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짜 하루 종일 기분이 뒤죽박죽이었어요.
남편이 어제 오후 반차를 냈고, 저도 요즘 이직 준비 중이라 잠깐 쉬고 있는 김에, 날씨도 좋고 해서 둘이 오랜만에 공원 산책을 나갔거든요.
멀리 간 건 아니지만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오랜만에 기분이 참 좋았어요.
그러다 잠깐 벤치에 앉았는데요.
갑자기 어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우리한테 말을 거는 거예요.
남편은 43살인데 동안이라 어디 가면 삼십대로 보이는 편이거든요.
그 아저씨는 아무리 봐도 일흔은 넘으셨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우리 앞에 떨어진 휴지를 가리키면서 “이따 갈 때 이 휴지 좀 주워” 이러는 거예요.
남편이 정중하게 “이거 저희가 버린 게 아닌데요” 하니까,
그 아저씨가 “그래도 자네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 쓰레기 있으면 버릴 줄도 알아야지. 심보 그렇게 써서 어디 되겠나” 이러는 거 있죠.
그때까진 저도 좀 당황스러웠지만 남편이 “그럼 그냥 지금 주울게요” 하고 바로 휴지를 주웠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또 “이따 갈 때 주우면 된다니까 왜 지금 줍냐, 성격 참...” 이러는데
남편이 그 말에 갑자기 확 돌아서 “왜 계속 반말하세요? 저 아세요?” 하고 따진 거예요.
결국 그 아저씨는 “내가 너 같은 아들도 있는데 반말도 못 하냐”며 “어린 놈이 싹수가 노랗다” 어쩌고 하시고…
남편은 또 참는 성격이 아니라 “아저씨 싹수나 생각하세요” 하고 맞받아치고…
둘이 큰 소리로 싸우고 사람들 몰려들고, 완전 난리도 아니었어요.
진짜... 저는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평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그냥 넘어가면 될 일도 꼭 일을 키우는 경향이 있거든요.
어제도 괜히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를 그렇게 망친 거에요.
근데 더 민망하고 황당한 건 뭔지 아세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저씨가 제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의 아버지셨던 거예요.
남편이 지인 아버지랑 남들 다 보는 곳에서 소리 지르며 싸운 거죠.
솔직히 어제 일은 남편만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속상하고 민망하고,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이렇게라도 좀 하소연해봤어요. 정말 진이 다 빠지네요.
남편도 기분이 나빴을 것 같아서 아무 말도 안 하긴 했는데요. 아무튼 기분이 별로네요.
여러분들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