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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소개를 해볼까해

익명이기도 하고 어디 하소연할곳이 없어서 그냥 인형한테 얘기하듯이 쓰는거야. 내용이 길테니 끝까지 읽긴 힘들겠다 ㅎㅎㅎ

나는 20대 여자야. 우리집은 겉으로보기엔 행복해 왠만큼 사는동네에 살고 집도 차도 있고 빚은있어도 왠만큼은 살아

그런데 딱 한가지 문제는 가족 모두가 정신적으로 아프다는거야 엄마 아빠 나 동생들 전부

아빠는 어렸을때부터 가정환경이 안 좋았대.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커서 나 어렸을때 부터 나랑 동생들한테 너는 커서 이게되라 저게되라 정해주고 그 루트대로 따라야 한다고(당신같은 아버지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잘살았을거라고 자주 말씀하셨어) 늘 그러셨어. 문제는 저게 의사 변호사 이런 사자직업에 자식들의 의견이나 적성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거지. 블럭쌓기 개수도 못세는 나한테 벡터를 배우는 이과를 보낸다던가, 내가 뭘하고싶은지 따위는 묻지도 않았어.

친가쪽 식구들은 거의 알코올중독이야. 친할머니 큰아빠 그리고 우리아빠도 술없이는 거의 못살아. 근데 술먹고와서 밤늦게 소리지르고 화내고 막 푸념하고 욕하고 그래. 어렸을때 이 문제로 싸우는 부모님을 자주 봤어. 지금도 술 끊어야지 하면서 무슨 일생기면 술먹고와서 욕하고 화내고 그래. 그럼 우리들은 방에가서 자는척해 다들 거의 안자지만..

특히 성공에 대한 강박이 심해서 자식들모두 번듯한 대학에 교사 변호사 의사 이런거 하길 원하시지만 어쩌겠어 저게 아무나될수있는건 아니잖아? 능력이 부족한걸.근데 자꾸 주변에 대단한사람들 자식들이랑 비교해. 서울대 출신 누구는 과외해서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준다더라 (나 고3때) 등등.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오면 나는 매일밤 울었어. 수학영어과학 전부 잘해야하는 이과에서 수리를 못하는데 점수가 잘 나올 턱이있나? 그럼 성적표보고 한숨쉬고 밤에 술먹고와서 얘기해. 너는 쓸모없는 인생에 실패자 한심하다 등등 9월모평 망치니까 죽이고싶다고 하더라 쓸모없다고. 결국 수능망치니까 쪽팔리다고 푸념을하더라고

나는 살면서 자살을 네번정도 생각했어. 첫번째는 아빠의 외도를 알았을때야. 우연히 엄마 일기장을 봤는데 엄마가 그렇게 힘들어한다는걸 처음 알았어. 내용은 기억안나지만 그때 그 일기장의 느낌은 선명해. 흐리고 칙칙한 웅덩이같은 느낌. 너무너무 슬펐고 충격받앗었어. 그때가 초4 였는데 담임이 날괴롭히는 등 학교에서 문제가 좀 있어서 낮잠자는 척하고 침대에서 그냥 누워있엇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그게 우울증이었던것 같아 그때 폭식증비슷한게 걸려서 빵이랑 초코렛같은거 엄청 먹어댔거든 가뜩이나 힘든데 그런일까지 있으니 더 그랬겠지 지금도 주기적으로 우울증 비슷한게 와. 무기력하거나 아무것도 해도 재미없고 잠도 안오고.
나머지는 다 아빠가 성적표받고와서 심한말 할때, 술먹고 엄마한테 쌍욕할때 뭐 이런거지

아빠는 전형적인 한국식 가부장제 가정의 아버지야. 남편은 밖에서 일하니 아내는 집안일을 맡고 자식들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하고 미래도 정해주고. 나 어렸을때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많이 맞고살았어. 집에 아빠왓는데 인사안했다고 머리맞아본적 있어? 옷갈아입고있어서 1분 늦은것 뿐인데 불손하다며 때리더라
아빠 말에 불만이 있어서 얘기를 하면 니가 지금 나한테 대드는거냐/비난하는거냐 이러면서 때리거나 욕을해. 건방지다고. 어렸을때 몇번 대들지는 못하고 투덜거리거나 궁시렁거리면 그날밤 술먹고 엄마한테 니가 선동해서 애새끼들이 날 무시한다고 화를 내. 난 그때부터 더이상 내 생각 표현 안했어.덕분에 지금 나는 내생각보다 다른사람 생각을 더 신경쓰는 병신이 되었지. 하도 참고살았더니 내가 다른사람한테 느끼는 감정(화가나거나 서운하거나)이 정당한건지 판단이 안갈 정도야

엄마는 그 무섭다는 시집살이 젊었을때 다 겪으면서도 할머니 편찮으실때 자식들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남의 엄마 친어머니처럼 병수발들고 돌아가실때까지 며느리의 도리라면서 최선을 다했어. 아무리 아빠가 다른년들이랑 바람나고 집에서 깽판을 쳐도 설령 밤에 숨죽여 울지라도 혼자서는 자식들 제대로 키워낼수없고 온전한 가정 지켜주겠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버텨왔어. 엄마는 아빠가 때리려하면 온몸으로 막아줬고 술먹고 깽판부리면 하지말라고 막아줬어 아빠가 심한말하면 꼭 와서 마음 달래주고 안아주고 그래줬어.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옥상에서 뛰어내렸거나 수면제를 먹었거나 했을거야.

동생들얘기도 하자면 길지만 거의 나랑 비슷해 가정폭력의 가정의 아이는 순종적이거나 반항적이라고 한다며? 굳이 따지면 나는 순종적이고 내동생은 반항적이어서 많이 맞았어 아빠한테 ㅅㅂ년 ㅁㅊ년 들었는데 뭐ㅎ

근데 아무한테도 못하는얘기를 왜 굳이 지금 여기에 쓰는 이유는 요새 아빠 태도때문이야.
나이가들어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마한테 잘해주려고해. 근데 나는 너무 가증스러워. 이제와서 엄마챙겨주려고 뭐먹으러가자 어디가자 하지만 20년 넘게 혼자 먹고 놀러다니다가 이제와서 같이가자 이러면 누가 쉽게 가겠어? 그동안 해온게있는데 당연히 옆에 있으면 피곤하지.얼마전 외식자리에서도 술먹고 옆테이블에 윽박지르고 성질부리는 아빠한테 한마디했더니 바로 니가나를 비난하냐며 죽여버리고싶은데 엄마가있으니 참는거다 이ㅅ년아 이러더라. 뭐 그러고 집오는동안 뭐하자 이랫지만 하는둥마는둥 했고 보아하니 나한테 삐친모양이야 쳐다보지도 않아.아빠는 나한테 매일그래 사랑한다고 내가얼마나 사랑하는지아냐고. 근데 나한테 사랑은 너무도 크고 무서운말이야.나한테 사랑은 마음을 찢고 찌르고 베도 그래도 사랑해서 그랬어 걱정해서 그랬어 이 한마디면 저게 합리화되는 그런말이고, 내가 받은 상처가 저 사랑이라는 말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되어버리는 의미야. 아빠가 널 아끼니까 다칠까봐 그런거래. 근데 나는 이제 아무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할수없고 사랑이 뭔지도 몰라. 전남친이 왜 너는 사랑한다는말 안하냐길래 나는 사랑한다는말 쉽게 못해 이랫더니 싸우고 얼마있다 헤어지게되더라.

엄마한테 그리고 나한테 저렇게 못되게 했으니까 그래도 미워하고 그래야하는데 아빠나이또래 어른들이 고생하는거보면 아빠생각나서 씁쓸하고 100퍼센트 미워해지지가 않고 가족들이 미워하는거 자체가 슬프고 내가 버림받을까봐 겁이나. 또 언제 술먹고 나한테 욕하면서 화를 낼지 겁이나. 그동안 정신과 찾아보기만 했고 상담도 비용만 알아보고 그랬었는데 요새 매일 꿈을꾸고 잠을 제대로 못자서 진짜 가봐야될 것 같아

내가바라는건 밖에서 술마시고 치킨사왔다고 치킨박스 흔드는 아빠,용돈필요하지 않냐고 엄마몰래 쥐어주는 아빠,아빠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들게 하는 아빠, 내미래 내꿈 함께 의논할수있는 아빠인데 내가 바라는건 영영 이루지 못할것같아

빨리 돈벌어서 독립하는게 답이겠지 나보다도 동생들 마음이 시커멓게 변해버린걸 동생들 입에서 나쁜말이 나오는걸 보고있는게 속상해 내가 아빠랑 관계 개선해보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더라고.

돈만벌어다주면 그래도 괜찮을줄 알았는데 지금까지도 바뀌지않고 바뀌지않을거란 사실이 슬프네. 내가 경제력이 있었다면 뭐라 말도못하고 돈으로 잡혀살지는 않았겟지. 어렸을때 그랬어 당신 눈밖에나면 등록금이고 뭐고 지원안해줄거라고. 진짜 안해준건 아니었지만 어렸을때부터 저얘기를 듣고 살아오니까 겁부터 나더라고 내가 돈없이 뭘할수 있을까.

여기까지 읽은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읽어줬다면 고마워. 다 얘기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갑갑한게 조금은 풀린 것 같네. 힘내서 열심히 살아야지. 돈 많이많이 벌거야 아주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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