 싼 그곳을 점심 후 산책마다 종종

 

애용하게 됐습니다.

 

 

 

 

남자분들 포인트카드나 적립타드 잘 안들고 다니시는 분 많으실텐데,

 

저는 자주 가게 되는 곳은 웬만하면 만들어서 가지고 다닙니다.

 

계산할때마다,

 

'~있으세요?'

 

묻고 답하는 게 귀찮아서 -_-

 

 

 

암튼 거의 매일 한 2달 가까이 가니, 어느 새 점원도 제 메뉴를 기억하는 지

 

인사만 하고 '까페라떼 시럽하나요?' 이렇게 먼저 아는체를 해줍니다.

 

 

 

음... -_-

 

여기서 점원의 인상착의를 말해야겠죠? -_-

 

 

 

나이는 한 20대 초,중반쯤?..

 

항상 옅은 화장에 어깨까지 오는 단발을 묶고 생글생글 웃는 미소가 귀여운,

-솔직히 볼수록 맘에 드는... -_-

 

키는 한 160 정도?..

(제가 작아서 그런지 키 큰 여자들은 누나=-_-같더란... 쿨럭...)

 

암튼,

 

괜찮았습니다.(살짝 박민영 삘-_-)

 

그곳엔 2명이 근무를 했는데(테이크아웃 전문이라 테이블은 1개 정도 있는 작은 곳)

 

친구인 모양인지 항상 둘이 웃으며 얘기하는 통에 정작 주문 말고는 한 마디 말도 못 붙여보는...

 

시간이 지속되던 어느 날!!

 

 

 

'왜 내가 로트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라고 같이 근무하던 친구에게 물어보더군요.

 

전날 엄청난 숙취에 정신을 못 차리던 저는 그만 불쑥

 

'그 분이 가게에 오셨나보죠...'

 

라고 독백아닌 독백을 뇌까리게 됐습니다.

 

'네?...'

 

라고 묻는 그녀의 말에

 

'가게에 로트렉 그림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을 뱉어냄과 동시에 후회스러움이 폭풍처럼 밀려와 마침 나온 커피를 들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왠지모를 창피함과 주제넘음에 대한 원망으로 1주일 가까이 가게를 찾지 않게 되던...

 

그 1주일 후.

 

 

 

다시 가게 된 가게의 그 박민영이 반색하더군요.

 

'왜 그동안 안 오셨어요?'

 

하면서...

 

'아... 네... 그러게요...'

 

궁색한 변명에 땅만 바라보며 커피를 기다리는 내게 그녀가 하는 말,

 

'저 그림이 로트렉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보통 일반 남자들이 아는 화가나 그림이라고는 고작해야 고흐... 정도죠.

 

저도 어릴 때, 교과서에 본 그런 것들이 아는 대부분인데,

 

 

혹시,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란 노래를 아시나요?

 

그 노래의 가사에 보면 '로트렉의 그림을 보네~' 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좋아했던 노래였기 때문에

 

그 '로트렉'이 누군지, '로트렉'의 그림을 본다...

 

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 했었습니다.

 

그렇게 이리 저리 찾아본 그 그림 중

 

개인적으로 눈에 띄게 맘에 드는 게 있었습니다.

 

찾아보았던 일반 로트렉의 화풍과도 꽤나 상이한 느낌이라...

 

몹시 기억에 남았던 거였죠...

 

 

그래서 그 날 주제넘게 나섰나봐요. 혹시 실례가 된 건 아닌지요.

 

 

 

 

라는 말은 가슴 속에 묻은 채... -_-

 

'뭐... 그냥 어쩌다요...'

 

계속 땅만 보며 커피를 기다렸습니다.

 

 

 

실은 자기 친구2명과 함께 커피숍을 시작했는데,

 

오후 3시쯤?... 까지는 지금 멤버 2명과, 그 후 시간은 다른 한 친구가

 

알바 한명과 같이 가게를 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녁 때 일하는 그 한 친구가 인테리어를 했고,

 

일전에 어느 손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우리 가게에 로트렉의 그림이 있느냐. 라고 물어봤더니

 

그 친구가 어떤 손님인지 궁금해 하더란...

 

말을 하더군요.

 

하긴, 그 친구도 대중적으로 유명세를 타지 않은 그 그림을 좋아하고, 가게에 걸은 이유가

 

있었겠죠.

 

암튼 그래서 제가 거의 12시 30분 ~ 1시 사이에 온다는 걸 알고,

 

1주일 동안 다른 한 친구와 근무를 바꿔 오전에 가게에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안 간 1주일 동안 말이죠.

 

그리고, 오늘부터 원래대로 다시 오후로 근무를 옮겼다는군요.

 

 

 

'내일 또 오실거죠?...'

 

'아... 글쎄요...'

 

 

뭐라 할 말이 없어 대충 둘러대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난 박민영-_-한테 관심있는데,

 

어쩌지...

 

1달 가까이 가게를 가지 않게 됐습니다...

 

 

-----------------------------------------------------------------------------계속...

 

 

'의사결정은 그 자체가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가능한 해결책들을 가로막는 다른 연관된 사실들과 온갖 모순을 깨닫기도

 

하기 때문이다...'

 

 

- 율리히 벡 <사랑은 지독란 혼란> -

 

 

 

 

추천수1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