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이는 한국에 돌아왔을까?
필리핀으로 여행가서 얼마나 재밌는건지 도착해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 한번 빼곤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여행객들에 둘러쌓여 여행 스케쥴로 움직이다 보면 연락하기가 쉽지 않을꺼라는걸 아는데도 섭섭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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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된 번호가 아닌지 숫자 번호로 전화가 왔다.
흥신소인가?
난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나 : 여보세요.
남자 : 여보세요. 에.... 거기가...
나 : .........................
난 거만하고 말이 느린 그의 말을 기다리며 짜증이 올라왔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의 목소리도 아닌데 뭔가 사람을 우롱하는듯 한 느긋함이 그의 말투에 묻어나왔다.
남자 : 음... 그러니깐.... 선영이... 아시죠? 최... 선영이....
나 : 누구요? 선영이 말입니까?
난 혹시라도 필리핀에서 무슨일이라도 생긴게 아닌가 싶어 자세를 고쳐앉고는 전화기에 메달렸다.
나 : 선영이한테 무슨일이 있습니까?
남자 : 아....... 내가 맞게 전화했네... 에..... 그러니깐...... 뭐.......
나 : 무슨 일이신데요... 빨리 말씀해보세요!!!
남자 : 에............. 내가 지금 말을 할라고 하는데.... 말을 끊지 마시고....
그니깐... 에.......... 선영이랑 통화가 안되네...요???
혹시 선영이가 어딨는지 아나?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이 어이없는 작자는 도대체 누구인거지?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사람!
선영의 오빠였다.
나 : 혹시 선영이 오빠되시나요?
남자 : 어익후!! 선영이가 저에 대해 말을 했어요? 껄껄껄껄껄....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 남자는 호탕하게 웃어제겼다.
남자 : 네... 제가 선영이 오빠 되는 사람인데요... 통 선영이랑 연락이 안되서 말이에요...
혹시 선영이가 어딨는지 아시나요?
남자의 말이 제법 빨라졌다.
나 :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선영이 지금 한국에 없습니다.
남자 : 어???? 이런... 이런... 그럼 안되는데...... 흠...
뭔가 큰일이 난 듯한 그는 계속 감탄사만 연발하며 할말이 있는듯 없는듯 계속 우물 쭈물 거렸다.
이 남자가 왜 선영을 찾는지 난 알 것 같다.
돈 때문이겠지...
난 쇼파테이블에 있는 내 지갑을 열어 얼마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가 이 돈으로 만족하면 좋으련만...
남자 : 그게..... 선영이가 나한테 돈을 빌렸는데....
이게 갚을 때가 됐는데도 돈을 안줘서... 말입니다.
나 : 흠.........................................................
빌어먹을 새끼....
나 : 어디시죠?
남자 : 어? 왜??? 나오시게요? 안 그래도 되는데....
나 : 얼마가 필요하신지 모르겠지만 우선 급하신 불부터 끄셔야 될 듯 한데...
필요하시면 만나시구요.
내 오늘 이 자식을 만나 흠짓 두둘겨 패줄 작정이다.
그런 내 의도를 아는지 남자는 자꾸 만나길 피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은 받아야겠기에 자신의 위치를 잘도 불어댔다.
성민도 따라 나온다는걸 커피숖 앞까지만 따라 오게 하곤 나 혼자 들어갔다.
난 1층을 두리번거리며 걸려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남자 : 오셨어요?
나 : 네... 어디시죠?
남자 : 잠시만요... 어... 안보이는데... 전 2층 이거든요.
난 1층 홀 구석에 있는 계단을 확인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꽤나 어수룩해 보이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전화를 끊고 그에게 다가갔다.
나 : 안녕하세요.
남자 : 아... 네....
난 뒤돌아서는 그를 지나쳐 그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순간 난 굳어져버렸다.
이 사람은....
................ 그.... 였다.
남자 : 아... 뭐라도 마시겠어요? 제가 커피라도...
급 공손해진 그에게 난 공포를 느끼며 손이 바들 바들 떨렸다.
이 사람이 내가 지금까지 찾아다녔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커진 동공과 멈춰버린 내 동작을 쳐다보던 그가 머슥한지 미간에 인상을 쓰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남자 : 괜찮으신거에요?
이럴 줄 알았음 성민과 같이 들어오는건데...
난 쇼파로 몸을 밀착하며 그가 더 이상 다가오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를 했다.
그리곤, 지갑을 열어 지갑에 있는 모든 돈을 털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나 : 이정도면 선영이가 갚을 돈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우리 마주치지 맙시다.
남자는 수표를 찬찬히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꽤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남자 : 선영이가 대단한 양반 물었다고 하더니만...
말 그대로 대단하십니다.
선영이 고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진 몰라도... 역시 내 동생 인물 값 하네요.
근데 그 년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위험한 년 이거든...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지나쳐 다시 목계단을 타고 급하게 내려왔다.
그리고 커피숖 앞에 주차되어있던 차에 바로 올라타 바로 출발해버렸다.
식은땀이 주루룩 흘러내렸지만 8월 말의 더위와 맞물려 성민에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지나쳤다.
성민 : 왜 이렇게 빨리나와...
난 또 그 자식 이층 창문 뚫고 떨어져 나오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나 : 그 자식이었어. 그 자식...
성민 : 어? 뭔 자식? 그 자식? 그 자식이 뭐야?
난 신경질적으로 한적한 곳에서 브레이크 밟으며 차를 세웠다.
나 : 나! 나를 죽인 그 새끼!!!!! 그 강아지가.... 선영이 오빠란 말야!
성민 : 뭐?? 그 자식이... 그 자식?
나 : 이제 어떡해야 하지?
성민은 불안에 떠는 나를 진정시킬 틈도 없이 흥신소에 전화를 걸었다.
최선영의 오빠를 조사해 달라고...
그 이후 그 남자에 대해 우린 꽤 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이름 : 최 종환
나이 : 32살 (선영과 4살차이)
직업 : 없음
사기 및 방화, 폭행 전과 다수
결혼한 이력 1회 / 부인과 사별(살해)
현재 하우스에서 기도를 보며 근근히 생활. 생활력 제로
그 의 일상이 찍힌 사진을 보니 내가 이런놈 한테 살해를 당하나 싶을 정도로 허접한 모습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 뒷장에 적힌 그의 가족사...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가세가 기울어 굉장히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냄
아버지는 그의 나이 22살 때 돌아가심(화재)
그 해 동생인 최선영을 구타해 폭력으로 기소. 복역한 전력이 있음.
그 다음해 출소, 사채를 써 빚이 늘어나자 당시 미성년이었던 최선영을 다방에 넘김.
최선영이 돈을 못 갖고 오자 다니던 다방에 불을 질러 그 당시 많은 사상자를 내고 복역.
모범수로 3년만에 출소
다방을 전전하며 팔려다니던 최선영을 빼내준 남자친구(윤성범 당시 54세/유부남)에게 사기로 고소당함.
남자친구(윤성범)의 합의로 바로 풀려남.
그 후 남자친구(윤성범) 살해당함.
제 1용의자로 주목되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남.
교도소에서 배운 기술로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면서 경리를 보던 아가씨와 결혼(김영은: 당시 26세) 28세 가정을 이룸.
순탄하게 가정을 이뤘지만 결혼 후 얼마 있지 않아 삐걱대던 중 부인(김영은)이 가출.
최 종환의 폭력으로 인함이 아니었나 사료됨.
몇 달 후 최종환의 아내(김영은) 변사체로 안산에 있는 야산에서 발견됨.
이 또한 제 1 용의자로 주목되었지만 확실한 알리바이로 인해 풀려남.
사실상 최종환의 결혼과 동시에 동생 최선영과는 남남으로 지내게 됨.
간간히 어머니(김말순)를 찾아뵙는다고 하지만 횟수가 그리 많지 않음.
성민과 난 최종환의 과거를 보다 선영이의 과거까지 알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난 선영이 순결하고 깨끗한 여자라고 생각진 않았다.
하지만 저런 과거가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솔직히 그녀의 아픔을 보듬아주기엔 내 그릇이 작은건지...
그녀가 더러워보이기까지 했다.
나중에 선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하다.
그녀의 뜻도 아니었을텐데... 어찌보면 그녀도 피해자인데 내 마음이 그리 간단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성민 : 히야... 뭐 이런 집구석이 다있냐.
완전 개 쓰레기구먼... 너 이런 얘기 선영이 한테 들은적 있어?
어쩜 이 병신새끼야... 넌 미래를 본다는 새끼가 이런 건 못 보고 지랄을...
성민도 이런 상황에 말려든 내가 한심스러운지 한참을 욕설을 내 뱉고선 우리가 받은 서류를 덮었다.
성민 : 어쩔꺼야... 선영이 오면..?
나 : 어쩌지... 나 이대로 선영이 못 볼 것 같아...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못하고 여기 저기 술집 전전하며 팔려다닌 여자야...
어떻게 내가 그걸 감당해... 난 못해... 난 못해...
성민은 담배를 빼어 물더니 이해한다는 듯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남자라면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성민 : 너... 선영이한테 그럼 안된다.
나 : ................ 뭔 개소리야.
내가 지금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그런 더러운 과거 나한테 속이고 받아쳐 먹은게 얼만데...
그때 바닷가에서 두 번 다시 만나는게 아니었어.
난 분노에 차서 테이블이 부서져라 주먹으로 내리쳤다.
성민 : 니 맘 이해하는데...
우선 그게 선영이 뜻은 아니었잖아.
선영이가 좋아서 그 어린나이에 다방에 팔려간것도 아니고...
나 :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니가 내 상황이어도 그딴 개소리 할래?
성민 : 그래... 개소리다. 강아지야.
현실을 직시하라고.. 병신새끼야.
니 꿈... 니 미래... 선영이가 널 살릴 수 있는 열쇠라는거 몰라서 물어?
마지막까지 널 살리려고 노력하는게 선영이라는거 모르냐고... 병신새끼야.
버릴꺼면 너부터 살고나서 버려... 병신아!
똑바로 보라고... 똑바로!!!
그래... 난 지금 이 상태에서 선영을 버릴 수 없다.
더욱이 오늘 밤 꿈을 꾸기 전까지는...
선영 : 오빠!!!!!!!!!!!!!!!!!!!!!!!!!
여전히 하이톤 여자의 비명이 내 눈을 번쩍 뜨이게했다.
선영의 목소리다.
항상 똑같은 배경이다. 바닥에 깨져있는 유리파편들...
그리고 내 품에 안겨 쓰러져있는 한 남자...
그 남자와 나 사이에 강처럼 흘러내리는 핏줄기.
나 : 개 씨팔!!!
난 최종환을 짐짝 던지듯 내 몸에서 밀어 던져버렸다.
그리곤, 내 목에 박힌 유리를 더듬 더듬 조심스럽게 만졌다.
선영은 최종환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하고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최종환의 등 뒤에 커다란 유리가 박혀있었다.
덜덜덜 떨던 선영의 손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선영 : 오빠 괜찮아? 괜찮은거야?
를 되내이며 미친사람처럼 초점을 흐리고 서있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고, 비명이 난무했다.
선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내게 다가와 나를 꼬옥 안아줬다.
선영 : 오빠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누군가 119에 신고를 하는것까지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꿈은 바뀌어 최종환도 나와 같이 죽는것처럼 표현되었지만 내가 죽는다는것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선영이가 그 동안 겪은 설움과 울분으로 최종환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인가?
내가 죽긴하지만, 최종환도 응징 할 수 있어서인지 몰라도 다른 꿈보다는 약간이나마 통쾌하기도 했다.
역시 성민은 내 꿈을 듣고는 선영을 내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래...
이번 꿈으로 나도 맘을 달리 먹었다.
선영은 내가 꿈에 그리던 그런 여자는 아니다.
하지만 날 위해 존재해줘야겠다.
마지막 날까지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말이다.
아니...
난 미래를 바꿀것이다.
반드시...
선영이 집으로 간식거리와 장을 봐왔다.
난 그런 선영을 물미끄러미 쳐다볼뿐 도와줄 생각이 안들었다.
그녀에게서 애정이 식은탓이겠지.
오늘따라 선영의 얼굴이 어두웠다.
선영 : 집에서 뭐 안해먹는거야?
나 : 남자 둘인데 누가 해?!!
선영 : 나 보내놓고 매일 둘이만 이러고 있는거 솔직히 너무 거슬려.
가시돋힌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솓았다.
나 : 오늘 그날이야? 왜 이렇게 짜증을 내?
선영 : ..................................................
나 : .........................................
선영은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라는듯 기다리다 이내 고개를 털어내곤 말을 이었다.
선영 : 오빠가 또 구속됐어.
나 : 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선영 :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 나 필리핀 있을 때 돈 줬단 얘기...
나 : 얼마나? 얼마나 있는데?
선영 : 뭐야... 지금 좋아하는거야?
선영의 정곡을 찌를는 말에 금새 얼굴에서 미소를 걷어내었다.
지금 나에게 어떤 얘기보다 지금 이 얘기보다 행복한 말은 어디에도 없을것이다.
나 : 그게 아니고....
선영 : 2년... 그동안은 우리 괴롭히진 못할꺼야. 어찌보면 다행인데... 흠...
선영은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인상을 써댔다.
.............. 뭔가 찝찝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최종환은 쉽게 해결됐다.
최종환이 기도를 보던 하우스가 단속반에 걸려 상습 도박으로 잡혀들어갔다.
2년 복역...
하늘이 날 도운건가?
2년이면 적어도 그가 날 죽이러 올 순 없는 시간이다.
그날 성민과 난 서로 축하를 하며 결정되지 않은 미래에 축배를 올렸다.
꿈을 꿨다.
줸장...
최종환은 없다.
그런데 난 죽어가고 있다.
선영이는 풀린 눈으로 나를 향해 비명을 질러대고 누군가 코너 골목에서 우릴 피해 달아나는 뒷모습만을 남긴채 도망을 치고 있었다.
선영의 손에선 피가 흐르고 있다.
아마 그놈도 선영에게 공격을 당해 멀리 도망가진 못했을것이다.
도대체 도망간 저 남자는 누구지?
테잎이 늘어나 소리가 늘어지다 못해 끊어지듯 그렇게 나의 시야가 뿌옇게 변한다.
나 : 그 자식이야. 뒷모습이 딱 그자식이라니깐.
분명히 그 자식 그날 전에 출소되서 나올꺼라고.
성민 : 6개월도 안 살고 나오는 경우가 어딨어?
괜한 걱정하는거 아냐?
나 : 그 자식이든 저 자식이든 어쨌든 내가 죽잖아.
그럼 그 자식이지... 뭐냐고!!!
성민은 내 말에 더 이상 말을 이어붙이지 못하고 쇼파위로 무너지듯 앉았다.
성민 : 뭐가 이렇게 안바뀌냐...
이정도 했으면 확 바뀌어야 하는거 아니야?
나 : 우리가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이 미래의 주체가 나야.
내가 죽고 사는건 함부로 바뀌지 않는다는걸 알려주는거야.
지금까진 내가 바꾼 미래에 다른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지만...
내 인생은 바꿀 수 없다는 걸 왜 이제야 안거지?
병신같이 우린... 아니 나는 이걸 바꿔보겠다고 개 삽질이나 하고....
이제 고작 4달 남았어.
우리가 뭘 바꿀 수 있겠냐고!!!!!
성민 : 정우야! 우리 바꿀 수 있어.
내가 바꿀꺼야... 조급해 하지마.
그 자식이 2월 29일 전에 출소한다고 하면 우리가 먼저 그 자식을 찾으면 돼.
그 자식이 감방에 있는 한 널 절대 건들 수 없다는거... 잊지마!!!
그 자식이 있어야 너가 죽는거야... 알아듣겠냐고.
성민은 감정이 많이 이입됐는지 내 얼굴을 본인 손으로 쥐어잡고 마구 흔들어대며 얘기했다.
나 : 병신아... 놓고 얘기해... 어지럽다.
성민은 뻘쭘하게 손을 내려놓고... tv 리모콘을 들었다.
그리곤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성민 : 뭐... 시킬까?
나 : 난 짜장.
사람은 누군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내 문제가 가볍게 느끼겠끔 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이 난다는데 이런걸까?
방금 그 어색한 연극 같은 상황이 지나자 서로 얼굴 볼 낯이 없었다.
그렇게 금새 시간이 흘러 2월 27일이 왔다.
꿈은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변함이 없었고, 약간의 변화만이 나비효과처럼 있었다.
난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최종환의 출소 소식에만 귀 기울이고 있었다.
차라리 이 자식이 감방에만 가지 않았다면 차라리 훨씬 쉽게 이 놈을 죽여버릴 수 있었을텐데...
어찌 보면 그 놈이 운이 좋은것일수도...
아무리 알아봐도 특별 사면 이든 뭐든... 그 어떤 걸로도 그 놈이 출소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성민은 어쩜 니 꿈이 작년 오늘로 너의 죽음으로 대신 되어 더 이상 미래를 보지 못하게 된것 같다며 그냥 남들이 꾸는 그런 개꿈일 것 같다는 그런 농담도 내뱉었다.
한편으론 정말 내 걱정이 만들어낸 악몽이었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래도 혹시 모를 두려움에 뼈마디까지 울릴 정도로 온몸에 한기가 들기도 했다.
그렇게 27일도 지나고...
28일도 지났다.
2012년 12월 21일 사람들이 지구가 멸명한다고 했고, 많은 예언서나 예언자들이 꿈을 통해 지구가 멸명한다고 했지만...
그날 지구는 멸명하지 않았다.
오늘 2016년 2월 28일까지 우린 잘 살고 있다. 지구라는 별에서...
그런 예언자들도 틀렸던 미래를 보는 능력이...
나 같은 놈이라고 틀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기까지 했다.
2016년 2월 29일.
아침에 무겁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성민이 앉아있는 쇼파 옆으로 가서 앉았다.
성민은 대낮부터 맥주를 꺼내 마시면서 내게 한 캔을 건냈다.
성민 : 마셔... 오늘만 무사히 지나면 너.... 진짜 개백수 되는구나.
어쩌냐... 벌어놓은 돈도 없고... 이제 미래도 못 보니...
그렇다고 니가 학벌이 좋은것도 아니고.. 고졸에...
재산은 딸랑 이집 하나뿐인데... 크크크크크크크크
그나 저나 너한테 빌붙어 살던 나는 또 어쩌냐...
성민이의 어색한 농담에 나는 맥주캔을 따서 입으로 벌컥 벌컥 쏟아 부었다.
나 :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너랑 나... 살아서 열심히 돈벌어보자.
이 집 팔아서 사업도 해보고... 신발...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력이라는걸 해보게 생겼네.
성민과 난 tv를 쳐다보며 어색하게 쓴 웃음을 지며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있었다.
웬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날이다.
너무 평범해서 이런 날 내가 죽어? 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 그런 날이다.
성민 :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 콕 박혀있자.
아니... 한 일주일 콕 박혀있자.
나 : 그래야지...
성민 : 원래 공포영화 같은거 보면 꼭 쓸데없이 돌아다니다가 괜히 뒈지고 하는거야.
크크크크크크크크...
나 : 하긴... 크크크크크크크크크
성민과 난 맥주만 홀짝 홀짝 정신이 혼미해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마시며 시계를 보고 또 봤다.
저녁 11시...
성민은 아침부터 마셔 된 술 때문인지 옆에서 새우등을 하고 꿈나라로 진입완료한 상태였다.
따르릉....
선영이었다.
오늘 같은 날 선영이의 전화는 반갑지 않다.
분명, 선영이한테 오늘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망할계집년...
난 핸드폰을 쳐다보다가 지풀에 지쳐 벨이 끊길때까지 선뜻 핸드폰에 손을 대지 못했다.
벨이 끊기자 나는 내 핸드폰의 파워를 꺼버렸다.
나 : 미친년
성민이 깰까봐 난 중얼거리며 욕지꺼리를 뱉어냈다.
나 : 그렇게 우리가 오늘 전화하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아오.. 단단히 미친년이구만...
나는 전원이 꺼진 내 핸드폰을 탁자를 향해 던져놓고 다시 벽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따르릉...
난 심장 마비라도 걸릴것처럼 깜짝 놀라 적어도 천장까지 튀어올라갔다.
나 : 아! 신발!!!!!!!
성민의 전화였다.
발신자는 선영이였다. 내 전화가 꺼져있자 성민에게 전화를 건 모양이다.
나는 또 한참을 쳐다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나 : 여... 여보세요?
선영 : 오빠!! 왜 전화기 꺼져있어?
나 : 뭔데? 오늘 전화하지 말랬잖아.
선영 : 그러니깐... 아니 일주일 동안 왜 전화를 하지 말라는거야...
여자끼고 노는 그런 술집에 있는거 아냐?
나 : 그런거 아니야... 집이야.
선영 : 아... 그래? 나 지금 집 앞인데... 내가 올라가봐도 돼?
나 : 후우..... 선영아 일주일 동안 연락하지 말라고 했잖아.
선영 : 이유도 안알려주고... 연락하지 말라니... 헤어지자는거야? 뭐야!!!
나 : 그런거 아니야...
선영 : 솔직히 말해 지금 어딘데?
나 : 집이라고...
선영 : 집에 다른년 숨겨둔거 아냐?
나 : 휴우..... 선영아... 오늘은 집에 가라...
선영 : 집이라며... 뭐 숨기는거 있지? 나 지금 오빠 집 일층인데... 왜 못올라가게 하는데?
나 지금 올라갈테니깐 딱 기다리고 있어...
집 아니면 알아서해!!!
나 : 선영아... 그래... 알았다. 1층에서 기다려... 내가 내려갈게.
요즘들어 선영이의 집착이 날로 심해졌다.
그도 그럴것이 선영의 과거를 아고 부턴 내 마음이 예전과 같게 움직이질 못했다.
난 마지못해 1층으로 내려갈 차비를했다.
로비에서 잠깐 선영이를 보고 들어올 참이었다.
띵동.
그새를 못 참고 선영이 벨을 눌러댔다.
난 안전을 기하기 위해 비디오모니터로 현관문 밖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선영 : 아... 뭐야. 진짜 성민오빠랑 둘이네... 시시하게...
시시?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뭘 원하고 온 거지?
나 : 나가자... 성민이 잔다.
난 선영의 등을 밀며 문 밖으로 내 몰았다.
선영 : 남자 둘이 매일 붙어다니면서 뭐하는거야... 정말...!!!
나 : ................................................
선영 : 오빤 나보다 성민 오빠가 더 좋은 거지? 정말 그래?
말도 안 되는 선영의 억지에 순간 욱함이 올라와 선영을 노려보았다.
나 : 그런 소리 하지도 마.
선영 : 피!
예전 같았음 귀여워 보였을 그녀의 토라짐이 오늘은 짜증이 올라왔다.
선영 : 됐어. 나 집이나 데려다줘.
나 : 안돼... 올라가봐야해.
선영 : 요즘 계속 나 만나주지도 않고.. 나 피하고.... 몸이 멀어지니깐 맘도 멀어지고 뭐 그런거야?
쫑알쫑알 거리는 선영을 물미끄러미 쳐다보곤 이내 귀찮은 듯 지하 주차장 층수를 눌렀다.
나 : 여기 차키... 니가 몰고가....
선영 : 뭐야... 정말!!! 데려다 달라고...!!!!!! 그게 뭐가 어려워??!!!
지하주차장 앞에서 계속 내 팔을 잡고 흔들어 대는 선영 탓에 손목시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시계유리가 깨졌고, 그걸 보고 있자니 나의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나도 모르게 선영의 뺨을 올려붙였다.
선영은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가 떨어졌고...
난 한동안 그런 선영을 쳐다보고는 이내 정신을 차리곤 선영을 일으켜세웠다.
나 : 미안... 미안... 요즘 사업이 좀 힘들어서... 내가 미쳤었나봐...
선영은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나를 쳐다만 보더니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구쪽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난 그런 선영을 한참동안 쳐다보고는 자동차에 올라타 차 시동을 걸었다.
그리곤 선영의 뒤를 쫒아가 선영을 회유했다.
나 : 가자... 데려다 줄게.
선영 : ..............................
나 : 미안해...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선영 :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는 선영옆에 차를 세우고 선영을 억지로 차에 태웠다.
선영도 못 이기는 척 차에 올라탔다.
난 자동차 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차안에서만 내리지 않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사실... 몇 분후에 내가 죽을 수 있을꺼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은것도 한몫했다.
가는 내내 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선영의 동네 근처에 왔을 때 선영에게 집이 어디냐고 묻자 선영은 뭐에 홀린 듯 말을 이어갔다.
선영 : ..............오빤, 날 사랑하지 않아.
나 : 무슨 소리야... 그게.
선영 : 오빤.... 날 사랑한적이 없어... 그렇지?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 : ............................................... 여기서 어디로 가야하냐고!!.
난 선영의 물음에 대꾸하기도 귀찮아 사무적으로 물었다.
선영 : 오빤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는거야. 내가 어떻게 살았고... 살아가는지...
웅얼웅얼 미친년처럼 내뱉는 선영... 이런 날 얘는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난 대답을 안하는 선영 때문에 차를 세워 선영을 쳐다봤다.
나 : 신발!!!! 집이 어디냐고!!!
선영 : 오빤 날 사랑하지 않아... 그렇지? 처음부터 날 가지고 논거지? 그렇지?
내가 몸 막 굴리는 년이라는거 알고... 그치? 그런거지?
난 선영의 말에 멍하니 선영을 쳐다만 보았다.
내가 알고 있었던 걸 어떻게 알았지?
난 애써 침착한척 하며 차에서 내려 선영을 차 밖으로 끌어내렸다.
나 : 오늘은 얘기가 안 되겠다. 오늘 오빠가 미안해...
집에 조심히 들어가고... 푹자고 낼 얘기하자.
선영은 내 팔을 잡고 늘어지며 미친년마냥 중얼중얼 말을 이어갔다.
난 선영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고 했지만 선영의 힘은 이상하리만큼 쎘다.
난 극도의 무서움을 느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선영은 더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놔주지 않았다.
어두운 골목어귀에서 누군가 올라오는게 보였다.
난 그 사람이 보이는 쪽으로 질질질 움직이며 도움을 청했다.
나 : 저기요!!!
저 끝에서 올라오던 남자가 우리의 실루엣을 보더니 서둘러 올라오는게 보였다.
다행이다.
남자는 우리에게 가까이 오면 올수록 갸우뚱거리며 우리를 쳐다봤다.
남자 : 서... 선영아.
난 선영이를 찾는 그 남자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최 종환이었다.
최종환 : 아니... 여기서 뭐하는거야?
난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렸다.
이 자식은 왜 여기 있는거지? 풀려났을 리가 없는데...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난 재빠르게 차까지 선영이를 떼어놓고 달려가면 얼마나 걸릴까 가늠해보았다.
가다가 자빠지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다.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덴 얼마나 걸릴까?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그리고 난 최종환의 모습을 스캔했다.
들고 있는 검은 비닐 봉투에 라면이 들어있는 것 같다.
흉기가 될만한 뾰족한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찌보면 나보다 더 무방비해 보였다.
최종환이 선영이 옆에 바짝 붙어 선영을 내게서 떼어놓으려고 한다.
난 최종환이 나에게서 선영이를 떼어놓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차로 도망갈 최단의 경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최종환과 선영의 몸싸움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잠겨져있던 불꺼져있던 슈퍼 유리문이 박살이 나며 바닥으로 떨어져 흩어졌다.
그 충격으로 선영이는 내 몸을 놓았고, 난 자동차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최종환이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난 내 뒤에 있던 돌부리를 미쳐 피하지 못하고 바닥에 놔뒹굴었다.
내발에 걸려 내 위로 최종환이 엎어져 올라탔다.
난 최종환을 밀쳐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쉽게 최종환을 내치기엔 힘이 무리가 있었다.
선영 : 오빠!!!!!!!!!!!!!!!!!!!!!!!!!
선영의 하이톤 비명에 정신이 들었다.
바닥에 깨져있는 유리파편들...
그리고 내 품에 안겨 쓰러져있는 최종환
최종환과 나 사이에 강처럼 흘러내리는 핏줄기.
꿈과 같다.
이 꿈을 꾼적이 있다.
난 최종환을 짐짝 던지듯 내 몸에서 밀어 던져버렸다.
선영은 최종환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하고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최종환의 등 뒤에 커다란 유리가 박혀있었다.
덜덜덜 떨던 선영의 손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선영 : 오빠 괜찮아? 괜찮은거야?
를 되내이며 미친사람처럼 초점을 흐리고 서있었다.
선영은... 꿈과는 다르게 날 걱정하는게 아닌 최종환을 걱정하고 있었다.
내가 또 꿈을 오해했다.
조용한 골목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하지만 사람은 한 사람도 나와보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선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내게 슬글 슬금 다가왔다.
한손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들고서서....
그때 최종환이 선영에게 달려들었다.
최종환 : 그만해... 그만해 선영아...
선영 : 우린 괜찮을꺼야... 괜찮을꺼야.
선영은 최종환과 약간의 몸싸움을 했지만 부상을 입은 최종환이 선영을 이기기엔 역 부족이었다.
선영은 최종환을 길가에 방치한 채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꿈에서 처럼 날 꼬옥 안아주었다.
목에 박힌 유리 조각이 더 깊이 파고들도록....
선영이 나지막히 내 귀에 속삭였다.
선영 : 이게 니가 본 미래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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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각했던 2월 29일과는 다르게 내용이 좀 산으로 갔네요.
오늘이 2013년 1월 8일 이니깐..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년 2013년 1월 8일을 미래를 보는 한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정확하게 1년후의 미래를 보는지라 4년에 한번있는 2월 29일은 항상 보질 못하죠.
그래서 미래를 보는 한 남자가 3월 1일이 되서 자신이 죽는걸 알게되고...
보지 못한 2월 29일을 찾아 다니는 내용인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풀려서... 흐음.
나중에 이 소재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한번 풀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