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아침 7시 경 집에서 나왔다.
앞에는 여성부 OUT, 뒤에는 여성부 헌정시가 보이도록 하고 1호선에 탑승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지하철이 붐비지는 않는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보고 눈을 피하는 사람은 패스.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에게는 전단지를 나눠준다.
집 앞 역에서 출발하여 신도림 역까지 대략 50분 정도의 시간동안 약 30명의 민주주의 국민들이 내 전단지를 받아서 읽어본 것 같다.
계속 인천행 1호선을 타고 가봐야 인천쪽에 사람이 많을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2호선을 타고 가다가 담배를 태우고 싶었다.
그래서 신촌에서 내렸다.
담배피울만한 공간을 찾아 헤메는데 역 내에 그런 공간이 있을 리 없으니 역무원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역에서 나왔다.
지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흡연공간이 있을 리 없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벽보로 붙여진 "연세대학교 입학설명회"라고 적힌 종이가 보였다.
웬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문구다.
지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꺼내들었는데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잠바를 입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학교로 향하는게 보였다.
역시 내 예상대로 많은 학생들이 있을 것 같다.
역무원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나온것에 대한 벌금을 각오하고 연세대로 진격했다.
지난번에도 확인해봤지만 대학들에는 보통 경비라는게 없다.
출입을 딱히 제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목 좋아보이는 자리에 터를 잡고 목에 건 피켓들을 늘어놓았다.
연쉬대 일게이들 상담받고 가라 : http://www.ilbe.com/2116710639
반응이 까칠하다.
설마 고연전 진건가 싶어서 검색을 해봤다.
병림픽 결과. 몇대 몇 : http://www.ilbe.com/2116735078
댓글이 하나도 안달렸다. 역시 차가운 연쉬대 생들이다.
어쨌든 셋팅이 끝났으니 낄낄대면서 구석진 자리에서 담배를 태운다.
돌아와서 피켓 옆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핀다.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대다수인 반면 누군가 멈춰서 읽어보기 시작하면 두세명이 더 읽어본다.
바람이 불어서 자꾸 피켓이 넘어졌지만 다시 일으켜준다. 또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에잇... 아예 눕히자.
그러고 있는데 왠 신사 한 분이 손을 내민다.
핫식스를 득템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에너지를 얻었으니 힘을 내서 마셔드리며 다시 담배를 태운다.
에너지를 투입하고 담배를 피웠더니 급똥이 마렵다.
공대게이 습성을 못버리고 공대건물로 달려갔다.
문이 잠겨있다. 세 군데 다 당겨봤으나 안에서 노끈, 나무쐐기 등으로 열지 못하도록 해놨다.
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해서 다시 달린다. 치과? 건물이 있는데 출입구가 없다. 비탈길은 있는데 저리 올라가면 커피숍이 있는것 같다.
커피숍에서 똥을 쌀 수는 없다. 잽싸게 포기하고 건물 뒷길로 들어가보았다.
웬 아저씨 두 분이 일을 하고 계시고 창고 같은게 보인다. 화장실은 없다. 젠장.
잽싸게 건물 앞쪽으로 돌아나왔다. 정문이 열려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강당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오른편에 있단다. 다시 달린다. 두칸밖에 없는 작은 화장실인데 다행히 비어있다.
해결했다.
바지를 추스르고 거점으로 복귀했다. 지나가다가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는 사람도 있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물어보거나 말을 거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찌질거리고 있었다.
---------------------- 아래의 진술은 팩트 없이 내 기억에만 의존한 한쪽의 진술이므로 신뢰성은 보장 못한다. --------------------------------
오전 10시 30분 쯤(?) 어떤 여학생 하나가 맛폰으로 피켓의 사진을 찍으려는 듯 다가온다.
피켓 사진 찍는거야 아무 상관 없으니 신경 안 쓰고 있는데 날 쳐다보더니 "혹시 지난번에 이대 다녀오신 분 아니세요?" 라고 묻는다.
"맞습니다." 라고 했더니 갑자기 눈빛이 바뀌면서 화를 내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최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삭제한다.
여학생 : "저기요. 저 연세대 학생인데요. 이거 들고 나가주실래요?"
나 : "왜요?"
여학생 : "어떻게 이렇게 더러운 표현을 학생들 앞에 써놓을 수 있죠? 창녀, 수건, 개나리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죠?"
나 : "창녀, 수건, 개나리 라는 표현을 여성들 스스로 써서 저런 사람들을 비난해야 저런 사람들이 줄어듭니다."
여학생 : "페미니즘이 뭔지는 아세요?"
나 : "여성주의요"
여학생 : "여성주의 아닌데요? 그것도 모르세요?"
나 : "여성 우월 주의요."
여학생 : "아닌데요?"
나 : "그럼 뭔데요?"
여학생 : "여성우월주의 아니거든요?"
나 : "feminism 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세요?"
여학생 : "여성우월주의 아니거든요?"
나 : "그럼 뭔데요?"
여학생 : "여성학 공부는 해보셨어요?"
나 : "여성학에서 추구하는 양성평등 달성의 수단이 무엇입니까?"
여학생 : "저는 여성학 책 많이 읽어봤거든요?"
나 : "어느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요?"
여학생 : "그쪽보다는 많이 공부 했거든요?"
나 : "그래서 여성학에서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뭡니까?"
여학생 :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확대해서 여성들도 열심히 일하는 거거든요?"
나 : "맞아요.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는 방법이 남성을 끌어내리는 방법이기에 여성학은 틀렸습니다."
나 : "페미니즘의 어원이 무엇입니까?"
여학생 : "어원은 feminine 이긴 한데"
나 : "female -> feminine -> feminism. 이게 여성주의입니다.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이 아닙니다."
여학생 : "그렇다고 저런 더러운 표현을 학생들 앞에서 해도 돼요?"
나 : "저게 왜 더러워요. 저게 더러우면 더러운 여자와 깨끗한 여자를 구분해야 해요? 구분하지 않아야 해요?"
여학생 : "더러운 여자가 어디 있어요? 왜 여성은 정숙해야 하죠?"
나 : "남성이 씨앗이라면 여성은 밭이에요. 콩을 심어서 키웠는데 팥이 나오면 남성 입장에서 어떻겠어요? 뉴질랜드는 어떤 줄 아세요? 자기 자식인지 의심돼서 확인해보고 자기 자식 아니면 남자가 외국으로 도망가요."
여학생 : "그렇다고 지나가는 사람들 기분 나쁘게 저런 피켓을 놔둬도 돼요?"
지켜보던 어머님 : "그래요. 기분 나쁘네."
나 : "왜 이걸 보고 기분이 나빠요? 보통 여성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요.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어야 그런 여자들이 줄어들어요."
여학생 또는 어머님 : "지금 다들 기분 나빠 하잖아요."
나 : "여기 한참 앉아 있었는데 이거 기분 나쁘다고 한 사람 학생이 처음이에요. 다들 그냥 읽어보고 가거나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왜 학생이 기분 나쁘다고 나가라고 해요?"
여학생 : "기분 나쁜데 그냥 참고 넘어가는거잖아요. 다들 기분 나빠하거든요?"
나 : "보통 기분 나쁘면 무시하고 지나가죠."라고 했다.
어머님 :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기분 나쁜지 안 나쁜지 물어봤어요?"
나 : "한 번 물어보세요."
여학생 : "진짜 최악이다."
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정문쪽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잠시 소란에 주목하던 사람들은 각자 갈 길로 가고 나는 긴 토론으로 지친 목을 달래기 위해 물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러 쓰레기통 주변으로 가서 담배를 태웠다.
그러고 있는데 왠 경찰차가 한 대 온다. 누군가가 신고를 했나보다.
내가 먼저 경찰 아저씨에게 "혹시 신고받고 오셨어요?" 라고 물었더니 "네. 누가 여기서 이상한 걸..." 하시길래 "그거 제 겁니다."라고 말씀드렸다.
"학교 안에서 뭐하시는겁니까? 자 치웁시다." 라고 하시며 피켓을 치우신다.
나 왈 "왜 피켓을 치우세요?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더니 "학교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얼마 전에 이대에서도 그러셨죠? 차 타고 갑시다." 하신다.
나 왈 "임의동행 요구하시는건가요? 거절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렇게 경찰 아저씨와 실갱이 하는 사이 연대 측 경비아저씨들도 오고 아까 그 여학생도 다시 오고 주변이 정신이 없었다.
나 왈 "학교측에서 나가라고 하시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스스로 직원이라고 밝히신 분이 "나가주세요."라고 하셨다.
"예.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피켓과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데 경찰 아저씨가 제지를 한다.
경찰 아저씨 왈 "방금 임의동행에서 현장체포로 바뀌었습니다."라고 하신다.
나 왈 "일단 학교에서 나가라고 하시니 나가서 이야기 하시죠." 라고 했는데 재차 제지를 하신다.
경찰 아저씨 왈 "현행범이기 때문에 장소를 옮기실 수 없습니다. 바로 차 타고 지구대로 이동하시죠." 라신다.
무슨 말인지 잠시 이해를 못했다. "아니 학교 측에서 나가달라고 하는데 왜 자꾸 여기서 그러세요. 일단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고 했다.
"지금 현행범으로 체포되신겁니다. 묵비권을 행사하실 수 있으며..." 등을 고지해주신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이게 우덜식 민주주의다!"라고 소리를 치고 경찰차에 탑승했다.
그렇게 지구대로 옮겼고 지구대 가서 쓴 글은 : http://www.ilbe.com/2117268002
경찰서로 옮겨서 쓴 글은 : http://www.ilbe.com/2117781816
이상 일기 끝
세줄요약
1. 내 한쪽의 진술이라 신빙성은 없다.
2. 여학생이 뭐라고 진술했는지는 모른다.
3. 연대 게이들 중 지켜본 게이 있으면 가감없이 지적해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