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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나비의 사랑 이야기

나의옆구리... |2010.07.05 23:10
조회 2,249 |추천 20

안녕하세요. 20대 초반의 광주 광역시에 사는 녀성입니다.

 

글은 잘 못 쓰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봐주세요ㅋ

 

 

 

저희 아파트 상가에는 지금은 호프집을 하시지만 옛날에는 치킨집이었던 상점이 있어요. 제가 고 2때 야자 끝내고 돌아와보니 왠 고양이가 치킨집 후문에 묶여 있었어요.

 

"아저씨 얘 누구예요?"

"응, 나비라고. 오늘부터 내가 키울꺼다."

 

나비는 길고양이었는데(물론 지금도 길고양이의 성격을 버리지 아니하였답니다)아저씨가 가게에서 먹고 남은 치킨을 조금씩 주시면서 친해지셔서 아예 집을 만들어주고 키우시게 된겁니다. 초창기엔 마치 개 산책 하듯이 아저씨랑 목줄 매고 산책하면서 다니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아저씨가 집에서 개를 키우시고 그러시니까 집에 데려갈 수 없고 얘도 쫌 답답해하는 것 같아서 거의 방목하면서 키우셔요. 실제로 나비도 나비의 영역이 있고요.(나비는 저희 아파트 단지의 절반을 홀로 소유하고 있는 재벌 묘ㅋ랍니다)

 

저는 사실 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파였어요. 그런데 나비가 참 애교도 많고 애교도 떨어주고 하니까 점점 고양이가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명절 연휴 때 아저씨가 안 나오시면 제가 종종 물도 갈아주고 먹을 것도 놔주고 그러면서 또 나비가 꽤 예쁘장한 고양이라 아줌마들도 예뻐하시고 얘가 얌전하니까 상가의 아이돌이 되어서 살았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의 겨울이었어요. 저랑 나비랑 당시 만날 수 있는 시간대가 등교 시간대(자다가도 나비야~부르면 일어나서 머리를 쓰담쓰담하게 해준 다음 다시 잔답니다)랑 학원 끝나고 집에 들어올때라 등교할 때 꼭 상가에 있는 나비 집을 갔다가 등교했는데 제가 그 쪽으로 가는 순간 나비의 집에서 왠 노란색 형체가 파바바바박! 하면서 뛰쳐나가는겁니다. 뭐지?하면서 자세히 보니까 고양이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나비가 집을 빼앗겼나!(당시에 종종 이웃 단지나 떠돌이 길고양이들이 와서 몇번 싸웠거든요)하면서 집 안을 들여다보니까 나비가 안에 그대로 있는겁니다. 그래서 이상하다......싶어도 나비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학교에 갔죠.

 

그런데 다음날 다시 가 보니 나비랑 어제 봤던 그 고양이가 꼭 껴안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나비는 그 노란 고양이의 귀를 햝아주고 있었죠. 저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분위기 좋은데 방해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나비는 종종 이 고양이와 함께 단지 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비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 둘의 관계를 추리하느라 바빴죠. 어미와 자식이거나 애인 사이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결국 애인 사이로 확정되었습니다. 일단 그 노란 고양이 크기가 결코 새끼라고 불 수 없었고 몸의 색깔로 나비랑 완전 달랐거든요. 그리고 나비는 이제 아저씨가 사료나 먹을 것을 주면 절반을 남겼다가 자신의 애인에게 주었고 아저씨는 그 때문에 나비의 사료를 조금씩 더 많이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씁쓸해 하셨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뜩이나 학교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하루에 두번밖에 못 만나는데 애인이 생기면서 이제 집에 붙어있지를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두 인간의 상념에도 불구하고 나비와 노란 고양이는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을 들어갔는데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비와 노란 고양이 커플을 한동안 못 봤죠. 그리고 방학때 집에 와도 이 커플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하도 싸돌아다녀서 잘 못 봤습니다. 나비도 아저씨 오실 시간대가 되면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때야 간신히 봤고요.

 

그리고 올해 초, 드디어 저는 노랭이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만난 그는.............

 

 

짬타이거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 처음에 호랑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군 부대에서 짬밥을 훔쳐먹고 사는 고양이과 동물 짬타이거를 직접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던 노랭이와는 크기며 부피가 장난 아니게 늘어났더라고요. 이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아예 없어서 사람이 오든지~말든지~걍 누워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따듯하니까 겨울에는 차 뒷바퀴에 누워있잖아요. 그러다가 사람이 오거나 뒷바퀴를 쳐주면 가고. 그런데 얜 안 그랬습니다. 저희 엄마 얘 뒷바퀴에서 내보내느라 10분 잡아 먹으셨습니다. 너 여기 있다가 죽는다니까?라고 협박해도 그게 뭐 어쨋다고하는 반항하는 표정을 보이면서 슬금슬금 일어납니다.

 

아 그래요, 최근 슈렉 포에버 개봉했죠? D라인 된 장화신은 고양이, 딱 그 꼴이었습니다. 색깔도 비슷하네요 둘이. 그래도 뭐가 좋은지 나비는 계속 자신의 밥을 매일 나눠주고 서로 지하주차장 지붕 아래에 앉아(노랭이가 너무 커져서 둘이 같이 집에 못 들어감;;;;)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이 눈을 마주치면서 식빵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말. 저희 아파트에 공지가 붙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길고양이가 다 찢어놓으니까 길고양이를 다 잡겠으니 고양이를 방목하여 키우는 세대는 조심하라고요. 나비야 모든 동네 주민이 아니까 괜찮지만 노랭이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그 공지를 보고 혹시 몰라서 나비와 노랭이를 찾아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비를 찾았습니다. 나비는 평소 앉아 있던 지하주차장 지붕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 시간대에 오토바이 옆에 누워 등하교하던 아이들을 놀래키는 노랭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비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

 

"나비야, 네 애인 어디갔어? 네 남자친구."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니까 나비가 손길을 피하는겁니다. 그리고는 저를 피해서 도망쳤어요. 저는 몰라서 아파트 단지 내를 다 찾아다녔지만 노랭이는 커녕 아파트 단지에 간혹 있던 다른 길고양이들조차 없었습니다. 관리사무소에다가 전화를 걸어 물어봤지만 잡지 않았다-라고 말하는데 그럼 멀쩡한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나요. 저희는 아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비도 마찬가지였던 듯 시무룩하게 냐옹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심지어 밥 주는 아저씨에게조차 다가가지 않았고 밥은 항상 남겼습니다. 얼마나 크게 울면서 다니던지 저희 집이 13층인데 거기까지 다 들렸고요, 아줌마들은 저 고양이는 요즘 왜 울면서 돌아다니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궂은 날이면 꼭 집에 들어가 있던 녀석이 이번에 비 엄청 많이 내릴때는 그냥 차 밑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아저씨도 걱정을 많이 하셨고 정말 보는 사람이 슬퍼질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지난주 일요일, 햇반을 사러 나갔다 오는 길에 저는 노랭이로 보이는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노랭이는 꼬리 끝부분이 ㄱ자로 꺾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절 보고 도망가길래 아닌가........하고 실망하고 그냥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교회 갔다가 오는 길에 보았습니다. 나비와 그 고양이가 같이 앉아 있는걸요. 노랭이가 돌아왔던겁니다!!!!!!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노랭이의 부피는 그야말로 절반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를 보고 둘 다 도망치는 바람에 자세히 확인 할 순 없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어 집에 오신 엄마께 그 사실을 말씀 드리니 정말 기뻐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얘 오늘 치킨 시켜먹고 남은거 있지? 그거 갔다줘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셔서 B사의 골드xx가 4조각 남았길래 가져다 주었습니다. 나비와 노랭이는 평소 앉아 있던 지하주차장 지붕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가 가니까 노랭이가 겁을 먹더라고요. 얼굴이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는데 붉은색으로 막 생채기가 나 있고 살도 엄청 빠져서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연상케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각을 들어보이면서 나비를 향해

 

"치킨이야, 치킨."

 

하면서 나비의 밥그릇에다가 놓아 주었습니다. 아저씨께서도 노랭이의 귀환을 아신 듯 이미 거기엔 비교적 살 많은 부위의 치킨 조각들이 놓여져 있더라고요. 저는 그 위에다가 치킨 조각을 차근차근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비가 저에게 다가와서 자기 밥 그릇에 놓인 치킨을 조금 뜯어먹어 보더니 노랭이를 쳐다보았습니다. 노랭이는 내려오고 싶어했는데 제가 있어서 못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니까 금새 내려와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집에 와보니 나비랑 아저씨랑 같이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가출한 딸이 돌아온 마냥 얼굴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르셨습니다. 그리고 나비랑 노랭이 주려고 참치포를 챙겨 왔었는데 참치포를 주니까 냠냠거리면서 엄청 잘 먹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정말 얼굴이며 몸의 살이 빠져서 안쓰러웠습니다만 나비의 미모는 빛이 날 뿐이고..........나는 살 빠졌는데 별 변화 없고............OTL

 

그리고 제가 하나 더 주니까 나비가 입맛 다시면서 오다가 계속 아파트 지하실 쪽을 쳐다봤습니다. 거기에 전에 노랭이가 들락날락 하는걸 본 적이 있어서 저는 그냥 참치포 몇 개를 쪼개서 나비 밥그릇에 넣어주고 왔습니다. 둘이 서로 잘 나눠먹겠죠.

 

 

이 둘을 보면서 참 생각이 복잡하더라고요. 고양이도 자기 짝에게 저렇게 충실하고 배려하는데 인간은 그닥 그러지 않으니까요. 참 기분이 뭐시기 했습니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너무 기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나중에 알아보니 인근 아파트도 길고양이 근절 작전을 펼쳐서 길고양이들이 싹 사라졌대요. 최근에 법이 바뀌어서 길고양이나 유기견들을 다 잡아들인다고 다른 아파트 관리 사무소가 답변해줬다는데, 정말 법이 바뀌었나요?

 

P.S2 혹시 몰라서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저희 아파트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쓰지 않습니다. 감량기? 뭐 그런 이름의 기계로 아예 물기를 바짝 말린 다음 아예 따로 버려요. 요컨대 말하자면 쓰레기 봉투를 찢으니까 잡아야한다 이론은 말이 안되는거죠. 만약 정말로 고양이들이 쓰레기 봉투를 찢는다면 그건 분리 수거 잘못한 인간들의 잘못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먹이를 놔준다면 쓰레기 봉투 안 찢어요. 얘네도 다 먹으려고 하는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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