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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화가 나요

남편과 결혼 16년차이고 삼남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을 갖고 있고
힘든 적도 많았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추가수당 받을 수 있는 업무까지 기회가 있으면 악착같이 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그런데 남편은 16년동안 회사를 5번이나 바꿨어요.
회사에서 잘린 건 한번이고 주로 일이 자기랑 안 맞아서 그만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 중간 구직기간에는 타지역에 가서 교육을 받느라 어린 삼남매 육아는 제가 친정 엄마 도움받아 직장 다니면서 지금까지 도맡아 했구요.
그러면서 47평 아파트 대출금도 거의 다 갚아나갔고 막내도 11살이 되면서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작년에 도심 한복판에 있던 47평 아파트를 전세로 내주고
30분 거리의 한적한 동네 33평 아파트 월세로 이사를 왔어요.
이유는 남편이 도시의 밤새 들리는 소음(노래방, 배달 오토바이 소리 등등)을 힘들어하고 아이들이 좀더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어해서 였어요.
호수공원과 뒷산이 있는 한적한 아파트로 이사 와서 베란다로 보이는 사계절의 변화와 자연 속에서 산책하고 나들이하는 시간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 첫번째..
남편이 갑자기 작년 12월에 막내 이름으로 육아휴직을 쓰고 퇴직을 신청했어요.. 다니던 회사 관련 업계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부담스런 업무가 많아졌고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죠. 예고도 없이 찾아온 다섯번째 실직에 저는 망연자실했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이해하고 일년동안 열심히 새로운 일을 준비한다기에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전세금 3억을 은행에 보관하려다 보니 이자가 너무 낮아서
남편이 결혼 전에 재무설계를 해주셨던 재무설계사한테 상의를 한 거에요..
재무설계사는 당시 국내 1위라는 그림투자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원금보장에 매달 9%씩 그림 렌탈 수익을 지급해준다는 아트노믹스 상품을 강력추천해 주었습니다..
처음에 듣고 무슨 그림이냐 은행에 넣자 하던 저도
그 회사가 광고하는 내용들과 (무려 광고모델이 하..) 그동안의 실적들과 시험삼아 사본 그림에 렌탈비가 정말로 9%씩 들어오는 걸 보고 믿음이 생겨 그만 전세금 3억을 몽땅 그림에 투자하고 말았습니다..

일년간 매달 꼬박 꼬박 투자금의 9%씩 들어오는 수익금을 모으며 희망에 부풀어있었을 때 갑자기 올 7월부터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그 회사가 방만경영으로 파산 위기에 놓여있으며 대표는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구입한 그림은 무사히 찾아왔지만 처음에 산 3억의 가치가 아니었고 원금을 보장해줄 회사가 망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졸지에 이름없는 그림을 몇억에 산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폰지사기 수법에 당한 거였죠..
남편과 설계사를 믿고 투자를 한 제 책임도 있지만
자꾸만 일을 그르치는 남편을 보고 있을수록 화가 납니다.

왜 하필 열심히 모아서 산 넓은 우리집을 놔두고
출퇴근할 때마다 30분씩 걸리는 이 집으로 이사오자고 한건지..
왜 하필 전세금을 받았을 때 16년동안 연락도 안하던 그 재무설계사한테 연락을 한 건지..
왜 하필 그 재무설계사가 그 망할 그림투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우리한테 그 상품을 소개한건지..
왜 하필 이 때 우리 남편은 회사를 그만둔건지..

일련의 과정들이 어쩜 이렇게 사기당할 수밖에 없이 딱딱 맞아떨어졌는지..
생각할수록 화가 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편은 저한테 미안하지도 않은지
제가 퇴근하면서 애 셋 픽업하고 와서 저녁준비해 놓으면
허리에 한 손 올리고 느긋하게 폰 보다가 제가 차려준 밥 처먹고 빨래바구니에 빨래가 꽉 차 있어도 세탁기 돌릴 생각도 안하고, 분리수거 쓰레기가 꽉 차 있어도 버릴 줄을 모릅니다..
매일 저녁마다 런닝한다면서 나가는데 집이 1층이라 바로 앞에 분리수거장 있으니 나가면서 들고나가면 덧나나요..
집안일이 눈에 보이는데도 매번 부탁해야만 하고 아들이랑 놀아줄 생각은 없고 아들은 여전히 나한테만 달라붙고 남편은 자기가 준비하는 일 외엔 신경을 안 씁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밉고 말도 하기 싫은 제가 이상한건가요?



추천수6
반대수5
베플ㅇㅇ|2024.11.03 08:36
남편없이 혼자 살아도 아쉬울게 없을거 같다..늙으면 병수발까지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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