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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부의 아름다운 비행

남복동과장 |2011.04.04 12:06
조회 7,302 |추천 145

김포공항을 가기 위해, 신길역에서 5호선을 기다리고 있었네요.

 

 일요일이어서 어느때 보다 한가한 기다림이었습니다.

 

엠피쓰리에선 여전히 에반게리온의 ost가 흐르고 있어요.

 

심장박동처럼 강렬하게 들리는 베이스소리에 빠져 있을 때..

 

그래서 주위의 말소리와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그 시점에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 장면을 보고 맙니다.

 

중년의 남성분이 휠체어를 잡고 계세요. 휠체어엔, 고개를 숙인

 

중년의 여성분이 앉아 계셨고, 목까지 올라온 체크담요의

 

답답함이 싫었던지, 자꾸 몸을 움직여 체크담요를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계세요.

 

과거의 복동이의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아 시선을 사로잡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앙탈 아닌 앙탈을 부리는 여성분에게 짜증 섞인

 

미소를 내 보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변하지않았던 미소뿐 아니라

 

다정다감했던 중년남성분이 말투에 좀 더 진한 시선과 마음이

 

갔었을 수도 있네요.

 

지하철이 들어옵니다. 남성분은 갑자기 휠체어를 움직여

 

전철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반대방향으로 합니다.

 

여기서 이 남성분이 휠체어를 처음 끌어 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저도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많이 다녀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혹은 길을 걷다가 내리막길이 나온다던지

 

턱이 높은 거리를 걸어야 할 때.. 뒤로 돌아 휠체어를 움직이는 게

 

훨 수월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죠...바로 앞으로 휠체어를 돌진

 

시키면...높은 턱에 부딪혀 휠체어에 타신분이 앞으로 튕겨나거나

 

떨어지는 불상사를 겪기도 하거든요.

 

특히 수족을 못 쓰시는 분들에겐 더 조심해야 할 상황이네요.

 

아무튼 남성분은, 그렇게 휠체어를 밀고 지하철에 타십니다.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휠체어 주변에 자리를 잡고

 

계속 여성분과 눈을 마주치려고 애썼습니다.

 

처음엔 자꾸 시선을 피하시더니, 혀를 내밀고 귀엽게 ( 내생각)

 

웃는 제가 어이가 없었는지 여성분도 피식 웃으세요.

 

ㅋㅋㅋ (그냥 좋아서 웃어봤네요.)

 

이제 조금 친해졌으니...호칭을 아주머니라고 할 거네요.

 

그 모습을 보고 계시던 남성분의 시선과도 마주쳤어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서로 인사를 했어요. 인사를 했으니.

 

아저씨라고 호칭을 바꾸겠습니다.

 

 

ㅋㅋㅋㅋ( 흐뭇해서웃어봤어요)

 

 

더 이상의 눈빛 교환은 없었어요. 그저 전 그분들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아저씨의 행동하나하나...말투 하나하나...

 

아주머니의 행동하나까지.. 그저 듣고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눈물이 나려고하대요.  돌아가신 저의 부모님 생각이 나서였을까요

 

저의 어머니도 수족을 쓰지 못하셨고, 그런 어머니를 항상

 

휠체어에 태우고 동네를 산책하셨던 아버지셨네요...

 

감수성이 풍부해서 그런건 아니였을거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공부해야한다는 핑계로, 저 중년부부의 아름다운 시간처럼

 

아름다웠을 부모님의 모습을 그 땐 당연하다는듯...

 

모르고 지나친게 죄송스럽고 안타까워 그랬을 수도 있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나봅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숨기려고 했지만, 아저씨께서 보시고 말았어요

 

ㅎㅎ( 부끄럽고 민망해서 웃어보았네요)

 

제 눈과 마주친거죠. 전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께

 

부모님의 이야기를 했어요.. 아저씨께서도 저의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앉아계신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해주셨죠.

 

직업의 특성상 늘 녹음기를 가지고 다녀서 아저씨게...

 

녹음을 요청했어요. 흔쾌히 허락해주셨네요.

 

" 이 사람이 이렇게 된 게 벌써 5년째야.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는데, 저녁밥을 하다가  간장이 떨어졌다고

 

슈퍼에 간다고 간 사람이 들어오질 않는거야. 교통사고가

 

난거지. 뺑소니를 당했어. 사고난 현장에서 수십미터를 날아

 

갔으니 이 사람이 몸이 남아나질 않은거지... 수술하고 또 수술하고

 

겨우 살려냈는데  불구자가 된거야. 우리가 결혼한지 40주년이

 

 됐는데 아들이 두명이나 있어. 그런데 어떤 며느리가 이렇게

 

아픈 시어머니를 모시려고 하겄는가. 나도 내가 이 사람을

 

데리고 사는 게 편하고 이사람도 그렇고. 소원이 있다면

 

내가 이사람보다 늦게 죽는거지. 처음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이사람도 힘들었겠지. 젊었을 때 고생만고생만하다가

 

편해지나 했더니 몸이 이 모양이 되버렸는데 안 힘들겠는가?

 

밖에 나가는것도 싫어하고, 물리치료도 안 받으려고하고..

 

그런데 재작년부터인가 둘이서 여행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이 그렇게 좋아하드만.. 바쁘게 사느라고 제대로 된

 

여행 한 번을 못 시켜줬는데. 몸이 이래서 멀리 가지는 못하고

 

동물원 가고 여의도공원도 가고 가는곳이라고는 서울시내밖에

 

없는데 그렇게 좋아해. 그래서 자주자주 이렇게 다니지.."

 

( 녹음내용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 가장 힘드실 때가 언제세요?"

 

"  이 사람을 포기하고 싶을때지.

 

   그 때 말고 힘든 건 없어"

 

"... ..."

 

말을 더 이어 갈 수 없었어요. 아주머니를 수발드는게 힘드네

 

라는 대답을 생각하고 있었던 저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네요.

 

아주머니를 포기 하고 싶을 때 가장 힘들다라....

 

제가.. 이제 겨우 30년 조금 넘게 살았지만... 얼마를 더 살아야

 

저런 느낌을 알 수 있을까요.

 

꿈을 포기 해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일까요?  알고 싶었지만..

 

그래서 더욱 아저씨게 이것저것 여쭈고 싶었지만..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해 드리고 싶어서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 아가씬 뭐하는 사람인데 녹음기까지 들고 다니나"

 

" 전, 그냥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네요..

   감사해요. 흔쾌히 녹음을 허락해주셔서.. 제가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거예요.."

 

아저씬 책이 나오게 되면 꼭 알려 달라시면서 전화번호까지

 

알려주셨어요. 

 

 

이 글을 쓰면서 안부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왔어요.

 

처음부터 전화를 드리는 게 부끄러워 문자를 보냈더니

 

많이 불편하셨나봐요 ㅎ

 

 

 

아무튼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까치산역에서 내리셨고..

 

너무 아름다운 그들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다는 게

 

몹시 아쉬웠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찍어봤어요. 물론 양해는 구했어요.. 부끄럽다하시면서

 

멀리서 찍기를 원하시더라구요.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모습이었는걸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전 아직도 멀었나봅니다.

 

세상엔 배워야 할 것들이...그리고 제가 경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저분들에게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모습을

 

약간이라도 보았기에 나서서 대화를 요청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제 전 분명 행운이 가득한 하루였다고 생각해요.

 

돈주고도 들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를...이야기속의

 

주인공에게 직접들었으니까요...

 

 

정말 오래오래 사셔서..꼭...간절히 바라시는 소원

 

꼭 이루시길 바랄게요..

 

 

추천수145
반대수0
베플후..|2011.04.04 23:36
아저씨 진짜 남자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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