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지기 친구와 연락 끊은지 한달이 되어간다
평소에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연락할 사이인데...
그 친구는 나한테 삐진 듯 싶고 난 안타깝게도 이쯤에서 친구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 보고 싶지만 부러 연락을 참는다
지난 10년간 난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가 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던 인생의 모토를 가졌던 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일가던 어린날의 엄마로 인해 슬펐던 아동기를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아
신랑과 시댁의 적극적인 권유로 자의반 타의반 전업주부가 된 것이다
적응이 힘들어 아이 좀 크면 빨리 재취업해야지 맘먹었던 마음은 아이가 엄마의 손길과 관심에 따라 얼마나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해 절감한 후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아이와 작은 일에도 행복해 하는 남편의 고마운 마음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것인 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반면 친구는 직장 생활을 계속 이어 왔고 그 와중에 결혼과 이혼을 거쳐 지금은 돌싱의 상태다
아이를 원하는 친구와 원하지 않는 친구의 남편은 결혼 6년 별거 2년 만에 이혼을 했고 결정적으로 친구의 바람이 원인이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까지 있는 멀쩡한 가정을 산산 조각내고 그 부인한테 매를 맞고 우는 내 친구를 동조할 수는 없어도 사랑하는 친구이기에 그런 이유로 절교를 선언할 수 없었다
4년의 시간 끝에 친구는 사랑한다던 그 내연남과도 정리한 듯 했고 나는 친구가 하루 빨리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친구를 위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요즘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고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유부남들인데 40대 같지 않게 멋지고 젠틀하다고
난 화가 났다
난 적어도 내 친구가 바람을 피웠던 것은 불가항력이라고 믿었었다
이제라도 아이 낳고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는 친구가 남의 가정 흔들기를 이렇게 우습게 아는 사람인 줄 알았다면 난 10년이란 세월 동안 친구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며 친구로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유흥을 위해 그 유부남들이 부인한테 거짓말하고 친구와 술자리를 갖는 것을 정당화하며 결혼하면 다른 이성과 만나 놀면 안되냐고 따지듯 묻는 친구...
결혼한 순간부터 배우자의 동의없는 이성과의 만남은 잘못이라 대답하는 나에게 친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니가 집에만 있어서 세상물정을 모른다던...
순간 나는 이미 너무 다른 곳으로 걸어가 버려 되돌릴 수 없는 친구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달았다
친구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너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옹호하거나 눈감고 넘어 가주기엔 속좁은 전업주부인가 보다
언젠가 정말 소중한 배우자와 자식을 낳게 된다면 니가 한 일들이 한 가정에 얼마나 엄청난 폭력인지 깨달을 거란 저주 아닌 저주를 남기는 나를 용서해라
부디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