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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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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서울에서 부산까지(완결)
http://pann.nate.com/talk/313735764
작성자는 웃대 좋아하는년있는놈님입니다.
시작!----------
명백한 실수였다.
끊임없이 들어간 알코올과 알량한 자존심이 만들어낸 본의 아닌 실수.
유난히도 춥던 한 겨울의 그날 밤.
여자친구에게 접근하던 그놈들을 죽인것은 순전히 실수였다.
유난히도 '술'에 관해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형량이 작은 우리나라 였지만
나로인해 그같은 것들이 모두 뒤집어져 버렸다.
내가 일으킨 사건은 집중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방송 3사의 9시 뉴스에도 나왔다.
세상이 모두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 책망했고 나를 저주했다.
뭐랄까..
'본보기'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음주상태'로 벌어진 일이라 한들, 죄값을 똑바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본보기 말이다.
두명을 죽이고 한명에게 중상을 입힌 죄로 나는 무기징역을 받고 그렇게 복역을 시작했다.
그 후 다시는 사회에 나올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복역을 시작한지 5년이 흘러, 여자친구와 가족들의 면회도 끊긴 이후로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과 다시는 대화를 나눌 수
없으리라 여겼다.
기회를..
다시 한번만 더 기회를 준다면..
정말 착하게..
성실하게..
내 몸속에 숨어있는 나쁜것들을 모조리 억누른채 살아가겠다며 기도했다. 참회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내 눈앞에 드디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 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기나긴 상념에서 눈을 떳다.
내가 걱정이라도 된 것인가, 안절부절 못하며 내 몸을 훑어보며 혹시나
상처가 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들의 모습에..
인간의 정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상처같은건 나지 않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른다며
나를 재촉하며 몸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들에 조그마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 상처가 나면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
한눈에 봐도 나보다 어려보이는 사람들이였지만,
굳이 초면에 반말을 함으로써 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기에
공손하게 존댓말로 묻자,
그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여자가 몹시 띠꺼운 표정을 짓고선
칼칼한 음성으로 반말을 지껄여대기 시작했다.
" 상처 있으면 감염되잖아!! 처음 본 사람인데 이정도는 할 수 있지
뭘 그렇게 기분 나빠 하는건데? "
....
살며시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그녀의 여자답지 않은 칼칼한 목소리 때문에,
그것이 지난 후에는 초면에 반말을 지껄이는 것 때문에,
나중에는 '감염' 이라는 알 수 없는 단어 때문에,
하지만 몇년동안이나 방안 녀석들의 시선을 피해 화장실에 숨어
울면서 참회하고, 기도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꾸욱 눌러참고서는 하나씩 천천히 묻기 시작했다.
" 감염말입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방금 제가 죽였던 그건 외계인입니까?? "
나의 물음에 쇼파에 앉아 나를 관찰하고 있던 어린 꼬맹이 하나가 '풉'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대체 어디에서 웃긴걸까?
하기사 저때즈음은 낙엽이 떨어져도 자지러질 나이니 그건 이해한다 치자...
나와 마주보고 있는 나이많은 여자는 대놓고 배를 부여잡고선 푸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 푸하하하.. 혹시 개그맨 이야? 아 .. 아 미치겠다 정말.. 아하하하하..
몸도 좋고, 싸움도 잘하는거 같아서 기대했더니
뭐 산에라도 박혀서 운동만 하던 사람이야? 좀비 몰라? 좀비? "
흠? 좀비..?
좀비라면은 들어본적이 있었다.
운동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감옥에 앉아 있어야 하는 내가,
시간을 보내고자 매일 보던 소설속에서도 읽어본적이 있고,
옛날 사회에 있을때 보았던 영화에서도 좀비라는 존재가 등장한 것이 몇몇개 있었던것 같았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좀비는 압니다. 소설에서도 본적있고, 영화에서도 본적 있습니다. "
좀비에 대해 한참이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내뱉은 대답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벙뜬표정을 지어보였다.
대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갑자기 정적이 찾아온 거실에 나의 온몸을 살피던 젊은놈 하나가
내 앞에서서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입을 열었다.
" 아저씨가 죽인건 좀비였어. 좀비. 대체 어디에 있었길래 그걸 모를수가 있지?
지금 세상은 난리도 아냐, 저 좀비한테 상처라도 입혀서 바이러스라도 감염되면
당신도 좀비가 되버린다고,
그래서 우리가 혹시 당신의 몸에 상처가 난건 아닐까 살펴본거고.. 오케이? "
.... 당신? ... 이 새...끼가...
어휴..
하지만 놈의 반말은 별로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어이없는 난제에 또 다시 난감함과 두통이 내 머리를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소설이나 영화속에서나 보던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는게 말이 된단 소린가?
" 말도안되는.... 좀비라니? 내가 바보인줄 압니까? "
나의 대답에 사람들은 또 한번 멍~ 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제는
신기한 듯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고, 잠깐 정적하던 거실은
쇼파에 앉아있던 어린 꼬맹이의 목소리로 인해 깨졌다.
" 그럼 외계인은 말이되요? 아저씨 이상해... "
허허 참..
좀비라니..
어이가 없어서 딱히 무슨말을 해야할지를 몰라 멍청하게 눈만 껌뻑이던 나는,
눈앞의 늙은 여자의 칼칼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러니까.. 한 세달전에 갑자기 좀비가 나타났어.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헤프닝 정도로 그칠 일이니까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집에만 처박혀 있으라고 언론에서 떠들었는데..
총을 쏴도쏴도 확실히 머리를 꿰뚫지 않으면 죽지도 않는데다가!!
매장한지 얼마 안된 시체는 물론이고, 그놈들한테 상처라도 입으면
두시간도 안지나서 좀비가 되어버리는 통에 막을 수가 없었다고..
대체 어디에서 있다가 왔길래 그런것도 몰라? 난감하네.. "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내가 오히려 더 난감했다.
기껏 자유라고 감옥에서 탈출했더니.. 세상은 좀비때문에 난리란다..
참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에 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 하하.. 뭐.. 그건 그렇다 칩시다.
아까 그거 한마리 때문에 사람들이 죄다 도망을 쳤다는 걸 믿으란 말입니까? "
내 물음에 여자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뭔놈의 년이,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도 이렇게 나서기를 좋아하는지..
아까 그 좀비의 괴성마냥,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칼칼한 목소리에 짜증이 치솟았지만
내심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한채 묵묵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진짜.. 멍청한건지.. 대체 어디에 있다가 온건지 모르겠네..
좀비가 그거 한마리뿐인줄 알아? 시내에만 나가봐, 길거리 천지 빼까리에 좀비투성이야.
지금이 낮이라서 그렇지 밤만 되도 온 도시에 좀비들이 난리도 아닐텐데..
아저씨는 뭐 싸움을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밤이였으면 좀비들이 몰려서 죽어도 벌써 죽었을걸? "
미친년이...
반말로 지껄이는것도 모지라서 나를 무시하는 듯이 이야기하자
이년을 때려죽일까.. 생각했지만,
어휴.. 차마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고 나는 천천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교도관들이 모든걸 내팽개치고 그렇게 도망갈 이유가
여자의 말이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까 좀비라는 그 녀석이 질러댄 괴성을 감옥에서도 들었었다.
유난히도 밤만 되면 씨끄럽던 그 울부짖음 소리가 좀비였다니..
이제서야 여러개로 나뉘어 있던 퍼즐조각들이 하나가 되어 완성되감을 느끼곤 고개를 끄덕였는데,
내가 모든걸 이해했다고 여기는지 슬며시 웃는 사람들이였지만..
하지만....
하지만....
" 그럼 이제 어떡합니까? "
나의 물음에 또 다시 벙뜬~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람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