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수용소 1
난 어렸을 적 부터 몸이 약했다.
몸이 아주 심히 약했다. 그저그렇게 학교에서 말라빠진 아이들처럼 가끔 볼 수 있는 그런 허약함이 아니었다. 정말 몸이 약하다.
어렸을 적에 밖에서 친구들과 눈싸움 한번하고오면 감기에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무조건 이주일 이상을 앓았다. 심하게 논 날은 폐렴까지 가서 죽을뻔한적도 있었다.
체육시간에 학교 스탠드는 내 전용자리였고,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수련회 등등 꿈도꿀수가 없었다. 음식도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먹은 날은 거의 반죽음이었고,
더 말하자면 입만 아프고 이 글을 보는 분들의 눈도 아플테니 여기서 내 하소연은 그만두도록한다. 이렇게 몸이 약한탓에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대학은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중3까진 신통한 약이거든 한약이든 녹용이든 어머니께서 몸이 좋아진다는 약을 뼈빠지게 일하신돈으로 사오시며 날 먹게하셨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이후로부터는 부모님은 내가 몸이 나아지는 걸 더이상 바라지도, 그렇게 되게 노력하지도 않으셨다.
그런데 이상한건 내 체격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신장은 183cm에, 체중은 94kg, 보기좋은 몸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남들이 우습게 볼 체격도 아니다. 길가다가 눈을 제대로 맞춰본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난 내가 자립할 수 있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배달일은 당연히 패스, 막노동은 더더욱 패스 패스 패스 패스 하다가 찾은 알바는 편의점 알바였다. 움직이지도 않고 마스크를 끼거나 청결히 몸관리만 한다면 병에 걸릴 위험도 없었다.
그렇게해서 편의점에 알바로 들어온게, 지금 내 인생을 이렇게 바꿀지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
알바를 하던 두 달째 날이었다. 완전히 자립하여 나만의 원룸도 있었고, 이런 아르바이트하는 생활에 적응되어 만화책을 읽으며 새벽에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차피 새벽은 손님도 별로 없으므로 느긋하게 앉아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문의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서오세요~"
'삐빅'
전자시계가 두시 정각을 알려주는 기계음과 함께 손님이 들어오셨다.
그림에 눈을 떼지않고 그저 소리만 내고 인사했다.
그렇게 난 그 그림에 푹빠져 한창 만화책을 보고있다가 아까 그 손님이 떠올랐다.
아무런 인기척이 나지 않았다.
시계를 봤다.
아까가 새벽 2시 정각이었는데, 어느덧 2시 3분이 되었다. 3분간 발자국소리하나 나지 않았다니, 이상하다.
아직도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뭔가 다른곳을 보면 굉장히 후회할것같았다. 굉장히. 하지만 두려움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위를 올려다보고 말았다.
바로 내 눈앞에, '그' 가 있었다.
키가 엄청나게컸다. 얼핏봐도 2m는 넘어보였다. 바바리 코트를 입고 중절모에 동그란 선글라스까지 쓰고, 가죽장갑까지 끼며 몸 전체를 가린 듯 하였는데,
입은 가려지지 않고 흰 치아를 모두 보이며 씨익 웃고있었다.
순간 얼이빠진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 머리에 뭔가가 맞은 느낌이 나더니,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의식이 없는 동안, 난 이상한 곳에 옮겨져있었다. 정사각형의 새하얀방이었다. 그저 새하얗기만 해서,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왠만한 학교 체육관정도의 평수는 되었다.
나말고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한 100명정도 모여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한발 먼저 깨어나 서로 열띈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여기 왔냐는 둥, 어디사냐는 둥, 얘기를 살짝 엿들어보니 공통점은 그리 많진 않았다. 하지만 딱 한가지 공통되는 것은 두가지, 모두 새까만 노동복을 입고있었다는 것과,
우리모두 몸집이 크단 것이었다.
"아, 아."
새하얀 방에선 스피커도 새하였다.
어느 하이톤의 상큼한 여성목소리가 발랄하게 목을 가다듬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빅벨타운' 에 오셨어요~~"
이모티콘을 붙이자면 ^^ 이런 기분인 목소리가 이상한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말하고있다.
모두가 웅성댔다, 여긴 어디냐는 둥, 왜 우릴 가둬놨냐는 둥, 하지만 문조차 안보이는 방에서 목소리가 전달될리가 없었다.
"빅벨타운이 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릴게요! 우선 빅벨타운이란, 한마디로 노예들이 모여 사는 곳이에요. 히히."
'히히' 라니, 저런 외설적인 말들을 웃으며 하는 당돌한 여성과, 내가 언제부터 노예로 잡혀있었나 란 생각에 허탈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적이 흘렀다. 모두들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저 스피커만을 바라볼뿐이었다. 그저 소리만 나오는 스피커를.
"물론 여러분들이 노예구요, 여러분들은 이제 곧 그곳에서 죽도록 일만하시게 될거에요, 방도 넓고, 깔끔하고, 가끔씩 음악도 틀어드릴게요! 그리고 지금 여러분 뒤쪽에 있는 벽을 봐주세요!"
모두 뒤에 시선을 집중했다. 놀라웠다.
새하얗기만 한 벽이 위로 올라가며 먼지를 자욱히 뿜어냈다. 벽은 곧 천장에 있는 어느 공간에 숨어버렸고, 뒤에는 방 네개와 출구 한 개가 있었다.
"여러분, 이제 저 방들에 대해 설명해드릴테니, 주의해주세요! 한번만 알려드릴거에요!! 우선 첫번째방!"
"짜잔"
촌스러운 등장음과 함께 맨 왼쪽에 있던 방에서 새빨간 불빛이 흘러나왔다.
"이 방은 화장실이에요! 최대 60명이 한꺼번에 용변을 볼수있을 정도로 커요!! 대단하죠? 히히"
"닥쳐 신발년아!!!!!"
어느 인상더러워보이는 남성이 소리질렀다.
"여긴 어디고 왜 왔는지 말ㅎ ....."
'위잉위잉'
그 남자의 팔에서 요란한 신호음이 울리더니,
픽하고 그 건장해보이던 남성은 쓰러졌다.
"잠깐 방에대한 설명은 중지하고요, 여러분, 오른쪽 팔목을 봐주시겠어요?"
조금 차분해진 억양으로 그녀는 말했다.
팔목이 따끔거렸다. 보아하니 팔목엔 뭔가 팔찌 비스무리한게 박혀있었다.
"그건 전자발찌의 진화형이에요. 그 팔찌엔 번호표와 바늘이 있는데, 그 바늘은 코끼리도 3초내에 죽일수있는 맹독이 명령만 내릴시 즉시 들어갈수있게 설계되어있고, 아, 물론 명령은 저희가 하죠.
바늘은 특수한 설계로 대동맥에 정확히 관통되어있고, 그래도 피한방울 나지 않죠. 손을 자르고 억지로 빼내도 과다출혈로 죽어요. 알아들으셨죠? 그리고 그 방엔 갖가지 카메라들이 여러분들이 볼수없는 곳에 설치되어있어요.
한마디로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훨씬 차가워진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두들 건방진 행동하거나 수상한 짓거리들 하면 다 뒤지는줄알아."
갑작스레 바뀐 그녀의 어조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후 안정이 되어 차근차근 방 설명을 재개했다.
"후.... 두번째 방은 옷장이구요, 여러분들이 입고있는 옷들이 사이즈별로 가득있으니 환복하실때 이용바래요, 히. 그리고 세번째 방은 제출소, 그곳엔 여러분들이 노동을 해 얻어낸 결과물들을 제출하는
곳이에요,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샤워실! 청결히 몸을 관리하세요 흐흐흐.. 마지막으로 저 출구!! 저 출구는 급식실로 가는 곳 통로에요! 그리고 여러가지 룰이나 일정표는 맨 뒤 벽에 써있을 거에요! 그럼 이만!"
삐----
마이크의 기계음이 지직대고, 벽은 내려갔다. 몇초간 우리들은 아무것도 못했다.
그리고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이 뒷쪽 벽으로 달려갔다, 나만 빼고 말이다.
난 여기서 나갈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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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온지 며칠째, 초반에 사람들의 저항은 거셌지만, 여러차례 요란한 신호음이 들려오니 사람들은 묵묵히 일을 할 뿐이었다.
벽에 써있는 룰들은 간단했다. 첫째 하루 할당량을 끝내기 전까진 식사를 금한다. 참고로 물 마시는 시간은 두시간에 딱 5분씩이다. 두 번째, 여긴 법이 적용되지않는다, 이곳은 철저히 고립된장소다.
너흴 죽일수있는 권한을 가진건 바로 나다. 그점에대해 입을 나불대면 죽여버리겠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알아만둬라, 이곳엔 어디서나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물론 소리까지도 들리니 이것만 알아두면된다.
길게써있었지만 실상 말할려하는건 저런것들이었다. 딱 정리하자면 이유불문 절대복종하란것이다.
웃대- 드립자신있는놈 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