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영웅 (1부 1막 : 묘령(昴靈)의 추억 #14)

J.B.G |2004.11.11 00:45
조회 166 |추천 0

 

중림부 운원의 한 주막.

미란과 평민 복을 한 용(龍)의 황제 적룡(赤龍)이 평범하게 주막에서 술잔을 건네고 있었다.

 

“적청 형님은 만나봤니?”

“네”

“내 뜻은 전한 게냐?”

“아직…”

“왜…?”

“물어보나 마나… 거절 입니다.”

“어째서? 묻지도 않고…”

“사형은 이미 세상일을 잊고 산지 오래 라면서…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왕폐하와의 신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미란의 전언을 들은 용의 황제 적룡은 심히 마음이 무거웠다.

 

“미란… 아버님께서 살아계신 동안 하신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인지 아니?”

“…”

“그건… 적청 형님을 내치신 거야… “

“사형…”

“만약, 적청 형님이 아직 ‘용’의 대장군이었다면, ‘용’은 벌써 흩어진 9국을 통일 했을 거야.  틀림없이… 물론, 아버님은 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신 거겠지. 결국은 나의 무능함이 형님을 그렇게 만든 거야.”

“그만 하세요.”

“그는 시대의 영웅이니까… 나를 위해서 그를 내치신 거야. 그리고 그가 신의를 중요시 하는 인물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목숨을 담보로 약속을 내건 거야.”

“전하…”

“사형이… 모반이라니…”

“…”

“용국에서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누구도 아버님의 처사를 말리지 않은 것은 사형이 너무 크기 때문에… 모두 그를 경계하는 거야. 모두… 미란. 네가 적청 형님이라면 어떻겠느냐? 비록 신의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등졌지만… 자신의 주군에게 배신을 당한 그 분함. 아버님은 그를 조용히 내칠 수도 있었지만… 그를 배신하는 방법을 택하셨어. 사형이 신의에 대한 환멸로 당신이 양위한 후, 내가 다시 그를 찾아도, 사형이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도록… 너무나 잔인한 짓이지 않느냐…”

“…”

 

미란는 너무나 슬퍼 가슴이 미어져 왔다. 이미 뒤엉켜버린 자신의 포함한 세 의형제의 운명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그걸 알면서도 전하께서는 사형을 왜…”

“그건… 부끄럽지만…”

“…”

“오직 그만이 이 혼란에서 백성을 구할 영웅이기 때문이다.”

“전하…”

“미란… 나는 황제다. 하지만 세상을 구할 사람은 아니다. 난 무릎을 꿇어서라도 적청 형님을 데려갈 것이다. 반드시…”

 

미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침묵했다.

 

‘전하…’

 

날이 어두워 지면서 운원을 나온 황제 적룡과 미란은 지금 운산의 산길을 따라 무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아들이 있다고 했지…?”

“네”

“아들이라… 형님을 닮았다면, 장차 영웅이 될 재목이겠군…”

“…”

“형수님은…?”

“그냥… 산사람의 아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미색이었지만…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촌부였습니다.”

“그래… 천하 영웅에 평범한 촌부라…”

 

두 사람은 대나무가 우거져 하늘을 가린 호접(湖蝶)계곡을 지나 어느새 지금 무의 가족이 있는 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곳인가?”

“네”

“꾀 운치가 있는 곳이구나…”

“…”

 

문 앞에 다다르자 미란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안에서 곧 문을 열고 운향이 모습을 드러냈다. 운향을 처음 바라본 황제 적룡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적령의 시선을 의식한 운향이 물었다.

 

“누구시죠?”

 

그녀의 물음에 적룡이 아무 답이 없자. 미란이 운향에게 청을 했다.

 

“죄송합니다. 밤이 깊어가는데… 그만 산에서 길을 잃어서… 하루 유할까 합니다만…”

 

운향은 잠시 두 사람은 흩어보았다. 그리고 문을 열러 두 사람을 맞이했다.

 

“드시지요”

 

황제 적룡이 운향에게 가볍게 답례를 했다.

 

“감사합니다. 부인!”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안으로 들었다. 그러나 출타를 했는지 무는 집안에 없는 듯 보였다. 지금 집에는 부인 운향과 아들 비 만이 있었다. 두 사람은 운향의 안내대로 원탁이 있는 의자에 앉았고, 곧 운향은 차를 준비했다. 그러자 아들 비가 두 사람은 유심히 바라보면서 곧 무엇인가 깊이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러는 사이 운향이 차를 내왔으며, 차의 향이 온 방에 가득 번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부인!”

“감사합니다.”

 

운향도 차를 내어주면서 원탁의 빈 자리에 앉았다.

 

“무얼 하시는 분들이길래… 이 야심한 밤에 산행이시죠.”

 

운향의 물음에 미란이 대답했다.

 

“상인 입니다.”

“상인…?”

“네…”

 

그때 비가 갑자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반문했다.

 

“상인이 왜 칼을 가지고 다니죠?”

 

그러자 이번에는 적룡이 대답했다.

 

“요즘같이 혼란한 세상엔 상인들도 칼이 필요하단다.”

“우리 아버지도 장사를 하지지만… 칼은 없는데?”

 

비의 호기심 어린 물음에 미란이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당연하지… 네 아버님은 그런 것은 없어도 안전하단다.”

“어…? 왜 그렇죠?”

“응?”

 

미란은 무심코 던진 자신의 말에 잠시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러니까… 멀리 나가지 않잖니…”

“아, 그렇구나…”

 

잠시 어색한 웃음이 흘렀지만, 상황은 그렇게 무마 되었다. 그러자 곧 적룡이 운향에게 물었다.

 

“그런데… 부군께서는?”

“네… 식당일과 밭을 일구는 것 만으로 생활하기에 부족해서 약초 캐러… 이제 곧 돌아올 겁니다.”

“그렇군요…”

 

적룡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일어서서 창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러자 그런 그에게 운향이 다가와 말했다.

 

“그렇게 내다보지 않아도 됩니다.”

“네?”

“이제 곧 올 거라는 애깁니다.”

“…”

 

운향의 이 대답에 적룡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개… 촌부라고?’

 

세 사람이 다시 원탁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그 차가 미처 식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곧 무가 집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운명처럼 다시 무와 적룡, 그리고 미란… 이 세 의형제가  서로 마주서게 되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아버지!”

 

그렇게 멈춘 시간을 깬 것은 아들 무 였다.

 

“응… 그래… 집안에 아무일 없었느냐.”

“네… 다만 오늘밤은 상인이 두분 기거할 거래요.”

“그랬구나…”

 

무는 아들을 안아서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아들을 안은 채, 운향에게 약초를 건네면서 비를 운향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간단히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다섯 사람은 원탁에 앉아 마시던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한참 세상에 대한 이야기 오가고 있었다. 무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무런 거리낌이나,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밤은 깊고… 비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곧 하루 일과를 마친 운향과 무도 잠이 든 듯 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