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남편과 저 사이의 무의식적인 심리관계에 대해 써 보려고 했으나 지난 화에 너무 갑자기 내용이 급 해피엔딩으로 훅 건너뛴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여기까지 오기까지 부부관계의 변화를 부부싸움으로 설명해 볼께요.
* 시작 전에 이 글을 처음 클릭 하신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 드려요
이 글은 갈때까진 간 부부관계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남편을 갱생시켜 보고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심리학적 기반으로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다가 사실상 인생을 갱생한 프로젝트의 진행담 입니다.
관심있으시면 1편부터 읽어 주세요^^
오늘은 남편과 나의 관계의 변화를 알 수 있도록 부부싸움 변천사를 준비했음.
판님들 남편 갱생 프로젝트를 10화까지 정독하셨으면서도 잘못한건 저 인간인데 왜 '내가' 변해야 하는가?, 혹은 '나만' 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서 감이 잘 안오실 수도 있을것 같음.
그래서 '내가' 변하는게 관계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촉즉발의 9화에서 해피엔딩의 10화로 가는데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 를 좀더 세세한 예제로 알아보도록 하겠음 (당연하지만 모두 내가 겪은일임)
지금까지 10화에 걸친 우리의 이야기들을 잘 읽어 오셨다면 모두들 내 남편이 나를 비난하기 위해서 집안일을 꼬투리로 자주 사용했음을 잘 알 수 있을 거임.
꼭 꼬투리라기 보다 남편은 본인의 심리적인 이유로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엄마', '희생적이지 않은 엄마'에 많이 민감했음.
내가 집안일을 하더라도 '엄마'가 된 내가 뭔가 더 희생하듯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었음.
본인이 청소하더라도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뭔가를 계속 시키거나 집이 지져분한게 내 탓이라고 비난하거나 혹은 잘 하는듯 해도 무언의 분위기로 기분 나쁘다는 티를 팍팍 냈었음
이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남편 내면의 불편함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 집안일은 부부싸움의 불씨로 많은 역할을 해옴. 남편의 내면이라 내가 고치는 것도 불가함.
(참고로 남편은 '엄마'가 희생적으로 집안일을 안하는데 예민하고 나는 가족 내에서 뭔가 '희생하는데' 예민함. 이건 자라오면서 서로 마음에 생긴 생채기들이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지 않으므로 둘이 끊임없이 부딛힐 수 밖에 없는 영속적인 문제임)
그런데 어떻게 해피엔딩이 되었느냐,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겪음
1. 처음 (상담 전)
내 내면이 남편에게 의지해서만 숨을 쉬던 시기.
남편이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계속 기분나쁜 티를 냄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남편이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눈치를 보며 불안해 하며 힘들어도 청소를 하려고 함 (하지만 딱 눈치보며 하는 그런 청소를 함)
남편은 내 노력 따위 싹 무시하고 계속 기분 나쁘게 건드림
눈치보면서 어떻게든 맞춰놓고는 마음속에 쌓아서 어느순간 다른 문제로 트리거가 당겨지며 폭발함
남편 냉랭하게 변하여 나를 무시
나는 극도의 불안감에 자해나 자살충동에 시달림
남편은 더더욱 차갑게 냉랭해짐
악순환
2. 초기~중기 (상담 시작 ~ 약 1년)
요때는 나름 상담을 시작해서 자존감이 쬐꼼? 진짜 쬐꼼 높아져 남편이 나보다 위에 있는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함. (그전엔 심리적으로 남편이 당연히 우위라 느껴왔었음)
그래서 남편이 화를 내면 눈치보기 보다 화가 나기 시작.
그래서 부부싸움이 다음과 같이 진행됨.
남편이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계속 기분 나쁜 티를 냄
남편이 나에게 기분 나쁘게 구는게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를 냄
남편도 똑같이 받아치며 개싸움이 됨
e.g.
"뭐야? 왜 지금 나한테 신경질이야? 나 계속 애보느라 집안일 할 시간 없는거 몰라?"
"야, 애는 너만 보냐?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애가 이정도도 못해?"
"오빠가 애 제대로 봐 보기라도 했어? 애 기저귀는 자기가 책임지고 빨테니 천기저귀 쓰라고 해놓고는 나한테 다 떠맡겼잖아! 약속도 안지키면서 뭐 그렇게 할말이 많아?"
"야! 그래서 지금 천기저귀 써? 다 일회용 쓰잖아!! 너 지금 애 낳았다고 유세부리냐??"
"뭐? 말 다했어? 미친거 아냐? 어따대고 자기 자식새끼 배아파 낳아준 아내한테 애 낳은 유세래!!"
"미쳤다고?? 지금 나한테 욕했냐??"
"미쳤다고 얘기한게 욕이냐? 나보고 애 낳았다고 유세라며!!"
(읽다가 스트레스 올라오시면 죄송... 진짜 개싸움임.. ㅡ.ㅡ)
개싸움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쯤이면 남편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으로 나를 피하면서 냉랭하게 변하여 나를 무시
처음엔 나도 똑같이 남편을 무시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마찬가지로 극도의 불안감에 자해나 자살충동에 시달림 (진짜 자존감이 어설프게 쥐꼬리만큼 올라간거였음... 당당하게 화내놓고 남편이 나를 무시하면 또 불안하고 두려워짐)
남편은 더더욱 차갑게 냉랭해짐
악순환
3. 중기 (상담 진전됨. 남편갱생프로젝트 9회까지)
요때쯤이 내가 상담에 큰 진전을 이룬 때임.
남편이 꼬투리 잡기 전에 즐겁게 집안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싸움 횟수가 잦아듦
뭔가 내 내면이 남편 위에 있다고 느끼기 시작
싸움이 시작되면 남편을 진정 시키려고 함
이후 부부싸움의 양상은 다음과 같음
남편이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계속 기분 나쁜 티를 냄
또 시작이구나 속으로 한숨 한번 쉬고 최대한 부드럽게 시작.... 하지만 역시 대화하다 빡침 -_-
그러나 예전처럼 개싸움으로 치닫지는 않음.
e.g.
"오빠 왜 이렇게 짜증이 났어?"
"누가 짜증을 내!"
"지금 짜증 내고 있잖아 표정도 그렇고"
"넌 이걸 왜 꼭 여기다 놔? 버려버려!"
"그거 나한테 필요한거야 그리고 집에 다른데 놓을데가 없단말야"
"넌 꼭 집 정신없이 물건 아무데나 놓더라"
(여기서 남편의 비난에 결국 빡침)
"오빠 왜 이렇게 오빠 마음대로 하려고 해!
나한텐 필요한 물건이고 정말 놓을데가 없는걸 어떻게 해"
"아무리 그래도 집안이 어떻게 이꼴이냐! 아이씨 짜증나!!"
"오빠 물건도 아무데나 놓은거 많은데 왜 나한테만 그래! 왜 이렇게 자기밖에 몰라!!"
이후 서로 빈정상해서 말 안함..
한참 지나면 공격적인 분노는 조금씩 가라앉지만 서로 냉랭함
4. 중후기 (남편 갱생 프로젝트 10회부터)
요때쯤 되자 초~중기쯤이면 많이 큰 줄 알았던 내면이 더 많이 성장함.
뭔가 좀더 성숙해졌달까?
그러자 싸움 양상이 또 변하기 시작함.
남편이 집안 꼴을 보고 한숨을 쉬며 계속 기분 나쁜 티를 내도 남편의 비난과 상관 없이 내가 치워야 하면 치우고 치울 수 없으면 치우지 않음.
내가 반응하지 않자 남편이 나를 적극적으로 건드림.
결국 싸움.
하지만 싸움에 끝이 생김 (드디어!)
e.g.
틱틱 대는 분위기에도 내가 치우지 않으면 남편이 신경질 적으로 이것 저것 내게 지시하기 시작. (사실 자기가 해도 되는건데 굳이 날 불러 시킴 ㅡ.ㅡ)
"이과생아 이리로 와서 이것좀 치워 (퉁명스럽게)"
"알았어" (가서 시키는대로 함)
"이과생아 이건 왜 이모양이니"
"..." (별 말 없이 치움)
(신경질 적으로 한숨을 쉬며) "이과생아 이건 도대체 뭐니??"
(이과생 여기서 빡침 -_-)
"오빠.. 치울게 있으면 치우면 되지 왜 나한테 이렇게 신경질을 내?"
"내가 언제 신경질을 냈어!"
(한숨쉬며 감정 한번 고르고) "지금도 나한테 신경질적으로 얘기하잖아
아까부터 나한테 지시하듯이 짜증내면서 얘기하고
그렇게 얘기하면 나 기분 안좋아"
"내가 언제 뭘 시켰다고 그래"
(다시 한번 감정을 고르고)"오빠.. 요즘 나 일도 하면서도 아이도 일찍 하원시켜서 오빠 퇴근하기 전까지 장보고 그와중에 애기 데리고 청소하고 저녁도 자주 해놓잖아 그지?"
"나도 퇴근하고 빨래하고 청소 했어!"
"오빠도 했지. 근데 요즘엔 정말 내가 더 많이하고 있잖아. 나도 나름 신경 많이 쓰는데 지쳐서 잘 안되는 부분도 있어. 근데 오빠가 이런식으로 나한테 신경질적으로 얘기하면 정말 기분이 나빠"
"... 알았어"
"그리고 오늘은 내가 집안일 하나도 안했지만 지난주 내내 신경 많이 썼었어 오늘은 좀 쉬고 싶어"
"...알았어 쉬고 있어"
남편 다시 청소 시작
물론 이렇게 얘기해도 치우면서 맘에 안드는게 있으면 남편 혼자 분노가 올라 어쩔줄 모르고 씩씩 댈 때도 있음.
하지만 남편이 내 말을 들어주기도 했고 나한테 화내고 있는건 아니므로 내버려둠
혹은 불안한 마음을 읽어주기도 함.
"괜찮아 그거 청소 안되어 있다고 큰일 안나. 오빠 힘들면 같이 차근 차근 해보자"
그러면 보통 가라앉음.
그렇게 싸움에 끝이 생기기 시작.
5. 후기 (상담 2년 이상)
난 저쯤이면 이미 훌륭한거고 우리 관계도 최선인 줄 알았는데 뭔가 더 있었음.
내가 계속 성장하면서 내면의 안정화가 익숙해짐
(상담 받은지 2년이 훌쩍 넘어가면서 안정화된 상태가 그냥 내 모습이 됨)
그래서인지 중후기 부터 뭔가 남편의 내면이 나를 따라오기 시작함.
말투도 비슷해지고 안정적인 느낌도 많이 비슷해짐.
나와 다른점은 나는 나를 괴물로 만드는 트리거가 하나씩 사라지는데 남편은 트리거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
그래서 여전히 내면이 건드려지는 상황이 되면 가끔 극도로 예민해지거나 공격적이 됨.
달라진점은 이제는 남편도 그렇게 되면 스스로도 깨닫고 다시 돌아오려고 노력함.
그 후에 싸움의 양상은 이렇게 변함.
남편이 집안 꼴을 보고도 아무말도 안함
끝. ㅡ.ㅡ;;;;
혹은 가끔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임
나 아무말도 안함
남편도 그냥 그러면서 혼자 치움
(자기 감정은 자기가 소화시킴)
끝.-_- (쿨하다 ㅋㅋ)
정말 가끔, 두어달에 한번쯤? 불꽃 튀기며 싸울 때가 있음
서로 막막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잘못한거까지 꺼내며 까내림
그러다가 어느순간 서로 멈춤
멈추고 시간을 가짐
그러고 어느정도 지나면 천천히 원상복구됨
(싸우는 시간은 30분 정도? 원상복구 되는 시간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보통 다음날이면 일상되화를 편하게 주고받음)
그리고 이런 경우는 이제 거의 없고 관계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뀜
요즘 대화의 양상.
e.g.
둘째 육아로 정말 힘든 하루를 보내서 남편 퇴근시간 다 되기 까지 집안일에 거의 손 못댄날, 퇴근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함.
"아.. 오늘은 정말 너무 힘들었어... 집안일 하나도 못했어... 오늘은 저녁 그냥 시켜먹으면 안될까?"
"그래 그럼"
나 -> 남편 배고플까봐 남편 집에 올때 쯤 음식이 도착하게 미리 시킴
결정장애 남편을 위해 안물어 보고 예전에 잘먹었던거 시킴
남편 -> 배달음식 시키면 한참 걸려서 와이프 배고플까봐 집에 들어가면서 사가지고 들어감
(원래 남편은 배달음식이던 밖에서 먹는 음식이던 별로 안좋아함. 집밥러버임)
결과 : 서로 배려하느라 음식이 총 4인분이 되어 버려서 배터지게 먹음 ㅡㅡ;;
서로 민망할까봐 음식 모자랄 뻔했는데 잘 시켰네 잘 사왔네 하며 진짜 배 두드리며 먹음
이런 나날들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음? ㅎㅎ)
문제가 되는 환경은 그대로 인데 (집 정리가 안되어 있는것, 남편이 집 정리가 안된 것에 예민한 것) 근데도 내가 바뀌니까 문제가 풀림.
신기하지 않음?
이렇게 쓰면 그냥 후욱 해피엔딩으로 들어간게 아니라는거 이해가 감?
결국은 관계의 중심인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임.
그걸 깨달으니 세상이 바뀜. (나중에 쓰겠지만 남편 갱생 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인생이 갱생됨. 남편과의 관계만 변한게 아니라는 얘기임. 이 얘기는 추후 남편과의 관계에 대한 글 다 쓴 이후로 쓸 예정)
다음화는 원래 포스팅 예정이던 나와 남편의 관계 사이의 숨어있던 무의식에 대하여 쓰도록 하겠음.
추천과 댓글로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