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미야~ 언니오셨다~"
"오빠도 오셨다~"
경진이와 상호 오빠가 온다고 해서 민석이 오빠로 인한 알수없는 감정에 휘말리는 것도 잠시. 곧 나
는 마트에 나가서 저녁거리를 사고 음식을 준비했다.
찌개가 보글 보글 소리를 내며 완성이 되어 갈때쯤 두사람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
"이게 무슨 냄새야-0-"
"내가 특별히 준비했지! 해물탕이야^-^"
"오~ 어제 꿈자리가 좋더만-0-"
"-_-;; 앉아들 있어. 상차릴께."
"내가 차릴께!"
평소엔 하지도 않던 일을 경진이는 지가 하겠다고 바락바락 우겨댔다. 상호 오빠가 있어서 그런가..
예전에도 경진이가 남자친구와 사귈때 같이 만났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조금 이상하기도 하
고 우습기도 하고....귀엽기도 했다.
"김경진. 내가 다 준비해 논거를 니가 상만 차리고 생색을 내겠다 이거냐?"
"이지지배가-_-;; 도와준대도 뭐라하네-_-; 됐어! 니혼자 다해라!!"
결국 토라져버린 경진이-_-;; 겨우 달래서 경진이와 둘이 해물탕과 밥과 몇가지 반찬들을 테이블에
올렸다. 상호 오빠는 두눈을 반짝이며 해물탕에 숟가락을 담궜다.
"혜미야. 너 나중에 식당해라-_-; 대박나겠다."
"그럴까?^-^"
"응!! 나랑 동업하자-0-"
"-_-경진아. 너랑 동업했다가... 쪽박차는거 아니야?"
"근데 오늘 이 지지배가 왜이렇게 까불지-_-"
해물탕에 쏙 빠져 정신없이 먹어대는 상호 오빠와 그 옆에서 티격태격 거리며 먹고 있는 경진이와
나 이혜미. 진우 오빠가 없어도 나 이렇게 행복할수 있다. 진우 오빠 없이도... 나 이렇게 웃을수 있
다. 웃고 있는데도 자꾸만 목이 메이지만 그래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대책회의에 들어가보실까?"
"무슨 대책회의?"
뜬금없는 경진이의 말에 나는 멀뚱멀뚱 경진이를 보며 물었다. 경진이는 상호 오빠를 한번 보더니
씩 웃으며 대답했다.
"크리스마스!"
"아...크리스마스..."
"상호 오빠도 우리랑 같이 놀겠대. 좋지?"
"어. 좋다-_-;;"
"우리 모할까? 혜미야. 뭐하고 싶어? 오빠. 뭐하고 싶어?"
"글쎼..."
"어차피 혜미네집이 아지트니까 여기서 놀까? 트리랑.. 뭐 이것저것 장식하면 되잖아."
"오빠-_- 누구 맘대로 우리집이 아지트야?"
"내맘대로-0-"
"그래. 그러자. 혜미야. 아참. 너 원장어머니한텐 말씀 드렸어?"
"어.. 못간다고 했어.."
"그래? 잘됐다. 우리 그럼 나가서 쇼핑하자아-0-"
"무슨 쇼핑-_-;; "
"트리꾸밀꺼 사야지-0-"
백화점에 가보니 역시 크리스마스란 대단한 축제구나라는 것을 느낄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다.
여기저기 화려한 조명과 선물 꾸러미들이 자신을 뽐내고 있었고, 희망원 외에서의 크리스마스를 처
음 맞아보는 나에게는 모든것이 신기했다.
부모님 손을 잡고 나와 선물을 고르는 아이들, 친구들과 함께 나와 여기 저기 구경을 하는 학생들,
두 손을 꼭 잡고 나온 연인들...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물론 내 옆에 경진이와 상호 오빠만큼-_-;; 행복해하는 얼굴들은 없을것 같지만 말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트리를 배달 시키고 나머지 트리 장식들을 샀다.
"자. 여기서 잠시 개인시간!"
나는 또 무슨 소린지 몰라 경진이를 쳐다봤다.
"선물 사야지! 나는 나 몰래 준비한 선물이 좋아-0- 어서 가서 내 선물들을 사도록!!!"
"-_-;; 뭐 갖고 싶은거 있어?"
"너무 많아서 탈이다! 나도 선물좀 사고 올테니까, 음.. 1시간 후에 지하 식당 앞에서 만나자.
오케이?"
"오케이~"
상호 오빠는 손가락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오케이를 외쳤다.
두사람은 신이 난듯 멀뚱히 서있는 나를 버려두고 휑하니 가버렸다.
무슨 선물을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서있으려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키라고-_- 화를 냈다.
할수없이 수많은 사람들에 이끌려 요리 조리 구경을했다. 그때 내눈에 띄인 네잎클로바 모양의 팬
던트가 달린 목걸이. 조금 비싸긴 했지만 더 볼것도 없이 경진이를 위해 샀다. 그리고 담배를 피는
상호 오빠를 위해서 라이타를 샀다. 라이타가 뭐가 이렇게 비싸-_-;;
문득 떠오른 민석이 오빠. 그냥 넘어가긴 좀 미안한것 같았다.
자꾸만 민석이 오빠에게 의지하고 싶어지는 내가 내 자신도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고마움의 표시는
해야 할것 같았다. 오빠도 아마 내가 오빠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것이다.
그렇다해도 변함없이 나를 챙겨주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 민석이 오빠를 위한 선물은 좀처럼 고르
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와 함께 커플 니트를 사고 있는게
보였다.가슴에 작은 하트가 그려진 니트.. 두사람은 니트를 사고 돌아서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는 두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매장안으로 들어가 그 니트를 만지작거렸다.
이옷을 입은 진우 오빠가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졌다. 정말 잘어울릴것 같은데...
"남자친구랑 같이 입으시면 좋아요. 이거 요즘 얼마나 잘나가는데요^-^"
매장 직원이 내 옆에 와서 얘기를 한다.
나는 직원에게 한번 씩 웃어보이고 니트 앞에서 주춤거렸다. 이제 진우 오빠와 나는 헤어졌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인데... 어서 가자. 돌아서 가자...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이미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남자용의 파란색 니트, 여자용의 분홍색 니트.... 난 왜 이걸 산걸까.. 줄수도 없는데...
이 옷을 진우 오빠에게 전해줄수 있을까? 지금쯤 진우 오빠는 민연우에게 줄 선물을 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이걸 사버린걸까...
"혜미야~ 대체 뭘 샀길래 이제 오는거야!! 배고파 죽겠다!"
이미 사버린 두벌의 니트때문에, 또다시 맘속에서 꺼내버린 진우 오빠때문에 생각에 잠겨있는데
경진이가 나를 불렀다.
"어? 어.. 미안. 많이 기다렸어?"
"그래! 상호 오빠랑 나는 아까~ 왔는데! 뭐샀어? 기대되는데?"
나는 쇼핑백을 슬쩍 뒤로 감췄다.
"나중에 알게 될꺼면서 뭘. 배고프다며. 밥먹자^-^"
드디어 크리스마스. 하루종일 티비에선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러나왔고, 어느 채널을 돌리던지 크리
스마스 특집이었다. 상호 오빠와 경진이는 일찌감치 우리집에 도착했다.
나와 경진이는 티비 앞에서 연예인들의 노래를 듣고 있었고, 상호 오빠는 트리를 꾸미고 있었다.
"오빠. 도와줄까?"
"아가씨들은 앉아만 계세요-0-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트리를 만들어 드리겠소!"
"오빠를 믿어도 될까?-_-"
"미스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 박상호! 기대하고 있어!!"
지금까지 트리에 장식을 꾸며놓은걸 보면 별로 기대는 안되지만, 끝내 혼자 하겠다는 상호 오빠때
문에 우리는 트리며 장식이며 손도 대지 못했다.
한참을 낑낑댄 상호 오빠는 다 됐다며 꼬마 전구에 불을 밝히고 우리 앞에 거만하게 섰다-_-;;
"어때? 죽이지?"
"오빠 죽이라고?-_-"
"왜-_- 멋지잖아!"
"어-_-"
그나마 꼬마 전구 덕분에 뽀대는 나보이지만, 비싼 장식이 아깝다는 생각을 차마-_-;; 상호 오빠에
게 전할수 없었다.
띵똥~
"어? 누구왔다-0- 올사람 있어?"
상호 오빠의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후 나는 문을 열었다. 밖에는 민석이 오빠가 있었다.
"오빠.."
"어. 뭐야. 니들끼리 여기 모여있었냐? 박쌍! 너혼자 치사하게 여자들 틈에 껴서 놀라고 했냐?"
"내가 언제 여자들 틈에 꼈냐. 내 주위에 여자들이 몰리는거지-_-"
경진이와 나는 민석이 오빠의 등장에 잠시 놀랬으나 상호 오빠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내가 불청객인거냐? 나도 좀 껴주라."
"그래. 짜식. 너 요즘 맘에 안들기는 하지만 크리스마슨데, 한번 껴주지. 예수님이 탄생하셨다는데
착한 내가 인심을 좀 써야지. 안그래? 얘들아?"
"오빠가 어디가 착해?"
"미스김! 나 착하잖아!"
"어디가? 어디부분이? 육하원칙에 의해 논리적으로 서술해봐-_-"
"-_-"
오늘만은 민석이 오빠가 부담스러워도 참아야겠다. 상호 오빠 말대로 크리스마슨데...나는 억지 웃
음을 지으며 민석이 오빠에게 앉으라고 한후, 미리 준비해두었던 케익과 음식들을 차렸다.
"혜미야. 술은 없어?-0-"
상호 오빠는 대뜸 술부터 찾았다. 경진이는 상호 오빠의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이런 날일수록 건전하게 놀아야 되는거야! 알콜 중독자도 아니고-_- 술만 먹을라고하냐?"
"아... 알콜...중....독...이라니 ㅠ0ㅠ"
경진이의 말에 심하게 오바를 하며 억울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척을 하는 상호 오빠로 인해 우리는
모두 크게 웃었다.
"자~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다~"
"오빠도 메리 크리스마스~"
티비에서 나오는 크리스마스 케롤을 따라부르기도 하고 케익도 잘라 먹고 얘기도 하며 우리들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하지만 웃을수록.. 웃으려고 노력할수록 마음 한구석은 자꾸만 아려왔다.
이 순간을 함께 보낼줄 알았던 사람... 누구보다 나를 더 많이 웃게 해줄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욱 커지기만 했다.
"자~ 이제 선물을 나눠볼까?-0-"
경진이의 말에 상호 오빠는 좋다며 박수까지 쳐댔다. 우리는 각자 준비했던 선물들을 가져와 서로
에게 나눠 주었다. 그때 생각이 났다. 진우 오빠에게 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사버리고 말았던 커
플 니트... 그걸 사느라 민석이 오빠에게 줄 선물을 잊었던 것이다.
상호 오빠와 경진이에게 선물을 준 후, 민석이 오빠에게 줄 선물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 나는 민석이
오빠에게 미안해했다.
"됐어. 어차피 나는 오늘 초대받지 않은 사람이잖아. 초대받지 않은 곳에 있다는건 쓸쓸한 일이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민석이 오빠였지만 미안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자. 받아."
"난.. 준비못했는데.. 어떻게 받아.."
"됐어. 너줄려고 샀는데 니가 안받으면 이건 어쩌라고."
"고마워...미안해..."
경진이는 나에게서 받은 네잎클로버의 팬던트가 달린 목걸이와 상호 오빠에게서 받은 작은 별모양
의 귀거리에 대만족하며 연신 매일이 크리스마스였으면 좋겠다고 신나했고, 상호 오빠는 내선물인
라이타와 경진이의 선물인 핸드폰줄을 양손에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혜미야, 나 담배피고 빨리 죽으라고 라이타 준거지?"
"둔하게 생겨가지고 눈치는 엄청 빨라요-_-"
"어? 이혜미 이거.. 안되겠네-_-;;"
"픕.. 장난이야. 담배 조금만펴. 그리고 오빠는 담배보다 술을 좀 줄여-_-"
"어-_- 노력해볼께-_-"
내가 받은 선물은 경진이가 준 야한 속옷세트와-_- 상호 오빠가 준 다이아몬드 모양의 귀거리, 그
리고 민석이 오빠가 준 비상약상자였다. 상자 안에는 온갖 약들이 다 들어있었다. 감기약, 두통약,
비타민 외에도 여러가지 약들이 있었다.
"너 또 혼자 있을때 아플까봐. 어떻게 혼자 사는 애가 약도 하나 안사놓고 사냐? 아플때 혼자 멍청
하게 있지말고 약먹어라."
"고마워..."
민석이 오빠는 무척 무뚝뚝한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 보면 누구보다 세심한 사람같았다.
진우 오빠와의 백일때 우리집을 이렇게 멋지게 변신시켜줄 아이디어를 낸것도 민석이 오빠였으니..
지금이야 이 모든게 진우 오빠를 기억할수 밖에 없는 것들이라 나를 짓누르지만....
세심하게 비상약까지 챙겨주는 민석이 오빠의 마음에 나는 작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 나가자."
갑작스레 민석이 오빠가 나가자고 했다.
"어딜나가! 집나가면 고생이야-_-"
"박쌍-_-;"
"아니뭐 내말은-_-;; 이런날 밖에 나가면 사람도 많고.. 춥고.. 귀찮아 ㅠ0ㅠ"
"나가자. 아는 라이브 카페있는데 거기 좋아. 내가 쏜다. 가자."
"니가 쏘냐? 그럼 가야지. 아가씨들. 나갑시다~"
민석이 오빠가 쏜다는 말에 두말없이 나가자며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는 상호 오빠-_-;;
할수 없이 나와 경진이도 나갈 준비를 하고 우리 네사람은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민석이 오빠가
잘 안다는 라이브 카페로 향했다.
"와~ 분위기 죽이네 ㅇ_ ㅇ"
굉장히 크고 화려한 조명에, 테이블마다 사람들로 가득한 카페. 그리고 가운데는 작은 무대와 피아
노, 그리고 마이크가 있었고, 그 위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
르고 있었다.
분위기에 압도된 우리는 우리 발걸음 소리에 방해가 될까 조용 조용 걸으며 빈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는 칵테일을 주문한 뒤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여자에게 모두 넋이 나가 있었다.
"노래 진짜 잘한다."
"맞아. 너무 멋있다-0-"
이름모를 팝송을 한곡 끝마친 무대위의 여자는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인사를 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박수소리에 여러분들의 행복이 잔뜩 묻어나는데요?^-^ 커플들도 참 많으시
네요. 오늘은 더더욱 젊은 분들도 많으시고... 젊은 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젊은 분들의 기를 모조리 빨아먹는것 처럼요. 젊은분들! 기 안빨리게 잘 간수
하세요."
우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손님들이 무대위의 여자의 말에 작게 웃었다.
"모두들 행복한 성탄절을 보내셨겠죠? 저는 성탄절에도 이렇게 돈을 벌고 있어요..불쌍하죠?"
또한번 모두의 웃음을 자아낸 무대위의 여자는 생긋 웃으며 피아노를 치는 남자와 눈인사를 한후
크리스마스 케롤을 부르기 시작했다.
"미스김. 너는 노래 잘하냐?"
"내가 못하는게 어딨어?"
"그래. 못할줄 알았어-_-"
"뭐야-_-"
"경진이 노래 잘해^-^"
"그치~ 저봐! 혜미도 나 노래 잘한다잖아!"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혜미는 노래 잘해?"
민석이 오빠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_-"
"혜미 노래하는거 진짜 웃겨요-0-"
"왜요?"
"뭐라고 할까... 이미 다 만들어진 노래를 새롭게 각색해서 부른다고 할까?-_-"
"경진아-_-"
"-_-;"
"자. 오늘의 이벤트. 모두들 아시죠? 무대위에서 노래를 부르실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무대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친구에게든, 연인에게든, 여러분의 모습을 보여주세요."
케롤을 몇곡 연달아 부른 무대위의 여자는 주위를 보며 말했다.
"어이. 미스김. 너 노래 잘한다며? 나가봐."
"싫어-_-"
"왜? 잘한다며?"
"오빠 아직 몰라? 내 목소리는 비싸서 함부로 못들려줘-_-"
"-_-"
그때 민석이 오빠가 아무말 없이 벌떡 일어나 무대위로 걸어갔다.
"어? 민석이 오빠 노래부르려나보네?"
"몰랐냐? 아~ 몰랐겠구나-_- 민석이 저새끼 노래 잘해."
"그래?"
옆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상호 오빠와 경진이의 말을 들으며 내 눈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무대로
걸어가는 민석이 오빠를 쫒고 있었다.
민석이 오빠는 어느새 무대위로 올라갔고, 피아노 치는 남자에게 귓속말을 한 후 마이크 앞에 섰다.
서서히 피아노가 한음 한음 울리기 시작했고, 오빠는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를 하는 민석이 오빠의 시선은 한군데에 박혀 있었다. 나에게...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오르지
나만을 보며...나만을 위한 노래를...시작했다.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그댈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차마 그대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해야 했던 나였음을
아시나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대 오가는 그 길목에 숨어
저만치가는 뒷모습이라도 마음껏 보려고 한참을 서성인 나였음을
왜 그런 얘기 못했냐고 물으신다면 가슴이 아파 아무 대답도 못하잖아요
그저 아무것도 그댄 모른채 지금처럼만 기억하면되요 우릴 그리고 날
아시나요 얼마나 힘겨웠는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듣지 못하는 병이라도 들면 그땐 말해 볼 수 있을까요
모르셨죠 이렇게 아픈 내 마음 끝내 모르셔도 난 괜찮아요
그댈 향한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왔던거죠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죠
몇 번을 다시 태어나고 다시 떠나도 그댈 만났던 이세상 만한 곳은 없겠죠
여기 이세상이 아름다운 건 그대가 머문 흔적들 때문에 아마
슬픈 오늘이 같은 하늘 아래 그대와 내가 함께 서있는 마지막 날인걸 그대 아시나요"
민석이 오빠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오빠의 시선이 머물던 나에게 지켜보던 손님들의 시선이 꽂혔
고, 상호 오빠와 경진이는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오빠의 노래를 듣는 내 머리속에 잔뜩 술에 취해 우리 집에 왔던 민석이 오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 같이 만나도 어느새 나를 보고 있던 민석이 오빠의 눈빛이 떠올랐다.
진우 오빠가 보는데도 아파하는 나에게 입을 맞추던... 혹시라도 또 아플까봐 비상약을 챙겨주던..
그런 민석이 오빠가 떠올랐다.
"기회가 왔을때 잡아야 하는건지, 아니면 전처럼 이렇게 뒤에 서서 지켜만 봐야하는건지 아직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사람에게 해줄수 있는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웃고 있어도 아파하는게 보이
는데.. 속으로 쉬지 않고 울고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 저는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을 강요해서라도 얻을수 있다면 그렇게 하리라 다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결심은 그사람
얼굴을 보면 산산히 무너집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것 같은 모습에..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것만
같은 모습에.. 아무것도 할수가 없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것도 아니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관계입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런 제 마음이 약간은 진실성이 없어 보일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지나가는 바람인줄만 알았습니다. 잠시 내리는 소나기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피
해가면 금방 끝날거라고 믿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려고도 해봤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습니
다. 하지만 지나던 바람은 제 안에서 멈춰버렸습니다. 내리던 소나기는 제 안에서 한방울 두방울..
고여버렸습니다. 제 자신도 어쩔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그렇게 내 안에 담았습니다.
그 사람의 사랑을 받는 제 친구가 부럽습니다. 내 앞에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했던 제 친구가
정말이지 너무 부럽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 친구의 사랑이 더 큰지 제 사랑이 더 큰지... 그런건 잴수 없는 거겠지만 저도 충분히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마음이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되고 짐이 될지언정... 사랑합니다..."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건지 이유를 모르는 다른 손님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민석이
오빠를 응원했다. 나는 떨어지는 눈물을 더이상 숨길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달
려갔다. 막상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는데 화장실의 위치를 알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출수도 없었다.
"여자분 가요! 빨리 가서 잡아요!"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쳤다.
"사랑해..."
마이크를 통해 큰소리로 또박 또박 들려오는 민석이 오빠의 한마디...더이상 다리가 움직여지질 않
았다. 내귓가로 너무나도 또렸하게 들려오는 민석이 오빠의 목소리에 앞으로 나아갈수가 없었다.
가슴에 메여오는 한마디.. 오빠에게도 힘들었을 한마디.. 내가 감히 들어서는 안될... 그 한마디...
그렇게 있는 나에게 경진이가 달려와 나를 잡아 밖으로 데려다 주었다. 쉬지 않고 흐르는 눈물방울
에 두 볼은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혜미야..."
"....."
"혜미야.... "
상호 오빠가 달려나왔다.
"바래다 줄께. 가자."
"오빠..."
"그래.. 괜찮아.. 바래다 줄께.."
"오빠... 내가 나쁜거야... 내가 나빴던 거야..."
"니가 이해해.. 니가 진우 사랑하듯이.. 진우가 너 사랑하듯이.. 민석이도 너 사랑한거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도 원한게 아니고..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된거야.."
"내가 나쁜거야. 내가 민석이 오빠 마음 이용한거야..."
"혜미야..."
"이혜미. 왜 다 니탓이야? 바보같이 그런 소리좀 하지마."
경진이가 나에게 소리쳤다. 그리곤 뒤를 돌아 우리에게서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 가버렸다.
"가자.."
"내가 이용한거야.. 내가.. 나.. 민석이 오빠한테 용서 받아야해..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나 민석이 오빠한테 빌어야해..."
"니 잘못아니야. 민석이 잘못도 아니고.. 어쩔수 없는 거야."
"오빠.. 민석이 오빠...불러줘.. 얘기하고 싶어..."
"....."
"불러줘..."
"그래..."
훔... 나름대로 민석이의 고백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 표현하지 못해서 참 아쉬워요
제 머리속에 구상된 민석이의 모습은 참으로 멋있었는데-_-;;
부족한 글솜씨여서 어떻게 표현됬는지 걱정이 앞서네요
아시나요..라는 노래를 선택함에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민석이의 마음을 많이 담을수 있는 노래라 이곡을 선택했어요. 읽어주시는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ㅠ0ㅠ
원래 회사에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토요일이고 하니 일찍 올릴려고 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1시가 넘어버렸다는;;;; 나는야 잠탱이ㅠ0ㅠ 아마 한편을 올리는데 있어서의 시간의 공백이 가장 길었던것 같네요;;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실런지 모르지만 죄송해요^-^
항상 제글 읽어주시고 너무 좋은 말씀들의 리플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추천 꾸욱~ 눌어주시는
분들때문에 제가 요즘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걱정이 큰만큼 리플이나 추천들이 저를 더 힘내게 해주네요^-^ 이 글의 종착지가 얼마남지 않은 만큼 저도 나머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도 이 글의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구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편에 뵈요^-^(우씽-_-오류가 자꾸 나서;;; 주절거리는 글만 세번째 다시 쓰는중 ㅠㅠ 힝-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