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꼬박 새고 아침에 전화로 연차 냈습니다. 그러는거 싫어하는데 참, 출근을 못하겠더라고요.
마음의 정리가 안되서 다시 글 써봅니다.
잠 좀 자고 일어나 달아주신 댓글들 잘 읽어보았습니다.
의견들 감사합니다.
어느분께서 정확히 답답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는데...
그냐 제 머리속에서 계속 이 물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
제가 정말 꽉 막힌 사람인지... 예전부터 고지식한 면때문에 손해도 많이 봤고 트러블도 있었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살면서 부끄러울만한 언행을 했던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이런 면이 결국 긴 인생에서 손해보다는 좋은 결과를 더 많이 낳았다고 봅니다.
제 곁에 있는 지인들, 친구들, 직장내에서의 위치 등등. 놀림도 받았고 답답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제가 고수하고 있는 몇 개의 신념? 고집? 때문에 항상 정공법을 써왔고 문제가 생겼을때는 정면돌파를 두려워하지 않았네요. 비록 깨지더라도 그게 결국 끝에는 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니... 내가 이상하다고, 내가 잘못되었다고 하네요. 저의 저런 면들이 좋아서 저를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던 남편이 이제는 저의 그런면들이 답답하다고 하네요. 남편에게는 사소한 것들일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걸 이해해 주지 않는게 아마 답답한 제일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정말 치사한 것 같아 이런 얘긴 하기 싫었는데...
저희 부모님도 남편에게 불만인 점이 없었을 까요.
결혼 당시 저희는 가능한의 최소 비용으로 결혼했고, 저 신혼여행 강원도로 2박 3일 갔다 왔습니다.
남편이 돈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설마 결혼하자고 하는 사람이 빈털털이로 그런 제안을 했을까요.
하지만 남편은 20대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어서 돈을 모으던 사람이었고요, 남편의 꿈은 굉장한 목돈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저는 결혼자금으로 그 돈이 깨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연애하면서 그 꿈을 얼마나 열심히 이루려고 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들었기 때문에요. 왜 부스러질 돈으로 그런 귀한 돈을 씁니까.
집은 제 집으로, 혼수는 남편이 최대한 간략하게, 예식장은 반반... 예물은 서로 반지 하나씩.
신혼여행은 제 저금으로 해외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남편의 자존심이 너무 다칠 것 같아서 제가 강원도로 맛집 여행 가자고 했지요. 원체 해산물을 좋아해서...
저희 어머니 밤에 홀로 우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시더군요. 본인이 생각하시기에는 모자람 없이 자란 딸이너무 초라하게 결혼했다고 생각하셨답니다.
그러나 저희 부모님은 전혀 그런 내색 하지 않으셨고, 또 제 남편을 좋아하며 약간은 어렵게 대하십니다.
전 그걸 생색내고 싶은게 아니라, 그게 당연한것 아닐까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당연한 일로 좋은 말 듣고 싶지도 않고 남편의 감사를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저도 그렇게 배려받고 싶을 뿐입니다.
만일 입장을 바꾸어 저희 어머니가 제 남편에게 시어머니가 했던 일을?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저는 어머니에게 너무 실망하고 화가 날것 같습니다.
크게 싸우게 될지라도 부딪혀 볼 것입니다. 제 어머니니까요.
그리고 남편에게 참고 넘기라고 하지도 않을 거고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고... 이해하라고.
결혼 전에 프로포즈할 때는 제게 결혼함으로써 생기는, 너가 생각할 불합리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자기가 그렇게 만들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던 제게, 독신주의의 자유보다 결혼이 얼마나 더 좋은 것인지 알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네요.
자기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용서를 구하고, 부끄럽지 않은 내 행동을 숨기며 거짓말을 하고
서른이 넘은 이 나이에 외출 하는 것을 눈치 봐야 할 인생이 분명 옳은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제가 답답하다고 하는 남편, 실망이라는 남편.
이것이 사소한 일일지라도, 저는 하나의 사소한 행동이 그 사람의 기본을 말해주고 미래를 보여준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머릿속이 정리되네요.
다시한번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하고요. 마음이 가라앉는것도 같네요.
오늘 남편이 퇴근하면 차분히 얘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