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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항상 떠올린다

그 예전에 언제인지도 기억 안 나는 어린 시절에 사촌언니한테 물었었다. 언니는 오빠가 나쁜 짓 저질러서 감옥가면 어때?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나에겐 언니가 큰 존재였었다. 미움 받는 게 두려웠고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도 없이 어른들께 말하는 상상을 했다. 모순적인 생각이 평생을 따라다녔다.

방의 구조나 그런 것들은 확실하겐 기억나지 않는다. 언니네도 이사를 했었으니 우리집도 아닌데 정확히 남아있진 않을 거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집이 두 곳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언니네 집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이 있었고 제일 끝방이 언니방이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돌면 오빠의 방이었다.

언니방에서 놀고 있거나 거실에서 있으면 오빠가 불렀다. 문을 열면 오른쪽에 오빠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컴퓨터는 켜져 있었다.
어쩌면 컴퓨터는 없었을 수도 있으려나. 모든 기억이 정확하게 나는 건 아니니까.

문을 잠그라고 한다. 맞다. 나에게 문을 잠그라고 시켰다. 모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문을 잠근 적도 있었다.

다른 기억은 마지막 기억이다. 현관문 바로 왼쪽이 언니 방이었고 오른쪽으로 돌면 거실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오빠와 마주치는 게 불편해서 집을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언니 방과 거실만 있어 다른 집 구조는 기억나지 않는다.

소파가 있었는데 바닥에 앉아서 티브이를 봤던 기억이 난다. 티브이 뒤로 창문이 크게 있었다. 해가 질 녘이면 주홍빛이 거실을 물들였다.
일은 그 시간쯤에 일어났었다.

난 친척이 다 모이는 저녁이면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었다. 오빠와 조금이라도 가깝게 앉는 게 해가 갈수록 끔찍했다. 이모도 알까? 이모는 알아도 내 편이 아닐 거 같아. 이모부도 저번에 보니 무섭던데. 알면 오빠를 때릴까? 그런데 이 일이 오빠를 때려 죽일만 한 일인가? 결국 나만 참아야 하나?

나는 내게 벌어진 일이 어느정도의 일인지 항상 생각했다. 가해자가 어떤 벌을 받아야 하는지 벌을 받으면 가혹하지는 않은지 남은 가족이 날 원망하지는 않을지.

고민과 갈등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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