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악~~~~]
온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거리로 뛰쳐 나온 나는 소리
를 질러댔다. 소리라도 질러대지 않는다면 아마도 온 몸에
서 피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머리속에서 화석과 주완의 얼굴이 빙글빙글 맴 돌고 있었
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오열할수 밖
에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었
다.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난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
다.
갑자기 구토가 밀려 올라왔다. 나는 나는 둘러싼 사람들을
한번 빙 둘러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땅으로 향하고 토하기
시작했다. 내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으웨에엑~~~]
나는 모든 것을 토하고 싶었다. 할수만 있다면 내가 본 모
든 것들을 입으로 토해내고 싶었다.
"어머. 더러워.."
"저 사람.. 왜저래?"
"그러게.. 어디 아픈거 아냐?"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 저러는거야?"
주변에 둘러싼 사람들의 지껄임이 고막에 웅웅거렸다. 겨우
속이 진정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을 밀치고 나에게
다가오는 현미의 모습이 보였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
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미보다 먼저 나에게 다가
온 사람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경찰이었다. 어깨에 붙어 있는 무궁화봉오리가 하나였다.
의경인 모양이었다. 허리춤에는 방법봉이 매어져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놀랬다. 나에게 다가오던 현미도 그 자리
에 우뚝 멈춰섰다.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아.. 예.."
경찰은 나의 왼팔을 붙잡고 일으키려고 했다.
[아아~~~]
붕대로 감싼 왼팔을 붙잡아서 고통이 밀려왔다. 나가 고통
스런 비명을 내지르자 경찰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
다.
"괜찮으십니까?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할것 같은데..."
"괜찮습니다.."
나는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도 재미있는 구경이 끝났다고 생각했
는지 하나 둘씩 가던 길로 사라지고 있었다.
"전의경 무슨 일이야?"
"아!! 김경장님 이 분이 아픈것 같아서요.."
상관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허리춤에
는 권총까지 매어져 있었다. 나는 다른편으로 얼굴을 돌렸
다.
"그래.."
그는 바로 나의 앞까지 다가왔다. 여전히 의경은 나의 왼팔
을 붙잡고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김경장이라고 불린 남자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어쩔수 없
이 그 남자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초리 매서웠다. 의경과
김경장의 뒤쪽에는 현미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
다.
"아. 괜찮습니다.."
나는 오른손으로 의경을 팔을 뿌리쳤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두명 사이를 비집고 최대한 태연한척 하며 걸었다. 현
미도 마치 구경꾼처럼 그냥 조금 떨어져 보고 있었다.
"잠깐만요.."
등 뒤에서 김경장이란 사람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압적이었다. 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 나는 못 들은 척
하고 계속 걸었다.
"잠깐만... 당신.. 거기 서봐!!"
이번에는 아주 명령적이고 고압적인 목소리였다. 아무리봐
도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멈출수는 없었다. 나는
계속 걸어갔다.
"저 놈 잡아!!! 저 놈이야.. 그 용의자..."
김경장의 명령하듯 외쳤다. 그리고 두명의 구둣발소리가 들
려왔다.
'제길...'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힐끔 돌아 보았다. 여기서 잡
히면 완전히 끝날 것 같았다. 의경은 방망이를 꺼내들었고
경찰은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들어 쥐고 있었다.
[꺄아아악~~~]
뒤를 돌아 본 순간 현미는 김경장이라는 사람과 거세게 부
딪혔다. 그리고 굉장한 소리를 지르며 길바닥에 널부러 졌
다. 그러면서 요란하게 어깨에 걸머진 숄더백을 바닥에 떨
어트렸다.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러
김경장과 부딪힌 모양이었다. 멋진 연기였다. 현미가 꽤나
크게 넘어졌기 때문에 김경장은 놀라서 그 자리에 멈춰섰다.
"이런 제길.. 전의경 빨리 잡아!!!"
"꺄아아악.. 아저씨.. 경찰이면 다에요.. 피 나잖아.. 피
... 으아아앙~~~"
현미의 재치로 이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다. 나는 다시 앞
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왼쪽에서 누군가
가 달려들어왔다.
"이 새끼..."
뒤를 돌아본 것이 실수였다. 그를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 늦
었다. 남자는 다친 왼쪽어깨를 강하게 부딪히며 도망치는
나를 제지하려고 했다. 하필 이럴때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
다니. 더럽게 재수없었다.
나는 그 남자와 부딪힌 후 비틀거렸다. 몸이 온전했으면 빨
리 정신을 차리고 남자를 뿌리친후 도망칠수 있었겠지만 지
금은 그렇지 못했다. 남자와 부딪힌 충격은 온 몸으로 퍼지
고 머리까지 흔들렸다.
"제길.. 씨팔새끼 안 비켜..."
나도 필사적이었다. 이대로 잡힐수는 없었다. 남자는 나를
일단 정지시킨후 내 앞을 가로막았다. 덩치가 조금 컸다.
"비켜 이새끼야.."
나는 거칠게 욕을 했다. 남자는 약간 주눅이 든 표정이었
다. 몸만 정상이었다면 이정도는 쉽게 해결하고 도망칠수
있었지만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느새 뒤에서는 의경이 쫓아 왔다. 나는 나를 막어선 남
자과 의경을 번갈아 보며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까이 오지마.. 씹새끼들아!!!"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의경은 점점 나에게 다가
와 방망이를 앞으로 내밀고 언제든지 후려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것으로 어깨나 머리를 한번이라도 맞는다면 여
지없이 쓰러져 잡힐것이 분명했다.
나는 사람들이 더 모이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의경쪽을 보고 한번 위협을 준후 갑자기 몸을 돌려
조금전에 나를 가로막은 남자쪽으로 달리며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갑자기 달려들면 백이면 백 피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노리며 공중으로 몸을 날려 발차기를 하는 척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남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
는 그제서야 이 남자가 많은 운동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아쳤다. 하기사 그렇지 않았다면 나서지도 않았을지도 모르
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이 남자에게는 미안하지
만 나도 이판사판이었다.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향해 오른
발을 날리는 척했다. 남자는 예상한 듯 머리를 숙여 피하는
동작을 했다. 나는 빨리 발의 방향을 바꾸어 남자의 머리를
발로 찍어눌렀다. 남자는 비명을 질러댔다. 정확하게 정수
리 부근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착지해 몸을 바로 잡고
바로 뒤를 돌아 보았다. 의경의 방망이가 나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나는 몸을 틀어 피했다. 간담이 서늘했다. 방망이는 나의
머리칼을 스치며 부우웅 소리를 냈다. 조금만 늦었으면 머
리가 두쪽이 날지도 몰랐다. 의경은 너무나 흥분되어 힘조
절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피해버
리자 의경은 너무나 세게 방망이를 휘두른 나머지 중심을
잃었다. 나는 그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걷어찼다. 웩소리를
내며 의경은 땅바닥에 꼬꾸라 졌다. 두명이 땅바닥에 쓰려
졌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도망치려고 했다.
[타아아아앙~~~~]
나의 발에 맞고 쓰러진 남자를 훌쩍 뛰어 넘어 도망치려는
순간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졌다. 총소리였다. 총성
은 하늘높이 울려퍼졌다.
[끼아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는 그 자리에 우뚝 멈
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끝나는 기분이었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등뒤에서 조금전 그 경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움직
이지 못했다. 온 몸이 저려왔다.
"천천히 뒤를 돌아!!!"
사방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다들 멀리로 물어섰다. 권
총의 위력이었다. 주위에 있다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벌
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아주 천천히...
뒤를 돌자 나를 겨냥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그
바로 뒤쪽에 현미의 얼굴도 보였다. 현미도 다른 사람과
함께 멀찌감치 떨어져 길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현미의
얼굴은 창백했다. 나는 가만히 있으라는 표시로 고개를 천
천히 가로 저었다.
나는 다시 나를 겨낭하고 있는 권총을 보았다. 권총은 심하
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오발을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시선을 천천히 그 경찰의
팔을 따라 눈으로 옮겼다. 경찰의 눈을 눈을 노려보았다.
"움직이지마!!"
나는 다시 한번 명령한 뒤 엉거추춤한 자세로 다가왔다. 저
남자가 정말로 사람을 쏘아 본적이 있는지 없는지 충분히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실탄을 받아본것도 아마 최근일이 분
명했다.
경찰은 조금씩 다가와 쓰러져 있는 의경앞까지 왔다.
"전의경 괜찮아? 빨리 일어나!!!"
"으으... 김경장님 괜찮습니다!!"
의경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그는 나를 한
번 노려보았다. 적의에 가득찬 눈이었다. 조금전까지는 두
려움에 찬 눈이었지만 권총을 겨누고 있는 이상 이제 그는
나에게 두려움을 느낄 필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거 받아..."
김경장은 의경에게 허리춤에 있는 수갑을 건네주었다. 의경
이 그것을 받아들자 김경장은 다시 나에게 명령했다.
"움직일 생각은 꿈도 꾸지마!!! 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
고 양 손을 깍지낀 다음에 머리위에 올려!! 어서!!"
나는 김경장의 말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김경장과의 거리는
불과 3m여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조준성이 떨어지
는 권총이라도 이정도에서 쏜다면 안 맞을래야 안 맞을수가
없을 것 같았다.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김경장에게 수
갑을 건네 받은 의경은 주춤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일을 하는게 처음인것이 틀림없었다.
"긴장하지말고.. 천천히 해... 그리고 넌 움직이지마.."
"아.. 예.."
나는 포기할수 없었다. 여기서 잡혀 버린다면.. 경찰이 내
말을 믿어줄까? 혹시 화석과 주완을 죽인 범인을 나로 몰아
붙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은식과 현미는 어떡게 될까?
나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총구를 노려보았
다. 순간적으로 어리버리한 의경이 나에게 다가오면서 총
구와 나와의 사이로 끼어 들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전의경 비켜서!!!"
김경장은 자신과 나 사이에 순간적으로 전의경이 끼어들자
놀라면서 비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놓치
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의경에게 달려들
어 오른쪽어깨로 받아버렸다. 온 몸으로 통증이 전해졌지
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퍼어억~~~]
[으어헉~~~]
내가 들이받은 의경은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졌다. 김경장
은 내가 의경을 들이받고 자신에게 달려들자 놀라면서 뒤
로 물러섰다. 나는 이를 악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나를 벗어났던 총구가 다시 나에게 겨누어지고 있었다. 나
는 발을 날렸다.
[타아앙~~~]
바로 앞에서 총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소리와 동시에 나의
발이 김경장의 손목을 걷어찼다. 총은 김경장의 손에서 날
아가 떨어졌다. 나는 내가 총에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
만 통증이 없었다.
당황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총을 쏜 김경장도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m 앞에서 쏜 총알은 나를 빗나갔다.
바로 앞에서 총소리가 터져나오자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주저 앉을 뻔 했다. 정말로 죽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김경장은 자신이 떨어트린 권총을 집으려고 몸을 날렸다.
나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권총쪽으로 달려들었다.
다행히도 먼저 집어 든것은 나였다. 차가운 금속성 물체가
손에 만져졌다. 묵직했다.
[끼아아악~~~]
이번에는 입장이 반대가 되었다. 주위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이 보기에는 악당인 내가 권총을 집어들자 큰
일이나 난 것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김경장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꼼짝마!! 움직이면 나도 내가 어떡게 할지 몰라.."
내 말에 김경장과 다시 몸을 추스린 의경은 제자리에 멈추
어 섰다.
"죄를 늘리지마! 그런다고 너에게 좋을 것 하나도 없어!!"
"닥쳐!! 당신이 뭘 알아!!"
정말로 죽을뻔 했던 생각을 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운이
없었다면 정말로 총알에 맞았을 것이다. 더이상 실랑이 할
기운이 없었다. 어떡게 해서든지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
다.
나는 권총을 그들에게 겨눈 후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
다. 멀리서 경찰차의 싸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누
군가가 신고를 했던지 아니면 총성에 주변에 있는 경찰들
에게 연락이 된 모양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모든 행인들은 고개를 땅에 쳐
박고 소리를 질러댔다. 마치 내가 자신들을 죽일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제길..."
나는 무작정 내달렸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되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