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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융통성 없는 걸까요.(좀 길어요.)

모르겠다 |2012.01.18 14:32
조회 6,559 |추천 14

 

결혼하지 조금 있으면 1년되는 32살 여자입니다. 남편은 37이고요.

 

저는 사실 살면서 결혼생각이 없었습니다. 돈도 혼자 쓸만큼은 벌고, 무엇보다 취미생활이나 인간관계 폭이 넓어서 바깥 활동이 많았거든요.

결혼하면 아무래도 저런 것들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혼자 편하게 살려고 했었지요. 성격상 외로움을 타는 성격도 아니고요.

 

그런 저의 성격도, 독신주인인 것도 알고 있는 남편의 끈질긴 대쉬에 사귀게 되고, 연애하는 동안 너무 편하고 말도 잘 통하고 잘 맞는 남편 때문에 이 사람이 평생 동반자가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 또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애절하게 결혼을 원하기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준비를 그냥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불합리한 허례허식을 싫어하기에 서로 예단 예물 일절 없이 남친과 반지만 서로 해주고, 각자 부모님들 정장 한복 해드리고, 집은 제가 처녀때부터 혼자살던 관악구의 소형아파트에서 사는걸로, 혼수는 쓰던 세간이 다 괜찮은 것이기에 남편이 TV, 본인 컴퓨터, 침대만 했습니다. 서로 깔끔하게 했지요. 부모님 도움 일절없이... 이건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댁은 남쪽 끝에 있는 지방인지라 시댁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었어요. 점잖으시고 좋으신 시부모님이라 생각 했지요.

친정은 목동에 있어서, 저 혼자 가끔 남편이 야근할때 들러서 반찬 얻어가거나 수다 떨거나 하고 옵니다.

 

그리고 취미생활은 제가 수공예를 하는데 일주일에 두 번 퇴근하고 들릅니다. 그리고 영어 독서회를 운영하는데 그 모임 나가는 것 하고요.

 

남편은 야근이 잦은 직종이에요. 그래서 평일에는 거의 10시, 11시. 일찍오면 9시...(저는 퇴근시간이 5시 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부러 처녀시절 했던 주말 활동은 전부 캔슬했습니다.

저도 신혼인데 남편하고 붙어있는게 가장 좋았거든요. 남편의 지금 직장 내 포지션이 변동되어(그러려고 노력 중) 퇴근시간이 안정되면 제 활동도 줄이고 남편과 같이 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 같이 할 생각도 하고 있고요.

 

그렇게 결혼하고 서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는데...

 

한달 전부터 시어머님이 전화로 제게 좀 퉁명스럽게 이것저것 훈계하시더군요.

요지는 '결혼한 여자의 바깥활동이 너무 잦은것 아니냐.' 그리고 '친정 나들이가 너무 과하다.'

 

제가 시어머님께서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뭘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대답했더니... '바깥에서 사람좀 만나고 있어요.' 라던거 '지금 목동이에요.' 라고... 전화걸때마다 그렇게 받으니 너무 제가 바깥에만 돌아다니는 것 처럼 비춰졌나 봅니다.

 

처음에는 그냥 '네, 네 주의하겠습니다.' 라는 수준으로 응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하던 활동을 안할 수는 없으니 생활은 이전과 같이 했지요. 남편도 없는 아파트에서 집지키는 개처럼 제가 남편오기만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제 생활이 있는데.

 

그러다가 저번주 금요일, 독서회에서 신년회겸 작은 파티를 열었습니다. 그 때도 남편은 야근 중이었구요.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 데 10시쯤 핸드폰으로 시어머님이 전화하셨습니다.

 

전화를 구석에서 받는데 아무래도 음악소리와 왁자지껄한 사람들 음성이 들렸나 봅니다.

몹시 화를 내시고 정신이 있는냐 없느냐, 유부녀가 뭐하는 것이냐, 자기 아들은 지금 직장에서 돈버느라 뼈가 빠지는 데 너는 뭘하고 다니는 거냐....................

 

엄청난 속사포...(경상도 분이시라 말이 엄청 빠르세요.) 그 중 절반도 못알아들었지만 대충 이야기의 내용은 알았기에 매우 화가 나더라고요. 또 약간 술기운도 있어서 그런지 제가 좀 퉁명스럽게 대응했습니다.

 

'죄송한데 모임중이라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이런식으로 끊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정말 기분이 안좋았습니다. 왜 시어머니가 제 사회활동에 저렇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이해가 안되고요. 제가 나가서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결혼한 여자는 동호회 할동도 못하는지... 남편에게 그렇다고 소홀히 한 것도 없었는데... 이것저것 울분이 터지더라고요.

 

그래도 다음날 아침 생각해보니 어른한테 그런식으로 전화응대한건 잘못이다 싶어서 10시쯤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님 받으시자 어제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어머님께 실례한거 같았다고 죄송해요... 라고 말씀 드렸더니, 그래 알았다 하고 툭 내던지시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또 바깥활동에 대한 훈계를 하시더니... 내가 이제부터 저녁 8시에 집전화로 전화할꺼야. 라고 하는 겁니다.

진짜 한 몇초동안 저 말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아무말 없었더니 그런줄 알고 집에 꼬박꼬박 잘 들어오라고 끊으시더라고요.

 

하하하하하...

이걸 뭐라고 해야할지. 생전 처음 통금시간이란 걸 가져보게 되었네요.

남편이 깰때까지 거실을 왔다갔다...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습니다.

 

남편이 부시시 일어나 배고프다고 하길래 앉혀놓고 위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도 당황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그냥 집 전화 착신을 핸드폰으로 돌리라는 겁니다. 벨소리가 5번 이상 울리면 핸드폰으로 돌아오는...

 

저는 남편이 시어머님한테 이야기 해주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저런 해결책을 내놓으니 화가 나더라고요.

 

눈가리고 아웅이냐, 밖에 있으면 소음은 어떻게 할거냐, 시어머니가 바보도 아니고 모를것 같으냐, 그리고 나는 결정적으로 이런 일로 눈치보면서 거짓말 하고 싶지 않다.

 

남편은 연세드신 분들 생각하는 걸 어쩌냐는 겁니다. 그냥 대충 말 듣는것처럼 맞춰주면 안되냐고.

 

저는 그게 싫습니다. 왜 내가 그런 일로 눈치 보며 훈계 들으며 살아야 하는 거냐고, 난 내 행동에 한점 부끄러움이나 잘못됨을 모르겠다. 오빠가 나서주지 않겠다면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 시어머니께 참지 않고 할것이다.

 

남편은 꼭 그래야 겠냐는 입장. 자기가 아는데 자기 부모님이나 그쪽 지방 어른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한다. 내가 겪어봐서 안다. 그냥 대충 맞춰주는 척 하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자기도 거짓말 하는 거 싫지만 니가 우리 고향 사람들하고 안 살아봐서 모른다.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가 한 행동에 남한테 변명하거나 거짓말로 둘러댄 적이 없습니다. 잘못한 적도, 실수한 적도 있지만 사과하고 댓가를 받아들이면 받아들였지 구차하게 거짓말로 빠져나가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다른 사람이 그러는 것도 싫고요.

 

그런데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시부모님께 지금껏 내행동이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는게 싫습니다.

시부모님께 잘해드리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렇다고 저보고 지시하고 훈계하고 제 행동을 교정하고... 이건 절대 못봐주겠습니다.

 

말싸움 끝에 제가 좀 경솔한 말을 했습니다. '내가 왜 결혼했는지 모르겠다.'

 

그 말때문에 남편과 지금까지 좀 냉전중이고요. 아직까지 8시에 감시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네요.

오늘도 퇴근하고 수공예 교실에 가는데... 자꾸 마음이 불편해서 즐겁게 가질 못하겠어요.

 

왜 내가 이런 일로 내 좋아하는 일을 즐기질 못해야 하는 걸까요.

 

남편은 제가 너무 융통성 없다고 하는데... 정말 이번 일은 남편 말대로 해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시부모님과 남편은 편하겠지만 저는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해질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에도 회의가 들것 같고요. 매번 전화올때마다 눈치보고 8시만 되면 핸드폰 보면서 조마조마해야할 것 같고... 이게 맞는 겁니까?

 

정말 모르겠습니다.

 

 

 

 

 

추천수14
반대수3
베플광대|2012.01.18 14:45
나라도 싫을 것 같은데...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야함? 남편 없는 시간에 내 일할 거 하고 취미생활 하는거고, 사회생활 하는건데 그게 대체 뭐가 잘못됐음? 융통성이 없는게 아니라 자기 인생 알차게 잘 사는거지
베플우주굄흘|2012.01.18 14:36
남편분은 그 융통성을 왜 와이프만 발휘해야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본인도 지금 어머니와 와이프사이에서 융통성 제로시고만.... 그리고 착신돌려서 통화한다해도 나중에 어머님이 알게되셨을때의 후폭풍은 어쩌고? 어찌 딱 코앞일만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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