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가슴이 턱턱 막힌다. 이 넓고 위험천만한 곳에서 은혜를 안전하게 찾아내어 돌아갈 수 있을까. 서둘러 이동한다. 학교.. 여긴 어제 그런 일들을 당했으니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작은 가능성은 있지만 이렇게 촉박할 때에는 높은 가망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
"...."
어제 처리한 괴물들의 시체가 철문 사이사이에 괴기스러운 상태로 꽂혀 있다. 태성이라는 놈의 짓인가. 친구의 귀를 거침 없이 물어 뜯으며 거대한 소리로 내 몸을 자극했던 놈.. 그 놈은 분명 은혜를 눈독들이고 있었다. 나보다 그 놈이 먼저 찾아낸다면.. 은혜는.. 은혜는..
“진정하자. 진정해.”
주욱 뻗은 대로를 지나 당장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과 옆으로 뻗은 상가 단지들이 보인다. 어디로 가야할까. 은혜라면.. 내가 은혜였다면 고층의 아파트들로 갔을까. 아니면 평범한 건물들과는 다른 특색이 있는 상가 쪽으로 갔을까.
“역시.. 상가 쪽이겠지.”
상가가 있는 곳은 경사가 비교적 낮은 내리막길이었다. 길 끝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차량들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넓직한 공원이 보인다. 공원.. 잠깐만 둘러보자. 얕게 설치된 철로 된 담장을 넘어 잔디와 나무사이를 해치고 몇 걸음 가자 넓직한 공원이 보인다.
커다란 원 형태의 공원 중앙. 빨간 색의 여자 그림과 파랑 색의 남자 그림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눈에 익은 그림 화장실이다. 그 위와 아래에는 각종 운동기구와 놀이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요하다. 금방이라도 놈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후.. 천천히 하자. 큰 원 테두리에 그려진 흰색의 선들을 밟아가며 찬찬히 걷는다.
“....”
바닥 여기저기에 묻은 색이 바랜 수많은 핏자국들. 지난날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 기분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다시 상가 쪽으로 가는게 좋겠다.
“크으으.”
희미하지만 들리는 소리.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버린다. 소리의 근원지는? 서둘러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얕은 담 너머 대각선 방향. 10미터 거리. 10마리가 조금 넘어 보이는 괴물 놈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이동했다면 발견하지 못했겠지만 여러 마리가 내는 시너지 효과 덕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잘못하면 냄새를 맡을지도 모르니 움직여야한다.
“일단 숨어야..”
공원에서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저 화장실로 보이는 건물이군. 그리로 가자. 일단 몸을 숨긴 후에 녀석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니 가볍고 빠르게.. 공원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는 와중에도 녀석들의 신음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서둘러 건물에 다다른 후 굳게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본다.
녹색의 쇠문에는 무수히 많은 핏자국들이 남아 있었는데 전부 사람의 손자국이었다. 아마, 괴물 녀석들의 짓이었겠지. 손잡이에 문을 가져간다. 열어야하나? 안에 괴물 놈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차라리 보이지 않게 건물 뒤로 숨어 버릴까.
“그래 그편이 낫겠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작은 나무 틈 사이에 멈춘 괴물 놈들이 보인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아하니 희미한 내 냄새를 맡은 것 같다. 킁킁. 윗옷에서 나는 땀내와 특유의 오래된 냄새가 난다. 아무래도 옷을 바꿔야겠다.
철컹. 철컹.
고개를 돌리던 놈들이 순간 얕은 철창을 넘어서려고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제길..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녀석들을 따돌릴 방법은 없나.. 냄새.. 그래! 서둘러 상의를 벗은 후에 돌돌 말아 던져버리고 달리기로 했다. 곧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겠지만 저 정도라면 작은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지능이 떨어진 놈들이라면 분명 속아 넘어갈 것이다.
공원 왼편을 빙 돌아 철창을 넘어 상가 쪽 거리로 이동한다. 힐끗. 나무 틈 사이로 녀석들의 동태를 살핀다. 역시나 내 옷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서로 갖겠다고 당기며 싸우는 꼴이 여간 우스운 꼴이 아니다. 먹이로 인식하는 것인가. 아무튼 제대로 먹혀들었다.
“이대로 가기만 하면..”
작은 코너를 돌아서는 순간 눈 앞에 있는 한 마리의 괴물 놈과 눈이 마주쳤다.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놈 같다. 제길. 망설일 것 없이 쇠파이프를 강하게 움켜쥐고 녀석에게 달려든다.
“크으으.”
허공을 가르는 매서운 소리에 녀석은 막을 생각도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머리가 찌그러지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한 놈이라서 다행이다. 서둘러 이동해야겠다. 혹여 눈치를 채고 다시 돌아온다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 길지 않은 도로 길이지만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녀석들 때문에 빨리 이동할 수가 없었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상가 단지. 고층 건물 여러 개와 틈 사이로 있는 얕고 중간 크기의 건물들이 눈을 어지럽게 한다.
“후우.”
이곳에 은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은혜의 특성상 어느 곳에 들어가는 것 보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니 건물에 들어가서 찾는 것은 최대한 배제해야겠다. 배고파도 챙겨주지 않으면 먹지 않으니 은혜가 갈만한 곳이라면.. 독특하고 특별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좋아. 기다려라 은혜야.”
노출이 심한 넓은 도로 보다는 건물 사이사이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역시 그간의 일들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길 곳곳에는 굳어버린 핏자국들과 수 많은 파리 떼가 나를 반겨주었다. 손을 저어가며 파리들을 내 쫓으며 건물들과 도로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옛날에도 이랬었지..”
그랬었다. 처음 민정 누나와 도망치던 은혜는 영문 모를 놈에게 잡혀 있었지. 그 우두머리 녀석이 지금 우리를 헌신적으로 돕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야. 그 때 그 일이 없었다면 민정누나가 그렇게 변하지도 죽지 않을지도.. 미안하다며 내 품에 안겨 붉은 폭포 같은 피를 흘리던 누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괴물의 모습을 하고도 우두머리의 명을 따르지 않고 내게 안겨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누나. 짧은 시간이지만 그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저번처럼 은혜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 혼자서는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홀로 은혜를 찾으며 낯선 공간을 배회하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래보려 심호흡을 하며 이동하지만 사람의 특성상 그럴 수는 없는 것 같다. 괜히 쇠파이프를 만지작거리며 휘둘러보기도 하고 작게 웅얼거리기도 한다.
“보이지 않아..”
상가 곳곳에 위치한 편의점 아무 곳에 들어가 숨을 돌려야겠다. 딸랑. 소리와 문이 서서히 열리며 바닥에는 굳을 대로 굳어버린 핏자국들이 내 눈을 어지럽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간단히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고 나서야겠다. 대충 아무거나 골라 입에 있는대로 쑤셔 넣고 우물거리며 밖의 동태를 살핀다.
“....”
밀집한 상가들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다. 정말 여기 있기라도 한걸까. 괜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후..”
자꾸만 숨이 무거워진다. 은혜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괜히 무거운 죄책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꼭 붙들고 있을걸.. 곁에 두고 있어야 했어.
“어?”
희미하지만 방금 무언가가 상가 틈 사이로 지나갔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괴물 놈들의 걸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니다. 일단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손에 들린 것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편의점을 나선다. 그리고 방금 내 눈에 잡혔던 인영이 지나간 곳으로 달려간다. 발소리가 조금 크지만 짧은 시간을 배회할 동안 괴물 놈들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른 곳보다 안전할지도 모른다.
“헉. 허억.”
잔뜩 긴장한 후 달려서 그런지 숨이 금세 차올랐다. 게다가 뱃속에 들어간 음식과 음료수 때문에 옆구리가 슬슬 땡겨 오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려면 무리해선 안된다. 잠깐.. 속도를 늦추고 찾아보는게 낫겠다. 인영이 사라진 곳이 이곳 어디가.. 그러니까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후우. 후우.. 후.”
고개륻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고층 건물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별다른 특색 없이 일정한 건물들 사이에 눈에 띄는 간판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것이 없었다. 과연 은혜가 있기는 한 걸까. 방금 지나간 인영은 무엇이었을까. 헛것이라도 본 걸까.
다시 가슴이 갑갑해진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이대로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왜 그런 여자애 하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이상하다. 마음 한 곳에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정신차려야 돼. 서둘러 은혜를 찾고 돌아가면 돼. 그래. 그러면 되니까..
“..성아.”
“?!”
사람 소리. 분명 사람의 목소리다. 어디지? 어디? 어디!
“진성아.”
“..어?”
내 이름.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전혀 듣지 못했던 목소리인데. 내 이름을 어떻게.. 소리가 나는 곳은 바로 앞 건물 사이었다. 머뭇거림 없이 그 쪽으로 향한다. 뭔가 싸하고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것을 따지고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 일단은 그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