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을 4일이나 넘겼다.
불안한 마음에 뱃속에
노크도 해보고 소리도 쳐봤지만 아무소식이 없다.
이녀석이 나오기 싫어서 땡깡부리는거 아냐?
아! 불러도 대답없는 고추소녀여!!!!
괜시리 불안하고 혹시나 아이가 잘못된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친정으로 가있겠다며
퇴근하고 곧장 달려올 것을 명령했다.
남편은 알았다며 몸조심하라한다.
뭐시라? 몸조심?
혹시 조직이라도 풀었다는 얘긴가? 음냐... -_-;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엄마! 어어어엄 마아아아! 아흑..."
갑자기 배가 싸르르아프다.
문을 열던 엄마가 꼬구라져있던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신다.
"엄마! 비켜비켜.."
화장실로 곧장 달려가
궁둥이를 변기에 대고 한바탕 씨름을 했다.
휴.. 뭘 잘못먹었나? 갑자기 왠 설사?
변기통의 힘찬 물줄기소리를
듣고 엄마는 이내 안심하는 듯 했다.
"염병할년이 사람놀라게 지랄혀네...
똥쌀라고 집에 왔냐?"
"엄마는... 근데 뭐해?"
"뭣하긴 뭐혀야? 그냥 있제.. 뭔 소식은 없냐?"
"글세 말야.. 요녀석이 안나오네..."
또다시 배가 싸르르 아프다.
"엄마! 배아파.."
"똥싸 이뇬아"
"아냐 엄마 똥쌀 배는 아닌 것 같아..."
"오메! 어째야쓰까? 진통오냐?"
"아니... 오줌매라.... 히히히^^"
"저뇬도 진짜 이상한뇬이네..
똥쌀 때 오줌싸믄 쓰제 뭣한다고
오줌싸고 똥싸고 따로하고 지랄이냐? "
"엄마는.. 애기 듣는데.. 욕좀 하지마..."
애기 낳으려면 기운이 필요하다며
엄마가 맛있는걸 사주신다 한다.
엄마와 시내에 나가 아구찜을 먹기로 했다.
"야 이뇬아! 조금만 쳐먹어라! 아구지 찢어지겄다."
"엄마! 욕좀 그만해..
진짜.. 애가 태어날 때 "이뇬아"하고 나오겠다."
"염병할년... 말은...."
엄마와 아구찜을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또다시 배가 사르르 아프다.
약간의 붉으스름한 피가 비쳤다.
진통이라고 하기엔 민망할정도의 가벼운 통증이지만
간격이 조금씩 짧아지는 듯하다.
남편이 돌아왔다.
낮에 싸돌아다녔더니
조금 피곤한 것 같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양껏 부풀어 오른 배가 부담스러웠던지
그는 등을 돌리고 누워있다.
"여보! 아흑.."
"여보 왜그래? 엉? 아파?"
"아니 이제 괜찮아.. 낮부터 계속 이러네..."
남편은 팔베개를 해주며 괜찮을거라며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장가를 불러줬다.
에이쒸... 음정도 맞지 않는 자장가...
오히려 기분이 더 싱숭생숭 해진다.
겨우 얕은 잠이 들었을 무렵..
"아야..."
남편이 깰꺄봐 조용히 일어나 등에 기대고 앉아 있었다.
"휴..휴... "
통증의 간격이 조금씩 짧아진다.
"여보! 일어나봐! 여보...."
아! 불러도 대답없은 이름이여...
기다시피 남편에게 다가가 남편을 깨웠다.
"응? 왜?"
"여보 이상해.. 병원가봐야 할 것 같아"
남편은 벌떡 일어나더니
안방으로 향했고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여는
싸가지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었다.
"장모님! 애기가 나와요! 큰일났어요"
"뭐여?"
엄마는 후다닥 방으로 들어오더니...
"안즉 멀었네... 병원가게 얼른 챙기게"
남편은 1분남짓한 시간동안 준비를 마치고 나를 도와주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진찰을 받아보니 입원을 하라고 한다.
관장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염병! 어떤놈이 나올랑가 새벽부터 잠도 못자게 이 난리다냐?"
"엄마는 이서방 들어! 욕좀 하지마"
등을 돌려 눕는 순간 뭔가 팍 터지는
느낌이 들더니 따듯한 물이
가랑이사이로 쥘..쥘.. 흘러내린다.
"엄마!"
양수가 터진 것이다.
엄마는 어디론가 급하게 사라졌다.
그리고는 간호사를 질질 끌고 혼비백산이 되어 돌아왔다.
"오메! 우리딸좀 살려주쇼.."
"아직 멀었어요!
심장박동수가 좀 빠르네요. 이러면 위험한데...."
"오메 이년아! 성질죽여야!
뭐한다고 급하게 맘을 먹어쌋냐?"
"엄마두... 그게 내맘대로 되는건가.."
양수가 터진뒤부터 진통간격도
더욱 짧아지고 허리가 끊어질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괴로움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자
남편이 나의 손을 꼭 잡고는 울기 시작한다.
"여보! 죽으면 안돼! 난 당신없이는 안돼..."
그의 콧물이 내 손등에 뚝 떨어진다.
아씨..디라...
"여보.. 아흐흑... 괜찮..아흑..."
간호사가 들어오다 멈칫하고는
남편과 나의 생쇼를 지켜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씨.. 쪽팔리게 수루...
촉진제를 놔주고는 분만실로 들어오라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언제부턴가 와계신 시부모님들이
분만실로 향하는 나를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염병.. 남은 똥꾸녁 찢어질라
하구만 웃고 지랄이여.. 지랄이...
당직의사는 눈을 비비며 귀찮은 듯
나의 똥꼬를 한번 쳐다보고는...
"자아! 진통이 시작되면 힘을 주세요.
으쌰!... 한번더 으쌰!!!"
순간 의사가 얼마나 웃기던지 웃고 말았다.
"푸우... 으아악!!!!"
갑작스런 진통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연이어 터진 나의 고함소리에 의사가 흠칫 놀라더니
급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필살기로 힘을 주고 갑자기 정신을 잃었나보다.
간호사가 똥꼬를 치며 일어나라고 소리를 친다.
"아기가 위험해요. 얼른 일어나세요..."
온힘을 다해 눈에 힘을 주고 남은 힘을 똥꼬에 집중시켰다.
마지막 순간....
"아~악...."
우리의 고추소녀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다.
탯줄을 끊고 회음부를 봉합하고 있는듯하다.
아이는 우렁차게 울기시작했다.
간호사는 고추소녀를 가슴에 올려주고는
"딸이네요! 축하드려요"라고 말했다.
보통때 텔레비젼을 보면
"이쁜 공주님이에요!" 라고 말하던데.....
"으~악"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쏠린다.
팔뚝만한 것이 쭈글쭈글해가지고서는...
눈을 찔끔감고 오만인상을
쓰고있는 아이를 보는데 왜 이리 속상한지..
"간호사선생님! 애기가 좀 이상해요!"
"어머 왜요?"
"왜 이렇게 쭈글쭈글 이티같아요."
"원래 처음엔 다 그렇죠. 예쁜데요"
"그래요?"
간호사의 예쁘다는 한마디에 이내 마음이 누그러졌다.
새벽 다섯시 오십오분..
난 고추소녀와 첫 대면을 하였다.
"여보! 으흐흑.. 난 당신이..
훌쩍.. 어떻게 되는줄 알고..
훌쩍... 여보 사랑해"
눈물을 쥘..쥘.. 흘리는 남편이
보기에 민망했던지 시부모님은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가셨다.
엄마,아빠도 민망했던지 수고했다며 병실을 나가셨다.
사돈지간에 고스톱이라도 칠 모양인갑다.
남편은 나의 손을 꼬~옥 잡고는 고맙다며
사랑한다며 미안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단 걸까? 쩌~업...
남편은 피곤할꺼라며 얼른 쉬라고
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여보! 근데 애가 너무 쭈글쭈글 하지 않아요?"
"아냐아냐.. 제일 예쁘던데... "
"아닌데..."
"아냐아냐.. 아마 당신을 닮아서 이쁘고 착한 아가가 될꺼야.."
"당신두.."
머지않아 고추소녀로 인해 나의 정체가 탄로날 것이다.
일년이 넘도록 나의 정체를 숨겼건만.... 휴...
극도의 긴장 끝에 깊은 잠이
빠질줄 알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수면제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남편은 콧물과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보조침대에 잠이 들어있었다.
병실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온다.
"엄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 미안해..."
"염병.. 뭣이 미안혀냐?"
"엄마도 이렇게 아팠어? 난 죽는줄 알고 너무 겁났어..."
"염병.. 그래도 니년은 애낳는 체질인갑다..
나는 니 낳다가 똥꾸녁 다
찢어지고 아예 죽어븐지 알았시야!"
"엄마!"
"왜?"
"꼭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에 욕을 해야겠어?"
"염병할년..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얼른 자라.. 힘들었지?
너도 이제 애기엄마여! 애낳는거? 아무것도 아니여!
애 기르면서 살아봐라.. 오늘아픈 것은 잠깐이제...
너 맨날 이 애미한테 퉁퉁댔지?
너도 니자식 키워보면 이해할 것이다.
수고했다.
얼른 쉬고 내일 미역국끓여서 올께.. 어여 자라.."
"응.. 엄마! 미역국 맛있게 끓여와!"
"염병할년 먹을탐은 쌔갔고..."
엄마가 돌아가고 병실에 누워있는데 덜컥 겁이났다.
나이만 서른이 넘었지 속이라고는
십원어치도 없는 위인이 아니던가?
나만 믿고 태어난 저 아이를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휴....
잠들어 있는 남편을 보며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것에 감사했다.
"여보! 우리 열심히 한번 해봅시다. 사랑해!"
남편은 뒤척거리더니 이내
고른 숨을 쉬며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침까지 쥘..쥘.. 흘리며..
혹시? 꿈에서 바람피우는거 아냐? 카~악..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