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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중독 남편 후기입니다.

atm |2015.09.01 10:54
조회 17,012 |추천 39
안녕하세요,
며칠 전 쇼핑중독 남편 글 올린 사람입니다.
후기랄 것도 없지만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드리려구요.
 
신랑하고 얘기는 해야겠는데 어제 아침에 확인했을 때는 댓글이 2개정도밖에 안 달려서 일단 내 식대로 해야겠다, 싶더라구요.
월요일이 원래 쉬는 날이라 신랑은 출근 시켜놓고 식탁에 앉아서 신랑한테 편지를 썼어요.
연애할 때는 장거리 연애라 많이 쓰던 편지였는데 생각해보니 결혼하고는 처음 쓰는 것 같아 왠지 울컥하기도 하고 이런 일로 쓴다는게 속상하기도 하고.
편지를 쓰면서 그 전날 제가 느꼈던 모든 느낌을 그냥 써내려갔던 것 같아요. 
친구 계좌를 썼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 아가는 우리 공동의 계획인데 돈을 모으는 건 마치 나 혼자만의 몫같이 느껴져서 너무 힘이 든다는 것까지.
물론 오빠가 이 곳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주변에 맘 털어놓을 편한 친구도 몇없고 해서 울적한 건 알겠지만 다른 걸로 나와 함께 행복할 수 있지 않겠냐구 난 그러고 싶다구요.
 
신랑 편을 살짝 들어주자면, 사실 지금까지 말을 못 했던 것도 원래 신랑은 한국에서 하던 일이 있어서 연봉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사람이였는데 저때문에 이쪽으로 오게 되면서 아직 비자 문제와 이 나라에서 쓸 수 있는 전공관련 자격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원래 전공을 못살리고 일단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였다보니 데이트비용도 들것도 없었고 전 워낙 한국에 일때문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 가끔 그럴 때만 보는 거기도 했구요.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생활비도 드리지만 좋은 연봉에 적금 들거 다 들면서도 자기 쓸수 있는 돈이 많았던 사람이라 씀씀이가 고쳐지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신랑은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자기 돈은 자기가 관리하던 사람인데 결혼 후로부턴 제가 회계 쪽에서 일을 해서 모든 관리를 저에게 넘겨서 자기가 정한 금액이 아닌 돈으로 살기도 나름 힘들었겠다 싶어요.
 
그렇게 편지를 적어두고 신랑이 회사에서 올 시간에 맞춰서 나름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를 하려고 좋아하는 저녁메뉴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데 신랑이 퇴근해서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더니 씻으러 가기 전에 저한테 보라며 쪽지 하나를 두고 가더라구요.
펼쳐보니 점심시간에 머리가 복잡해서 저한테 쓴다면서 자기도 나름의 사과를 준비했더라구요.
자기 생각으론 자기가 한국에서 올 때 모아서 가져왔던 돈도 있고 지금 저축하는 걸로도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껏 한국에서의 생활 습관을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구요.
지금껏 별 생각없이 행동했는데 어제 당신 표정보고 진짜 부질없는 것에 철 없이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너무 속상했다구요. 차라리 평소처럼 화를 내거나 하면 맘이라도 편할텐데 어제 당신 표정보니까 나에게 너무 실망한 것 같아서 맘이 너무 아팠다고 앞으로는 정신차려서 생활할테니 한번만 자기 믿어달라구요.
 
물론 이 편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건 아니지만 맘은 좋더라구요, 나름 제 기분을 생각하고 오늘을 지냈다는 게.밥 먹기전에 저도 제 편지 주고 밥 다 먹은 후에 둘이 커피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했어요.
저희 계좌에서 나가는 고정지출과 고정수입을 보여주고 같이 가계부 만들면서 저축할 금액과 각자의 용돈을 함께 정하니까 서로 전엔 몰랐던 각자의 생각들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나서 살다보니까 정말 맞춰가야 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거였나 싶기도 하고 전 이곳에서 4살부터 지내서 가풍이나 개인의 성격 뿐만 아니라 서로의 문화에도 친해져야 하는 게 너무 많더라구요.
댓글에 여기서 징징대냐는 분이 계셨는데 정말 징징대고 싶었던 마음이였던 것 같아요 – 결혼 전에는 엄마아빠가 너무 행복해서 결혼을 하면 저절로 맞춰지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짜증도 나고 답답도 하기도 했고 제가 원래 성격이 불같아서 쏘아대는 스타일이라 이 문제는 그렇게 넘어가지 않고 지혜로운 분들의 조언과 생각을 받아서 조금 더 이해시키고 싶었기도 해요.
 
여튼 모든 분들께 사이다같진 않아도 저에게는 나름의 소소한 발전은 있었다고 생각되는 후기네요.
왠지 우리 신랑을 철없고 능력없는 진상 만들어버린 것 같아서 속은 상하지만 이렇게 서로 투닥대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신랑 자랑하려고 글써서 칭찬받게 할 날도 오겠죠? :)
 
시간내어 써주신 댓글 모두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이 행복한 한 주가 되시길 바래요.
 
추천수39
반대수0
베플토라짐쟁이|2015.09.01 11:05
이 정도면 충분해요... 앞으로 신랑도 뭔가 좀 달라지겠죠.... 아마 신랑도 한국에서와는 삶과 문화가 다르다는 것도 이해했을 것이고 결혼 전 총각일 때와 누군가의 남편으로 사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 또 삶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겠죠... 이 모든게 님 부모님이 누리고 있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 편하실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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