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과 난 다시 경포대로 차를 돌렸다.
성민은 그런 내가 착하다는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난 바로 차를 세우고 성민에게 좁은 차에서의 옆발차기를 올렸다.
그년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벌써 5시간동안 헤메고다녔다.
내가 왜 그런 년 때문에 이러고 다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목숨이 내 손에 좌지우지 된다는 생각을 하니 가만히 두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민과 난 어두워진 바닷가에 드러누워 애꿎은 모래만 바다를 향해 던져댔다.
성민 : 어!! 야... 저기.. 저기 아냐?
그년이다.
성민은 말과 동시에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갔다.
어제 그렇게 그녀들을 놔두고 가서인지 쉽게 얘기가 성사되진 않는 것 같았다.
난 엉덩이에 모래를 털어내곤 그녀들 곁으로 다가갔다.
나 : 다시 뵙네요.
눈을 흘기는 그녀를 보자 내가 지금 뭔 짓인가 싶다.
나 : 꽤 오래 있으시네요. 경포대에...
그녀 : ........................
밤에 헌팅이라도 할 모양새로 야한 복장에 진한 화장을 한 그녀가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성민 : 그날은 갑자기... 이 친구가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급하게 올라가느라고... 아 미안해...
성민은 그때 성민의 파트너의 팔을 잡고 흔들며 사과를 해댔고, 반쯤 넘어간 성민의 파트너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쭈삣쭈삣거리고 있었다.
복권 도둑년이 뭐가 그렇게 당당한건지 팔짱까지끼고 서있는 폼이 여자가 아니었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모습이다.
나 : 그땐 미안했어요.
그녀 : 미안하면 다에요?
앙칼진 그녀의 대답에 난 벙찐 표정으로 쳐다보며
나 : 흠... 뭐... 죄송했습니다. 안 풀리실 것 같은데... 여튼.. 죄송했어요.
란 말을 남기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뒤돌아 그녀들과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성민은 그런 내 뒷모습에 계속 내 이름을 불러댔고 한참이 지난 후 성민이 달려와 내 팔을 끌었다.
성민 : 야.. 넌 기집애처럼 왜 그러냐. 살리기로 한 거 끝까지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지
나 : 야... 강아지야. 너 이제 보니깐 저 여자한테 관심있어서 나 이용한 것 같은데...
난 턱을 들어 성민 파트너를 가리쳤다.
성민 : 그게 뭐가 중요하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성민은 내 팔을 끌며 그녀들이 있던 자리로 데리고 갔다.
성민 : 뭐 지난일은 잊으시고... 이 오빠들이 미안했으니깐 맛있는거 사줄게...
아.. 우리 이쁜이들 여기서 젤 비싼게 뭘까요~~~?
복권 도둑년은 끝까지 눈을 위 아래로 흘기며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몸짓을 보였다.
참... 어이없는 년 일세...
그렇게 술이 한 두잔 들어가면서 복권 도둑년과도 어느 정도 맘이 풀어졌다.
그리곤, 그 복권 도둑년이 지갑에서 복권을 꺼내 내 앞에 내려놓았다.
성민과 난 긁지 않은 복권을 보고 흠짓 놀라며 복권 도둑년을 번갈아 쳐다봤다.
복권 도둑년은 애써 눈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선영 : 그날 오빠가고 바닥에 떨어져있더라.
난 하도 급하게 나가길래 다시 돌아올지 알았는데...
복권도둑년은 한숨을 푹 쉬며 자기 술잔에 술을 따라부었다.
성민은 그런 복권도둑년을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으로 허허허 웃으며 술잔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성민 : 띵! 울 이쁜이 혼자 자작하면 못써...
선영 : 정말 오빠들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솔직히 그날 너무 자존심 상해서...
술 때문인지 복권 도둑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아... 이젠 복권 도둑년이라곤 못 부르겠다.
선영 : 우리 이름은 기억해요?
성민 : 아.... 얘는 미애... 너는... 선..희? 미흰가?
선영 : 됐어요. 오빤.. 오빤 내 이름 기억해요?
당황스럽게도 내게 화살이 돌아왔다.
난 눈만 깜빡거리면서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선영 : 나 선영이란 말야... 최 선영.
어쩜 같이 밤을 보내놓고... 이름도 모르고... 그렇게 비참하게 사람을 버리고 갈 수 가 있냐?
나 원래 첨본 남자랑 쉽게 자고 그런 애 아니거든요...!!!
도대체 뭐가 그런애고 아니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내가 보지 못한 장면을 가지고 그녀를 의심했다는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선영 : 그래도.. 착각하지마요... 오빠가 좋다는 건 아니니깐...
울먹거리는 선영이 옆에서 미애가 선영이를 다독이며 한마디 거들었다.
미애 : 선영이 정말 그런 애 아니에요. 그날... 오빠 보고 이상형이라고... 읍
선영은 미애의 입을 막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게했다.
미애는 선영의 손을 밀어내곤
미애 : 오늘도 그래서 나와 본건데... 혹시 만날 수 있을까해서...
나도 모르게 미애의 말에 미소가 띄어졌다.
난 선영이의 잔을 채워주며 내 잔도 채웠다.
선영이는 울먹울먹 울건 다 울면서 내 잔에 손끝을 가져다대곤
선영 : 띵!
이라고 외쳤다.
그런 그녀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발그레한 홍조와 눈물을 머금은 동그란 눈...
술에 취해 꼬인 혀...
그녀를 보내지 않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은 술에 취한 선영이를 꼬옥 안아주며 잠에 들었다.
술에 취해 새근새근 제법 큰 숨소리를 내며 자는 모습이 꽤 귀여워보였다.
30대 중후반인 내가 20대 중반의 선영을 만나는게 도둑놈 같지만 웬지 기분 좋은 예감이다.
다음날... 눈을 떳다.
난 내 차에 모두를 태우고 서울로 올라왔다.
선영은 조수석에 앉아 이것 저것을 만져보면서 신기해했고, 그런 모습을 보니 비싼 외제차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민 : 어제는 좋은 꿈 꾸셨나?
나 : 그래... 좋은 꿈 꿨다.
성민의 능글거리는 질문을 받아쳤다.
...........진짜다.
1년 후 오늘... 난 선영과 살림을 합치고 예쁘게 살고 있다.
선영은 살아있었고, 우린 사랑하고 있었다.
선영 : 오빠~ 나 나갔다 올게.
선영은 내가 사준 비싼 옷이며 장신구는 다 빼놓고 나를 만나기 전에나 봤음직한 싸구려 코트를 입고 현관으로 쪼로로 달려갔다.
난 그런 선영을 한번 흘려보곤 이내 TV로 시선을 옮겼다.
나 : 어디가?
선영 : 누구 좀 만나고 올게.
나 : 늦어?
선영 : 아니 금방 올꺼야. 저녁은 같이 먹자.
나 : 밖에 많이 추워. 차 끌고 다녀와.
선영 : 어..? 어.... 내가 알아서 할게.
뭔가 숨기는 것 같은 선영의 말투지만 워낙 비밀이 많은 녀석인지라 크게 신경쓰지 않고 TV에 집중했다.
선영이 나간지 두시간쯤 지났을까?
선영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나 : 왜?
선영 : .......오빠..
나 : 응, 말해
선영 : 오빠... 저기....
머뭇거리는 선영의 목소리 너머로 꽤 날카로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 선영아... 무슨일 있어?
선영 : 아니야... 오빠. 들어가서 얘기할게... 나 금방 들어가.
이럴때가 가장 난감하다.
선영을 만나 내가 바꿔버린 미래로 인해 선영을 만난 시점부터 그 이후 1년의 미래가 바뀌었다.
내가 다이어리에 적은 모든 내용이 쓸 곳이 없어져버린 셈이다.
아무리 다이어리를 뒤진다해도 내용이 일치하지 않다.
무슨일일까?
초조해진 마음으로 선영을 기다렸다.
선영은 저녁 시간때쯤 맞춰 집으로 들어왔고, 선영의 몸엔 약간의 멍이 들어있었다.
선영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무일도 아니라고 했고 예전의 나쁜 기억들로 혹시 선영을 더 아프게 잃게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선영의 오빠의 출연이다.
그동안 선영에게 가족 얘기를 듣긴 했지만 다른 가족에 비해 오빠의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진 않아 정보가 부족했다.
폭력등으로 전과가 있다는것과 이번에 출소하게 되었다는 것.
출소와 동시에 또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썼다는것이다.
지난번 선영의 빚을 갚아줬을때 그 빚이 바로 선영오빠의 빚이었다는 것을 들었다.
선영은 미안하다며 몇 번을 되내이곤 도와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선 도대체 어떻게 해결을 해 나가야할지 막막했다.
선영이를 봐선 도와주는게 아깝지 않지만...
언제나 그 오빠라는 자식의 뒷바라지를 계속 할 순 없는 일이다.
이 자식은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더 많은 것을 바랄테니깐.
우선 겁에 질려있는 선영을 재우고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라는 인간은 미래에 의지해 살아왔기에 이런 일엔 익숙치 않다.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그나마 성민이 나보단 좋은 해결책을 내 놓을것이다.
나 : 성민아... 나다.
성민 : 오.. 그래.
나 : .............있잖아.
난 선영과 대화했던 내용들을 성민에게 여과 없이 전달했고 성민은 꽤 침착하게 대답했다.
성민 : 어쩌다 그런 쓰레기랑 엮이냐...
나 : 미래를 바꾼 업이 이렇게 돌아오나보지 뭐...
성민 : 뭐 이번엔 치명적이진 않네.... 그건 그렇고...
그럼 선영이를 만나고 나서 그 이후엔 어떤 꿈을 꾸는데?
나 : 아... 잠깐만...
난 안방으로 달려가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한참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특별한건 없었다.
워낙 중요한것들만 짧게 짧게 메모해둔것이라...
나 : 중요한 내용이 없는 것 같아.
성민 : 야... 그럼 별일 없는거네.
나 : 어?
성민 : 만약에 그 자식이 너한테 해꼬지를 하거나 뭘 했다면 니가 다이어리에 적어놨을꺼 아냐.
그런 내용이 없다는건 내가 니 꼴리는대로 해도 적어도 다음해 오늘까진 아무일 안 일어난단 얘기 아냐? 너나 선영이한테...
나 : 아...
성민 : 넌 이럴때 보면 머리를 장식으로 붙이고 다니는 것 같단말야.
뭐... 얼굴이라도 반반해야 장식으로라도 쓰니깐...
나 :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강아지... 여튼 고맙다. 잘자라...
성민 : 뭘 자냐... 지금 몇...
난 성민의 뒷말을 듣지도 않고 끊어버렸다.
뭔가 큰 것이 해결된 기분이랄까?
난 오늘 내일 선영의 오빠에게 돈을 건넬것인지 말 것 인지만 결정하면 되는거다.
선영은 침대에 누워 창쪽을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영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나 : 아가씨... 안일어나?
선영 : ............오빠.. 미안해
난 선영의 뒤에서 선영을 꼬옥 끌어안고는 나갈 채비를 했다.
나 : 은행 다녀올테니깐 준비해놔. 오늘 오빠만나서 돈 주자.
선영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나를 쳐다봤다.
선영 : 오빠....
나 : 어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 돈 안주면 줄때까지 너가 시달릴 것 같아서 그냥 줘버리고 마지막이라고 말하자. 응?
선영 : .............오빠.
선영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난 그런 선영을 한참 토닥토닥해주고 은행에서 선영이 말한 돈을 인출하고 선영에게 건냈다.
나 : 옷 빨리 입어.. 같이 나가게.
선영 : ......오빠 나 혼자 갈게.
나 : 왜? 같이 나가... 남자는 남자가 말해야해.
선영 : 아냐.. 오빠 그러지마... 그 인간이 오빠 얼굴 아는거 싫어.
나 혼자 갈 수 있어... 오빠까지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어쩜 선영이 말대로 내가 끼면 더 복잡해 질 수 있겠다 싶어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영이가 준비하고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선영이 집으로 왔고 꽤 밝은 표정의 선영을 보자 마음이 안정됐다.
나 : 얘기 잘했어?
선영 : 응!! 앞으로 더 이상 못 도와준다고. 나 죽은거라고 생각하고 살라고... 그렇게 얘기했어.
나 : 그랬더니 뭐래?
선영 : 알았다고... 이제 나 죽었다고 생각하고 산다고 걱정하지 말래.
그녀의 얼굴의 미소가 번지자 내 마음도 따뜻해져왔다.
우린 그렇게 우리의 첫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냈고 끝이 없는 행복함에 젖어들고 있었다.
2015년 3월 1일이 오기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