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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은 끝이 아니구나

할머니에게만큼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편찮으신 할머니, 여리신 그 분이 감당할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모는 내 예상을 뛰어 넘는 사람이었다.

할머니에게 억울하다고 나와 엄마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돈을 요구한다고 미쳤다고 하소연을 했단다.
떨리는 손으로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렇게 우시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용서가 안 되겠지만, 진정으로 사과하면 용서해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이미 오래된 일인데 너 사촌오빠 직장에 잘리면 어떡하니 하신다.

할머니. 저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할머니 아프시구 할머니한텐 오빠도 저도 손주니까 마음 아프실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다 사실이에요. 한두 번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그랬어요.
사과만 받고 싶었는데 이모가 계속 거짓말한다고 하시니까 저도 죽겠어요.

할머니는 들으시더니 그래, 마음이 다 풀릴때까지 너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
어쩌면 좋니. 사랑하는 내 새끼. 얼마나 아팠을꼬. 하신다.
마음이 찢어져 같이 울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흥분한 목소리에 점점 커지는 언성.
억울하다고 전화하셨단다. 누구든 당연히 그런 일이 있었으면 주변에 알릴 생각을 했지 너처럼 행동하진 않는다고 하셨다.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끙끙 앓으며 말 못하고 살아 가는지 모르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자친구들도 사겼으면서 남자친구 만날 땐 아무 생각 안 들디? 하신다.
이모, 피해자는...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은 아무도 못 만나고 평생 혼자 살아야 하나요. 왜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행복해지면 피해자 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거짓말하는 거라고 말할까.
화가 나서 나도 점점 언성이 올라간다.
사촌언니가 같이 놀다가 저만 방에 데리고 가서 문 잠근 거 기억난대요. 이러니 너가 유도를 한 거구나? 그치? 이러신다.
아뇨. 유도가 아니라 제가 나 이런 일 겪었어 하니까 언니가 먼저 기억난다고 말 한거라고. 그러니까 전화를 끊자고 하신다. 
엄마한테는 법정에 가자고 난리를 부렸단다. 오히려 사촌오빠는 엄마한테 사과를 했다는데 곧바로 이모가 엄마한테도 그랬단다.

밤새 심장이 콩닥거리고 다시 숨이 가빠져 약을 주섬주섬 챙겨 입에 넣었다.
시간이 지나고 약기운에 온몸이 나른해져 잠이 들었지만 새벽에 다시 눈이 떠졌다. 또 심장이 쿵쿵거려 잠이 들지 않는다.
아... 나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아침에 보니 사촌오빠가 이모한테 뭐라 했는지 나에게 사과를 하신다.
어제까지만 해도 혹시나 이모도 나에게 사과하면 보상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사과를 받았어도 전혀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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