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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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전...
“난... 난 어떻게 하면 되지?”
나는 거울 속에서 시선을 돌리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저음으로 웃어대며 내가 들고 있는 벽돌을 툭툭 건드렸다.
분명 아무도 없을텐데, 진짜 벽돌을 누군가가 건드리는 것처럼 느낌이 전해져왔다.
“어떻게 하긴, 이대로 죽치고 있다간 경찰한테 잡혀가서 무기징역이나 선고받겠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해?!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건 따져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한성철이 죽였다고 쳐도, 다른사람이 보기엔 내가죽인 것이다.
아니, 차라리 내 몸이 죽인거라고 말하는게 훨씬 설득이 빠를 것 같았다.
나의 멍청한 행동이 만족스러운지 한성철이 폭소를 터뜨렸다.
“죄값을 치고 싶어? 아니면 쓰레기 생활 청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볼래?”
“나는.......”
죄값? 이제와서 죄값이 뭐가 중요한가 싶었다.
죄값을 치르고 다시 내 인생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잡혀가면 무기징역에다가 평생 이 빌어먹을 새끼랑 같은 몸을 두고 살아야 할텐데 그게 무슨 이미인가 싶었다.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인생.”
“크하하하하하핫!!”
그는 날 만난 이후로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심쓴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뒤를 봐.”
“뒤?..........!!!”
나는 별 생각없이 뒤로 돌았다. 하지만 돌자마자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왠 키가 큰 노인이 있었다.
백발이 멋들어지게 정리되어 있었고 하얀색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난 공포심에 덜덜 떨며 물었다.
“누..누구..시죠...?”
“허허.”
노인이 인자하게 웃어보였다. 내가 당황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참다못한 한성철이 나섰다.
“누구긴 병신아, 너지.”
“나.......?”
“멍청아 생각을 좀 하고 살아라. 내가 무슨 의학적 지식이 있어서 피해자들을 한방에 보냈겠냐?”
“무슨... 소리야...? 이 분도 나라고...?”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가 혐오스러워 졌다.
대체 머릿속에 몇 명이 들어 앉은건지, 차라리 뇌를 부셔버리고 싶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둘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미친 새끼, 우리가 그렇게 되게 놔둘 것 같아?”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소.”
“으아아아아아아악!!”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무너져 내렸다. 혼란스러웠다.
앞에 있는 한성철도 내 머릿속에서 살고 있고 방금 나타난 노인도 같이 살고 있다.
나는 혹시나 해서 거울을 다시 쳐다봤지만 달리지는 건 없었다.
혼자 낙담하여 무릎을 꿇고 있는 내 모습만 비춰질 뿐이었다.
노인이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말을 걸었다.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였지 않소?”
“.......네....”
“내가 해드릴 수 있소.”
“어떻게...?”
“잠시 눈을 감아보시오.”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았다. 아니 감을 수 밖에 없는 위압감이 들었다.
분명 눈을 감았는데, 눈이 저절로 떠졌다. 그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마치 옆에 서서 내 몸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내 몸은 서주희에게 가서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서주희. 일어나 봐.”
“......오..빠....?”
“내 말 잘들어. 내가 볼 땐 정황상 지금 경찰이 들이닥치면 범인은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일단은 자수하자.”
“자수...? 나..난 안 그랬어... 내가 안 그랬....”
“그래, 넌 그러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을 해야 돼.
검찰이란 작자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죄를 뒤집어 씌워버려.
그런데 계속 부정하고 나서면 형이 오히려 늘거야. 그러니까 일단 자백을 해.
나는 경찰 쪽 움직임을 보고 있다가, 니가 범인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너에게 말을 해줄게.
그때 자백을 번복하면 풀려날 수 있을거야.”
“정...말.....?”
내 몸은 대답 대신 서주희를 푹 안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엔 충격을 받아 흘리는 눈물이 아닌, 안도의 눈물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흘렀다. 내 옆에 서있던 한성철이 휘파람을 불면서 감탄했다.
“역시 연륜은 못 따라간다니깐. 저 할아버지 저래 뵈도 외과의사야.”
“의사?”
“병신. 저런 사람이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박지혜의 성대를 뽑았겠냐? 성대를 뽑은 것도, 발가락을 자른 사람도 다 저 할아버지야. 난 살인만 했지. 크큭...”
한성철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내 몸은 그녀를 조금 더 다독여 주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내가 나를 보는 기분도 묘했지만, 지금은 이 상황이 혼란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노인은 경찰조사까지 끝내고 나에게 몸을 다시 주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원룸으로 들어왔다.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박지혜가 쭈그려 앉아서 자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침대에 누웠다.
-똑똑.
눕자마자 누군가가 원룸을 노크했다. 나는 기겁하여 일어났지만 한성철이 혀를 차며 말을 걸었다.
“열어줘, 할아버지가 부른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믿고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나는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아니, 혹시 내 몸을 다시 조종하는 건가 하고 내 몸을 더듬었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앞에 있는 사람은 또 한명의 나였다.
“이.. 이게...”
내가 당황하자 머릿속에서 노인의 쇳소리가 울렸다.
“정신 이상이 있는 노숙자 한명을 돈을 주고 샀소. 그의 얼굴을 내가 당신 모습으로 성형하였소. 세뇌도 시켜서 완벽히 당신이 되어버렸지.”
“으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다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인기척에 잠을 깬 박지혜도 동그랗게 눈을 뜨며 노숙자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혼란 속에서도 나는 정신을 차리며 내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죠?”
그는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전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