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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겪은 일입니다

미스터리박... |2013.01.27 03:22
조회 8,600 |추천 32

출처: 네이버 미스터리 박물관

        (http://cafe.naver.com/mysterymuseum)

 

작성자 angel_entity

 

 

 

 

 

초등학교 4학년 쯤이었습니다 

 

엄마와 목욕을 하던 도중

 

무엇엔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더니

 

갑자기 코피가 났습니다

 

 

빨간 피가 욕실 바닥으로 툭, 툭 떨어질 때

 

동시에 거실에서 전화가 울렸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고모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구나

 

 

전화를 받고 돌아온 엄마가 말했습니다

 

예감이 적중했다,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여덟 살 때 저는 고모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가

 

마당에 묶어 기르는 개 한 마리를 괴롭힌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혼자 지내시기 적적하셔서 기르던 개였습니다

 

 

일부러 녀석 쪽으로 돌멩이를 걷어차

 

녀석에게 명중시키는 놀이를 하다가

 

한번은 정말 잘못 겨냥하여

 

녀석의 콧잔등에 상처가 났습니다

 

마당에 빨간 피가 떨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크게 야단치시며

 

- 남에게 해를 끼치면 반드시 돌아온다 설사 동물일지라도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안방에서 종이와 붉은 펜을 갖고 나와

 

무언가 적으시더니

 

종이를 태워 녀석의 코에 바르셨습니다

 

 

녀석은 탄 종이를 낼름낼름 핥아 먹었고

 

잘 들리지 않았지만

 

- 당분간은

 

이라고 할머니가 중얼거린 것 같았습니다

 

 

혼날까봐 두려워서

 

개를 괴롭혔다는 말은 쏙 빼고

 

고모 할머니가 개의 코에 종이를 태워 붙였다고

 

집에 돌아와 엄마한테 말하자

 

- 너가 잘못 봤겠지 할머니가 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엄마가 나무라셔서

 

그 이후로는 현실이 아니라

 

마치 옛 이야기의 한 장면처럼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일화였는데

 

 

물기를 닦고 나왔음에도

 

코피가 좀처럼 멈추지 않아

 

휴지를 말아 넣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그 부적(?)을 써서

 

할머니가 살아계신 동안은

 

날 지켜주셨구나

 

나도 한번 코피 터졌으니 피장파장이다

 

이제 녀석도 편히 눈을 감겠구나

 

 

일년 전엔가 이미 죽어버린 그 녀석이

 

제게 인사 아닌 인사를 하고 갔다 생각할 때쯤

 

드디어 피가 멈췄습니다

 

 

할머니와 녀석이 저 세상에서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추천수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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