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7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http://pann.nate.com/talk/318421259
출처 - 웃대 삶이무의미함 님 -
“진성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지만 나를 부르고 있다. 대체 누가? 어째서 내 이름을? 왜 이곳에? 궁금증이 점차 증폭되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 저쪽 건물 바로 뒤편이다. 소리는 그 쪽에서 나고 있다. 3초 이내로 그 주인공을 볼 수 있다.
타다닥.
이 코너. 여기만 돌면..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다. 그래 이 코너만..
“진성아.”
찌릿. 순식간에 기묘한 기운이 몸을 파고든다. 이상하다. 이런 경우.. 분명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이건..
“!!”
‘녀석들은 인간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유인해 잡아먹기도 한단다.’ 번개처럼 뇌리를 강타하는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아, 아.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왜 좀 더 조심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대로 가다가는.. 아니, 이미 늦었다. 몸을 빼내기에는 너무 가까이 와버렸고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잡힐 것이 뻔하다.
타닥.
코너를 돌자 검은 색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익히 봐오던 녀석들과는 별다른 차이는 없었지만 안정된 호흡과 맑게 빛나는 두 진홍색의 눈은 그 놈이 평범한 녀석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를 여러번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았던 우두머리들.. 그놈들과 비슷한 존재. 아니 그런 우두머리다.
“..은혜야.”
최악이다. 우려했던 상황 중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녀석의 앞에서 마네킹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을 꿇고 있는 은혜의 모습이 확대된다. 얼굴을 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녀석이 금방이라도 움직인다면 난 허망하게 죽어버릴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대로.. 이대로 은혜와 나는..
“호오.”
녀석은 나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일 때 가질 수 없었던 능력과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사람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은 녀석에게 큰 메리트이기 때문이다. 녀석은 한쪽 손을 뻗어 은혜의 머리를 살살 어루만지며 나를 가만히 보았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야 한다. 힘이 없다면 머리로. 지형을 잘 이용해야 해. 하지만 그럴수나 있을까. 따돌릴 수 있을까.
“박태성.. 너냐?”
멈칫. 어루만지던 손짓을 잠깐 멈춘 놈이 입을 열었다.
“그래.”
다시 은혜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놈. 그것이 녀석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는지 입안 가득 흐르는 침을 주체하지 못하고 질질 흘리기 시작한다. 뚜욱. 뚝. 끈적한 타액이 은혜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이내 머리카락 한올 한올 적시기 시작한다. 제길.. 제기랄. 도저히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어찌 해야 하는가? 난 도대체..
“왜.. 왜..”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게 인간이지.”
은혜의 머리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놈의 두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 이젠 인간도 아니지. 이런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씨익. 커다란 입술을 양옆으로 벌리며 웃는다. 날카로운 톱 같은 무수히 많은 송곳니들이 보이며 그 안에 흐르는 타액이 한 없이 더러워보인다. 하지만 난.. 녀석에게 아무런 해를 가할 수도, 은혜를 빼낼 수도 없다. 요행은.. 여기까지인가. 내 운은 여기서 멈추는건가.
“내가 왜 너희들을 내버려둔 줄 아나?”
“....”
쓰윽. 거칠게 타액을 닦아내며 말을 잇는 녀석.
“추격하는 맛이 있거든. 그게 너무 좋아. 학교에서 나를 피해 도망다니던 년놈들을.. 찾아내며.”
부르르. 미세하게 몸을 떨며 그때의 일을 회상하기라도 하듯 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다시 몸을 격하게 떠는 놈.
“그 살과 뼈들을 입안 가득 넣고 씹을 때 그 느낌이란.. 정말 쾌락 그 자체더군. 이건 해보진 않고서는 절대 모를 감정이지.”
“....”
“그 때 느꼈지. 그동안 두려움에 떨며 숨어 다니는 생활은 이제 끝이라고. 앞으로는 내 몸을 위해 쾌락을 위해 철저히 살아가는 괴물이 되자고 말이야.”
그 말과 함께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 느릿하지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와 살기는 절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맹수 한 마리가 나를 노리고 다가오는 것처럼 거대한 공간에 홀로 내던져진 것처럼 몸이 점차 빳빳하게 굳어간다. 움직일 수가 없다. 도망칠 수가 없다.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난 네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새 내 눈 앞에 다가온 놈이 허리를 살짝 숙이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붉은 색으로 덮인 눈과 눈동자에서 비치는 내 모습이 한 없이 나약하고 초라해보인다. 이리도 무능한 것일까. 이리도.. 이리도.
“원한다면 나와 같이 갈수도 있다.”
“..뭐?”
“나와 같은 길을 걷자는 것이다.”
“어째서..”
살짝 녀석의 눈매가 좁혀지며 다시 반듯하게 선다. 그리고 말한다.
“왠지 너라면 재밌을 것 같거든. 그렇게 바둥대며 살아가려는 놈이 괴물이되어 인간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는 꼴을 꼭 보고 싶어. 그리고 괴물로 변한 네 놈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
어느새 옆에 다가온 놈은 내 오른손을 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은혜를 가리켰다.
“저 계집을 나와 같이 맛있게 먹는 것이다.”
“미.. 친.”
“크.. 큭큭크. 좋은 생각이지? 어때? 좋다고 말해봐.”
“미친.. 새끼야아!”
멈출 수가 없었다.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란걸 알면서도 손에 들린 쇠파이프를 녀석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몸이 빠르게 돌아간다.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퍼억.
하지만 통했다.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녀석의 몸이 잠깐 움찔거렸다.
“크.. 큭큭.. 크크크.”
그게 전부였다. 받은 타격은 극히 미세했다. 나를 보며 진한 타액을 흩뿌리면서까지 웃던 놈. 잠시 몸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눈에서 멀어진다.
퍼억.
아니다. 멀어지는 것은 나였다. 낯선 소리와 함께 녀석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나였다. 어디를 맞았는지 극심한 통증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바닥에 아무런 준비 없이 떨어져버린 탓에 그 충격은 배가되었다.
“커..헉!”
숨을 쉴 수가 없다. 일어서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바로 앞.. 간신히 고개를 들어 은혜의 얼굴을 살핀다. 서서히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든 은혜가 나를 바라본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의 눈이다.
“..혜야.”
입안 가득 씁쓸하고 싸한 것이 느껴진다. 격하게 기침을 한다. 쿨럭대며 입에 든 것을 뱉어내자 붉고 진한 혈액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단 한 번의 일격이었다. 그 일격에 이렇게 병신처럼 망가진건가.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어느새 은혜 곁으로 걸어온 녀석은 쭈그리고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녀석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런 내 상황을 즐기고 있기라도 하듯 녀석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자아.”
양손을 뻗어 은혜를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 안은 녀석은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은혜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두어 번의 동작으로 연약한 은혜의 얼굴과 목이 금세 드러난다.
“크흐흐흐흐.”
광기에 젖은 웃음을 흘리며 타액을 흘리는 녀석.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은 은혜의 얇은 목이었다. 그대로 얼굴과 몸통을 분리할 기세다. 쩌억. 입을 크게 벌리는 녀석. 반응이 없는 은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움직여.. 제발. 움직여라. 움직여.
“마지막으로 할 말은?”
나를 보며 묻는 녀석.
“개.. 새끼..”
“큭.. 큭.”
콰득. 녀석의 커다란 입이 은혜의 목 전체를 물어버렸다. 커다랗게 움찔거리며 벗어나려고 움직이는 은혜의 사지를 강하게 움켜잡는 녀석. 콰득. 차마 듣기 힘든 소리가 내 귀로 생생히 전해져 온다. 안돼. 은혜야. 안돼..
“강아지.. 강아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